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학년 육총사 9,10월 돌아보기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1-11-09 13:33
조회
1165
무더위가 물러가는 처서에 개학을 했지요. 치솟는 코로나 감염자 수치와 거리두기 상향조정으로 어떻게 여름을 맞이하고 보냈는지도 벌써 가마득합니다. 이제 입동이니 여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자연스럽지요. “육총사”가 된 1학년은 꽉 찬 가을을 보냈습니다. 공주까지 먼 나들이로 시작했던 “육총사”의 가을과 배움을 돌아봅니다.
2학기는 힘껏 걷기로 시작합니다. 학교 둘레, 칠보산, 텃밭... 우리 둘레는 다행히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이 때쯤 모기가 극성이라 만만치 않았지만 여름이 가기 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날마다 기억할 것도 알려줍니다. 칠보산을 넘어 세계의 어린이 되기 위한 약속입니다. 달 날(월요일)은 달과 해에게 감사하며 전깃불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불 날은 ‘빈그릇운동’에 힘쓰고 물 날은 물을 아껴 씁니다.
한 아이가 “그럼 물을 아예 안 쓰면, 손도 안 씻고 목말라도 물 안마시면 제일 좋은 일이죠?”말 합니다. 아껴 쓰는 마음은 덜 쓰는 것 뿐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이라 일러줍니다. 나무 날은 이면지도 한 장도 필요를 생각해서 씁니다. 쇠 날은 무얼 할까요? 땅 속에 쓰레기가 적도록 1회용품을 덜 쓰고 교실 쓰레기도 잘 분리해서 버리는 날입니다.
* 귀담아 듣기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 없는 약속입니다. 불쑥 올라오는 나의 거친 말과 행동을 서로 살피는 첫 시작이 “귀담아 듣기”입니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선생과 부모도 기억할 약속입니다. 생활은 다시 3월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방학을 힘차게 지냈으니 다시 함께 1학년 생활과 문화를 세우기 위해 힘을 냅니다.
9월에는 새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다람쥐처럼 재빠르고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이 많은 어린이입니다. 오총사에서 육총사가 되었는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장난 많고 밝은 기운이 가득입니다.
2. 말과글
이면지 모서리를 맞춰 접고 가지런히 40장을 모았습니다. 도구로 구멍 뚫은 후 한 땀 한 땀 뀁니다. 하루를 마칠 때 “알림장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기억 남는 일을 한 가지씩 말합니다. “한 문장 말하기”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오늘 어떻게 지냈어?” 물어보면 “좋았어요.” “재밌어요.” “힘들어요.” 딱 이 세 마디입니다. 학교에서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한 부모님께도 비슷한 대답이지죠. 물론 재잘재잘 있던 일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학교이야기를 도통 안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이 들면 “짜증나.”라는 말이 하나 덧붙여진다 하지요. 하루 동안 신나고 즐거운 일, 속상한 일, 새로운 일이 많았을 텐데...그래서 하루 돌아보기 시간에 어린이들이 딱 한 문장 씩 말하기로 했어요.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따라 말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합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 남는 하나를 골라 말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꾸준히 했습니다. 같은 하루를 보냈기에 친구생각이 나와 꼭 같을 때도 있고, 미쳐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일도 기억합니다. 똑같이 말하지 않아야 하니 친구이야기를 잘 듣고 생각해야 합니다. 들은 이야기는 칠판에 적어주어 절로 글자공부도 됩니다.
소리와 가획에 따라 익혔던 닿소리를 다시 순서로 익혔습니다. 가나다라...순서로 다시 익히는 까닭은 소리의 형태를 잘 기억하고 쓰기 위함입니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 <밀짚 잠자리>를 읽었습니다. 부모님과 먼저 읽었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아빠가 사투리버전으로 들려주셨어요. 해님도 흉내 냈지만 그 입맛을 살리지 못했네요. 노랑 꼬랑대기에 커다란 눈망울의 밀짚잠자리를 따라 표정과 마음도 살피고 재밌는 표현도 찾아 읽고 씁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보아도 지루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거워합니다.
3. 수
새 학기 수업은 산가지(셈 할 때 쓰는 짧은 댓개비)로 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판을 널리쓰며 점차 셈할 때 산가지를 덜 썼다는데 우리 조상들은 산가지로 세고 셈하는 것을 즐겼다 해요. 숫자도 만들고, 가로 놓기와 세로 놓기로 큰 수를 표현합니다. 손으로 익힌 수와 셈을 공책에 정리합니다. 교실에 수직선을 만들어 놀며 더하기 빼기를 익힙니다. 시계가 없다면 계속 쉬는 시간 일 텐데 쉬는 시간 10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는데 공부시간 10분은 세상에서 제일 긴 10분입니다.
