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오총사 두 번째 학교살이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1-06-28 22:56
조회
870
아기다리고기다리학교살이는~

학교살이 시작은 코비드19검사로 시작한다. 지난 첫 살이 때 서로를 응원하며 처음 매운맛(?)을 봤기에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해님 차에 오른다.

“물 먹을 때 입에다가 코로 들어가서 나온 느낌이다.”

“비누세수 하는 느낌이다.”

“나 지난번에 사실 조금 눈물 났어. 오늘은 울어버릴 거야.”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며 몇 번을 고개 숙여 보건소 분들께 인사드린다.

“여기 꼭 기억했다가 다음에도 여기서 검사 받을 거야. 엄마한테도 말해줄 거야.”

이 번 학교 살이 둘째 과제는 스스로 가방 챙기기! 지난 학교 살이 때 아쉬웠던 것을 기억하고 준비물을 챙긴다. <밤 탐험> 하겠노라 호기롭게 약속해 두었으니 손전등도 챙기고, 엄마 생각 덜(?)할 수 있도록 꼬옥 안고 잘 인형도 챙기고, 연필로 또박또박 준비물을 수첩에 적고 스스로 하기로 약속 또 약속했다.



가방에 작은 짐 보따리 하다 더 둘러메고 오총사가 모였다. 목요일 흐름은 버스타고 ‘시장나들이’다. 조치원 시장보다 더 넓고 물건도 많은 우리 마을의 재래시장으로 출발했다. 먹거리가 많은 ‘못골시장’이 단연인기다. 챙겨온 용돈으로 뭘 살까? 이리 저리 궁리하며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멈춰 서다. 뭐에 홀린 듯 지갑에서 천 원을 홀랑홀랑 다 꺼내들고 외친다. “여기 복숭아맛 슬러쉬 하나요!” 더운 날 슬러쉬 앞에서 고민은 멈췄다. 한 컵 가득 담긴 슬러쉬를 들고 남문에 오른다.



아~ 벽을 보고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한 바탕 성곽 귀퉁이를 장악하고 놀았다.

오늘 저녁 식단은 라면이다. 여행가면 라면을 먹는다는 형님들 자랑에 우리도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 라면을 먹기로 했다.

“오총사 여러분 우리가 여행 중에 밀가루 음식은 딱 한 번 먹어요. 우리 여행갈 때 라면은 못 먹는 것 기억해 주세요.” “네~ 기억할께요.” 잘도 답하지만 다음에도 라면 또 먹자고 조를 것 같다. 내 손으로 끓이기는 처음이다. 복도에 흥건히 물을 흘리고 비닐 속 스프가루는 반 쯤 쏟아 냈지만 짜장&진라면 반반 라면이 너무 맛있다.



어둑 어둑 날이 어두워졌다. 학교살이의 꽃 <밤탐험>이다. 손전등을 마구 비춰서 숲 속 동물들을 놀래키지 않기로 약속하고 출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칠보산 오를 때 마다 갈래나무까지 밤탐험 하기로 미리 정해두었기에 길잡이 순서를 정한다.

산 입구에 다다르자 열 걸음을 떼기도 전에 줄줄줄줄 양 쪽으로 아이들이 해님 손을 잡는다. 조금 민망했는지 한 어린이가 제안한다. “우리 그냥 같이 갈까?” 하나는 앞을 비추고 하나는 뒤를 비추고 또 하나는 왼쪽 오른쪽 이렇게 사방을 비춰가며 네 어린이가 함께 오르기로 한다. 불빛 때문인지 왜 이리 나무들이 무섭게 춤추는 것 같은지. 퍼드득 날아가는 산새소리가 밤이라 더 크다. 갈래 나무에 도착했다. 손전등을 다 끄고 오총사가 서로를 꼬옥 안았다.

“ 잠깐만, 깊은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 들어보자. ” 서로서로 찐 하게 안아주고 내려오는 길~ 오를 땐 그렇게 떨리더니 발걸음이 가볍다. “넘어질라. 조심해라.”

