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장애통합교육]사이보그가 되다.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2-07-28 12:00
조회
556





다음 중 사이보그는?


1) 아이언맨


2) 슈퍼맨


3) 최첨단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사용하는 당신


4) 인공관절 수술을 한 이향옥여사님


5) KT 기가지니 AI 음성합성기술을 통해 목소리를 재현한 김소희님


6) 패럴림픽 육상선수 에이미 멜린스님


7) 다기능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운동가 김상희님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질문이 매우 당혹스럽겠지만.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 제목을 다시 곱씹어 본다. 두 작가의 비유 표현인지? 사이보그가 현실인지?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질문에 답을 찾아보자.함께.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 사이보그를 어디까지 정의할지 의심해야 한다. 영화 등 미디어 속 이미지나 대중이 상상하는 범주에서 생각한다면 아이언맨은 의심 없이 동그라미를 칠 수 있다. 슈퍼맨은 그 출신이 분명히 외계인이었으니 엑스표를 준다.


시내에 갔다가 젊은이들 귀에 꽂혀있는 요상 한 물건 "에어팟"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요즘 트랜디 한 물건이고 십 몇 만원을 호가한다는 가격에 놀라고 그 요상 한 물건이 예쁘다는 말에 두 번 놀랐다. 내가 보기엔 딱 보청기였기 때문이다.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굳이 드러내게 착용하지 않는 것이 익숙한 나에겐 보청기같은 에어팟을 귀에 꽂은 모습도 여전히 낯설고, 세련됨과는 아직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어폰보다 더 이물감이 느껴지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나는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애플사에서 나온 에어팟을 소유하지 않아서? 지금 내 손목에 착용한 스마트밴드도 (나는 딱 만보계와 시계로 사용하지만) 여기에 스마트폰까지 장착하여 우리 몸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나는 사이보그인가? 나와 달리 웨어러블 기기를(에어팟, 스마트워치, 스마트폰등) 온전히 활용하여 하루를 지내는 당신은 사이보그가 아닐까?












시혜는 위계를 만든다.











4번부터 6번까지 존재들은 사이보그 인가? 그들은 장애와 함께 기술을 바라보게 하는 우리 이웃이다.


나이가 들어 걷기 장애를 갖게 된 이향옥여사님은(제 시어머님입니다.) 지난 주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엄청난 고통을 느꼈지만 딱 2주 뒤 조금은 힘들지 않게 걷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약간 휘었던 무릎이 곧아진 것도 만족감을 준다. 개인차가 있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75세쯤 인공관절 수술등을 받는다 하니 많은 이들이 사이보그가 될 수 있겠다.



김소희씨에게 목소리를 선물한 케이티의 광고는 농문화를 중심으로 한 이들에게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따뜻한 기술 광고들은 장애인 당사자보다는 장애인에게 따뜻하고 싶은 대중들의 관심에 더 촛점 맞춰있다. 실제로 이 영상에서 김소희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 부터 자막과 수화는 나오지 않고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광고로 전환된다.



나는 따뜻한 기술을 통합교육에서도 마주한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학교,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춘 배움, 성장 여행의 성공 등 이러한 따뜻함에 취하다 보면 정작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은 따뜻하지 않은것 같다. 소소하지만 않은 불협화음과 다툼, 그 안에서 흔들리며 만들어 가는 문화, 보편적인 교육 안에서도 잃지 않아야 하는 개별성, 저 마다 속도를 존중하지만 꼭 목표하고 이뤄야 하는 배움, 이를 위한 지루한 반복 또 반복, 여행지에서보다 몇 십 배 더 고민하고 땀 흘리고 준비하는 아이들과 동료교사의 고민 등을 잊게 한다.



따뜻한 통합교육이기 보다 불편한 통합교육이었으면 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함부로 펼칠 자신이 없어 두 작가의 목소리를 빌린다. 책 속에서 밑 줄 긋기!



70. 음성합성 AI 웨어러블 로봇 그리고 보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첫소리 영상들이 의도하는 바는 일관적이다.


기술은 장애인에게 정상성을 선물하고 비장애인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보며 감동을 받고 장애인들은 희망을 얻는 것이다.


60. 과학의 발전은 분명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줄여 나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응용을 지지한다. 그러나 과학이 장애에 관한 정체성 물음을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가 인간이며 조만간 그 장애는 극복될 것이므로 더 '온전한' 인간 공동체에 포함될 것이다. 전제하는 이상 장애 그 자체 의미는 identify 하지 않는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과학이 여전히 장애를 '없음의 상태-결여'로만 본다면 휠체어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여전히 보행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기로만 간주될 것이다.


203.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결국 보편적인 이용자들에게도 널리 쓰인다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편적 설계라는 개념의 함정도 지적된다. (중략) 장애인을 위한 설계가 결국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장애인들에게만 유용한 디자인은 보편적 설계보다 덜 가치있다는 낙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장애인의을 위한 설계라는 최초의 목적이 쉽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223. 그러나 기차표를 앱으로 예매하지 못해서 입석표를 구입하는 노인이 있는 것처럼 3D프린터로 의수를 설계 할 수 있는 사이보그와 3D가 무엇인지 조차 알기 어려운 장애인의 격차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장애와 기술은 매끄럽지도 아름답게 융화 되지만은 않는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음식점 등 베리어프리 (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공간은 협소하다.


