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달반 대부도 여행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2-10-07 02:58
조회
540
1학년 반짝반짝 달반 어린이들의 첫 여행

달반친구들

달반에는 수많은 친구 있지오.

송송송송송송송 퓨마모둠

우르르 보미 지호 서율 정우

꼬물꼬물 상어모둠 태오 해나 원준

달빛 모둠에는 팔딱 지균 민성 뛰어놀고

빠각빠각 서준 안나 노래 불러요.

달반에는 수많은 친구들 있죠.

뿅뾰뿅뾰 뿅뾰뿅뾰 달반 친구들

라랄라랄라랄라 라랄라랄라랄라

노래 불러요.

일학년 달반 어린이 열한명이 첫 학년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끼리 온전히 준비하고 경험하는 여행이다.

#모둠활동

일학기에는 주로 전체 활동을 많이 했다. 여행준비를 하며 세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준비를 했다. 모둠을 이끄는 이끄미, 길을 찾고 친구들의 안전을 살피는 길잡이, 먹거리를 살피고 요리 할 때 이끌어줄 요리사, 모둠 친구들이 서로 평화롭고 공평하게 지내는지 살피는 수호천사 역할이 있다. 모둠끼리 모여서 서로 의논하고 역할을 정했다. 모둠이름과 구호도 정했다. 내 의견을 말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묻고 서로 생각이 다를 경우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를 방향을 잡아주니 어린이들끼리도 의견을 잘 모으고 결정을 했다. 모둠활동은 활기찼고 다툼보다는 함께 즐겁게 하는 분위기로 여행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 손으로 준비하는 여행

여행 준비를 하는 기간이 짧아 거의 매일 여행 준비와 계획으로 시간을 보냈다. 식단을 가장 먼저 정했다. 삼겹살, 오코노미야끼 같이 특별 메뉴도 나왔다. 우리가 학교에서 소박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밥을 먹는 흐름을 이어가는 식단을 바탕으로 선택하기로 한다. 여행지까지 식재료를 배낭에 넣고 가야 하니 무게도 고려하고 달걀같이 잘 깨지거나 금방 상하는 재료는 더욱 고민이 된다. 고기와 가공식품,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매운맛이 여러 번 들어가지는 않는지, 알레르기나 먹기 힘든 음식이 있는 친구는 없는지.. 두루 살피며 식단을 결정했다. 필요한 식재료를 알아보고 무게와 가격, 부피에 따라 고루 나누었다.

수시간과 연결하여 시계 공부를 하며 여행 흐름을 살폈다. 갯벌은 무엇인지, 갯벌에는 어떤 생물이 사는지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했다. 갯벌은 언제 가는지,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관심이 뜨겁다.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며 여행을 기대하게 되니 좋다. 기대하는 마음은 집을 떠나는 두려움을 이기게 한다. 함께 해서 재미있는 일, 여행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늘려간다.

여행지 지도를 보며 대부도는 어떤 곳인지 여행지 공부를 했다. 대중교통으로 가야하니 교통편 공부도 해야 한다. 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지하철도 탄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 안산역에서 300번 2층 버스를 타고 방아머리 제1선착장 까지 가는 게 가장 기대 되었는데 아쉽게도 이 버스는 주말에만 운행을 한다고 했다. 몸보다 크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야 하니 교통편 환승이 적을수록 부담이 덜하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세 번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니 안전이 중요하다. 안전 약속도 중요하게 다루었다. 마지막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길, 방아머리 해변,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셋째 날 대부해솔길 코스는 어떻게 되는지, 어린이들은 지도를 보는 일에 흥미가 높다. 우리의 동선에 따라 색연필로 표시도 해보고 꼭 가야 하는 곳에 동그라미도 친다. 내가 가는 길을 아는 것, 발로 걷는 여행의 시작이다.

