2023년 6학년 제주4.3역사탐방 및 자전거 일주(9/14~21) 여행 사진과 이야기 올립니다.(재학생 부모님들은 '사진방'으로 가주세요)

작성자
나무꾼
작성일
2023-09-26 22:32
조회
556


 

이게 성장여행이지 왜 학년여행이라 했나요?


이럴 거면 차라리 지리산을 갈 걸 그랬네요(진짜? 아니요...)


저 이제 갈 것 같아요. 어디로? 하늘나라로요...


하늘이 파래요. 선생님~


물속에 또 들어가면 안되요?


다리가 마비됐어요.


등등



지리산종주도 말들이 많았지만, 이번 제주도 학년여행은 더 말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힘든 것도 있고 보고 느끼는 것들도 많은 듯 싶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우리의 예상에서 벗어나 다른 상황을 겪을 때 느낄 수 있는데,


이번 여행이 바로 그 묘미를 제대로 느낀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다친 아이들도 있지만 큰 일 없이 10명의 아이들 모두 여행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좋았습니다.


어떤 여행인지 슬슬 이야기 보따리와 사진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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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학년 제주4.3역사탐방 및 자전거일주-여행기록



0914-목요일



  모두들 9시 30분 되기 전에 서수원버스터미널 대합실로 모였다. 여행배낭을 메고 학교티 또는 우리 학교 아이들 특유의 활동복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이제 여행 시작이구나 싶었다. 지리산 다녀온 게 한참인데, 이렇게 배낭 메고 만나니 지리산종주에 이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 얼굴도 보통 학교에 오는 듯 했다. 어떤 아이들은 약간 신나는 얼굴이고 어떤 아이들은 조금 힘든 표정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 조금씩 여행에 적응할 것이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위탁수하물로 보낼 배낭 크기를 살펴보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왔다. 데리고 와주신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곧 버스에 올랐다.


  공항에 내려 6번 게이트 쪽 실내 의자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건이 어머님과 만나 제주항공사를 찾아 티켓팅과 위탁수하물 보내는 것을 알아본 후 발권하였다. 아이들 배낭이 기내반입이 될까 싶었는데, 대부분 가능했다. 등산스틱의 경우도 배낭 옆 사이드주머니에 수납한 채로 기내반입이 가능했다. 큰 배낭 3개만 위탁수하물로 보낸 후 우리는 탑승장에서 기다리다 비행기에 탔다. 여러 모로 건이 어머님이 신경쓰고 도와주셔서 한결 수월하게 제주로 갈 수 있었다. 잠깐 졸은 것 같았는데, 착륙 안내방송이 나왔다. 다른 손님들이 모두 나간 후 우리는 배낭을 내려 마지막으로 게이트로 나갔다. 위탁수하물을 찾은 후 나무꾼은 렌트카를 빌리러 가고 수산나 선생님은 아이들과 공항에서 기다렸다. 요즘은 뭐든 모바일과 전자문서로 빠르게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빠르게 차를 인수받았다. 승합차를 몰고 다시 제주공항으로 가서 수산나선생님과 아이들을 태웠다. 배낭을 안고 12인승 승합차에 타려니 복작대기는 했지만 모두 탈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와 다행이었다. 숙소로 향하면서 제주 풍경을 보니 아이들 입담이 살아나면서 여행의 신나는 기분을 슬금슬금 피웠다. 공항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수산나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숙소인 줄 알고 힘들게 배낭과 아이들이 내렸는데, 아니란다. 다행히 진짜 숙소가 가까운 곳이어서 아이들과 수산나선생님은 걸어갔다. 진짜 숙소, 이호비치펜션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 숙소로 들어갔다. 사전에 좁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침대방인 202호는 여자들이 사용하고 203호는 남자들이 사용하기로 했다. 식재료를 모으면서 내일 한라산 등반할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짐정리를 하였다. 여학생들과 수산나선생님, 나무꾼이 식재료와 생수 사러 다녀오는 동안 남학생들은 씻기로 했다. 마트로 향하는 동안 차 뒤쪽이 출렁대기에 룸미러로 보니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앉은 채로 둠칫둠칫하고 있었다. 평소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보니 보는 사람도 신이 났다. 마트에서 식재료와 생수를 샀다. 일요일에 간식으로 먹을 핫도그를 살 때 아이들이 좋아해주어, 사는 보람을 느꼈다. 역시 돈은 아이들이 좋아해 줄 때 쓰는 맛이 있었다. 숙소로와 식재료 정리도 또 일이다. 그 와중에 수산나선생님은 뚝딱 어묵국을 맛있게 끓여주셨다. 선생님이 안 와주셨으면 아마 밤 9시에 저녁을 먹지 않았을까 싶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이호테우 해변을 산책하였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적시고 모래사장을 걸으며 여행 첫날을 즐겼다. 멀리 빨간색 목마 등대가 보여 등대까지 걸어가 구경하고 숙소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내일 아침에 성판악 매표소에서 먹을 김밥 등을 사기 위해서다. 마침 비도 오기 시작해서 서둘러 갔다. 지리산 종주 때는 편의점마다 김밥류가 동이 나 여러 편의점을 들렀었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살 수 있었다.