장애인을 위해 처음 개발된 주름진 빨대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어 퇴출 될 1호가 된 요즘 종이 빨대나 다회용 빨대로 대체 할 수 없는 이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전동휠체어에 장착된 여러 물건 중에 한 무더기의 주름진 빨대를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중요한 가치가 충돌 되는 것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일반학교와 대안학교처럼 특수학교와 통합교육도...












청테이프는 두 개의 사물을 접합시키는데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테크놀로지다











마션이라는 영화 속에서 덕트 테이프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아폴로 13호 산소통 폭파 사고 시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를 임시로 설치하기 위해 덕트테이프가 쓰인 일은 유명하며 우주 미션에 덕트테이프는 필수라 한다. 영화에서 배우 맷 데이먼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김원영 작가는 이 덕트테이프 같은 우리나라의 청테이프를 끄집어낸다. 투명 테이프와 종이 테이프로는 붙일 수 없는 더 끈끈하고 단단하게 고정되는 청테이프 말이다.


나는 보통사람이라 투명테이프를 좀 더 선호한다. 그리고 최대한 테이프를 동그랗게 말아 붙인다. 부착면에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서 썼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쭉 청테이프를 찢어 심지어 말지도 않고 아이 작품을 벽에 붙이는 거다. 그리고 그의 슬리퍼는 덜렁거릴 때 마다 또 청테이프를 쭈욱 찢어 붙여 신고 다녔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의 통합교육을 설명한다면 불편함과 함께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이라 말하고싶다. 필요에 의해 붙여져 매끄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장애와 교육을 결합시키는 사람, 시간, 의식...


그래서 언제까지 불편할거고, 언제까지 청테이프만 붙일건데? 통합교육과정을 정돈하여 설명하려면 어렵다. 또 이것은 매우 일반화가 어려워 우리학교를 지나간 발달장애 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에게는 다시 새로운 청테이프를 쭈욱 찢어 붙여야한다. 그래도 그 시간과 의식을 조금씩 정리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이 청테이프로 '땜질'하는 작업을 왜 정리하려 하는지 김초엽작가의 언어를 빌려 말해 본다.



p188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대부분은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으므로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 환경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땜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장애학자들은 여기에 '장애인 세계만들기'라는 명칭을 붙였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에 적응하며 환경을 독창적으로 수선해온 작업들, 예컨데 휠체어사용자가 휠체어를 직접 수리하거나, 간병인들이 가정 환경에 맞게 일상도구들을 활용하는 방식 같은 것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지식 생산 활동이나 전문 기술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의'지식들이 제대로 포착된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취약함과 의존성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장애인들은 삶을 개선하고 환경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내고, 지식을 공유하고, 비장애중심주의적 사회에 균열과 마찰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비장애인 전문가와 장애인 사용자라는 구분은 희미해지고, 아예 흐려진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선언은 다시 말해 불구의 기술과학 선언이다.











다음 아이와 개울 주제로 <우리학교의 통합교육>를 논의할 때 숟가락님과 해님사이에는 덜컹거림과 큰 틈새가 있었다. 덜컹거림을 감수하며 그 틈새로 부터 예상치 못한 곳으로 기꺼이 뻗어가려는 숟가락님의 지지로 이번 방학은 그 틈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담론을 만들고 이야기 하는 과정을 준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통합교육을 돌아보고 앞으로 마을과 함께 해 나갈 일을 함께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하나 더


크립(crip)은 우리 말로 불구라는 뜻이다. 장애(disability)보다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앉은뱅이책상 이나 벙어리장갑처럼 이전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불편한 낱말을 굳이 꺼내 쓰는 이들이 있다. 비하와 혐오를 담은 용어를 쓰면서 그 용어 안의 권력을 다시 갖고 오겠다는 뜻이다. cripping은 비장애중심주의과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내가 미쳐 깨닫지 못한 비장애중심주의와 권력부터 하나씩 찾아가야겠다.



250.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하나로 움직일 때,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휠체어와 결합하고 다시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활동지원사와 접촉할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긋남, 불화, 이음새의 단차를 넘어 결합해 본 경험이야 말로 우리가 미래에 '증강 해야 할 역량'이다.


260. 우리는 타인의 삶이 각자 너무 고유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잊는다. 어떤 주관적 세계는 그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전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282. 우리가 미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그리고 밀려오는 미래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감각에서 출발하고 싶다.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주선을 다시 설계해보자. 그러한 설계에는 수많은 사람의 도면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도면을 교환하고 살펴보며 단 한 사람에게 맞춰진 도면이 얼마나 많은 존재를 배제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중략) 우리가 그 무수한 도면을 함께 살피고 계속해서 수정해 나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358. 부지런하게 세계를 고치고, 메꾸고, 덧대고 수선하는 그 상상력으로 부터 도저히 도달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계를 선언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 시작하는 강건함으로부터, 특히 최전선에서 말하고 싸우는 운동가들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다. 내가 이게 될까? 냉소하고 의심할 때 그들은 똑같은 질문을 알고도 한 뼘 더 나아간다. 우리의 세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떤 것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복잡함 때문에 무작정 보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운다.



질문 


당신은 사이보그 입니까?


오늘 나의 하루에서 청테이프가 된 순간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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