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비밀 (아이들의 문장이 모여 시가 된다)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1-06-22 15:55
조회
819
나무의 비밀

 

올해 4학년의 1학기 큰 줄기는  '나무' 다. 말과글 수업, 학교밖학교가 나무를 주제로 연결되어 있다.

말과글 교재로 <소원나무> 라는 책을 천천히 같이 읽으며 수업마다 같이 나눈다.

6월 21일 불날, 소원나무의 한 부분을 읽고 아이들과 나무의 비밀을 찾으러 바깥으로 나갔다.

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나무를 골라 나무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며 나무의 비밀을 찾았다.

나무에 비치는 햇살, 나무 잎을 흔드는 바람결, 온도, 나무잎의 모양, 빛깔, 나무 기둥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느껴지는 느낌.

사람의 말을 걷어내고 잠깐 나무와 나 둘만의 순간에 집중하여 나무의 비밀을 찾았다.

나무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혹은 어떤 비밀이 있는지....

그리고 말과글 공책에 짧은 글을 쓰고 각자 찾은 나무를 소개하며 나무의 비밀을 들려주었다.

순간순간 나무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아이들이 발견한 나무의 비밀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혼자 알기가 아까워 아이들이 발견한 나무의 비밀을 자랑해본다.

 

아래는 아이들과 함께 읽은 <소원나무>의 부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저마다 발견한 나무의 비밀 문장,

그리고 열개의 문장을 모아 시로 엮어보았다.

아름다운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함께 담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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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호기심이 왕성하거나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나무는 과연 서로 어떻게 대화할까 궁금히 여겨 봤을지 모르겠다. 그 마법을 풀어 보겠다며 직접 가까이 있는 소나무, 사시나무, 풍나무를 꼼곰히 살펴본 이들도 있으리라.

사람은 소리와 호흡과 운동의 얽히고설킨 조화 덕분에 폐와 목구멍, 후두, 혀와 입술의 도움으로 말을 한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 밖에도 많다. 눈썹 추켜세우기, 웃음 참기, 눈물 훔치기, 이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나무 또한 의사소통은 인간 못지않게 복잡하고도 놀랍다. 햇살과 당분, 물과 바람과 흙의 신비스러운 춤 속에서 우리는 세상과 연결된 보이지 않는 다릴ㄹ 만든다.

개구리는 자기들만의 소통법이 있다. 개도 마찬가지. 도롱뇽과 거미, 코기리와 독수리도 똑같다. 우리네 나무는 어떨까? 그건 우리만의 비밀이고, 알아내는 건 여러분 몫이다. 자연은 즐거운 비밀을 좋아한다.

<소원나무> 29쪽, 캐서린 애플게이트 글, 천미나 옮김

 

 

**아이들의 문장

 

-최다엘: 나무는 나뭇잎을 흔들면서 말한다.

-윤소현: 나무는 다른 생물(나무에 난 잡초)이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정건: 빨강단풍나무, 이 나무는 0.2% 가 살아있는 거 같다. 마음도 너그러운 거 같다. 구멍이 딱 두 개있다. 하나는 하늘소 구멍, 하나는 개미구멍

-박지우: 나무는 지금 그냥 살랑살랑 바람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나무에 cd가 걸려 있는 것 같다. 내가 본 건 아카시나무다. 가시가 있다. 뿌리가 드러나 있다. 나무에는 개미가 기어다니고 있다. 비밀 같은 것 없을 것 같다.

-박한결:나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왜 계속 날 보니? 이 나무는 바람이 불면 말하는 것 같다.

-김태훈:사람도 늙으면 몸이 구부러지는 것처럼 나무도 늙으면 몸이 구부러진다.

-최준서: 나무에 있는 나뭇잎은 각자 다 모양이 다르다. 사람마다 모두 모습이 다른 것처럼. 나무는 나뭇잎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는 것 같다.

-조윤성: 나뭇잎의 마디가 엄청 다르다. 맛있는 나뭇잎이 있고 맛이 없는 나뭇잎도 있다. 나뭇잎에 벌레가 먹은 자국이 다르다.

-김민서: 나무는 자기 앞에 있는 나무와도 가지로 만난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니까 더 그런 것 같다.

-이진서: 나무는 마음으로, 바람을 이용해서 나뭇잎으로 이야기하고 크기랑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나무의 비밀



                    4학년 딱따구리반 모두


 


나무는 지금 살랑살랑 바람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


나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왜 계속 날 보니? 이 나무는 바람이 불면 말하는 것 같다.


나무는 나뭇잎을 흔들면서 말한다.


나무는 자기 앞에 있는 나무와도 가지로 만난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니까 더 그런 것 같다.



나무는 다른 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마음도 너그러운 거 같다.



나무는 마음으로, 바람을 이용해서 나뭇잎으로 이야기한다.



나뭇잎의 마디가 엄청 다르다.


맛있는 나뭇잎이 있고 맛이 없는 나뭇잎도 있다.


나뭇잎에 벌레가 먹은 자국이 다르다.


나뭇잎의 크기랑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나무에 있는 나뭇잎은 각자 다 모양이 다르다.


사람마다 모두 모습이 다른 것처럼.


나무는 나뭇잎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람도 늙으면 몸이 구부러지는 것처럼


나무도 늙으면 몸이 구부러진다.



전체 4

  • 2021-06-23 09:13
    아이들의 문장이 모여 멋진 시가 되었네요!
    감성 풍부한 아이들덕에 감성 충전합니다^^

  • 2021-06-23 10:13
    4학년친구들의 마음이모여 시한편이 완성되었네요~
    정말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멋진수업 이끌어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21-06-28 22:48
    나무는 나뭇잎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다 나이가 들면 구부러지네요... 보고 만지고 느끼고 맛 본 (조땡군 나뭇잎 맛 진짜 봤을거 같아요.) 그리고 그 속에 사는 곤충까지...어린이들의 시 속에서 저에게 생생히 나무가 살아옵니다.

  • 2021-07-04 20:46
    아이들이 오랜시간 나무를 바라보며 느끼고 내 마음의 언어로 만들어내니 곧 시가 되네요~ 함께 만든 시라 더 풍성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