갯벌에서는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많이 걷는 날 옷차림은, 날씨에 따라서는? 쓰임에 따라 입을거리, 먹을거리, 씻을거리, 쓸거리를 챙겨본다. 가정에서 짐 챙기는 연습을 해오기로 했다. 여행 배낭 점검하는 날에는 동그랗게 앉아 배낭에 있는 짐을 모두 빼서 하나씩 점검하고 직접 챙겨 넣었다. 이름이 안 써진 건 이름을 쓰고 빠진 것, 더한 것을 점검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안전교육과 여행 약속, 빠진 일들을 점검해본다. 모둠별 뽐내기 대회도 틈틈이 준비했다. 여덟살 아이들이 부모님과 헤어져 3일 밤을 바깥에서 지낸다. 여행 전날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을까

 



##여행 첫날

도시락과 식재료까지 챙겨오니 배낭은 더욱 무겁다. 학교에 와서는 색연필과 필기도구, 호미 까지 챙긴다. 꽉 차있는 배낭에 자리를 어떻게든 마련해서 준비물을 모두 챙기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꽉찬 배낭은 아이들에게는 꽤 버거운 짐이다. 지게를 지듯이 배낭을 맨다. 으라차차 소리가 절로 난다. 배낭을 메고 내리는 일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끝까지 자기 힘으로 해보려고 애쓰는 어린이도 있다. 배낭을 겨우 매고 출발을 한다.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면 배낭을 내려 놓는다. 내릴 때는 배낭을 다시 메야 한다. 지하철을 타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화장실을 가려니 또 배낭을 내려야 한다. 배낭을 메고 내리는 자기만의 방법을 조금씩 찾아간다. 완전히 드러누워 메기도 하고 친구와 서로 도와주기도 한다. 교사도 조금씩 손을 넣는 일을 줄이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본다. 도움을 요청하는 횟수가 줄었다. 뒤에서 보면 몸집이 작은 어린이는 배낭과 다리 밖에 안 보인다. 어린이들이 걷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작은 아이들이 애쓴다. 대견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숙소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교통카드를 잘 챙겨 넣고, 식재료부터 모았다. 요리사들이 모여 냉장고에 넣을 식재료와 실온에 보관해도 되는 식재료를 분류하여 정리했다. 그리고 보조가방에 도시락, 물통, 손수건, 수건, 비닐, 색연필, 필기도구, 여행수첩, 모자를 챙겨 나선다.

숙소 바로 뒤에는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 파크가 있다. 넓은 습지 공원이어서 뛰어놀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다. 날씨는 정말 여행하기에 딱 좋다. 가을 답게 하늘도 반짝반짝, 빛깔이 고운 날이다. 푸른 하늘, 온통 초록빛깔 나무와 수풀, 연두색 학교티를 입은 어린이들이 참 잘 어울려 빛이 난다. 도시락도 먹고 맛있는 건 서로 나누거나 교환해서 먹는다. 공원 여기저기를 다니며 놀이를 만들고 신나게 논다.

메타세과이어 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을 다같이 달려본다. 지난 학교밖학교 때 일월공원에서 작은 마라톤을 했던 일을 어린이들이 자주 말한다. 뛰기 좋은 곳을 보면 그때처럼 또 마라톤해요! 라고 제안을 한다. 메타세콰이어 나무 길목에서 “여기서부터 달려볼까요?” 라고 말하니 신나게 “좋아요!” 라고 답한다. 한줄로 쭉 서서 달릴 준비를 한다. 준비! 하나! 둘! 셋! 출발! 등 뒤에 보조 가방이 출렁출렁, 그때만큼 몸이 가볍지가 않다. 뛰다가 걷다가 달아선생님보다 더 빨리 달려야지 하고 또 뛰고. 길 끝에 도착하니 힘이 들어 어디든 앉을 곳을 찾아본다.