  오늘 여행 일기를 쓰며 하루닫기를 한 후 잠시 놀다가 10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안 온다던 아이들이 금세 잠들었다. 오늘 내내 힘들었던 아이는 중간중간 친구들과 얘기하며 맘을 달랬다. 힘들 때 친구들이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맘을 살펴주었다. 잠들기 전 이불 위에서 장기를 두며 평소처럼 웃으며 잠에 들었다. 나무꾼도 오늘 경비를 정리하고 일기를 쓴 다음 잠에 들었다. 내일은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0915-금요일

 

새벽 4시 30분에 방 전등을 켰다. 전날 늦게 자기도 했고 여행 첫날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인지, 다들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씩 몸을 흔들어 깨웠다. 옷을 갈아 입고 이부자리를 서둘러 갰다. 수산나 선생님과 여학생들이 곧 넘어와(남학생방에서 밥을 해 먹고 모두 모이곤 했다.) 밥을 도시락통에 담았다. 물통에 모두 물을 채우고 생수 한 병씩 더 받았다. 물을 아껴 먹는 것이 오늘 중요한 포인트다. 숙소 밖을 나와보니 아직 어둡고 별이 선명하게 보였다. 차에 올라타 성판악 주차장으로 향했다. 조금만 늦어도 주차장이 만차라고 해서 일찍 나섰다. 30여 분을 가서 성판악 주차장에 가니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주차 후 탐방지원센터로 갔다. 벤치 의자에 앉아 등산스틱을 펼치고 아침 식사로 준비한 김밥을 먹었다.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입장을 하려니 QR코드뿐만 아니라 신분증도 확인하여 시간을 지체했다. 아이들 가족관계증명서는 숙소에 있었다. 다행히 재학증명서로 대체하였다. 6시 30분쯤 입장하여 한라산에 올랐다. 첫 2km까지는 완만하였고 다음 2km는 조금씩 경사와 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땀 좀 흘리고 속밭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지리산 종주 때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았지만 땀 흘리고 다리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벌써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아이도 있어서 아껴 마시라고 당부하였다. 한라산 대피소는 말 그대로 대피소여서 물을 보급받을 수가 없었다. 이제 물을 채우려면 성판악에 되돌아가는 길 외에는 없었다. 속밭대피소에서 20여 분 쉬고, 다음 진달래대피소로 향했다. 3.2km여서 쉬고 싶을 때쯤이면 나타나겠지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러나 어떤 산이든 그렇듯 한라산도 쉽게 등산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땀을 있는 대로 흘리고 다리가 ‘딴딴’해지고, 대피소가 있기를 간~절히 바랄 즈음에야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고 대피소 건물 지붕이 보였다. 이때가 가장 안심이 되고 편안해지는 순간이다. 진달래대피소로 오는 도중 한 아이의 신발에 문제가 있음을 수산나선생님 발견하였다. 양 신발 모두 발가락 쪽에 구멍이 나 삐져나올 것만 같았다. 더 찢어질 것 같지는 않아서 마저 등산하기로 했다. 물과 간식을 보충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한라산 백록담을 보러 향했다. 이제까지 온 길보다 짧은 2.3km였고 오르면서 산 정상과 푸른 하늘이 보여 기분이 시원해 보였다. 백록담을 보고 점심 도시락도 먹고 12시 전에 충분히 내려오겠다 싶었다. 그러나 진달래대피소에서 본 정상은 진짜 정상이 아니었다. 단지 백록담을 가린 다른 봉우리였을 뿐이었다. 점점 더 가팔라지고 험해졌다. 가는 발걸음도 느려졌다. 아이들은 어제, 렌트한 승합차가 옛날 차이고 좁다고 타박했는데, 오늘은 그 렌터카가 보고 싶다며 바뀐 마음을 눈빛과 땀으로 말해주었다. 그래, 고생이 약이 되는구나 싶었다. 숨을 몰아쉬며 조금씩 정상으로 향했다. 무척 시원한 바람과 눈높이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상이 나타나길 간절해질 때쯤 정상이 보였다. 사람들이 백록담을 둘러싼 안전바와 여러 데크에 많이들 모여 있었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과 만나 기념사진도 찍었다. 깨끗하게 보이는 백록담을 배경으로 찍기도 하고 정상표지석 옆에서 찍기도 했다. 표지석을 찍기 위해 모두들 한참을 기다렸다. 어떤 분은 정상에 올라왔지만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린 분도 있었다. 도시락도 먹었다. 고추장은, 수산나선생님이 마련한 특제 고추장이었다. 밥을 먹으며 날씨 좋은 한라산 정상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고 눈에 담아 두었다. 찍은 사진을 개인별로 보내며 정상인증신청을 했다. 일단 신청은 했는데 잘 됐는지 미심쩍었다. 내려가는 동안 잘 해결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산하기 위해 발을 옮겼다. 하산도 만만치 않지만, 마음이 다르고 발걸음이 달랐다. 씽씽달리는 마음으로 쉼 없이 내려갔다. 대피소에서 쉬는 것을 제외하면 중간에 거의 쉬지 않고 내려왔다. 삼삼오오 걸음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성판악에 도착하는 시간 차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무사히 모두 백록담을 보고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들도 힘들다면서도 정상에서 본 풍경이 시원했다고 말들 해주었다. 정상인증서를 모두 인쇄 받은 다음 보고 싶어 한 렌트카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오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 잠에 빠졌다.

