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학년여행 이야기 #2

작성자
아라솔
작성일
2022-10-11 21:33
조회
438
이틀 째

#아침풍경

어제 걷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의 표정이 참 밝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자리를 정리한다. 이불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이를 닦았다. 아침은 미역국, 점심은 베이컨 볶음밥이다.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같이 준비한다. 요리, 설거지, 뒷정리 짝으로 나눠 활동한다. 아직 서툴러도 알아서 척척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산림박물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한 어린이는 계곡에서 낚시할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제 요리하고 남은 된장을 잊지 않고 챙긴다.



#이동 - 내 발로 걷는 여행

다행히도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서 도착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다. 호수에서 놀다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간다. 버스에서 내려 시원한 광릉숲길을 1km 정도 걷는다. 계곡에서 낚시를 위해 약 2km를 걸어서 이동한다. 수목원에서 많이 걸어서 발이 아파도 계곡에는 꼭 가고 싶다고 한다. 가는 길에 놀이터가 있다. 정식 명칭은 국립수목원 어린이 정원-도깨비와 요정들의 숲 정원이다. 잘 조성된 놀이터를 만나니 다시 힘이 솟는다. 놀이터에서 재밌게 놀다 다시 계곡으로 향한다. 계곡에서 놀며 중간중간 버스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버스를 놓치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버스를 타고 환승 정류장에 내렸다. 버스 도착시간이 뜨지 않는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 넘고, 걸어가도 한 시간이면 된다. 이미 많이 걸어서 힘들지만, 걸어가고 싶다는 어린이도 있고, 꼭 버스를 타야 한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간식을 사 먹고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간다. 걷는 속도는 다르지만 결국은 함께 도착한다. 둘째 날은 총 18km를 걸었다.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나무보다 사진으로 본 동물 박제에 대한 기대가 제일 컸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매표소로 향한다. 아이들은 수목원 입구 문이 우주선처럼 신기하다며 좋아한다. 제일 먼저 어린이 정원에 들러 간식을 먹는다. 시작부터 계곡은 언제 가는지 묻는다. 지금은 국립수목원에 온전히 집중하자고 알려주어도 계곡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린이 정원에서 즐겁게 놀다 산림박물관으로 향한다. 야생화 전시가 한창이라 작은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스탬프 투어를 발견하고 스탬프를 찾아 우르르 달려간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목표를 하나 정하고 나면 목표 의식이 대단한 것 같다. 야생화 스탬프 투어 후 만나게 된 화분 만들기 체험! 큰 화분을 그냥 준다는 말에 또 우르르 달려간다. 아직 많이 걸어야 하기에 걱정이 됐지만, 일단은 지켜본다. 체험으로 받은 식물에 이름도 붙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피라미드처럼 생긴 온실을 거쳐 산림박물관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동물 박제, 불쌍하다고 하면서도 신기해한다. 넓은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식수를 보충한다. 무더운 날에는 식수가 항상 부족하다. 점심을 먹고 전나무 숲길을 걸을 계획이었지만, 계곡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무거운 화분을 들고 그토록 원하던 계곡으로 향한다. 약 2km를 더 걸어야 한다. 그래도 신이 난다!



#계곡이라기보다는 하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천에 도착! 분수도 나온다! 가까운 음식점의 계단으로 가고 싶지만, 다리를 건너서 있는 공용 계단으로 내려간다. 먼저 물고기를 잡고 있던 어르신께서 자리를 비켜주셨다. 고이 챙겨온 통발과 된장으로 낚시를 시작한다. 물고기를 잡아서 튀김을 만들어 먹을 거라 한다. 비상금으로 과자를 사 먹지 않고 튀김가루를 살 거라고 한다. 된장도 다 쓰고,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물고기는 전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발에 이름을 붙여서 여기저기 끌고 다니니 안 잡히는 게 당연한 것도 같다. 마침 다시 지나가던 물고기 잡는 어르신께 미끼를 좀 얻어서 다시 힘을 내본다. 결국 물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고 숙소로 갈 준비를 한다. 포천 물고기는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다. 물고기는 못 잡았어도 재밌었다고 한다. 화분을 잘 챙긴다.



#음식

아침은 참치 미역국, 점심은 베이컨 볶음밥, 저녁은 짜장 떡볶이다. 주로 자기가 좋아하거나 추천한 음식의 요리 당번이 된다. 나머지 짝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맡는다. 참치 미역국은 제법 간단하다. 미역을 불리고, 참치를 넣고 간을 잘 맞춰주면 된다. 베이컨 볶음밥은 제법 손이 많이 간다. 베이컨과 각종 채소를 잘게 썰어줘야 한다. 짜장 떡볶이는 더 어렵다. 이제 이틀 차라서 그런지 제법 듬직하다. 송우시장에서 사려고 했던 떡볶이 떡을 못 사서 할 수 없이 편의점에 있는 만두를 사서 넣었다. 한 냄비 가득 끓이니 보기에도 좋았다. 오늘 세 끼도 맛있게 잘 먹었다. 집밥이 더 맛있을 텐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한다. 집을 떠나서도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밤산책

여행의 묘미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 수 있는 것! 무섭기도 하지만 전원 찬성하여 호수로 밤 산책을 가기로 한다. 유일하게 물귀신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유일한 어른! 교사를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다. 교사가 달려가기라도 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교사의 양손 쟁탈전이 치열하다. 잡을 수 있는 곳은 다 잡아 본다. 물론, 하나도 무섭지 않은 척 애쓰는 어린이도 보인다. 호수에 비친 불빛이 아름답다. 낮에 둘러본 호수의 전경과는 다른 느낌이다. 근처 노래방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엄마와 아빠 목소리 같이 들린다. 자동차도 아빠 차와 비슷하게 생겼다. 신나게 놀았던 어제와는 오늘은 왠지 부모님이 생각난다. 오늘은 이틀밖에 안 됐으니 잘 견뎌본다. 그래도 집에 가면 부모님을 볼 수 있기에 참 고마운 일이다. 낮에 많이 걷고 밤에 또 걷을 수 있는 우리 어린이들의 체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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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2 18:40
    선생님 글과 같이 보니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요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