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의 시작은 마주보기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2-01-09 11:38
조회
715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사랑 없는 배움은 아무 힘없나이다.


나를 통해 이들이 참 평화를 찾고 나도 언젠가 그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주일학교 교사이던 대학생시절 회합 때마다 함께 부르던 노래다. 몇 십 년을 잊고 있던 노래인데 흥얼거리며 노랫말을 적는다. 참 신비하다. 가르침과 배움의 이야기가 이 노랫말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교사(가르치는 사람)라는 소명에 응답한 것으로도 천국에서 별처럼 빛날 것이라는 스무 살 무렵 가졌던 무모했던 자신감도 떠오르고 그 때 그 나이만큼의 시간동안 교사로 살았음에도 감히 별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진짜 교사가 되어 아이들 앞에 섰던 많은 시간이 있음에도 가르침을 떠올리면 막막한 것은 왜일까? 잘 가르치고 싶어서 연수를 찾아듣고, 연구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고 나눠도 여전히 어렵다.

지금 산 인생의 절 반 만큼 학생으로 살았었다. 잘하지도 그렇다고 썩 못하지도 않는 학생이었던 나는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일까? 인생에 남는 선생님, 아직도 기억남은 가슴 뛰는 배움의 시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있지만 때로는 왜 배우고 있는지 의미를 잊고 있을 때도 있다.




 

잘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뿌리깊은 교사회’ 교육회의가 한창이다. 앞으로 약 3주 동안 2022년 교육과정을 협의하는 자리이다.

방학 마치기가 무섭게 교사들은 올 해 만나게 될 아이들과 꾸릴 내용을 학년과 교과별로 준비해 온다.

그 것을 바탕으로 교사회에서 서로의 견해를 다양하게 나눈다.

‘2022년 수원칠보산자유학교 교육계획’이 한권의 책으로 나오기 까지 과정과 의사결정에 초점을 둔다.

숙의 조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개개인의 교사가 숙고한 계획을 가져왔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펼칠 것인지 설명을 해야 하기도 하고 방법이나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현해야 한다.

이 활동이 발달에 적합한지 학생은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질문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 학교 철학 ‘자유’와 ‘생명’을 담았는지 근본적인 물음부터 대안의 삶과 어떻게 닿은 배움인지 규명해야 할 수 도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단순히 Ctrl C & Ctrl V 하는 것 아닌지 민감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필요할 때 휴지 뽑아 쓰듯 화려한 교육 컨텐츠가 많은 때, 그 자료를 찾아 확보하는 것이 어쩜 더 쉽게 가르칠 수 있음에도 방학 중 긴 시간을 치열하게 나눠야 한다.

온 몸이 발가벗겨 진 것 같은 부끄러움과 이 노력을 몰라주는 교사회에게 야속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교차하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떤 배움의 자리보다도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도...‘아~ 월요일이 괴롭다.’

여전히 나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막막하지만 이 부족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뿌리깊은 교사회’가 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편견 없이 마주하며 때로는 따끔한 충고와 따뜻하게 끌어 앉으려고 양 팔을 내밀어 주는 우리 공동체가 있다.

 

삶과 동떨어진 것은 배움이 아니다.


체험은 배움이 아니다.


습이 되고 뿌리내리지 않는 것은 배움이 아니다.


(물론 시간은 필요하다.)


둘 이상 마주하지 않는 것은 배움이 아니다.


(둘은 사람만 뜻하지는 않는다.)


나한테만 필요한 것은 배움이 아니다.


즐겁지 않은 것은 배움이 아니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배움이 아니다.



앞으로도 나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막막하지만 이 것 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뭔가 궁금하면 망설임 없이 질문해주었으면 한다. 딴지(?) 걸며 풍성하게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술잔도 함께 기울이며...
전체 1

  • 2022-01-10 14:34
    뿌리깊은 교사회에 항상 고마움과 감사함을 가지며…배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