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6일] 듣기만 하는 모임- by 가야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19
조회
1277
몇 달에 한 번씩,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모임에 나갑니다.
시로 열고, 침묵을 나누며, 다른 이의 충고나 평가는 없는 분위기에서 내 이야기를 꺼내고, 
간단한 글을 통해 묵상을 하는 시간이 제법 길다가, 시로 닫는 그런 모임에 나갑니다.

시의 한 구절이나 글의 한 대목에서 내 삶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 누구나 원하는 순간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만나는 시가 고마운 건, 압축적인 언어와 비유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 삶과 접목할 여지가 더 넓다는 겁니다.
나를 일깨우는 글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잘 정돈한 성현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 모임에 가면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이는 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분이 그다지 말이 없기도 하고 꼭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해주기 때문이지요.


나는 요즘 나의 입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건데 하며 상대방의 의도를 넘겨짚고는 
내가 굳이 힘들게 뭐하러 말하나 싶어 아예 말을 안 꺼내다가
고민이 무거워지면 마구 꺼내버리고는 상대의 반응에 아차 싶어 도로 주워담다가 
에라 모르겠다 너도 귀가 있는데 들어야지 하고는 마저 말하다가
입을 다물자 해놓고서는 상대방의 말에 괜히 열이 나서 또 말하다가.

여러 사람들과의 수많은 만남 속에서, 한마디로 오락가락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전에는 안 그랬느냐 하면 딱히 할 말이 없지요.
가끔은 뻔뻔해져서, 나이 들면 내 몸이 내 뜻대로 안 되거든요 하며 나이 핑계도 은근슬쩍댑니다.

제 이런 모습에 가까운 사람이 좀 속상하다며 마음을 전해주었지요.
"너 학교에서도 이러니?" 묻는데, 
사실은 학교에서도 내가 그렇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어찌나 마음이 뜨끔했는지요.


며칠 전에는 너무나도 후회가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어요.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 건 아니었으나, 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한 겁니다. 불필요한 말을 아끼자 약속을 해놓고선 말입니다.



그러다 이런 글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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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고 단순하게 말하십시오>

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할 틈을 가지도록 합시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시간이 지났을 때 쓸데없는 말은 아닌지,
내가 한 말이 혹시라도 누군가를 흠집 내거나 오해를 일으키고 문제를 악화시킬 염려는 없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말을 제대로 못해서 곤경을 겪었던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
침묵하지 못했던 것에는 백 번이라도 후회를 해야 합니다.
다정하면서도 명확하게 진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진실함과 단순함만큼 사람을 설득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기법은 없습니다.
그 진실과 단순함을 담는 그릇이 바로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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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저에게, 아이들과 복닥복닥 지내고 있는 제게 울림이 큰 글이라서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혹시.
듣기만 하는 모임이 있다면 발걸음 해보셔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가슴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을요.
참! 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다정하면서도 명확하게 진실만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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