4. 절기살이
* 절기소리 외기, 절기노래 부르기
어린이들과 절기소리를 함께 외웁니다. 절기마다 어떤 일이 있는지 소리와 노래 안에 다 담겨있습니다. 입으로만 외는 것이 아니라 때에 맞게 자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노랫말처럼 밤이 익어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감이 익을 것을 압니다. 노오랗게 벼가 익어 눕고, 드디어 칠보산도 가을 단풍으로 물듭니다. 절기를 살며 선생도 아이들도 작은 변화를 살피는 눈이 조금씩 자랍니다. 조금씩 싹을 틔웠던 봄 나무, 햇볕과 비와 바람 속에서 푸름을 뽐내던 여름 나무, 이 시간을 지낸 가을 나무는 가만히 보면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나무는 노랗게, 붉게, 주황빛으로 같은 나무가 없습니다. 비슷한 것 같아도 물들어가는 시간도 다릅니다. 하루 차이로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나무입니다. 아이들도 가을 나무 같습니다. 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면 때에 맞게 잘 자랍니다. 한 명 한 명 살피면 다 다른 결을 드러냅니다. 제 빛깔로 자라는 어린이들을 살필 수 있는 힘, 절기공부를 통해 받은 선물입니다.
* 텃밭에서 일하고 거두기
해가 아직 높고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5,6 학년 형님들이 힘내서 여름동안 자란 풀을 뽑고 밭을 갑니다. 구수한 냄새 가득~ 거름 넣은 밭에 1학년이 나무를 가져다 틀 밭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즐겁게 일합니다. 구멍 하나에 셋 씩 무를 심었습니다. 하얀 무가 쑥쑥 자라 올 김장 때 무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올 해 1학년 텃밭은 쉬는 공간 없이 알뜰하게 가꿨습니다. 어디선가 날아 온 깻잎도 뽑아두지 않았더니 깨가 열렸어요. 신나게 노래하며 깨를 텁니다. 수산나 선생님께서 밥에 넣어 구수한 깨 밥을 먹었지요. 열 알 쯤 넣어 둔 땅콩도 소쿠리 하나로 열렸습니다.
어떤 일을 꾀가 납니다. 청 갓 씨 뿌린 자리에 싹이 났는데 자란 모습을 보니 한 쪽은 가지런한 데 한 쪽은 남은 씨를 다 쏟아 부었네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땅의 정직함을 깨칩니다. 은행 알을 줍는 일도 꾀가 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한 알 한 알 주워 모은 은행을 큰 통에 넣고 깝니다. 물컹거리는 느낌이 그리 기분 좋지 않네요. 볕에 잘 말려둔 은행도 하나 하나 다시 까서 구워야 합니다. 소금을 살살 뿌려 먹는 맛이 꿀맛이지만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보통일이 아닙니다.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제철 일이 손과 팔, 발과 다리에 스밉니다.
5.생활미술
가을 생활미술 재료는 흙입니다. 손 안에 넣고 동그랗게 굴려 흙공도 만들고 책상위에 길게 길게 흙줄도 만듭니다. 빚고 다듬어 그릇도 만들었습니다. 흙에서 온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주고 별 터에서 모래와 물로 놉니다. 미술시간에 만들기도 하고 점심 먹고 쉬는 시간까지 이어집니다.
6.어울림
그림책과 이야기로 다양성에 대해 배웁니다. 이야기에 깊이 빠져드는 어린이들이 정작 교실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일이 힘듭니다. 앞 뒤 상황 다 잘라먹고 친구가 잘못했다며 쪼르르 달려와 이야기 하면 이내 다른 친구가 달려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따가움에 머리가 지끈 합니다. “너희들은 왜 나한테만 그래?” 말했던 친구이야기도 이해되고 “그러는 너는 왜 귀담아 안 듣는데?”도 맞는 말입니다. 친구가 자신에게 불편해 했던 부분을 고스란히 말해 우습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 **이도 많이 속상해 했었는데 이제 그 마음이 이해되니?” 두 아이를 마주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필요할 땐 반 친구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 나눕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개 바로 이해가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해님~ 해님~” 달려오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은 하나가 됩니다. 여전히 서툴지만... 덕분에 “절명상”도 열심히 했습니다.
