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리 산책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8-05-22 23:22
조회
1692
봄이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봄이 깃들기 시작하는 날부터 여름이 오기까지 칠보산 둘레의 변화가 날마다 얼마나 새롭고 아름다운지. 하루도 놓치기가 아깝다.  점점 짙어지는 산 빛깔이며 두런두런 피어나는 풀꽃에도 발길이 머물러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을 붙잡는 작은 풍경들에 가는 길이 더디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 용화사 입구에서 부터 자목마을 길목까지 연등이 주욱 이어진다. 해가 지면 길 따라 늘어선 연등 빛깔이 참으로 어여쁘다. 집에 가는 시간이 늦어진 날 저녁,  연등을 따라 걸었다. 선선한 바람결이 경쾌하게 불어오니 걷기에 딱 좋다. 자목마을 논에 모내기가 시작되니 물이들어왔다. 어둑해지니 논은 마치 평화로운 호수같다.  연등 빛이 논 위로 반사되어 색색깔 동그란 물결이 곱게 번진다. 요맘때 개구리가 울어댄다.

개구르개구르 구웩구웩

잠시 논 가까이에 가만히 서있으면 어찌나 목청 좋게 울어대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다. 자목마을 길목에 다 지어진 아파트에 곧 입주가 시작된다. 아파트에 불이 켜지면 이렇게 밤 답게 고요하고 어둑한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게다.  마침 이번주에 학교살이를 하니 아이들과 꼭 밤 산책을 나와야겠다 마음먹었다.

학교살이날.

아이들이 정한 학교살이 흐름을 마무리 하고 아이들에게 이제 곧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밤 풍경을 보러가자고 했다. 이름하여 '개구리소리 산책'이다. 종일 비가 내려 칠보산은 안개로 희미해지고  연등빛깔이 안개에 퍼지니 꼭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밤 장면 같다.  꿈결같은 풍경으로 내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이 걸어간다. 마을 어르신들은 주무실 시간이라 조용히 가자고 약속하는데 비가 온 밤은 아이들의 고요를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와! 두꺼비다!"

"청개구리다!"

비가 와서 밤 마실 나온 매력넘치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입은 소란스럽고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밤 마실 나온 친구들이 지나가는 길목인 까닭이다.  손전등을 비추며 조심조심 걷는다. 그러다 작은 청개구리 한마리 발견하면 모여 들어 고 작은 녀석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다.

"선생님.. 어떡하죠? 제가 실수로 달팽이를 밟았어요..." 달팽이를 피한다고 조심히 걸어가다 발 뒤켠에 있는 달팽이를 밟은 모양이다. 아이의 목소리에  큰 잘못을 한 듯 깊은 미안함이 배어있다.  또 한쪽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찻길 한가운데 작은 청개구리가 서 있었다. 한 아이가 개구리를 풀쪽으로 보내려고 애 쓴다. 개구리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그냥 가자고 하니 "그럼 차에 치여! 그러지마, 생명이잖아." 하고 다른 친구들이 말한다. 청개구리는 아이의 인도로 안전하게 풀 숲에 들어갔다.

연등을 따라 걸으니 논이 가까워진다.  비가 내려 개구리들이 더 힘차게 울어댄다.

"선생님! 저 쪽으로 걸어요!"

아이들과 논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어느새 논 길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손전등을 가진 아이가 개구리 소리를 찾아 먼저 나서며 길을 열어주면 그 뒤로 내복쟁이 아이들이 따라간다.  그냥 논을 지나가는 길목에서 개구리 소리를 들을 참이었는데 아이들은 길을 찾아 성큼성큼 뛰어다닌다. 이 어두운 밤에 축축한 땅을 저리도 잘 뛰어다니는지. 개구리 소리가 망설일 틈 없이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논 가운데에 다같이 쭈그리고 앉아 1분동안 침묵해본다. 우리들 소리에 웅크렸던 개구리들이 안심했는지 점점 크게 울어댄다. 세상이 개구리 소리로 가득찬 듯 하다.

"개구리 소리는 왜 다 달라요?"

"당연하지. 우리 목소리가 다다른 것 처럼."

"개구리는 눈엔 안보이는데 소리는 크네요."

아이들이 또 시같은 말을 내 놓는다.  논 길을 걸어다니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어둑어둑 물결위로 13명의 그림자가 늘어섰다. 개구리 소리와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가 뒤섞여 참 기분 좋은 밤이다.  이 시간과 풍경이 너무너무 좋아서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주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겠다.

학교로 돌아오니 나도 아이들도 신발이 진흙으로 엉망진창이다. 흙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아이는 내복에도 진흙이 듬뿍 묻어 닦아내야 했다.  비가 매우 많이 내려 학교가 잠길 것 같았던 밤이 지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들과 말과글 시간에 '개구리 소리 산책'  이라는 글감으로 글을 썼다.

아이들이 쓴 글을 함께 담아본다.

 

 

개구리들의 짝짓기

어젠 학교살이였다. 밤에는 논에 갔는데 수컷개구리들이 암컷을 찾을려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곧 포접도 봤으면 좋겠다. 암컷개구리는 어떤 수컷을 찾았을까. 그리고 나는 개구리들을 찾고 싶어 좀 찾으러 갔다. 하지만 소리가 멀어져서 들리는 곳으로 뛰었는데 갈수록 멀어졌다.

