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학년여행 이야기 #1

작성자
아라솔
작성일
2022-10-05 08:50
조회
408
말과글 수업과 연계하여 여행지를 선정하였다. ‘광릉숲의 요정’이라는 책을 읽고 광릉숲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경기 북부 광릉숲을 마음껏 거닐며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목표다. 재밌게 놀기, 자립 생활, 친구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내 손으로 준비하고 내 발로 걷는 것은 기본!

#2층버스

“와~ 2층버스다!”

2층 버스를 처음 타본 아이들은 구름에 올라탄 듯 정말 신난다. 버스의 2층, 그것도 제일 앞자리에 앉으니 더 신난다. 교사는 전방 충돌 가능성, 전복 시 충격, 하차 시 안전 문제 등 신경이 쓰이는 게 많다. 걱정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없기에 지금은 아이들이 작은 행복에 집중하기로 한다.

“와~ 이번에는 전기 2층 버스다!”

2층 버스를 타 본 아이들은 있어도 전기 2층 버스는 처음인 아이도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안내원 놀이를 시작한다. 버스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안전 수칙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버스가 출발합니다. 모두 안전띠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차 안에서는 조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버스를 타기 전 작은 손에 껌을 하나씩 쥐어 주니, 편안하게 포천까지 고착했다. 이제는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여기는 이상하게도 버스 도착 정보가 없다. 점심도 먹어야 하기에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쉽게 수긍하는 걸 보니, 학교밖학교 수업을 통해 체력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걷기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가도 한 시간 이상 걸리고, 걸어가도 한 시간이면 된다. 걸어가면 차비도 아끼고 건강도 좋아지니 일석이조다. 가는 길에 간식도 사 먹기로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5km의 도보 여정을 시작한다. 내 손으로 준비하고 내 발로 걷는 여행의 시작! 도로변 걷기는 예상보다 덥고 힘들었다. 가는 내내 버스 도착시간을 검색하며 걸었다. 주변 정류장에 버스 도착 정보가 있어 재빨리 이동해서 기다린다. 이게 웬일? 버스 기사님이 손을 흔들며 그냥 지나가신다. 이제 그동안 꾹꾹 눌렀던 아이들의 힘든 마음이 탄성으로 터져 나온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 힘이 되어 주자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고가차로 밑 그늘이 시원하다. 경사로에서 미끄럼을 타면 정말 재밌다. 간혹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헐어 구멍이 나기도 한다. 큰일 났다며 엄마에게 혼난다고 말하는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숙소

“우와~”, “우와~~”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넓은 숙소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넓은 욕조를 보니 물놀이를 하고 싶었는지, 씻고 싶다고 한다. 욕실은 안전사고가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전 수칙을 잘 지키도록 약속을 하고 다함께 씻기로 했다. 생각보다 물이 빨리 차지 않아 저수지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지하수를 이용해서 수압이 낮다고 한다. 기다림이 클수록 행복도 커지는 법! 부푼 마음으로 숙소를 나선다.



#고모저수지

숙소 앞의 작은 산을 한 바퀴 돌고, 고모저수지로 향한다. 뒷문이 있어 편하게 드나들 수 있지만, 잠겨 있어서 주인아주머니께 써도 되는지 알아본다. 알아보기도 전에 잠긴 문 아래로 들락날락하는 어린이가 있다. 제일 처음 아이들 눈에 들어온 것은 느린 우체통이다. 예쁜 엽서를 보니 부모님이 생각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엽서를 쓰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열심히 엽서를 쓰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물고기 조형물을 지나니 소리를 전달하는 나팔 다리가 보인다. 나팔에 대고 말을 하니 평소 언어습관이 그대로 나온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약 4.8km로 힘들게 걸었는데, 고모저수지 한 바퀴는 3.5km는 즐겁게 걸었다. 무거운 가방과 도로변의 삭막한 거리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반대로 아름다운 자연은 아이들에게 힘을 준다.



#씻기

숙소에 도착하니 욕조에는 물이 가득하다. 다행히 넘치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안전 수칙을 되새기며 한 명씩 욕실로 입장한다. 욕실에서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들리지만 한 번씩 선생님을 찾는 소리도 들린다. 기발한 장난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어린이도 있다. 깨끗이 씻고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

여행 첫 끼는 된장찌개다. 자기 집 된장이 제일 맛있다며, 한 어린이가 된장을 싸 왔다. 다시팩은 알려주지 않았는데, 잘 가져왔다. 된장이 맛이 없으면 된장을 싸 온 아이가 풀이 죽을까 싶어 재료를 더 준비했다. 저녁은 아이들 스스로 준비한다. 칼질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무서웠지만, 잘리는 감각이 좋은 것 같다. “싹둑, 싹둑” 입으로 소리를 내며 즐겁게 양파를 자르기 시작한다. 다른 친구들도 하고 싶지만, 당번을 정했기에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우려와는 다르게 먹어본 된장찌개 중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루닫기, 취침

뒷정리 후 스스로 일기를 쓰는 어린이가 있다. 다른 어린이들도 하나둘씩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즐겁고 좋은 일도 많았지만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는 손을 흔들며 떠나버린 버스 이야기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아이들 마음에 강하게 남는 것 같다. 나쁜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도 즐거운 일들도 함께 떠올려 보라고 알려준다. 아이들이 불행보다 행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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