방아머리 해변까지 가까운 길보다 돌아가는 길로 나섰다. 조금씩 힘이 드는지 “언제 도착해요?” 라는 질문이 잦다. 걷다보니 길가에 포도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길 한쪽에 포도가 가득 버려져 있어서 어린이들이 그걸 보며 떠나질 못하고 입맛을 다신다. 뽐내기 대회 상품으로 포도를 할까요 하고 던져보니 “네! 대부도의 보물이잖아요!” 하고 큰 목소리로 답한다. 걷다가 힘들어질 때즈음에 교사가 챙겨간 사탕이나 00쮸 같은 달달구리를 나누어 주면 입안에 넣고 힘을 내어 본다. 달달구리 간식은 교사의 필수품이다. 언제 나누어주면 좋을까 때를 보며. 아꼈다가 어린이들에게 주며 힘을 자고 격려한다.



방아머리 해변에 도착하니 힘들던 모습은 어디가고 다시 새몸과 마음으로 힘이 넘친다. 썰물때라 넓은 갯벌이 어린이들에게 어서 오라고 하나보다. 몸과 마음이 드릉드릉 간질간질하는게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첫날부터 갯벌에서 놀 계획은 없었다. 연두색 학교티를 입고 있고 갯벌에 어린이들이 가면 뒷감당이 얼마나 힘들지 머릿속에 이미 그림이 그려진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얼마나 달려가고 싶은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선생님, 갯벌에 가봐도 돼요?”

“젖은 곳에는 가지 말고 모래가 있는 곳에서 종아리까지만! 옷이 더러워지면 안돼요!”

신신당부를 하고 아이들을 보낸다. “우와!!!!” 하고 달려갈 때부터 심장이 덜컹했다. 아... 내가 잘못했다...

“얘들아! 게 있어!”

“어디?”

“얘들아! 조개 있어!”

“어디?”



보고 있자니 아이들의 다리에 갯벌 흙이 조금씩 묻는 게 보인다. 어린이들의 관심은 온통 갯벌에 있는 생물들에게 가 있다. 큰 목소리로 어린이들에게 약속을 한번 더 당부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다.

조절하여 발만 살짝 담근 두 어린이를 제외 하고 돌아갈 때가 되니 많은 어린이들이 손, 다리, 옷에 갯벌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갯벌에서 달리다 넘어진 어린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화가 올라오다가... 그냥 내려놓게 된다. “그래.. 얘들아.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즐겁게 보내자! 하하하!” 손발을 씻기 전에 마른 모래에 손발을 묻고 비비며 진흙을 모래에 씻는다. 그리고 또 신나게 해변을 맨발로 달려본다. 씻는 곳에서 손발을 씻고 모래도 털어본다. 최대한 모래를 털고 숙소로 돌아가도 씻고 빨래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 입은 옷은 마지막 날 또 입어야 하는데... 어린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해변으로 갔으니.. 이것은 교사의 잘못이다 라는 생각으로 어린이들이 어느정도 빨래한 옷을 모아 다시 빨고 흙물을 뺐다.

그렇게 뒷일이 많아지다 보니 저녁이 늦어졌다. 떡을 불리고 소세지를 썰고 꼬치에 끼는 일을 어린이들이 한다. 후라이팬에 꼬치를 구워야 하는데 아무래도 높이가 맞지 않아서 불 쓰는 일은 주로 교사가 한다. 어린이들을 간간히 불러 돌아가며 굽거나 저어보는 일도 해 본다. 첫날부터 많이 걷고 신나게 놀아서 소떡소떡이 무척 맛있다. 잠옷을 입고 모여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방과 짐도 정리하고 하루 닫기를 한다. 일기를 쓰고 그림도 그린다.

여자아이들 방은 비교적 잠이 잘 들었고 남자아이들 방에는 엄마 보고 싶다고 깨서 울다가 잠드는 어린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둘째날 갯벌에서 신나게!

물때를 미리 알아두었다. 오전이 물때라 갯벌에서 놀기에 딱 좋았다. 도시락, 망태기, 호미, 물통, 여행수첩, 색연필, 비닐, 갯벌 복장을 챙겨 입고 해변으로 나섰다. 오늘은 신나게 마음껏 갯벌에서 놀아도 되는 날이다. 앞구르기 해도 되고 뒷구르기 해도 되고 드러 누워도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고 뻘물이 들어도 된다고 말하니 어린이들이 더 드릉드릉 신남이 발동된다.

