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2일] 이런 책이 있어요 - by 가야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45
조회
1332
한 권의 책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일 때 그 감격은 얼마나 대단한가요!
차오르는 감동을 마음속에 도무지 담아둘 수 없어서
이 책 읽어봤냐 한번 읽어라 하며 사방팔방 권하기도 하지요.
좋은 책은 이미 다들 읽었는데, 뒤늦게 뒷북을 치며 말입니다.

초등교사들과 중등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읽었던, 그리고 아직도 읽는, 언젠가는 읽게 될 책 몇 권 소개합니다.
우리 학교 부모님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요. 물론 많은 분들 읽으셨겠지만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봄날샘의 밝은 눈으로 여러 교사들이 흠뻑 빠져든 '권정생과 이오덕의 손편지'를 엮은 책.
마침 이번 교사전형 토론회 책으로 선정되었네요. 
두 분의 삶과 교육관이 우리 학교의 문화나 분위기와 알게모르게 닮아 있어서
아이들과 지내며 반 운영이나 교사로서 갈 길에 대해 고민이 들 때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네요.
신기하게도 이 책이 나한테 뭐라뭐라 말하는 소리도 들리고요.
제목이 참 평범한 인사말이라
'선생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나 '선생님 요즘 안녕하셨습니까'와 같은,
하십시오체 어미의, 비슷한 뜻 유사한 제목으로 달리 부를 우려가 있더군요^^
우리 교사들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사람은 어떤 소망을 공통적으로 품습니다.
당장 실천으로 옮기기도 하지요.
꼭 읽어보세요. 내 안에서 무슨 바람이 올라오는지.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선생님의 마지막 저서일지도 모른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내용과 귀한 말씀을 기대하며 샀으리라 예상되는 책.
선생님께서 일관되게 말씀하시는 주제, 존재론 및 관계론과 인식론(공부론)이 심화확장된 책입니다.
밑줄 긋고 마음에 새기고픈 문장이 가득하지요.
마지막장, '희망의 언어-석과불식'을 읽다보면 
"사람을 키우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 참 중요하구나 느끼고
지금 내가 학교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이 입니다.
초록샘이 한 번 읽자며 은근슬쩍 권했던 책. 
어떤 교사는 욕실까지 대동하며 곰곰 읽느라 너덜너덜해졌던.


『녹색평론』
중등교사회의 공부모임자료 및 수업연구자료로 쓰이고, 초등교사회에선 애독자들이 더러 있네요.
모두 알다시피 이 책은 결코 한정된 주제를 다루는 환경잡지가 아니죠.
세상 돌아가는 일을 꿰뚫는 지혜, 교육과 사회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야를 기르고
한 사람이 우뚝 설 수 있는 철학적 바탕을 형성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글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두 달마다 기대하지요.

1991년 창간사 일부를 나눠볼게요.
"우리가 <녹색평론>을 구상한 것은 지극히 미약한 정도로나마 우리 자신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거의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결코 적지 않을 동시대인들과의 정신적 교류를 희망하면서,
민감한 마음을 지닌 영혼들과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토록 숭고한 욕망이라니요!
뒷부분 좀더 읽어볼까요.

"고대 문화에서 흔히 그러했듯이, 사람의 명상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이 자기보다 더 큰 전체,
공동체나 자연이나 우주적 전체 속의 작은 일부로서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고 사색할 줄 아는 습관 속에서 길러지는 것일 테다.
인간은 좁고, 미약하고, 일시적인 자기의 개인적인 삶의 테두리를 늘 보다 큰 지평 속에 관계시킴으로써
영속적인 거대한 우주적 생명 활동에 스스로를 참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고대사회에서나 토착 전통 사회에서나 혹은 이른바 미개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었다."

생태학적 위기를 계기로 이렇게 대단한 잡지를 만들다니. 그것도 20여년 전에.
민감한 마음을 지닌 영혼들이여, <녹색평론>을 통해 서로 만나십시오.


『시인의 집』
10월 교사한마당 때, 몇몇 선생님들이 숙소에 모여 짧게 '낭송하는 밤'을 보내었네요.
그때 어느 쪽 어떤 내용 읽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 자리에 함께 한 이들에겐 각별한 의미로 남았던 노란 책.
독일문학자이자 번역가인 전영애 선생님이 독일 시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쓴 문학기행문이자 시해설서,
라고만 하기엔 소개가 빈약하군요.
시의 아름다움, 시를 읽는 눈의 귀함, 문학의 역할과 작가의 사명, 우리가 살아야 할 종류의 삶..
이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서 보여줍니다.
브레히트, 하이네, 릴케, 괴테 등 독일시인들의 작품과 선생님의 단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매우 아름답고 사유 깊은 문체로 우리를 '시인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멀지만, 마음에서는 가장 가까운 그곳
어느날 우리는 한 시인의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린다"
뒤표지의 이 문구에 마음이 잠깐 흔들한다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을 들어본 적 있는 이라면
전영애 선생님 책에도 흠뻑 빠질 게 분명하지요.

작가는 본인에게 삶의 부근이었던 시의 부근을 서성이며,
"한 생애의 발자국들 위에 내 발자국을 얹어본다"고 하셨지요.
우리도 함께 발자국 얹으면 어떨까요.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교사 개인이나 여럿이 감동을 받곤 하는 책 뒤에는 늘 귀한 존재가 있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명을 주는 저자들. 그래서 우리들도 그분들 발치에 조금이라도 닿는 꿈을 꾸게 만드는.

모든 책은 나름의 맛과 가치가 있으니 각자의 취향대로 읽는 것도 좋은데 함께 읽는 것의 의미를 떠올려봅니다.
똑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아이구야, 게으른 내가 드디어 책 한 권 읽었구나 하는 뿌듯함과 즐거움을 넘어서서,
한 집단의 시야와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느껴요.
특히나 요즘처럼 어수선한 때에는 함께 읽기가 더 중요하게 다가와요.


정작 다독열독하시는 분들은 잠잠한데 제가 어쩌다 책소개를 하고 있을까 싶어요.
음... 저처럼 일 년에 겨우 몇 권 건지는 이들은 요란한 빈수레 티를 꼭 내거든요.
2015년 한 해, 교사들 덕분에 세 권이나 만났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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