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2021 겨울방학 공부 -by 해님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2-02-13 12:56
조회
691
2021년 겨울방학공부

이슬쌤 추천으로 교사교육공동체<이음>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인강’을 몇 차례 들었다. 연락처가 공유되어 있어 올 겨울방학 연수로 교사 글쓰기를 연다는 문자를 받았다. 홍대입구까지 6차례 모임이 염려되지만 지난여름 <교사신뢰써클> 참여를 위해 전북까지 갔던 터라...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참석자라는 문자를 받았다.(나중에 보니 선착순. 혹시 잊을까봐 바로 신청하고 바로 송금해서 가능했나봄.ㅋㅋ. 인생은 스피드~)

2021년 여름 연수가 내 곁의 동료들과 2박3일 동안의 나를 깊이 바라보는 대화 모임이었다면 이 번 연수는 새로운 이들과 교사인 나를 깊이 바라보는 글 모임으로 만날 것이리라. 기대를 했는데 다행히 온라인으로 연수가 바뀌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3시간의 대화모임을 갖고 주제에 맞춰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통해 영감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읽고 쓰는 것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welcomekit로 받은 간식이 조금씩 줄고 paper에 빼곡이 내 끼적임이 덧붙여 질 무렵, 여섯 편의 글을 완성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온라인업로드 글은 읽다가 맘에 안 들면 고치거나 아예 지워버릴 수 있지만 책은 그럴 수 없으니 쓴 시간만큼 다시 읽고 고치는 시간이 몇 배 더 필요했다. 다시는 내 글을 읽고 싶지 않은 만큼 읽은 후 마지막 원고를 넘기고...



 

입춘... 책 한 권이 도착했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나만 읽는 책.

다시 읽어 보니 내가 글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6년 동안 이 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며 내 안에 스민 것들이다. <뿌리깊은나무> 동료들에게, 아이들의 모습에서, 함께 공동체를 꾸리는 이들과 ‘칠보산 신비한 힘’으로 부터 절로 받은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어디 가서 “자유학교 선생이에요.” 소개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지부터 시작된 겨울절기는 한 해를 잘 매듭짓고 다음 봄을 위한 생명력을 응축할 시간이라 한다. 교사인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는 배우는 사람들의 봄을 결정하는 것임을 깊이 알아야 한다. 나. 날마다 바르고 좋은 삶을 바라며 살리라!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썼는데 사실은 나의 성장이었다.


학생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친구가 있기에 존재해야 하는 학교

코비드와 함께한 두 해, 학교에서 배운다는 등식에 큰 균열이 일어났다. 꼭 학교에 가지 않아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우리는 살아감(삶)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고 학교는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목으로 대표되는 교육과정에만 담을 수 없는 것이 학교에 있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학교에는 세상이 흔들려도 그래서 더욱 되살려야 하는 삶의 배움이 있고 함께 커가는 친구가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꺼내 먹으려다 그냥 라면 하나 먹는 끼니가 아닌 정성껏 조리한 따뜻하고 맛있는 점심도 있다.

  학교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나

나는 어느 과목보다 친구 사귀는 것이 가장 힘든 학생이었다. 새 학기 첫 날 어디쯤 앉아야 한 해 동안 도시락 뚜껑을 함께 열고 나누어 먹을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새로운 교실 문을 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심도 아닌 그렇다고 멀찍이 떨어진 구석도 아닌 곳에 자리 잡고 앉아 태연한 척 했지만 누군가 나에게 말 걸어 주기를 기다렸었다. 초등학교를 네 곳이나 전학 다녀야 했던 나에게 새 학기 낯설음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일주일 정도면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잦은 전학도 영향이 있겠지만 친구를 사귀는데 서툴렀던 아이였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적은 아이, 지기 싫어하고 욕심 많은 아이가 나였다. 단짝 친구가 다른 아이와 어울리면 금방 토라져 떼쓰며 서운해 하는 나를 넓은 품으로 받아주는 친구 찾기는 참 어려웠다. 그래도 학교가 있었기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십 년의 시간동안 이 모난 부분이 부딪치기도 하고 모서리와 모서리가 닿기도 하며 성장하지 않았을까? 따끔한 충고로 나의 행동을 일깨워 주셨던 선생님도 기억난다.

  스스로 서고 서로 기대어 삶

학습은 그리 늦지 않았지만 사람을 사귀는 배움은 느렸던 나처럼 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다행히 요즘은 사회성이 늦은 아이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살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배움의 내용에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서는 나를 찾는다. 나와 연결된 생명의 존엄함도 배운다. 저 혼자 선 것 같지만 우리는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을 배운다. 학교폭력이라는 더 폭력적인 말로 이런 배움의 시간을 사건으로 재단하고 단정 짓지만 실제 학교 안은 안전한 공간이라 믿는다. 수많은 나와 우리가 다투기도 하고 서투르고 실수하며 서로 기대어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길을 떠나야 완성되는 성장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났다. 오늘이와 바리데기, 홍길동, 주먹이 어느 누구도 길을 떠나지 않는 주인공은 없다. 나는 아이들의 성장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속도로, 삶이 닿은 배움을 함께 해 나간 아이들이 길을 떠난다. 진짜 성장은 그 순간부터다.

저마다의 길도 방향도 떠나는 시간도 다르다. 초, 중, 고등학교로 정해진 시간이 아닌 자기 때가 되면 길을 찾아 떠난다. 그 때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전한 둥지를 만들어 주는 일은 선생과 부모가 할 일이다. 여행이라는 교과가 대안학교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는 한 달 살기도 이런 길 떠남을 연습하고 흉내 내는 것 같다. 하지만 길 떠남은 길에서 배우는 떠남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 곳- 내 마음 깊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내면으로 향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부디 우리아이도 제 길 떠나려 할 때 어미 품이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선생 품이 가장 바른 곳이라고 바짓가랑이 붙잡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체 3

  • 2022-02-18 00:47
    우리 어른도 때때로 길을 떠나야 하나봐요. 우리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끼지만.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며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어요. 우리도 자신만의 속도로, 삶이 닿은 배움을 함께 나누며 같이 성장하겠지요^^ 세상에 하나뿐인 해님선생님의 책을 읽고 싶네요!

  • 2022-03-07 20:36
    나가는 길이 곧 나를 알아가는 그 길이라는 말씀에 깊이 동감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해님선생님의 책, 보는 저도 설레네요^^

  • 2022-03-31 10:33
    아이와 거리두기 연습을 앞두고 있는 이 때에, 바짓가랑이 붙잡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책쓰느라 애쓰셨어요 유진경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