해변 입구 계단 쪽에 보조가방을 정리해두고 갯벌에 갈 장비를 챙긴다. 모두 준비완료! 달려갈 준비도 완료! “하나! 둘! 셋! 출발!” 하고 외치니 어린이들이 신나게 달려간다. 갯벌 넘어 바닷물이 있는 곳에서 수영부터 하는 어린이들, 목이 빠져라 갯벌 생물들을 찾는 어린이들... 모습도 다양하다.

아쉽게도 내일 조개 미역국에 넣을 조개를 하나도 잡지를 못했다. 그래도 소라게, 여러게, 짱뚱어 망둥어도 봤다고 한다. 무엇이든 그저 신나고 즐겁다.



바람이 부니 젖은 몸이 추워진다. 추운 어린이들은 마른 모래 해변으로 불렀다. 달아 찜질가게를 열었다. 어린이들이 누울 수 있도록 모래를 파고 배게도 만들어서 아늑한 서비스를 준비한다. “인어 꼬리 만들어주세요.” 라고 손님이 주문을 하니 모래를 덥고 인어 꼬리도 정성껏 만든다. 손님이 늘어나니 손이 바빠진다. 모래바닥에 모래 배게를 베고 누우니 뜨뜻하고 노곤하고 편안하다. 여기저기 모래에 어린이 인어들이 많아진다. 어떤 어린이는 조개껍질을 주워서 돌위에 올려놓고 가게를 차린다. 또 두 어린이는 해변가에 쓰레기를 열심히 주워서 친구들도 쓰레기 줍기에 즐겁게 동참한다. 자연스럽게 해변 쓰레기 줍기를 한다. 이 모든 게 어린이들의 선하고 열린 마음으로 일어나는 놀이이다.

몸을 녹이며 점심 도시락을 먹으니 아직도 반나절이 남았다. 오후에 또 갯벌에서 놀기에는 춥기도 하고 힘들겠다 싶어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탄도항으로 가기로 한다. 도시락 설거지, 갯벌에서 입은 옷 빨래, 샤워까지 빠르게 마쳤다. 교통카드를 목에 걸고 여행수첩을 챙겨 탄도항으로 출발했다. 버스를 타니 피곤한지 완전히 뻗어 잠든 어린이들이 있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본다. 갯벌에 관련된 전시가 다양하게 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전시를 보았다. 갯벌 생물도 유심히 보니 콩게와 농게, 꽃게를 구분 할 수 있게 되었다. 돌아가서 생활미술시간에 흙으로 만든 갯벌 생물도 여행수첩에 그려보았다.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고 모둠끼리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그림을 그렸다.

탄도항 풍력발전소가 이어진 길을 달려본다. 길 사이로 넓게 뻗은 갯벌로 달려가고 싶어하지만 그것만은 적극적으로 말렸다. 안된다... 더 이상은... 어린이들..... 또 빨래를 할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해. 갯벌은 바라만 보기!를 딱 약속으로 정하고 돌 위에 올라가서 게를 구경하는 정도까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는 시간이 많지가 않아 서둘러야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바쁘게 걸어 겨우 버스시간에 맞추어 탔다. 돌아가는 길에는 더욱 피곤한지 정말 신기한 자세로 자는 어린이들이 늘었다. 몸이 유연해서 인지 어찌 저렇게 잘까 싶을 만큼 유연한 모습으로 잠이 들었다. 내릴 곳을 놓치면 안되니 교사는 잠이 들지 않으려고 애쓴다. 두 정거장 전에 잠든 어린이들을 겨우 깨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 고땡땡 어린이는 첫날 수저통을 잃어버렸었다. 그런데 웬걸! 둘째날 탄도항에서 돌아와서 걸어가는 길에 첫날 탔던 버스 기사님이 지나가다가 갑자기 태백선생님을 불렀다고 한다. 그러고는 수저통을 주고 다시 떠나셨다고 한다. 이렇게 고땡땡 어린이의 수저통이 돌아왔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에서 돌아가는 길에 이땡땡 어린이의 잠바가 보이지 않아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찾았는데 박물관에 앉아서 영상을 관람하는 의자 밑에 이땡땡 어린이의 잠바가 아닌 고땡땡 어린이의 모자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모자를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고땡땡 어린이는 이렇게 모자를 다시 찾았다.