청개구리

청개구리하면 생각나는 얘기가 있다. 옛날에 엄마 개구리랑 꼬맹이 개구리랑 살았는데 꼬맹이는 너무 말썽꾸러기여서 엄마개구리가 너무 힘들어했다. 어느날 엄마개구리랑 꼬맹이 개구리는 매일 싸웠다. 꼬맹이가 메롱 이러니까 엄마는 “쪼금만한게” 그 뒤로 꼬맹이랑 계속 말싸움을 하다가 병이 들었는데 엄마 개구리가 마지막으로 “나를 냇가에 묻어줘.”하고 죽었다. 그래서 꼬맹이 개구리는 엄마 개구리 말대로 냇가에 묻어줬는데 비가 오니까 그만 물이 무덤을 쓸어가서 개구리는 비오는 날 운대.

 

청개구리

오늘 청개구리 봤다. 거의 처음 본 거다. 너무 귀여워서 2~4마리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풀 속으로 들어가는 저 청개구리가 너무 아깝다. 그 다음엔 논에 갔다. 청개구리를 또 봤다. 진짜 키우고 싶었다. 근데 갑자기 청개구리가 내 발위에 올라왔다. 더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또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분 침묵의 시간을 했다. 개구리가 목이 터져라 울어 됐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갔다.



 

개구리

천천히 논으로 걸어갔다. 논 있는 쪽으로 가니까 개구리가 개굴개굴 운다. 1마리가 울면 차례를 이어간다. 우리가 가면 소리를 멈춘다. 시끄럽다. 난 오랜만에 개구리를 봤다. 태어나서 하루에 개구리를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다.




 

 

 



 

개구리 산책

학교살이를 하는데 잠이 안와서 산책을 했다. 밖에 나갔는데 두꺼비가 있었다. 살짝 무서웠다. 이윤하는 엄청 무서워했다. 다른 애들은 신기해했다. 근데 개구리도 보였다. 오랜만에 봤다. 좋았다. 원래 가야 하는 길에 반대편이 예뻐서 거기로 갔다. 달팽이도 많았다. 내가 달팽이를 안전한 곳에 놓다가 실수로 달팽이 한 마리를 밟았다. 다시 목적지로 가는데 달팽이들이 모여있었다. 좋았다. 좀 더 가다가 또 개구리를 봤다. 그 개구리가 살짝 차도에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니까 개구리가 도로로 갔다. 다행이 그때는 밤이어서 차가 조금만 다녔다. 우리가 개구리에게 다가가기 전에 개구리 쪽으로 차가 왔다. 다행이 개구리가 안 밟혔다. 논으로 가니까 개구리들의 소리가 크게 들렸다. 우리가 가니까 개구리들이 거의 다 가버렸다. 그래도 5~6마리는 봤다. 좋았다. 이것 보다 더 많은 일이 있었다.

 



 

개구리 소리

어제 학교살이 때 개구리 소리를 들으러 갔다. 밖으로 나왔더니 두꺼비가 있었다. 그리고 청개구리를 많이 봤다. 논에 갔더니 개구리 소리가 많이 들렸다. 수컷 암컷 다 있었다. 3학년 때 이후로는 청개구리는 처음 봤다.

 



밤 산책

처음으로 청개구리를 봤다. 생각보다 작다. 3마리 봤다. 도로에 있는 걸 박은강이 풀 쪽으로 옮겨줬다. 지욱이 다리에도 올라갔다. 초록색이다. 논으로 갔다. 참 소리가 많이 난다. 논에 있는 좁은 통로로 가로질러 갔다. 앞에는 지민이 뒤에는 김은강이 있다. 신발이 조금 드러워졌다. 소리가 많이 나고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개구리 산책

논에 갔더니 개구리가 아굴아굴 운다. 논에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더 커진다. 우리가 소리를 내면 소리가 작고 조용히 하면 조금씩 커진다. 청개구리 수컷은 초록색이고 청개구리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더 크고 색깔도 약간 갈색이고 초록색도 조금 들어가 있다. 청개구리를 보는 게 신기했다. 청개구리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밤이라서 잘은 안 보였지만 움직임 소리가 있어서 괜찮았다. 친구들이 개구리 소리를 내면 그쪽으로 달려가서 개구리를 찾는다. 그리고 개구리를 찾으면 우르르 달려가서 개구리를 본다.

개구리 소리 산책

청개구리를 봤다. 개구리 소리는 아주 크다. 조용할 때도 있고 클 때도 있다. 개구리 암컷과 수컷을 봤다. 산 개구리도 봤다. 개구리가 아주 많았다.

전체 7

  • 2018-05-23 12:22
    아! 잊지 못할 학교살이가 됐을것 같네요^^
    그나저나 울어대는 청개구리 중 수원청개구리가 있었을까요? 멸종위기라는 그 수원청개구리....

  • 2018-05-23 21:11
    아이들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아...
    사진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 2018-05-24 22:10
    비오는날 학교살이라.. 뭘 할수 있을까 했는데 이런 재마넌 밤산책을 했군요
    저 밤중에 논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란...
    컴컴한데 쭈그리고 앉은 등판만 보아도 누가누군지 대충 알겠네요

  • 2018-05-25 12:07
    아이들이 엄청 즐거워 했겠네요. 사진 보고 있노라니, 어릴적 생각도 나고, 아이들이 행복한 것 같아 기분 좋네요^^

  • 2018-05-25 15:13
    달빛그림자까지 아름다운 밤이네요.논두렁에 개구리소리 정겹게 느껴집니다

  • 2018-05-27 12:21
    아파트 불빛너머 논길에 쭈그리고 앉은 아이들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어옵니다.

    하루이야기를 모아모아 책으로 내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어요^^

    아침에 일어나 살아있는 글쓰기도 넘 좋아요 선생님.

  • 2018-05-30 23:58
    하루이야기 모아서 책으로 내는거 너무 좋아요!!
    작당팀 사업계획 중에 독립출판사가 있는데... 거기서 진행해보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