7.학교밖학교
하루 동안 온전히 학교밖에서 배우는 날~ 공주까지 먼 나들이를 시작으로 수원시 미술관도 다녀오고 버스타고 방화수류정, 융건릉도 다녀왔습니다. 버스카드만 손에 쥐어도 전국어디든 씩씩하게 다녀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탈 버스번호를 기억했다가 버스가 오면 타겠다고 손을 흔듭니다. 내릴 정류장을 잘 기억했다가 벨을 누르는 일도 어린이가 합니다.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집중해서 내리는 정류장마다 “여기에요?” 물어보는 어린이가 있어서 잘못 내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못 내렸을 때, 길을 읽었을 때, 부모님 전화번호 기억하는 안전교육은 필수 입니다. 생태수업은 2학년과 함께 모둠 지어 꾸립니다. 1년 더 앞서왔다고 2학년 형님들은 아는 것도 많습니다.
8.함께 했던 일
* 맑-칠-무-산 펜팔
이름과 좋아하는 것만 듣고는 여자일까? 남자친구일까? 너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절대로 내 짝이 된 친구가 여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더니 원래는 함께 모여서 몸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고 하니 여자였으면 좋겠다합니다. (달리기를 이기겠다나 뭐라나?) 내년 쯤 우리가 다시 모일 날이 있다면 상상했던 친구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겠죠? 그 때 까지 서로의 이름을 잘 기억합시다. 모르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둘 다 기쁜 일입니다. 이제 한 글자 한 글자 배워가는 육총사가 정성을 담아 쓰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 한가위잔치
한복을 곱게 입고 모여 동네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줍깅을 했습니다. 가림막을 하고 송편 빚기가 아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주먹만한 익반죽을 떼어 조물조물 주무릅니다. 단 콩을 넣어 빚습니다. 어찌나 조물조물 했던지 엄청 쫄깃한 송편을 나눠 먹었습니다.
* 전체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릴까봐 아닌 체 했지만 여행 날이 점점 다가오니 잠잘 걱정, 먹을 걱정, 내 물건 스스로 챙길 걱정, 코로나 검사를 또... 걱정꺼리가 한 둘이 아닙니다. 모둠 마다 바닷가에 그 걱정들을 다 묻어 두고 왔을까요? 우리 왜 걱정했지? 여행 후 한 뼘은 더 자라고 우리 사이도 돈독해 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겨울맞이 입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입니다. 한 달 동안 지난 배움을 펼쳐 낼 마무리 잔치도 준비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 찾고 보듬으려 합니다. 긴 글쓰기와 수공부도 조금 더 집중하며 칠보산의 꼭대기와 하늘로 호로록 날아가던 마음을 좀 더 교실로 가져와 가만가만 담아보렵니다.
- 생활과 문화
2학기는 힘껏 걷기로 시작합니다. 학교 둘레, 칠보산, 텃밭... 우리 둘레는 다행히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이 때쯤 모기가 극성이라 만만치 않았지만 여름이 가기 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날마다 기억할 것도 알려줍니다. 칠보산을 넘어 세계의 어린이 되기 위한 약속입니다. 달 날(월요일)은 달과 해에게 감사하며 전깃불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불 날은 ‘빈그릇운동’에 힘쓰고 물 날은 물을 아껴 씁니다.
한 아이가 “그럼 물을 아예 안 쓰면, 손도 안 씻고 목말라도 물 안마시면 제일 좋은 일이죠?”말 합니다. 아껴 쓰는 마음은 덜 쓰는 것 뿐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이라 일러줍니다. 나무 날은 이면지도 한 장도 필요를 생각해서 씁니다. 쇠 날은 무얼 할까요? 땅 속에 쓰레기가 적도록 1회용품을 덜 쓰고 교실 쓰레기도 잘 분리해서 버리는 날입니다.
* 귀담아 듣기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 없는 약속입니다. 불쑥 올라오는 나의 거친 말과 행동을 서로 살피는 첫 시작이 “귀담아 듣기”입니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선생과 부모도 기억할 약속입니다. 생활은 다시 3월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방학을 힘차게 지냈으니 다시 함께 1학년 생활과 문화를 세우기 위해 힘을 냅니다.
9월에는 새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다람쥐처럼 재빠르고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이 많은 어린이입니다. 오총사에서 육총사가 되었는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장난 많고 밝은 기운이 가득입니다.
