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1일] 10월 2일 대안교사한마당 - by 봄날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24
조회
1347

대안교사한마당



금요일에 아이들이 만든 나무목걸이를 보니 가현 어머니와 동윤 어머니께서 참 잘 끌어내어 주셨구나 싶었습니다. 부모님들이 학교를 맡아주신 덕분에 저희는 몽땅 학교를 비우고 여유 있게 교사한마당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해마다 10월이면 전국에 있는 대안학교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이번에도 전국 각지에 있는 초중고 대안학교와 여러 형태의 대안교육 시설에서 젊음을 불태우는 선생님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오래 알고 지내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학교마다 신입교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새 얼굴들이 와서 새바람을 일으킬까 그런 것이 오래된 교사들이 호기심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반짝이는 영혼들을 발견할 때면 그 학교 좋구나 싶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아쉬운 모습들을 만나기도 하지요. 이런 눈과 마음이 요즘은 참 가당찮다 싶어요. 내가 뭐라고 그런 판단을 하나 싶어서요. 그래도 교육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떨림 가득한 눈빛들을 만나는 것이 저는 참 좋긴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다음날 하는 대안교육한마당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있어서 강의를 배치하지는 않았나봅니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스스로 내어보고 함께 나누어 보자는 취지로 잡담회, 고민상담소, 학교별 장기자랑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그 뒷자리가 더 진하기는 하지만요.


잡담회 주제는 주로 새 교사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담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가.


-대안학교 교사들은 돈 좋아하면 안 되나요.


-대안학교 교사는 노동자인가.


-교사들의 노후대책.


-교사평가 이대로 괜찮은가.


-기타



이런 주제들로 모둠을 나누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는 처음에 이런 제목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국의 대안학교 교사들이 모여서 나눌 이야깃거리라고 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 얕은 것 아닌가 싶었거든요. 더 건강한 생각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주제들은 눈앞의 어려움들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주제들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텐데 아는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어떤 이에게 이야기했더니 봄날, 그런 말 자꾸 하면 꼰대란 소리 들어!” 하더군요. , 나는 꼰대가 맞나보구나... 다음날 대안교육한마당이 있었으니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나름 건강한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잘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공유한 내용들을 읽으니 참 좋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대안학교 교사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가, 모둠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교사들 사이의 차이, 개성, 다양성과 그로 인해 겪는 개인들의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위기가 맞을 텐데,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교사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것과 자기 마음대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주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양성이 넓게 인정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다양하고도 건강한 기운 속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는 좋은 일이지요. 그러면서도 기본 생활 습관을 갖고 자주 교사로서 성찰하는 힘을 갖는 것 또한 교사인 개인들이 연습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대안교사한마당에 가면 중등 과정 학교들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만나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훌륭하게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또 한 시기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 잘 부탁한다고 부모 같은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올해는 왜 많이 안 보내주느냐는 하소연을 듣기도 하고 상담 아닌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도 참 멋지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숙소에서는 오랜만에 밤 늦도록 가야, 유성미, 수산나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과, 교육과, 시와 독서, 그리고 잠결에 가물가물 남은 왔다갔다 하는 주제들로.


다음날 대안교육한마당에 가서 귀한 이야기들을 들었어야 하는데, 올라오는 차편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이어서 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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