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체여행 - 묵호는 정말이지 좋았다(천원으로도 부자되는 중앙시장)

작성자
dala
작성일
2016-06-27 02:43
조회
1487
 

"선생님 우리 기차 타고 묵호로 가보는 건 어때요?"

아침 산책을 다녀온 가야 선생님이 제안을 했다. 어린이 왕복 2600원이면 기차를 타고 다른 곳을 가볼 수 있다고 했다. 비가 와서  물놀이는 할수가 없었는데 좋은 제안이었다. 바쁘게 바쁘게 준비하고 뛰어서 정동진에서 기차를 탔다. 여행중에 기차를 타니 또 새롭다. 여행 속 여행이다. 기차 칸에는 우리 밖에 없으니 의자를 돌려 신나게 놀수도 있고 바다가 잘 보이는 칸에 주루룩 앉을 수도 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비가 살포시 내리고 동해바다가 보이고 기차를 타고 있다. 왠지 낭만적이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참 더 가고 싶지만 20여분 지나니 묵호에 도착했다고 한다.

급하게 나오느라 우산과 우비를 챙기지 못했다. 비를 맞으면서 걷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야선생님과 머리를 짜본다. 장판집에서 비닐을 끊어다가 잘라서 쓰고 다닐까, 지나가다 박스를 주워볼까.. 하다가  결국 우비를 사기로 했다. 근처 생활용품 할인점에서 노란 우비를 여러개 샀다. 노란우비를 입고 줄지어 길을 걸을 아이들을 상상만 해도 귀엽겠다 싶었다. 우비를 입혀보니 저학년들을 포함해 키가 아직 땅과 가까운 아이들은 밑으로 끌리고 팔도 한참 안에 있다. 팔도 돌돌 말아 걷고 밑단도 묶어서 사이즈를 줄여본다.

일찍도착해서인지 시장은 아직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대략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간식을 무엇을 살까 미리 살피면서 가보기로 했다. 4천원대 보리밥부페, 3천원대 국수집, 호떡집, 할머니께서 사탕 과자 등을 파시는 가게.. 우리가 가진 비상금으로 밥도 먹고 간식도 사먹을 수 있겠다 싶다.  지나가다 보니 천원짜리 잔치국수 집도 있다.  대박을 외치는 아이들 머릿 속에는 점심과 간식이 둥둥 떠올라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서로 다투고 있을 터였다.

우비소년소녀들은 시장을 지나 묵호항에 도착했다. 금방 잡은 여러가지 생선들의 값을 매기고 있었다. 생생한 어촌의 현장이다. 어떤 생선들을 판매하는지 구경하고 손질하는 것도 구경한다. 고기잡이 배들이 정박해 있고 출항하는 배들도 있고 항구다운 모습이다. 근처에는 수산물 시장이 있는데 해산물을 유난히 좋아하기에 내내 침만 삼켜야 했다.