2. 말과글
이면지 모서리를 맞춰 접고 가지런히 40장을 모았습니다. 도구로 구멍 뚫은 후 한 땀 한 땀 뀁니다. 하루를 마칠 때 “알림장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기억 남는 일을 한 가지씩 말합니다. “한 문장 말하기”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오늘 어떻게 지냈어?” 물어보면 “좋았어요.” “재밌어요.” “힘들어요.” 딱 이 세 마디입니다. 학교에서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한 부모님께도 비슷한 대답이지죠. 물론 재잘재잘 있던 일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학교이야기를 도통 안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이 들면 “짜증나.”라는 말이 하나 덧붙여진다 하지요. 하루 동안 신나고 즐거운 일, 속상한 일, 새로운 일이 많았을 텐데...그래서 하루 돌아보기 시간에 어린이들이 딱 한 문장 씩 말하기로 했어요.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따라 말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합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 남는 하나를 골라 말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꾸준히 했습니다. 같은 하루를 보냈기에 친구생각이 나와 꼭 같을 때도 있고, 미쳐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일도 기억합니다. 똑같이 말하지 않아야 하니 친구이야기를 잘 듣고 생각해야 합니다. 들은 이야기는 칠판에 적어주어 절로 글자공부도 됩니다.
소리와 가획에 따라 익혔던 닿소리를 다시 순서로 익혔습니다. 가나다라...순서로 다시 익히는 까닭은 소리의 형태를 잘 기억하고 쓰기 위함입니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 <밀짚 잠자리>를 읽었습니다. 부모님과 먼저 읽었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아빠가 사투리버전으로 들려주셨어요. 해님도 흉내 냈지만 그 입맛을 살리지 못했네요. 노랑 꼬랑대기에 커다란 눈망울의 밀짚잠자리를 따라 표정과 마음도 살피고 재밌는 표현도 찾아 읽고 씁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보아도 지루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거워합니다.
<표1> 말과글 시간 날마다 익힌 것
처서 | 8/26 방학숙제 발표 <한문장쓰기> 설명 9/7 처서 절기소리 외우기 |
9/1 이면지로 알림장 만들기 2 <알림장쓰기> 시작 |
9/9 <재주 많은 손> 이야기 듣기 | ||
백로 | 9/14 <솔이의 추석이야기> 닿소리 지읒 쌍지읒 익히기 |
9/16 닿소리 치읓 익히기 9/23 닿소리 키읔 익히기 |
추분 | 9/28 노래시 <커다랗고 커다란 무> 10/5 <훨훨 간다> 듣고 외기 |
9/30 닿소리 티읕 익히기 <밀짚 잠자리> 들려주기 10/7 밀짚 잠자리가 간 곳은? 만난 것? 하늘나라 상상하여 말하기 |
한로 | 10/12 한로 절기소리 외우기 19 된소리 익히기 |
10/14 밀짚 잠자리 표정보고 마음 알기 |
상강 | 10/26 개와 게, 새우, 예방주사등 소리를 들어보아요. 이중모음 |
10/28 책 속에서 재밌는 표현 찾아 쓰기 |
새 학기 수업은 산가지(셈 할 때 쓰는 짧은 댓개비)로 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판을 널리쓰며 점차 셈할 때 산가지를 덜 썼다는데 우리 조상들은 산가지로 세고 셈하는 것을 즐겼다 해요. 숫자도 만들고, 가로 놓기와 세로 놓기로 큰 수를 표현합니다. 손으로 익힌 수와 셈을 공책에 정리합니다. 교실에 수직선을 만들어 놀며 더하기 빼기를 익힙니다. 시계가 없다면 계속 쉬는 시간 일 텐데 쉬는 시간 10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는데 공부시간 10분은 세상에서 제일 긴 10분입니다.
