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학년여행 이야기#3

작성자
아라솔
작성일
2022-10-15 19:58
조회
503
#아침풍경

오늘은 아이들이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도 깨어 있는 어린이가 없다. 기상 시간을 알리자 하자 하나, 둘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표정을 보니 여기가 어딘가 싶다. 많이 피곤해도 이불 개기와 이 닦기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자기 물건도 가방 안에 넣거나 주변에 놓아둔다. 물건이 없어졌다고 찾아 달라고 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이번 여행이 너무 편안해 걱정이 들기도 한다. 괜한 걱정은 접어두고 오늘도 큰일 없이 잘 다녀오리라 마음먹는다. 어제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대중교통 이용에 중점을 두고 싶다.



#이동

숙소에서 떠날 때는 버스 시간이 맞춰 나가면 된다. 몇 분 정도 항상 늦게 오기에 버스를 놓칠 일은 없다. 오늘도 버스를 세 번 타야 하지만 밝은 마음으로 한다. 바로 천문과학관이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번째 버스는 배차 시간이 짧은 편이다. 세 번째 버스는 배차 간격이 두 시간, 걸어서 가면 30분이다. 배차 정보가 뜨지 않아, 아이들에게 걸어가자고 하니 “이 정도쯤이야!”하며 흔쾌히 수락한다. 아트밸리에 다 와 갈 때쯤 버스가 지나갔다. 첫날처럼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만한데, 오늘은 그런 아이들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갈 때, 올라 올 때 봤던 차를 탔다. 버스 기사님이 친절하셔서 아이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왔다. 아이들도 버스를 탈 때 인사를 잘해서 기사님들이 환하게 맞아 주신다. 두 번째 버스까지 잘 탔지만, 마지막 버스가 문제였다. 시장에서 어묵을 먹고, 마트에 들러 뽐내기 선물과 간식을 샀다. 물건을 사는 중에도 배차 시간을 계속 살폈지만, 버스를 눈앞에서 놓쳐버렸다. 두 시간을 기다릴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회의했다. 결론은 택시! 마음껏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어서 고맙고, 저렴하게 먼 곳에도 갈 수 있는 버스도 고마웠지만, 오늘은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택시가 특히 고마운 하루였다. 오늘도 험난한 하루를 잘 버틴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하루였다. 저녁 시간에 더 험난한 활동인 부모님 편지를 읽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포천아트밸리

아트밸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모노레일이다. 아쉽게도 보수 중이라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아이들이 관심을 가진 곳은 천문과학관이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한다. 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오늘 점심은 베이컨 볶음밥이다. 역시 오늘도 맛있게 잘 먹는다. 점심을 먹고 천주호에 잠깐 들렀다 천문과학관으로 가기로 한다.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다. 선생님은 왜 사진을 안 찍냐며 교사도 잊지 않고 잘 챙겨준다. 호기심 가득한 우리 2학년 어린이들은 과학관을 참 좋아한다. 미지의 우주는 아이들에게 신비롭기도 하고 호기심과 영감을 주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 4d 영상 관람과 천체망원경 체험이 있었는데, 망원경 체험을 주말에만 한다고 해서 영상관람만 했다.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교사에게는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천문과학관 앞 가판대에서 간식을 사 먹었는데, 선물이라며 과자 하나씩을 더 주셨다. 버스 타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딜 가나 예쁨을 받아 참 고마운 하루였다.



#뽐내기 대회

뽐내기 대회는 우리 학교 여행의 꽃이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열심히 준비했다. 퀴즈를 준비 한다 해서, 기본으로 동요 하나씩은 하라고 주문을 했다. 여행 준비 시간에 동요를 연습했고, 추가로 한 가지씩 더 준비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준비한 동요를 열심히 불렀다. 끝.

 

#부모님 편지 읽기

저녁 시간이 되니 갑자기 배가 아픈 아이가 생겼다. 평소 먹고 싶어도 못 먹던 라면을 안 먹어도 된다고 한다. 부모님 편지를 읽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동한 것이라 지레 짐작되었다. 숙소에 오기 전 간식을 먹었던 것도 있었다. 성인 한 명과 어린이 6명이 라면 네 개로 충분했다. 라면스프를 세 개만 넣으라 했는데, 네 개를 다 넣어서 너무 짜다는 아이도 있었다. 라면 스프를 넣은 아이는 뜯은 김에 다 넣었다고 했다. 일단, 배가 아픈 아이는 백초를 하나 먹이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했다. 뒷정리를 다 하고, 부모님의 편지를 읽을 시간. 배가 아프다고 했던 어린이가 제일 먼저 편지를 꺼내 들었다.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집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스스로 생활하고 많은 것을 배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부모님의 사랑을 새삼스레 느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씩씩한 척하려 울지 않은 아이들도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부모님 편지는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내일이면 우리 어린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섯 어린이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힘든 여행을 잘 견디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준 아이들, 여행지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교사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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