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작성자
산
작성일
2018-05-15 15:21
조회
1304
자치회의 시간 선생님들을 빼고, 비밀(?)회의를 하였지요. 5.6학년이 떠난 빈 자리를 듬직하고 단합 잘 되는 4학년이 채워 자치회의를 이끌었습니다. 사안이 중대한 안건이라 1학년까지 참석한 회의가 30분 정도 흘렀고, 아랫 층에 물을 가지러 잠시 내려갔더니 내려오시면 안된다고 빨리 올라가라고 성화입니다. 딱히 뭘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아마도 비밀유지가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교사실에 모인 교사들은 수다를 떨었지요. 한참을 수다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여유롭고, 편안하고, 꿀맛같은 휴식에 행복했습니다. 문득, 이 시간이 스승의 날 선물인가 싶었습니다. 참으로 센스 있고 매력적인 선물 아닐까요?
이제, 준비가 다 됐으니 내려오라고 합니다.
내려가니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줍니다. 밥 하시던 수산나 선생님, 잎선생님도 함께 노래 선물을 받았지요. 그리고, 나서 뽑기를 뽑으라고 합니다. 한 개씩 돌아가며 뽑고 나니 더 뽑으라고 4학년들이 코치를 합니다.뽑기 종이에는 어떤 글씨가 써 있어요.
- 보조선생님 쿠폰
- 수업 때 몸바로 쿠폰
- 심부림(?) 쿠폰
- 안마 쿠폰
- 잘 해드리기 쿠폰
선생님들이 저마다 뽑았던 쿠폰을 읽어 줬어요. 아무때나 이 쿠폰을 쓰면 누구나 들어준다고 합니다. 신납니다. 그때 ㅇㅇ이가 한 마디합니다. "한 번 밖에 못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껴 쓰세요"
그렇게,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은 십 여분 만에 끝이났어요. 50분 회의하고요. ㅎㅎㅎ
손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별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 뭉클하고 기분이 좋아요. 참 좋은 선물이예요. 이런 선물이 오고가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학교가 참 좋아요. 마음을 담아 말로 전하고, 글로 전하는 것은 언제나 좋아요.
1학년 김**이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 왔어요. 학교에 오자마자 우체부 역할을 하는라 바쁩니다. 살짝 들떠 있고, 신이 난 것 같기도 해요. 김**이 이슬 선생님 앞에 섰어요. 이슬선생님은 어제 미용실에 다녀오셨어요.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평소와 달리 흰색과 붉은 색 밝은 티셔츠를 입었지요. 뿔태 안경도 벗고 가벼운 태 안경을 쓰셨지요. 이슬선생님 말로는 가수 "이선희" 같대요. 변신하신 이슬선생님 앞에선 김**이가 순간 멈짓, 묻습니다.
"누구세요?". 이슬 선생님이 답합니다.
"새로온 이선희 선생님이예요. 저도 편지 받고 싶어요"
"이선희선생님한테는 안 썼어요. 없어요"
"그럼, 저도 써 주세요"
"아니요"
그리고 서둘러 교사실을 나갔습니다. 꽤 난감해보였어요. 진심으로. 1학년 놀리기도 오늘은 스승의 날이니까 선물로 쳐도 되겠지요?
나중에 이슬선생님이 김**을 찾아가 이슬선생님에게 전할테니 이슬선생님의 편지를 달라고해서 받아 왔대요. ^^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학교 졸업생 최한민도 2학년때 까지 제가 귀신이란 말을 믿었답니다!! 모꼬지 때 만났지요? 최한민군의 아버지를^^
소박하고 맑은 아이들의, 더 소박하고 해맑으신 우리 선생님들이셔요^^
아이들의 저, 그림. 한~참을 보게 되네요.
온 우주의 조화가 담긴 "뿌리깊은 나무" 교사회네요!!!
이선희선생님이 오셨다니 뵈러 가야겠어요 ㅎ
그후 사실이 밝혀졌을때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해지고요 ㅎㅎㅎ
선생님들 한분한분을 표현하기위해 고민했을 아이들의 50분이 뭉클하고 기특해요. 이렇게 예쁘게 아이들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밖에 못쓰니 꼭 아껴서 쓰세요~~^^
스승의날에 부모들은 자신의 스승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스승은 아이들 스스로 기억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직 어려서 이끌어주어야하나... 싶었지요^^; 애들이 학교에서 잘 배웠네요..ㅎㅎㅎ
뿌리깊은 나무, 우리 교사회는 온 우주를 다 품고야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