수산물 직판장 건물 5층에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다. 360도로 넓은 유리창이 있어 빙그르 돌며 묵호항을 내려다 볼수 있었다. 바다의 수평선을 따라 이어진 항구, 배들, 수산물 시장을 지나 집들이 빼곡한 산동네까지 걷다보면 창밖 풍경이 바뀐다. 작지만 참 운치있고 다양한 풍경이다. 한참 걸었으니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이제 드디어 머릿속에 그려둔 메뉴와 후식을 현실로 실행해야 할 때이다. 왠지 모르게 비장한 걸음으로 시장을 향한다. 우선 점심 메뉴로 두모둠으로 나뉘어 졌다. 짜장면 모둠과 천원짜리 잔치 국수 모둠이다. 천원짜리 잔치 국수를 선택한 아이들은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간식을 다양하게 많이 사고 싶은 마음일게다. 내 머릿속에는 회국수,  회, 해산물요리, 맵고 해산물 많은 음식들이 둥둥 떠다녔지만 입맛을 다시며 천원짜리 잔치 국수집으로 향했다. 작은 가게에 아이들이 붙어 앉으니 꽉 차버린다. 그래도 한그릇 다 못먹겠다고 소현이와 서하는 나누어 먹겠단다. 준영이는 "곱배기는 안돼요?" 라고 물으니 아주머니께서  "하나만 먹어도 충분해" 라고 하셨는데 초등학생이니 설마 하는 생각인 듯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설마 하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아이들이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 준영이는 한그릇이 너무 적다고 곱배기 한그릇을 더시켜 먹는다. 천원짜리 잔치국수 가게에서 삼천원이라는 거금을 쓰는 것이다. 곱배기를 한그릇 더 비우는 모습에 주인아주머니는 살짝 당황해 하신다. 비오는 날 천원짜리 잔치 국수를 먹으니 맛나고 따뜻하고 배부르다. 아이들 얼굴에 만족스런 표정이 떠오른다. 세상에 어디서 천원짜리 국수를 사먹을 수 있으랴. 정말 말도 안되게 싼 가격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제, 더더 중요한 간식을 사러 가야할 시간이다. 이것을 위해 천원으로 점심을 해결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 신나게 시장으로 간다. 천원군단은 많게는 사천원치 간식을 사는 사치를 누릴 수도 있다. 지금 먹고 내일 올라가는 버스에서 먹을 간식을 쟁여둘 수도 있다. 가장 인기 많은 가게는 사탕 가게다. 대부분 사탕 천원치는 거의 대부분 샀다. 집에 선물로 가져가겠다고 정아와 아현이는 약과를 한줄 샀다. 재서는 크고 동그란 엿을 하나 샀다. 저걸 어떻게 먹을까 궁금해진다. 사탕 봉지를 흔들거리며 다음으로 호떡집에 간다. 호떡집은 이미 1모둠이 장악했다. 많이 기다릴 것 같으니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다른 호떡집으로 가서 주문을 한다. 따끈따끈 달콤한 호떡을 입안에 배어무니 더없이 행복한 얼굴들이다. 여행에서 달달한 것 만큼 좋은게 어디있나. "달아쌤! 너무 달아요~" "아~달아~"하고 나를 놀리는 아이들도 있다. 호떡 두개를 손에 쥔 준서는 입안에서 호떡이 나오는 것만 같다. 한참 기다려서 호떡을 먹은 서준이는 손가락으로 종이컵 안까지 싹싹 긁어 먹는다.  그렇지, 녹은 설탕이 진국인데 야속하게도 설탕은 호떡 안에 고이 있지 못하고 자꾸만 줄줄 탈출을 한다. 남김 없이 싹싹 닦아 먹어야 하는 달달한 맛이다. 지헌이는 입안에 사탕을 물고 의자에 기대어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 닭똥집 입을 하고서는 알사탕을 쪽쪽 거리며 아껴서 빨아먹는다. 사진을 다시 보니 논골 마을을 걷는 내내 그 입모양으로 사탕을 물고 있다. 여의주를 문 용 같기도 하다. 통큰 준영이는 그깟 알사탕 두개를 한번에 물고 쪽쪽 빨아먹는다. 재윤이는 사탕을 사두고 먹지 않고 아껴서 집에가는 버스에서 먹어야 겠단다.  한참 지나니 하나를 까서 먹고 내게도 하나를 준다. 왠지 더 귀하게 받게 되는 재윤이 사탕이다.

묵호 중앙시장에서는 천원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실속있는 아이들은 올라가는 길에 먹을 간식을 이것저것 쟁여놓았다. 든든하고 충만한 기분으로 논골 마을로 향한다.

 

 

(자세한 내용은 가야선생님의 후기에 잘 정리되어 있어 주로 사진을 남깁니다)

 



 



 

전체 1

  • 2016-06-28 03:20
    재윤이에게 사탕을 받으시다니..... 많은 아줌마들이 재윤이를 넘보지만 전혀 틈을 주지 않아 애타게 만드는 까도남인데 말입니다.
    지헌이 닭똥집 입술, 너무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