숙소에 주차하고 보니 숙소 앞 해변이 너무 예뻤다. 모처럼 날씨가 맑아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도 많고 좋아 보였다. 우리가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일요일엔 비 예보가 있어서 예쁜 사진을 오늘 미리 찍어두기로 했다. 오늘 하도 물이 부족하여 갈증을 겪은 터라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또는 음료수 중 한 개를 골라 시원하게 먹었다. 해변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었다. 오늘 저녁은 산책을 나가지 않고 씻고 개인 정비를 하면서 내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요일이 물놀이인데, 다음 날 숙소를 옮겨가며 자전거 일주를 일정이라 빨래를 어떻게 할지 의논하다가 일정을 조금씩 변경하기로 했다. 렌터카 반납도 있어서 빨래방과 차 반납의 동선을 의논하였다. 아이들은 203호로 모여 마피아를 신나게 한 후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0916-토요일

 

오늘은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오전에 제주4.3평화기념관을 다녀온 다음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 동문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낮보다 저녁에 여러 볼거리가 있다고 들어서이다. 또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루 일찍 한 후 그동안의 빨래를 모아 빨래방에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렌트카를 하루 더 연장하여 빌리기로 했다. 변화무쌍한 제주날씨여서 아이들 빨래를 하여 말리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아침부터 비가 왔다. 비바람이 퍼붓다가도 금세 멈추고 다시 비 오기를 반복하였다. 식사 후 4.3평화기념관에 갈 때는 판초의 없이 가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본관까지 가깝다는 가이드(병린)의 조언에 따랐다. 가는 동안에 비가 왔지만 4.3평화기념관에 도착해서는 거의 오지 않았다. 본관에 들어가 대강당에서 에니메이션 ‘송아지’를 봤다. 18분 길이의 영화로 현기영 선생님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보는 동안 6학년 아이들이 1학기에 배운 ‘모르는 아이’가 떠올랐다. 연화보다 어린 남자아이 ‘똥깅이’를 통해 제주 4.3사건의 한 면모를 만화로 보여주었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일들을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다시 되짚어보았다. 1학기에 배울 때도 그 역사적 흐름을 같이 알아보고 이해하면서 제주4.3사건과 ‘모르는 아이’를 정독했었다. 유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역사의 전과 후, 흐름에 대해 관람객이 잘 알 수 있도록 영상과 함께 잘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다랑쉬오름 굴의 비극을 알리는 곳에는 모형으로 굴의 단면과 당시 굴에 살았던 제주도민들의 생활 물건, 유골이 발견된 위치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사진 및 글과 더불어 재현된 모습을 보니 아이들 눈과 입에서 안타까운 감정과 표현이 나왔다. 천천히 전시물을 본 뒤 마지막 포스트잇 적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꼭 기억하자 약속을 하고 각자 위로의 글을 한마디씩 적어 붙이고 걸었다.

조금씩 여행에 적응하는 것인지, 피로가 쌓이는 것인지 아이들은 이제 차에 타면 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출발할 때 내내 떠들썩했던 아이들이 모두 조용하기에 돌아보니 자고 있었다. 숙소로 와서는 햄이 들어간 야채볶음밥을 뚝딱 먹고 해변으로 물놀이 갈 준비를 했다. 근데, 밥을 먹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고 물놀이 갈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니 비바람이 몰아쳤다. 어차피 젖을 것, 그대로 가기엔 번개도 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잠시 기다렸다. 아이들은 마피아를 하고 교사들은 잠시 쉬었다. 2시 반쯤 되니 비가 그쳤다. 아이들과 해변으로 나가 물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차지 않았다. 오히려 날씨를 생각하면 따뜻한 정도였다. 물속에 안 들어가겠다던 아이들도 조금씩 물속에 들어와 신나게 놀았다. 하늘도 조금씩 개어 어느새 해가 비췄다. 어쩐지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 덕을 보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어제 그렇게 맑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또 물놀이를 하니 해가 다시 떴다. 해변에 우리만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 해변을 걷거나 물속으로 들어와 놀이를 즐겼다. 저녁엔 동문시장에 가야 해서 짧고 굵게 놀고 나서 샤워 순서대로 숙소로 들어가 씻고 입었던 옷을 헹궈 비닐봉지에 따로 넣었다. 동문시장 근처 코인 빨래방에서 빨래를 할 터였다. 3일 치 옷을 모아보니 상당했다. 수산나선생님이 먼저 빨래방에 내리시고 나무꾼은 아이들과 동문시장으로 갔다. 가까스로 주차한 후 시장으로 들어가 살짝 구경한 뒤, 여행모둠으로 나누어 약속된 시간까지 시장 구경도 하고 저녁 식사도 하기로 했다. 엊저녁에 오늘 일정을 살피면서 아이들은 시장에서 기념품을 사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각자 15,000원 안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남은 돈으로 기념품을 사거나 다른 먹거리를 먹기로 했다. 친구와 비용을 합쳐 식사하고 물건을 사도 되는 것으로 했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모여서 장 구경을 시작했고 나무꾼은 걸어서 코인 빨래방으로 갔다. 수산나 선생님과 같이 세탁한 옷을 건조기에 넣고 건조 시킨 옷을 가지고 다시 동문시장으로 갔다. 차에 옷 봉지를 넣어 두고 두 교사는 서둘러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이미 약속 장소에 모여 있었는데 표정이 이미 숙소로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이들과 같이 숙소로 돌아오며 시장에서 무엇을 저녁 식사로 먹었는지, 어떤 기념품을 샀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시장 구경과 빨래를 같이 겸하다 보니 관덕정에 들르지 못했다. 남은 일정 중에 들러보도록 해야겠다. 숙소로 와서는 가져온 제 옷들을 가져가도록 하고, 월요일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각자 여벌옷 2벌과 세면도구, 자전거길인증수첩 등을 챙기도록 했다.