학교 가까이 오니 그제야 하늘을 본다.

“와! 보름달 떴다”

“토끼 보여?”

“난 토끼 안 보여.”

“참 신기하다. (달 그림자가) 우리 서로 다 다르게 보여.”

“달 보니까 힘나지?”

달을 보고 힘나는 걸 보니 너희들은 늑대소년? 난 박보영?

“옛날에 옛날에 형님 중에 4학년 때 밤탐험으로 칠보산 정상까지 올랐던 형님이 있었거든? 너희들은 3학년 때 꼭 정상까지 밤탐험 가렴~ 할 수 있을 것 같아.”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지난 첫 학교살이 때처럼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과 엄마 생각에 한 어린이가 엉엉운다. 괜찮아 서로 달래며 울다 웃다 그렇게 잠든다.



아침이다! 눈곱만 떼고, 옷이랑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내 옷 반듯하게 개기는 모두통과야! 다른 학년이 한 둘 등교할 쯤 우리는 바나나 하나 먹고 텃밭으로 나선다. 하지감자를 캐야 한다. 하지만 어제 미리 텃밭에서 둘러본 어린이들의 실망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원래 감자 캘 때쯤 잎이 누렇게 시들고 감자가 풀이 죽는 것을 알 리 없는 어린이들이 텃밭에 왔다가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과연 감자가 있을까?

감자 다치지 않게 호미로 감자 잎을 잡고 캔다. 하나? 어? 둘? 시들어서 감자 없을 줄 알았는데 땅 속에 감자가 있다니 깜짝 놀랐다. 한 시간 가까이 감자를 캐고 돌아서니 바구니 한 가득이다.

넷이서 힘 모아 학교까지 함께 나른다. 한 걸음 걷다 힘들다고 주저앉는 친구를 그늘에서 쉬자고 달랜다. 점점 힘이 빠진다. 팔 다리 스트레칭도 잠깐 효과있을 뿐, 텃밭에서 학교까지 그렇게 먼 길이었다니!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감자 사세요!” 외친다. 바구니 무겁다고 누군가 맘 맞으면 통째로 팔아넘기겠단다. 떠들썩 “감자 사세요!” 고함소리에 지나던 착한 누나가 대꾸한다.

“미안, 사주고 싶은데 등산와서 지갑을 안가져 왔어.”

학교 가까이 왔는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해님은 왜 안들어요! "

어린이들에게 빨리 오라하고 해님 먼저 학교로 도망 갔다.

잠시 후 한 어린이가 신나게 달려온다!

“해님! 해님! 우리가 감자 다 팔아버렸어요.”

“뭐라고? 오 분도 안 된 지금? 정말? 돈은?” 잠시 해님의 본능이 나타났다.

“우리가 학교 앞에 청소하는 사람들이랑, 산에 가는 사람들이랑, 달아랑... 감자 7개 나눠줬어요.”

정말 홀랑 감자를 팔아버렸을까 깜짝 놀란 해님이 우습고,  기꺼이 나누려고 한 아이들이 귀엽다.

감자 꽃 본 일이 엊그제 같은데 감자도 크고 아이들도 컷다.



큰 감자, 작은 감자 한 알 한 알 흙 털어 상자에 담고 상처 난 감자는 소쿠리에 담아 교실에서 말린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딱 어린이 주먹만 한 감자만 잘 골라 깨끗이 씻고 네 조각으로 잘랐다. 궁뎅이모양 감자. 아보카도 모양 감자. 조심조심 잘라서 포르르 삶고. 바삭 바삭 튀기니 내 입 속으로 쏘옥~

전체 2

  • 2021-06-29 15:54
    점점 칠보산어린이가 되어가고있는 막둥이들 보고있으니.. 귀엽기도 뿌듯하기도 하네요 ㅎㅎ
    박보영 똑닮은 오총사 대빵 해님쌤~ 항상 감사합니다^^*

  • 2021-06-29 16:35
    24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스토리베리 문이 뜰때 학교살이~~오~~~뭔가 특별한 기억에 많이 남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