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장애통합교육] 가족에서 유일한 청인은 어떤 의미일까?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2-08-03 20:35
조회
518


코다(CODA)는 ‘농인 부모를 둔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제목만 보아도 영화의 내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영화 <미라클벨리에>를 원작으로 약간 아쉬웠던 부분을 헐리웃에서 적당한 양념을 더 해 재밌고 감동적인 가족영화가 되었습니다. 여름방학에 칠보산 가족들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윤여정배우가 시상식 때 수어로 통역하여 감동을 주었던 영화죠. 남우조연상을 받은 실제 농인 배우가 아버지 역할로 나옵니다.)

주인공 루비는 가족 내 유일한 청인으로 작은 어촌 마을에서 가족이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연히 자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요. 음악선생님의 도움으로 버클리 음대를 지원하게 되지만 망설여집니다.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치기 위해 다른 도시로 간다면 가족들은? 코다인 이길보라 작가는 그녀의 책<로드스쿨러>과 <반짝이는 박수소리>에서 어린 시절부터 은행 대출이며 병원에서 비장애인과 소통을 위해 가족의 통역사였던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영화는 루비의 재능을 노래로 설정하여 가족은 들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전하지요. 영화라서 이야기의 흐름은 농인과 청인의 대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코다가 전하는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뭔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고


또 수어라는 언어를 하나 더 할 수 있습니다.”


 

수어가 그들만의 소통수단이 아닌 하나의 언어로 동등하게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라면,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삶을 실제로 살아내는 이들이 아닐까요? 제가 만났던 '소보사'(소리는 보여주는 사람들- 농문화 중심 대안학교) 선생님은 수어와 농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셨어요. 수어 등 의사소통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농인을 청각장애인으로 만드는 통합교육의 문제점을 아주 따갑게 꼬집으셨죠. 영화를 보며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수어통역서비스'나 '문자통역서비스'등 지원 체계가 사회에 더 잘 마련되면 좋겠고, 영화의 마지막처럼 마을에서 함께 할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했으니 두려워 말고 떠나는 루비를 응원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코다로서의 자존감인데, 이 자존감은 우리 누구에게나 필요하지요. 어쩌면 우리 배움과 삶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를 존중하는 자존감을 갖는 자유를 찾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우리와 누구 안에 장애를 포함해서 생각했었나? 다시 질문합니다. 장애를 가진 자신에 대한 자존감 즉 장애 프라이드 (disability pride)를 느끼고 있는가? 이것은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전반적인 사회 체계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 구성원이 갖고 있는 보편적 인식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 앞으로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부분의 다양성은 우리 학교가 바깥 학교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만 고만한 평범한 가정의 도시적 삶을 사는 아이들이지요. 다시 생각하고 싶은 다양성은 소득 수준이나 가정 환경, 종교, 국적 등 아이를 둘러싼 삶의 배경이 다양하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닙니다. 타고난 다양한 결에 대해- 그 결 들이 갖는 다양성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질문

나는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이고 내가 속한 문화는 무엇인가?

우리 아이는 어떤 결을 가졌고

우리 아이의 결은 학교생활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 이 글을 쓸 때 참고한 글

비마이너 서평 코다의 장애학: 소수자가 자기를 긍정하는 법, 곽정란, 2020.0107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22

비마이너 기고 농문화와 청문화 사이에서 '코다 프라이드'를 발견하다, 이길보라, 2016.08.17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22



-청인 :

건청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청인 앞에 건강하다는 의미를 붙이게 되면 농인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농인이 건강하지 않은 건 아니므로 중립적인 의미의 청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수어:

농인이 사용하는 손짓 언어를 ‘수화’라 지칭했으나 수화언어(약칭 수어)가 공식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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