 



 

0917-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판초의를 준비했다. 오늘은 예약한 자전거를 가지러 가는 날이다. 어젯밤만 해도 비 예보가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쳤다. 좀 있다 갈까 했더니 어느새 빗줄기가 가늘해져 판초의를 입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모처럼 준비한 판초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사마을버스정류장으로 가서 202번 버스를 타고 사라봉정류장에서 내렸다. 다행히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하여 약속한 자전거와 헬멧을 받아 점검하는 동안에 비가 그쳤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날씨가 도와주었다. 헬멧과 자전거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낡거나 오래 쓴 듯하여 꼼꼼하게 살피고 선택했다. 한 30분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일일이 브레이크와 기어변속, 수통 케이지 상태 등을 살피는데, 1시간이 걸렸다. 3일 동안 내내 탈 자전거여서 몸에 맞지 않거나 헐거운 부분이 있으면 다른 자전거로 바꾸거나 점검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리도 비 대신 땀을 흠뻑 흘린 후에야 우리는 출발할 수 있었다. 숙소까지는 약 10km정도였다. 몸풀기에 딱 좋았다. 이 역시 1시간 30분 정도면 숙소에 들어가 점심으로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숙소에 도착한 것은 2시간 30분이 지나서였다.

중반까지 라이딩이 순조로웠다. 길도 시내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드니 편하고 안전했다. 중반 즈음, 한 아이가 넘어져서 팔목을 다쳤다. 처음엔 괜찮은 듯 보여 압박붕대로 감아 주며 좀 더 힘내자고 응원하였다. 가는 동안에 계속 아파하였다. 중간 고갯길을 앞두고 휴식 시간을 가졌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먹으며 갈증을 풀었다. 고갯길을 넘으며 한 아이의 짐받이 줄이 바퀴에 꼬였는데, 다행히 미리 알아채어 대처할 수 있었다. 팔목을 다친 아이는 평평한 일반 차도로 해서 숙소까지 라이딩을 마쳤다.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따라와주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라면과 밥을 어느 때보다 맛있게 먹은 다음 그 아이와 나무꾼은 휴일에도 문을 여는 365의원을 찾았다. 참 신기하게도 라이딩을 마치고 라면을 먹고 나온 순간 비가 다시 쏟아졌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 왼손 팔목 윗부분이 부러진 상태였다. 다행히 심각한 부분은 아니어서 반깁스를 하고 5일 치 소염제가 들어간 약을 처방받았다. 약 처방 받은 다음에는 판초의가 없는 다른 아이를 위해 판초의를 샀다. 숙소 들어가기 전에 그 아이가 가져온 빨랫감을 코인 빨래방에서 세탁하고 건조하기로 했다. 똘똘하고 눈치가 빨라 맡길 수 있었다. 아이 부모님께 다친 상황을 알린 후 여행 마지막까지 함께 하도록 살피기로 했다. 나무꾼은 숙소로 돌아와 그 아이가 타고 온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승합차에 실었다. 수산나 선생님이 빠르게 준비해주고 손을 맞춰주어 자전거를 무사히 반납할 수 있었다. 다시 코인빨래방에 들렀다. 다 됐겠지 싶었는데 아직 15분이 남아있었다. 아이가 중간에 잠깐 졸았다고 했다. 미안했다. 다친 아이인데 빨래방에 일을 맡기게 되어서 말이다. 빨래가 다 되는 데로 차에 올라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아이가 내린 후 다시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 출발했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나서야 긴 한숨이 나오며 안심이 되었다. 승합차를 하루 더 연장하길 잘했다. 아니었으면 여러모로 힘겨웠을 것이다. 잠자기 전, 하루닫기를 하며 내일 일정을 살핀 후 자전거를 탈 때 조심해야 할 여러 가지를 다시 한 번 안내하고 당부하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조심하도록.

렌트카를 반납한 후 돌아오니 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화장실 변기가 휴지와 함께 단단히 막혀 수산나 선생님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똥 하면 또 나무꾼이다. 저녁으로 두부김치를 먹고 난 후 시원하게 변기를 뚫었다. 아마 그동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오늘 하루에 오려고 기다렸었나 보다. 다행히 별 탈 없이 대처하고 마무리될 수 있어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감사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내일은 더 조심하고 아이들 살펴보자 생각했다.