고땡땡 어린이에게 진짜 이것도 복이다! 하며 돌아온 수저통과 모자를 돌려주며 웃었던 일이 있다.

*여행 셋째날

대부해솔길 쓰레기 줍깅, 유리보석 줍깅, 이만보 걷깅



셋째날은 많이 걷는 날이다. 가방을 잘 챙기고 대부도관광안내센터에 먼저 들렀다. 인사를 하고 대부해솔길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 설명을 들었다. 해변과 근처 솔숲길에 쓰레기를 주워 다시 가지고 오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금방 돌아오지는 못하고 해솔길을 모두 걷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 담당 선생님께서 어린이들이 모두 걷는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하신다. 쓰레기를 담을 비닐과 비닐장갑을 받아들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해변부터 어린이들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담배꽁초, 비닐, 플라스틱 작은 쓰레기도 놓치지 않고 발견하면 바로 비닐에 넣었다. 해변가에는 고양이들이 많다. 쓰레기를 줍다보니 걷는 시간보다 멈추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람 손길이 잘 안닿는 해변가 쪽으로 가서 쓰레기를 줍기로 한다. 한적한 갯벌쪽에는 유리 보석이 많았다. 깨진 유리인데 물살과 시간이 더해져 동글동글 보석같이 예쁘게 다듬어진 유리를 어린이들은 유리보석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쓰레기가 어느정도 차니 유리보석과 조개, 심지어는 마른 게껍데기 까지줍기에 바빴다. 유리보석이 많아지니 가방이 너무 무거워진다. 진짜 에쁘고 소중한 보석 몇 개를 신중하게 골랐다고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니 자기 손에 가득한 유리보석중에 몇가지만 고르는 어린이도 있고, 모두가 소중하다고 한가득 가방에 챙겨 넣는 어린이도 있다. 어찌되었든 쓰레기를 모은 비닐도 가방에, 자기가 모은 유리보석이나 조개도 가방에 넣으니 보조가방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길을 계속 걸었다. 오늘 구봉도까지 도착하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전날부터 말했었다. 어린이들에게 오늘 힘을 내는 동기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쓰레기를 모두 줍고 받을 선물! 개미허리 해변을 어떻게 생겼는지!



어린이들이 다 걸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가는 길에 돌절벽같은 길이 있는 곳에서는 과연 계속 가도 좋을까 하는 고민이 되었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고 뾰족한 돌 사이를 조심히 가야 하는 길이었다. 칠보산 피바위도 가고 걷는 연습을 많이 해왔으니 가능하다는 믿음이 갔다. 지나가던 어른들도 조심조심 걸으며 어린이들을 걱정했다. 달반 아이들은 “가볼래요!” 라고 힘있게 외치며 한명씩 위험한 구간을 지나갔다. 어떤 어린이는 교사의 도움을 받고 어떤 어린이는 강하게 자기 힘으로 갈거라고 했다. 스스로 할 때와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는 거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또 아이의 도전을 곁에서 살피며 기다리기도 했다. 다행이 한명도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위험한 구간을 해냈다. “여러분이 해낼 줄 알았지요.” 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다른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을 수 있겠다. 어린이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대중교통을 타고 길을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어떤 길은 어린이들이 지나가기에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겠다. 당연히 어린이들의 안전이 가장 먼저이고 바탕에 둔다. 어린이들과 생활하고 한단계한단계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가다보니 이정도는 어린이들이 해낼 수 있겠다라는 믿음이 생긴다. 친구보다 먼저 가려고 하거나 줄 서며 다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꾸짖기도 하고... 그래도 셋째날 이 먼 길을 힘들다는 말도 많이 안 하고 작은 두 발로 끝까지 해낸 어린이들이 참 고맙고 감동이기도 했다. 구봉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을 찾았다. 바다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버스를 타는 곳까지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대부도 관광안내센터에서 출발한 것이 10시 30분 이었는데 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이날은 걸은 걸음이 2만보가 넘었다.