<표2> 수 시간 날마다 익힌 것
처서 | 8/30 산가지로 숫자 만들기 산가지로 셈하기 (10이하의 더하기빼기) |
9/6 산가지로 큰 수 만들어 읽기 셈셈 수놀이 보드게임 |
백로 | 9/9 수직선 뜀뛰기 0부터 10까지 빨리 닿기 9/13 짝수와 홀수 |
9/16 수직선에서 빼기, 놀이를 공책에 정리하기 9/23 추석에 내가 간 곳 거리 더하기 |
추분 | 9/27 원시인의 시간 해로 만든 시계 |
9/29 똑! 딱 그림책 함께 읽기 1초에 할 수 있는 일 1분에 할 수 있는 일 10/6 시계 임금님 그림책 함께 읽기 |
한로 | 10/18 시계빙고 | 10/13 시각 읽기 |
상강 | 10/25 놀이에 숨어있는 측정 길이 단위, 무게 단위 알기 11/1 10이 넘는 덧셈 |
10/27 날짜 세기 11/3 여러수 더하기 10를 모으면 숫자10카드로 교환하는 은행놀이 |
* 절기소리 외기, 절기노래 부르기
어린이들과 절기소리를 함께 외웁니다. 절기마다 어떤 일이 있는지 소리와 노래 안에 다 담겨있습니다. 입으로만 외는 것이 아니라 때에 맞게 자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노랫말처럼 밤이 익어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감이 익을 것을 압니다. 노오랗게 벼가 익어 눕고, 드디어 칠보산도 가을 단풍으로 물듭니다. 절기를 살며 선생도 아이들도 작은 변화를 살피는 눈이 조금씩 자랍니다. 조금씩 싹을 틔웠던 봄 나무, 햇볕과 비와 바람 속에서 푸름을 뽐내던 여름 나무, 이 시간을 지낸 가을 나무는 가만히 보면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나무는 노랗게, 붉게, 주황빛으로 같은 나무가 없습니다. 비슷한 것 같아도 물들어가는 시간도 다릅니다. 하루 차이로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나무입니다. 아이들도 가을 나무 같습니다. 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면 때에 맞게 잘 자랍니다. 한 명 한 명 살피면 다 다른 결을 드러냅니다. 제 빛깔로 자라는 어린이들을 살필 수 있는 힘, 절기공부를 통해 받은 선물입니다.
<표3> 함께 외운 절기소리
가는 더위 처서 소리
처서는 가는 더위라 아침저녁 서늘하다 가는구나 가는구나 이더위가 가는구나 뭉게구름 푸른하늘 콧노래가 절로나고 귀뚜라미 맑은소리 가을기분 절로난다 |
맑은 이슬 백로 소리
백로는 맑은이슬 아침길이 촉촉하다 고운달님 목걸이가 풀잎마다 맺혀있네 백로는 포도절기 햇빛가득 포도송이 알알이 주렁주렁 새콤달콤 포도송이 |
저녁 가을 추분 소리
추분은 저녁가을 밤이점점 길어진다 아이들과 산에가자 밤과대추 널렸구나 도토리는 다람쥐것 너무많이 줍지않기 땅어머니 품에안겨 모든 것이 행복하다 |
찬이슬 한로 소리
한로는 찬이슬이라 아침이슬 차갑구나 하늘자꾸 높아가고 눈부시게 짙푸를 때 한로국화 활짝피어 빛과향기 그윽하다 들녘에도 바쁘구나 가을걷이 한창이다 |
꽃서리 상강
서리서리 꽃서리는 잎속으로 스며들어 울긋불긋 물들이며 가을날은 깊어간다 감나무는 주옹빛에 담쟁이는 진홍빛에 은행나무 노오랗게 단풍나무 붉디붉게 |
가을은 찬 이슬과 서리로 제 빛깔 제 맛 제 향기가 가득한 달콤하고 풍성한 열매로 익어가는 때다.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유종반 글에서 |
해가 아직 높고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5,6 학년 형님들이 힘내서 여름동안 자란 풀을 뽑고 밭을 갑니다. 구수한 냄새 가득~ 거름 넣은 밭에 1학년이 나무를 가져다 틀 밭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즐겁게 일합니다. 구멍 하나에 셋 씩 무를 심었습니다. 하얀 무가 쑥쑥 자라 올 김장 때 무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올 해 1학년 텃밭은 쉬는 공간 없이 알뜰하게 가꿨습니다. 어디선가 날아 온 깻잎도 뽑아두지 않았더니 깨가 열렸어요. 신나게 노래하며 깨를 텁니다. 수산나 선생님께서 밥에 넣어 구수한 깨 밥을 먹었지요. 열 알 쯤 넣어 둔 땅콩도 소쿠리 하나로 열렸습니다.
어떤 일을 꾀가 납니다. 청 갓 씨 뿌린 자리에 싹이 났는데 자란 모습을 보니 한 쪽은 가지런한 데 한 쪽은 남은 씨를 다 쏟아 부었네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땅의 정직함을 깨칩니다. 은행 알을 줍는 일도 꾀가 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한 알 한 알 주워 모은 은행을 큰 통에 넣고 깝니다. 물컹거리는 느낌이 그리 기분 좋지 않네요. 볕에 잘 말려둔 은행도 하나 하나 다시 까서 구워야 합니다. 소금을 살살 뿌려 먹는 맛이 꿀맛이지만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보통일이 아닙니다.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제철 일이 손과 팔, 발과 다리에 스밉니다.