 



 

0918-월요일

 

5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30분 정도면 출발하겠지 싶었는데, 자전거를 각자 꺼내어 방수백 버클을 연결하는 법, 짐받이에 단단히 묶고 준비하는데 30여분이 더 흘렀다. 6시 28분이 되어 우린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 사진을 찍은 뒤 우린 다락쉼터인증센터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수평선 너머 진군하는 적군처럼 죽 늘어선 구름 무리를 보며 자전거 일주 낭만을 즐길거라 생각했다. 가다가 한 아이가 속이 좋지 않아 구토를 했다. 멈춰서서 근처 편의점에서 소화제와 활명수를 샀다. 어떤 아이 자전거 짐받이 볼트가 빠져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기 위해 머리핀도 샀다. 수산나 선생님이 속이 안 좋은 아이를 살피고 나무꾼은 머리핀 3개를 구부려 빠진 볼트를 대체하였다. 다시 정비하여 출발하였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한참 가는 동안 날씨도 좋고 구름 모양도 좋아서 자전거 타는 맛이 났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첫 스탬프를 찍는 다락쉼터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로 준비한 맨밥에 고추장과 김자반을 섞어 비벼 먹었다. 생수도 보충하고 한참 쉰 다음 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로 향했다. 이번엔 21km여서 좀 더 시간이 걸릴 터였다. 속도가 늦거나 속이 안 좋은 아이들과 수산나 선생님이 후미에서 따라오고 나머지 아이들은 앞에서 나무꾼과 같이 갔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은 좋지만, 10시쯤 되니 햇볕이 따가워 몸을 피곤하게 했다. 그늘을 찾아 아이들과 간식거리를 먹으며 쉬었다. 체력은 한 반쯤 쓴 것 같은데, 오늘 일정의 1/3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힘을 내며 다시 자전거를 탔다. 협재를 지나기 전, 한 아이의 뒷바퀴가 펑크가 났다. 아...이런 난감할 수가 있나. 버스정류장 뒤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마시러 편의점으로 보낸 뒤 펑크난 뒷바퀴를 분리하여 새 튜브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준비한 튜브가 맞는 바퀴였다. 그 사이에 후미에 있던 아이들도 도착하였다. 한 아이는 자전거가 넘어져 입술과 팔꿈치가 다쳤다. 응급처치를 한 다음 다시 탈 수 있는지 물었고, 괜찮다고 했다. 같이 쉰 다음 다시 출발하였다. 차도로 가기엔 주행하는 차에 미안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여 인도로 갔는데, 자잘하게 있는 턱에 바퀴가 부딪쳐 다시 펑크가 났다. 또 펑크가 나다니, 새 튜브도 없다. 펑크 수리킷으로 수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시 또 펑크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전거 대여했던 가게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다른 자전거로 교환하는 것을 요청드렸다. 다행히 어제 반납한 아이의 자전거를 가져다 주신다고 했다.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기에 근처 편의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식사를 하여 한 아이는 방수백에 넣어둔 물병이 깨져 물이 다 샜다. 젖은 여행수첩과 자전거길인증수첩, 부모님 편지를 편의점 돌담에 널어 넣었다. 후미에 있던 수산나 선생님은 속이 좋지 않은 아이와 내과에 다녀왔다. 체한 줄 알았는데 장염이었던 것이다. 약을 처방 받고 왔다. 후미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를 지키고 수산나 선생님과 아이가 병원에 다녀온 것이다. 선발대와 후발대 각각 여러 일들이 있는데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잘 대처를 했다. 후발대가 합류하고 나니 자전거 대여점 사장님이 트럭을 몰고 오셨다. 다행히 펑크가 잘 나지 않을 자전거여서 안심이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 그 아이 자전거는 펑크가 난 적 없었다. 다 모여서 다치지 않기, 자전거 펑크 조심을 다짐하며 다시 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로 향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으로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해는 더 뜨거워져 물을 마셔도 자꾸 갈증이 났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다. 되돌가 갈수도 없으니. 오늘의 마지막 도장, 송악산인증센터를 향해 힘든 페달을 굴렀다. 35km가 남았다. 중간에 말도 보고, 가축 똥냄새도 맡았다. 그러나 즐기기엔 너무 몸이 지치고 힘들었다. 긴 라이딩 끝에 큰 고개를 넘어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기쁜 마음으로 스탬프를 찍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숙소로 들어갔다. 후발대로 오던 한 아이가 신나는 마음에 인증센터를 지나쳐 잠시 헤프닝이 있었지만, 12명 모두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팔이 다친 아이가 먼저 숙소에 도착하여(버스로 이동) 방 에어컨도 미리 켜주고 친구들 짐 푸는 것을 도와주었다. 숙소 주인이 친절하여 자전거도 창고에 넣고, 식사도 제 때 할 수 있었다.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기엔 식재료를 살 마트도 없고, 여력도 없었다. 게다가 송악산 식당들은 모두 일찍 가게를 마쳐 사 먹으려도 해도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숙소 주인의 연락으로 돈까스 식당이 있어서 재빨리 씻고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방도 하나 더 내주셨다. 비용은 같은 데 애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여유 있게 씻고 자라는 배려였다. 아이들도 사장님 최고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 졸업한 학년은 오후 2시 전후로 숙소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우리는 12시간이 걸렸다. 겪을 거 다 겪은 느낌이었다. 3일 동안 겪을 거 오늘 하루에 다 겪은 거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내일도 12시간이 걸리면 참 슬플 것 같았다. 아이들도 이부자리를 펼치니 금세 잠들었다. 그래 자자. 자야 힘이 난다.