저녁을 먹고 뽐내기 대회를 하고 여행 닫기를 하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그런데 어린이들과 밤 산책을 여행 전부터 약속한 터라 약속을 안지킬 수가 없었다. 밤 열한시. 잠바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린이들에게 열두시의 비밀을 알려주었더니 갑자기 신나던 기분이 으스스해지나 보다. “그런 얘기는 허풍이야! 그치?” 하고 큰소리로 친구에게 이야기 하던 아이가 해변을 걷고 해변에 앉아 달아의 전설을 이야기 하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허풍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치?” 하고 마음을 바꾸어 말한다. 밤산책을 그렇게나 가자고 하던 어린이는 “선생님! 이제 돌아가요!” 하고 외친다. 친구들끼리 대롱대롱 붙어서 달반어린이 노래를 부르며 으스스함을 달래어 본다. 해변에서 구봉도 바위에 관련된 달아전설을 들을 때는 올해 들어 가장 집중을 잘하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여행 마지막날 늦게 잘거라고 큰소리 치던 어린이들은. 열두시의 비밀을 알기 전에, 그리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들었다. 부모님 편지도 못읽고....



 

여행 넷째날

어린이도 교사도 성장하는 여행

여행 넷째날은 신난다. 드디어 집에 간다. 첫날 밤에는 즐겁게 보내보자고 다독이고 둘째날에는 여행의 반이 갔어! 하고 다독이고 셋째날에는 하루만 더 자면 돼! 하고 다독이고! 이젠 다독이지 않아도 진짜 집에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다.



대청소까지 모두 끝내고 가방을 밖으로 챙겨들고 자리에 모여 부모님 편지를 읽었다. 밤이 아니어서 그런지 우는 어린이는 적었다. 그래도 역시나 부모님 편지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교사들이 편지를 읽어줄 때 좋은 듯, 부끄러운 듯, 그리운 듯 여러 표정이 얼굴에 담기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찡했다. 부모님의 사랑 가득한 편지를 6년동안 받아본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유연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부모님 품에, 따뜻한 우리집에 돌아가기 까지 3박4일동안 크게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고 씩씩하게 여행을 다녀온 달반 어린이들이 참 고맙다. 방을 챙기고 빠진 물건이 없는지 살피고, 그래도 이름 없고 주인 못찾는 양말이 돌아다닌다. 여행 내내 “선생님! 00가 없어졌어요! 제 00 어디있어요?”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들은 듯 하다. 어린이가 물건이 없다고 하면 가방을 한번 보면 교사가 금방 찾아낸다. 어린이는 신기하다는 듯 입을 벌리고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제발 한번만 더 찾아보자! 한번 만 더 자기 힘으로 해보자! 먼저 해보고 정말 안 될 때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자! 라고 여행 동안 참 많이 말했는데 잘 안되기도 한 일이었다. 교사의 마음이 좁아질 때는 반복되는 이 말들이 참 힘들기도 했다. 3박4일 내내 열한명의 어린이들이 틈틈이 선생님을 찾으니 마음의 오르내림이 몇 번씩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또 마음 좁아진 나를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그렇게 교사도 같이 성장하고 반성하고 마음을 키우고 같이 힘들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행 사진과 영상은 아래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vJ_zGja4o

 
전체 1

  • 2022-10-14 22:40
    여행 이후 지균이가 자꾸 소떡소떡을 찾았는데, 답은 대부도 여행에 있었네요^^
    손 보탤 데 많은 1학년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진과 영상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