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멍놀멍쉴멍 제주 여행 셋째날 -한라산에 오르다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6-12-18 21:27
조회
1356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  이른 새벽 깨어난다.  열시간 정도 산행을 예상하기 때문에 늦어도 8시 전에는 산행을 시작해야한다.

 



 

제주의 낯설고 복잡한 대중교통 이용은 아이들이 길잡이를 하기에 무리가 있다. 여행 내내 대중교통 타는 곳을 미리 알아보고 부지런히 다니며 애써주신 태백선생님. 버스를 탈 때는 앞에서 길잡이로 나서 주신다.  지리산 종주 내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가방도 옷차림도 무척 가볍다. 작은 가방을 메고 줄지어 걸어가는 아이들 모습이 낯설다. 이번제주 여행은 가급적 무거운 배낭은 숙소에 두고 보조가방을 메고 이동했다.

 



아이들에게 한라산 설명을 하며 들려준 이야기가 있었다. 매년 여름 겨울마다 제주 여행을 가며 꼭 보고싶었던 것이 물이 찬 오름이었는데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이번 겨울에 한라산 산행을 했는데 사라오름 설경이 정말 멋졌다. 거기서 만난 제주도민분께서 알려주시기를 눈이 쌓인 사라오름도 멋지지만 장마기간에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사라오름을 꼭 올라와봐야 한다고 하셨다. 사라오름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차면 바지를 걷고 발을 담근채 분화구 주위를 돌 때 기분이 끝내준다는 것이었다.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언젠가는 꼭 보리라 하고 기대하고 있다고 여러번 말했었다.

여행 전 주에 제주에 비가 많이 왔는데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라오름을 오르니!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걷는 길 까지 꽉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일부구간은 물이 차 있어서 바지를 걷어올리고 걸었다. 물이 무척 차가워서 발이 시릴 정도였다. 몇몇 아이들은 귀찮다며 신발을 신고 걷다가 신발이 젖기도 했다.  교사는 물찬 오름을 보며 신이나고 아이들은 오히려 진정하라고 하니.. '물찬 오름'은 여행 내내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사라오름 분화구에 물이 가득찬 풍경. 이러한 풍경은 정말 보기 어렵다고 몇번이나 말해주었다. 한라산을 올라와본 아이가 우리는 역시 운이 좋다고 거들어주었다.  백록담 분화구도 선명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보았고 물찬 오름도 보았으니 운이 좋은 아이들이다. 백록담을 기대해보자며 다시 산을 오른다.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던 것은. 바로 이순간이었겠지.  진달래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먹는 순간을 위해 한라산을 올라왔노라!  한라산을 바라보며 먹는 컵라면은 정말로 꿀맛이다!

 



지리산 종주 때부터 맛있기로 유명한 준영이네 김치와 찬밥이 기다리고 있다. 남은 라면 국물에 말아 먹으니.. 말이 필요 없는 맛이다.



 

라면을 먹고 나니 산행의 목적을 다한 아이들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백록담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를 보는 어른들께서 "너희 운이 좋네.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인데! "  운 좋은 우리는 맑은 백록담에 물이 많이 차 있는 풍경을 보고야 만다. 이리 운이 잘 따라주니 아이들은 이 풍경이 보기 어려운 풍경이라는 것을 진정 알까. 안타까운 내 마음을 역시나 한라산 산행을 해본 이모군이 거들어준다. "역시 우린 운이 좋아! 보기 어려운 풍경인데."

 



 

한라산 정상에 올라오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웃어도 웃는게 아닌 얼굴들. 얼굴에 차고 강한 바람이 부딪혀오니 다같이 사진 찍는 것도 겨우 모아서 찍었다.

다른 때는 사춘기라는 것을 많이 못느끼다가도 점점 사진찍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할 때 새삼 느낀다.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사진찍기를 참 싫어하더라. 그래도 남는건 사진이니... 막상 사진을 뽑고 나니 무척 좋아하는 모습은 어찌 설명해야할까..    셀카로 15명 모두 나오고 백록담도 나오게 찍어보려고 하니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태백선생님이 희생한 사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끝까지 힘을 내어.... 올해 지리산 종주, 한라산 산행까지 모두 해냈다. 박수를...!



하산 하는 길.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관음사 코스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길이 험하여 조심조심 내려가야한다.



 

예전 여행을 비추어 버스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음사에는 주말에만 버스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했다. 날은 어둡고. 버스는 없고.

태백 선생님은 백방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여행하다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하시던 머털도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몸은 너무 지쳐있고 추워지니 걱정이 앞선다. 한참 고민하다 머털도사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께서 상황을 들으시더니 한참 걸어가면 버스가 오는 도로가 나오는데 4,5키로를 걸어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 어둡고 하니 오시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에게 상황을 이야기 하고 머털도사 선생님께 오시라고 할까 하고 물었더니.. 예상밖으로 아이들은 "아니예요. 시간이 늦었는데 머털도사 선생님께 여기까지 오시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저녁시간인데 선생님이 여기까지 오시면 못쉬시잖아요. 우리가 버스 정류장 까지 걸어가요." 라는 의견을 냈다. 선생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아이들과 걸어가기로 했다고... "아이들이 저보다 낫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뒤에서는 태백선생님이 후레쉬로 불빛을 비추며 가는 길을 찾고 앞에서 내가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추고 모두 줄지어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누군가 힘들다고 투덜거리면 힘내서 가자고 하고, 교사의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여러모로 6학년 아이들의 대견한 면을 보았다. 어두운 길, 빛에 기대어 줄지어 걸어가던 우리들.  한참을 걸어 겨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사의 부족함으로 고생했던 밤.   불만을 얘기하기 보다는 기꺼이 함께 어려운 길을 택하고.  미안해 하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 더 힘내던 아이들.

잊지못할.. 여행의 감동이자 가슴에 깊이 스며든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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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11 21:44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멋져요.... 산도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