 



 

0919-화요일

 

5시에 무거운 눈을 떠 라이딩 준비를 했다. 평소라면 일어났을 아이들인데,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뭉개고 있엇다. 그래도 천천히 조금씩 준비했다. 도시락은 전날 저녁에 미리 담아놨기에 이부자리를 개고 수통에 물 좀 더 채운 다음 밖으로 나갔다. 별이 아직 밝게 떠 있었다.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 방수백을 묶었다. 두 번째라고 좀 익숙해진 듯 보였다. 스스로 백을 단단히 묶는 아이도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였다. 오늘 출발 시각은 6시 5분. 조금 빨라졌다. 페달을 구르니 다리와 허리가 뻐근하였다. 그래도 굴러졌다. 오늘은 약 75km정도로 어제보다 더 먼 거리를 가야 한다. 해안도로로 접근하여 라이딩 시작하였다. 어제 여러 일들이 많아서 오늘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순조롭게 라이딩했다. 어제 어떤 아이가 멀리서 산방산을 보며 ‘저 산이 송악산은 아니겠지요? 했는데, 송악산은 아니고 산방산으로 더 멀리 있었다. 우리가 오늘 지나쳐야 하는 산이었다. 한참 달려 산방산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데까지 왔다. 천원 사진을 찍는 아직 꽃 피지 않은 유채꽃밭도 보며 법환바당인증센터를 향해 달렸다. 산방산부터 오르막이 시작해서 계속 오르막잔치였다. 긴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히 내리막인 것 같은데,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가지 않았다. 농락당하는 느낌이었다. 평지같은 내리막을 여러 번 만났다. 힘들게 중문단지 정도 오자 제대로 된 내리막이 있었다. 신나게 다운힐을 즐기며 내려왔다. 오는 동안에 한 아이의 물병 뚜껑이 깨졌는지 조금씩 샜다. 어떤 아이는 중문 내려오는 어느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잡다가 앞브레이크가 부서졌다. 브레이크 패드와 잡아주는 분리핀이 빠졌다. 결국 부속을 못 찾았다. 근처 자전거 수리점을 검색해서 문의해보니 부품을 통째로 교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했다. 꽤 비싼 비용을 불러서 통화를 마쳤다. 그 아이보고 자전거 간 거리 유지, 브레이크 조심할 것을 당부하였다. 가는 도중 머리핀으로 대처한 짐받이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다행히 길가에 철사 도막이 보여 그 철사로 다시 구부려 넣어 대처하였다. 다시 오르막잔치였다. 가끔 아주 신난 내리막을 만났다. 한번은 급경사의 내리막을 만나 모두 엄청 신나하면서 좋아하였다. ‘한번 더 탈까?’, ‘아니요~’ 오늘 첫 스탬프 찍는 법환바당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아침 먹을 시간이 되어 아침을 먹었다. 아침 햇살과 개미들을 한참 구경한 후, 오르막과 평지를 달려 법환바당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약 30km였다. 어제보다 속도가 괜찮았다. 법환바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햇살이 충분히 따가웠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했고, 그늘이 있는 편의점이 보이면 사준다고 했다. 이왕 먹을 거 시원한 데서 먹어야 쉬는 맛이 날 것이다. 어제 절실히 느꼈지만, 온몸이 힘들고 갈증이 심하니, 생수는 물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절로 생각났다. 나무꾼은 아이스크림보다는 커피가 생각났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 수산나 선생님도 오늘 점심(쇠소깍)에는 커피를 드셨다. 라이딩 초반에 오르막잔치이기도 했고 피로가 안 풀린 상태에서 타니 속도가 더뎠던 것이다. 쇠소깍 지나면서 속도가 붙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었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 표선해변을 향해 달렸다. 달릴수록 속도가 붙었다. 가다가 예쁜 바다가 나오면 사진을 찍었다.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여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러기만 하면 자전거 일주는 힘든 기억만 가득할 것 같아서 사진도 찍고 종종 쉬었다. 가다가 아이스크림을 한 번 더 먹기 위해 미리 검색해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찾는데, 가도 가도 안 나오는 것이다. 대략 해당 위치를 다시 검색해보니 레몬일레븐-이라는 카페였다. 하...한참을 더 가서 진짜 편의점에서 당분도 보충하고 생수도 보충하였다.