5.생활미술
가을 생활미술 재료는 흙입니다. 손 안에 넣고 동그랗게 굴려 흙공도 만들고 책상위에 길게 길게 흙줄도 만듭니다. 빚고 다듬어 그릇도 만들었습니다. 흙에서 온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주고 별 터에서 모래와 물로 놉니다. 미술시간에 만들기도 하고 점심 먹고 쉬는 시간까지 이어집니다.
6.어울림
그림책과 이야기로 다양성에 대해 배웁니다. 이야기에 깊이 빠져드는 어린이들이 정작 교실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일이 힘듭니다. 앞 뒤 상황 다 잘라먹고 친구가 잘못했다며 쪼르르 달려와 이야기 하면 이내 다른 친구가 달려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따가움에 머리가 지끈 합니다. “너희들은 왜 나한테만 그래?” 말했던 친구이야기도 이해되고 “그러는 너는 왜 귀담아 안 듣는데?”도 맞는 말입니다. 친구가 자신에게 불편해 했던 부분을 고스란히 말해 우습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 **이도 많이 속상해 했었는데 이제 그 마음이 이해되니?” 두 아이를 마주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필요할 땐 반 친구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 나눕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개 바로 이해가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해님~ 해님~” 달려오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은 하나가 됩니다. 여전히 서툴지만... 덕분에 “절명상”도 열심히 했습니다.
7.학교밖학교
하루 동안 온전히 학교밖에서 배우는 날~ 공주까지 먼 나들이를 시작으로 수원시 미술관도 다녀오고 버스타고 방화수류정, 융건릉도 다녀왔습니다. 버스카드만 손에 쥐어도 전국어디든 씩씩하게 다녀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탈 버스번호를 기억했다가 버스가 오면 타겠다고 손을 흔듭니다. 내릴 정류장을 잘 기억했다가 벨을 누르는 일도 어린이가 합니다.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집중해서 내리는 정류장마다 “여기에요?” 물어보는 어린이가 있어서 잘못 내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못 내렸을 때, 길을 읽었을 때, 부모님 전화번호 기억하는 안전교육은 필수 입니다. 생태수업은 2학년과 함께 모둠 지어 꾸립니다. 1년 더 앞서왔다고 2학년 형님들은 아는 것도 많습니다.
8.함께 했던 일
* 맑-칠-무-산 펜팔
이름과 좋아하는 것만 듣고는 여자일까? 남자친구일까? 너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절대로 내 짝이 된 친구가 여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더니 원래는 함께 모여서 몸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고 하니 여자였으면 좋겠다합니다. (달리기를 이기겠다나 뭐라나?) 내년 쯤 우리가 다시 모일 날이 있다면 상상했던 친구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겠죠? 그 때 까지 서로의 이름을 잘 기억합시다. 모르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둘 다 기쁜 일입니다. 이제 한 글자 한 글자 배워가는 육총사가 정성을 담아 쓰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 한가위잔치
한복을 곱게 입고 모여 동네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줍깅을 했습니다. 가림막을 하고 송편 빚기가 아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주먹만한 익반죽을 떼어 조물조물 주무릅니다. 단 콩을 넣어 빚습니다. 어찌나 조물조물 했던지 엄청 쫄깃한 송편을 나눠 먹었습니다.
* 전체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릴까봐 아닌 체 했지만 여행 날이 점점 다가오니 잠잘 걱정, 먹을 걱정, 내 물건 스스로 챙길 걱정, 코로나 검사를 또... 걱정꺼리가 한 둘이 아닙니다. 모둠 마다 바닷가에 그 걱정들을 다 묻어 두고 왔을까요? 우리 왜 걱정했지? 여행 후 한 뼘은 더 자라고 우리 사이도 돈독해 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겨울맞이 입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입니다. 한 달 동안 지난 배움을 펼쳐 낼 마무리 잔치도 준비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 찾고 보듬으려 합니다. 긴 글쓰기와 수공부도 조금 더 집중하며 칠보산의 꼭대기와 하늘로 호로록 날아가던 마음을 좀 더 교실로 가져와 가만가만 담아보렵니다.
절기노래는 지호가 집에와서 조잘조잘 부르는덕에 노랫말이 귀에익어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어요ㅋ
마무리 잔치까지 육총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