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6일] 반장으로서 말하는 건데요... - by 가야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23
조회
1338

우리반은 한 달에 한 번 반장단을 뽑습니다.
반장, 공책서기, 칠판서기 세 명.


누구나 한 번쯤은 반장단에 나와야 하고, 
같은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없습니다. 
열두 명의 아이들이 두 번씩은 어떤 역할이든 해야만 3월부터 12월까지 반장단이 꾸려집니다.
반장은 학년회의를 이끌고, 아침열기와 하루닫기 시간에 인사를 합니다.
친구들의 나들이짝을 정하는 권한이 있고, 가끔은 어떤 수업을 할지 정할 수도 있네요.


열두 명의 아이들 중 매번 절반 이상이 나올 정도로 준비된 일꾼이 많아요^^


출마를 할 때 유세를 꼭 해야 하는데 당당히 나와서는 가끔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지요.
"저는 할 말이 없는데요."


마음은 우리 학교와 이 나라를 이끌 기세인데 귀여운 입이 따라주지 않네요.
다행히 우리반 아이들은 친절한 유권자들이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려주네요.
"친구들을 잘 이끌겠습니다, 이렇게 말해."
"반장을 도와 공책에 글씨를 또박또박 쓰겠습니다, 그래."


어쨌든 이번에도 재미있는 과정을 거쳐서 선출되었지요.
반장을 하겠다는 아이는 여럿인데 공책서기와 칠판서기는 없는..
반장단을 한꺼번에 기록하는 투표용지에 자기 이름만 크게 쓰기도 했던.
필체를 보면 누가 누구를 썼는지 다 아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자기 이름 틀린 아이도 있었던^^


어제 자유놀이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숙제를 뭘 낼까?" 중얼거렸더니 10월 반장이 그 말을 들었네요.


"선생님 반장으로서 말하는 건데요..."
그 아이는 어지간하면 자격을 의미하는 '로서'라는 조사는 별로 쓰지 않는 친구이지요.
반장이라고 뭐 생색 내는 아이도 아니고요.


아주 밝게 웃으며 말합니다. 
"선생님! 제 말 잘 들으세요."
선생님을 부르며 힘주어 말하는 일도 거의 없는 아이이므로,
저는 그 아이의 말이라면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반장으로서' 말하겠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선생님! 반장으로서 말합니다! 오늘 숙제는 일기만 내세요!"


그래서 화요일 숙제는 일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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