어제 송악산 오는 길에는 줄어드는 거리 표시와 도로 표시가 많았는데, 오늘은 거의 없었다. 표선해변 가까이 와서야 드문드문 있었다. 표선해변 6.5km가 나오자 다들 너무 신나고 좋아하였다. 중간에 어느 아이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는 바람에 따라오던 아이들이 부딪쳤다. 조금씩 아픈 곳이 있지만 별일은 없었다. 다들 자전거 간 거리 유지, 브레이크 조심, 펑크 절대 조심을 당부하고 또 당부하였다. 다치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자전거도 고장나면 이제 정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파란 선만 따라가다 보니 표선해변 인증센터를 놓쳤다. 한 아이가 나를 불러서 되돌아와 스탬프를 찍었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을 보니 평화로워 보였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님과 왔으면 저 풍경 속에 있었을 텐데 싶은 생각이 났다. 숙소로 들어와 자전거를 주차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수산나 선생님은 한 아이와 부대찌개 만들 식재료를 사러 가시고, 나무꾼은 두 아이와 자전거를 고치러 갔다. 옛날 시골 자전거 수리점 분위기여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는 부속이 없어서 고칠 수 없었고, 짐받이 고정이 불확실한 자전거만 고쳤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짐받이가 조금씩 내려가 바퀴를 펑크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리점 사장님이 처음엔 귀찮아하시기에, 어제와 오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했고, 별별 일이 있었으며 내일도 고생할 것을 말씀드리니, 그제서야 고쳐주셨다. 오...할렐루야...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마저 씻고 저녁 식사를 했다. 속이 안 좋은 아이가 지사제를 더 필요로 해서 약국에 다녀왔다. 저녁 먹고 잠자리 준비를 하니 어제와 비슷한 시간이 되었다. 어제보다 2시간이나 라이딩을 단축했는데, 결국 그 시간이 그 시간이었다. 늦게 자는 건 비슷했다. 드디어 내일만 자전거 타면 끝이다는 생각에 아이들 표정과 말이 밝아졌다. 교사도 동감이다. 근데, 내일 아침에 비 소식이 있던데...판초의를 준비시켜야겠다. 지금까지처럼 날씨 도움 좀 받았으면 싶었다.

 



 

0920-수요일

 

드디어 라이딩 마지막날!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똑같이 기다려온 날이다. 5시에 기상. 나갈 준비를 했다. 그새 익숙해졌다고 준비가 빨라졌다. 준비를 마친 후 자전거를 꺼내어 5시 50분에 순조롭게 출발했다. 길도 편하고 좋다. 주로 평지와 내리막 위주이다. 해안도로라서 그런 것 같다. 왠지 오늘이야말로 오후 4시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탬프 4개를 받아야 하지만 왠지 오늘은 가능할 것 같았다. 아이들도 자전거 일주 마지막 날이라며 신난 얼굴로 힘을 냈다. 자전거를 찾은 날엔 10km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40분쯤 걸린다. 10km가 비교적 멀지 않게 느껴진다. 첫 번째 성산일출봉까지 일사천리다. 약 22km인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한 아이의 얼굴이 힘들어 보였다. 어제 오르막잔치보다 더 속도가 늦고 지쳐 보였다. 아이스크림과 마지막 날이라는 말로 응원하며 힘을 내도록 했다. 성산일출봉 가는 길에 4.3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었다. 비 예보가 있는데, 그 예보대로 먼 하늘부터 먹구름이 밀려왔다. 선발대가 먼저 성산일출봉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배고팠는지 먼저 아침 먹자는 아이들이다. 뒤에서 오는 아이와 선생님을 기다려 먹자고 했다. 후발대가 도착하니 빗방울이 조금 떨어졌다. 그 전부터 비 올 것 같은 바람이 불어왔는데, 다행히 밥 다 먹을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김녕성세기해변인증센터로 출발했다. 약 29km라서 부지런히 가야 했다. 이제 30km도 그리 무섭지 않게 느껴졌다. 힘들겠지만 갈 수 있겠다 싶은 거리로 여겨졌다. 가면서 갑작스레 비가 쏟아져 판초의를 꺼내 입었다. 다들 방수백에서 꺼내 입는 동안 이미 비에 젖었다. 그래도 판초의가 있어 더 젖지 않아 다행이었다. 판초의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한 20여분 갔을까 비가 멈추는 것 같기에 다시 걷으라 했는데, 10분도 채 안되 다시 비가 왔다. 판초의를 다시 입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 상태로 계속 페달을 밟았다.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가다 보니 풍력 발전기가 매우 많았다. 에너지공단에서 세운 발전기들이었다. 거대한 날개를 가까이 바라보며 여러 상상을 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거대한 구조물을 보면 뭔가 자꾸 바라보게 되고 공상에 빠지게 된다. 힘든 라이딩 중에도 공상은 찾아왔다. 어느 정도 해가 뜨는 것 같아 판초의를 벋어 짐받이 끈에 묶었다. 옷은 거의 다 젖었지만 벗으니 시원하고 좋았다. 비 맞으며 쉬지 않고 부지런히 굴렀더니 어느새 10km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도 느꼈지만 잘되는 카페 식당도 많지만, 폐업하여 을씨년스러운 곳들도 매우 많았다. 발전이 된 곳도 보고 그렇지 않은 곳을 보았다. 민가도 보고, 공터, 들판도 보았다. 계속 해안도로 길을 가다 김녕성세기해변에 도착했다. 날씨가 덥고 매우 습했다.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먹으며 쉬었다. 쉬던 도중 전남 담양에서 온 인가형 대안학교, 송강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반갑고 서로 응원해주었다. 고등학교 형아 누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대단하다 칭찬해주었다. 먼저 출발하면서 칠보산 파이팅! 받았다. 우리도 같이 응원해준 뒤, 곧 출발했다. 근데 으악! 출발하자마자 맞바람이 불었다. 한 아이는 맞바람이 아니라 막바람이 했다. 표현이 매우 적절했다. 가뜩이나 오르막인데 너무 힘들었다. 마치 ‘이래도 계속 갈 거니?’ 묻는 것처럼 맞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이번 함덕서우해변까지는 9km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겨냈다. 근데! 약 4km를 남겨두고 한 아이가 고글을 남겨두고 왔다고 말했다. 고글의 가격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맞바람을 맞으며 5km를 왔기에 얼마짜리냐고 물었다. 들어보니 고가의 고글이어서 다시 가지러 가겠다는 아이의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그 아이와 맞바람을 맞으며 다시 함덕서우해변으로 향했다. 신기한 게 함덕서우해변으로 갈 때나 김녕성세기해변으로 돌아갈 때나 맞바람은 똑같았다. 오~제주도 날씨여...

다행히 벤치에 고글이 그대로 있었다. 그 아이와 다시 함덕서우해변으로 향했다. 고글을 찾아 출발할 때는 함덕서우해변에 도착해도 점심은 걸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음료와 물을 많이 마셔서 생각이 없었다. 근데 맞바람과 싸우며 가다 보니 함덕서우해변에 도착해서는 얼른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야 힘을 낸다. 밥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마지막 용두암까지는 약 25km. 부지런히 갔다. 마지막엔 피로가 쌓여 피곤하고 힘들었다. 일요일에 자전거 찾아서 숙소 가던 길과 겹치는 곳까지 오자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아는 길이기도 하고 정말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 오르막과 신나는 내리막을 즐겼다. 오후 5시쯤 용두암에 도착하여 스탬프를 찍었다. 마지막 스탬프를 찍고 나서 감격의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 스탬프를 모두 찍기 위해 정말 제주도를 한바퀴 돈 것이다. 자전거로. 용두암인증센터 옆, 제주관광안내소에 들어가 제주자전거길 완주 인증을 받았다. 수첩을 가지고 오지 못한 세 친구는 수첩 도장 찍는 쪽과 같은 수첩 스티커를 받아 거기에 도장을 새로 받았다. 다행히 나중에 집에 돌아가 수첩 해당 쪽에 스티커처럼 붙이고 다른 인증센터에 가서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직원이 너무 친절하고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마무리로 음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먹고 약 3.7km 지점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으로 향했다. 들렀던 동문시장도 지나 사라봉오거리까지 갔다. 오르막의 연속이라 힘들었다. 막판에 땀을 꽤 흘렸다. 체인이 고장나기도 했었는데, 무사히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하여 반납하였다. 고장 난 부분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았다.

우리 숙소로 가는 버스편이 자주 없어 숙소에 도착하는데 한참 걸렸다. 어느새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거의 거지꼴이 되어서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은근슬쩍 엉덩이를 옮겨 우리를 피했다. 이해했다. 냄새도 나고 머리카락도 땀에 절어 있을 테니. 3번을 환승하여 현사마을 정류장에 내려 숙소로 왔다. 정수기도 없는 이 숙소가 반가울 줄이야. 먼저 들어온 아이와 만났다. 미리 부탁한 대로 에어컨을 켜 두고 냄비에 물을 넣어 끓여 두었다. 시간이 늦어 바로 라면과 밥을 먹었다. 오늘따라 습하고 더웠다. 에어컨을 틀어도 효과 거의 없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난 뒤 여학생들이 방으로 돌아가자 조금씩 시원해졌다. 수산나 선생님과 같이 주방을 마무리한 다음 아이들 가방 점검을 했다. 10시가 되어서야 하루닫기를 하며 내일 일정과 그동안 한마디를 나누었다. 짧게 끝내고 잠자리를 펼쳤다.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하면서. 하...오후 4시 도착은 진정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던가...생각해보니 방수백에 모셔 둔 연극대본이 생각났다. 오후 2시쯤 숙소에 도착하면 1시간 쉬고 2시간 정도 연극대사를 외우거나 리딩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겠지 싶었는데...역시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0921-목요일

 

아이들이 그렇게 바라던, 집에 가는 날이 왔다. 평소엔 깨워야만 일어나던 아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깨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나무꾼도 슬슬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고 세수를 했다. 전날 배낭만 메고 숙소를 떠날 수 있도록 모두 정리해놔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8시도 되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장기를 하며 집에 가는 설레임을 나눴다. 나도 작은 탁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여유를 가졌다. 오늘 아침만 같으면 여행이 참 좋을 텐데 싶었다. 모두 모여 어제 하지 못한 부모님 편지를 읽었다. ‘왜 읽어요? 프라이버시 아니에요?’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여행에서는 늘 같이 읽고 나눴어.-라고 답해줬다. 6학년이 되니 싫은 게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로 부모님의 편지를 같이 읽고 듣다 보니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눈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했다. 편지를 읽다 보니 어느새 출발시간이 되어 우린 숙소를 나섰다. 미리 예약한 택시 3대에 나눠서 제주공항으로 갔다. 여행 첫날 헤맸던 발권과 위탁수하물도 쉽게 처리하고 남은 시간 여유를 즐겼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꺼내 출구로 나갔다. 위탁수하물을 찾고 리무진 버스 타기 전까지 각자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먹을 만한 곳이 푸드코트와 몇몇 식당 외에는 없어서 편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서수원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올라탔다. 잠에 빠져든 아이들도 있고 소곤소곤 수다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서수원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부모님들이 마중 나와 계셨다. 환한 얼굴로 아이들을 반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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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8 14:41
    나무꾼 선생님, 수산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 큰 탈 없이 성장여행을 마무리한 우리 아이들도 대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