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학년 육총사 9,10월 돌아보기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1-11-09 13:33
조회
170
무더위가 물러가는 처서에 개학을 했지요. 치솟는 코로나 감염자 수치와 거리두기 상향조정으로 어떻게 여름을 맞이하고 보냈는지도 벌써 가마득합니다. 이제 입동이니 여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자연스럽지요. “육총사”가 된 1학년은 꽉 찬 가을을 보냈습니다. 공주까지 먼 나들이로 시작했던 “육총사”의 가을과 배움을 돌아봅니다.
  1. 생활과 문화

* 힘껏 걷기

2학기는 힘껏 걷기로 시작합니다. 학교 둘레, 칠보산, 텃밭... 우리 둘레는 다행히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이 때쯤 모기가 극성이라 만만치 않았지만 여름이 가기 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날마다 기억할 것도 알려줍니다. 칠보산을 넘어 세계의 어린이 되기 위한 약속입니다. 달 날(월요일)은 달과 해에게 감사하며 전깃불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불 날은 ‘빈그릇운동’에 힘쓰고 물 날은 물을 아껴 씁니다.

한 아이가 “그럼 물을 아예 안 쓰면, 손도 안 씻고 목말라도 물 안마시면 제일 좋은 일이죠?”말 합니다. 아껴 쓰는 마음은 덜 쓰는 것 뿐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이라 일러줍니다. 나무 날은 이면지도 한 장도 필요를 생각해서 씁니다. 쇠 날은 무얼 할까요? 땅 속에 쓰레기가 적도록 1회용품을 덜 쓰고 교실 쓰레기도 잘 분리해서 버리는 날입니다.

* 귀담아 듣기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 없는 약속입니다. 불쑥 올라오는 나의 거친 말과 행동을 서로 살피는 첫 시작이 “귀담아 듣기”입니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선생과 부모도 기억할 약속입니다. 생활은 다시 3월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방학을 힘차게 지냈으니 다시 함께 1학년 생활과 문화를 세우기 위해 힘을 냅니다.

9월에는 새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다람쥐처럼 재빠르고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이 많은 어린이입니다. 오총사에서 육총사가 되었는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장난 많고 밝은 기운이 가득입니다.

 2. 말과글

이면지 모서리를 맞춰 접고 가지런히 40장을 모았습니다. 도구로 구멍 뚫은 후 한 땀 한 땀 뀁니다. 하루를 마칠 때 “알림장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기억 남는 일을 한 가지씩 말합니다. “한 문장 말하기”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오늘 어떻게 지냈어?” 물어보면 “좋았어요.” “재밌어요.” “힘들어요.” 딱 이 세 마디입니다. 학교에서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한 부모님께도 비슷한 대답이지죠. 물론 재잘재잘 있던 일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학교이야기를 도통 안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이 들면 “짜증나.”라는 말이 하나 덧붙여진다 하지요. 하루 동안 신나고 즐거운 일, 속상한 일, 새로운 일이 많았을 텐데...그래서 하루 돌아보기 시간에 어린이들이 딱 한 문장 씩 말하기로 했어요.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따라 말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합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 남는 하나를 골라 말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꾸준히 했습니다. 같은 하루를 보냈기에 친구생각이 나와 꼭 같을 때도 있고, 미쳐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일도 기억합니다. 똑같이 말하지 않아야 하니 친구이야기를 잘 듣고 생각해야 합니다. 들은 이야기는 칠판에 적어주어 절로 글자공부도 됩니다.

소리와 가획에 따라 익혔던 닿소리를 다시 순서로 익혔습니다. 가나다라...순서로 다시 익히는 까닭은 소리의 형태를 잘 기억하고 쓰기 위함입니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 <밀짚 잠자리>를 읽었습니다. 부모님과 먼저 읽었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아빠가 사투리버전으로 들려주셨어요. 해님도 흉내 냈지만 그 입맛을 살리지 못했네요. 노랑 꼬랑대기에 커다란 눈망울의 밀짚잠자리를 따라 표정과 마음도 살피고 재밌는 표현도 찾아 읽고 씁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보아도 지루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거워합니다.

<표1> 말과글 시간 날마다 익힌 것



처서 8/26 방학숙제 발표

<한문장쓰기> 설명

9/7 처서 절기소리 외우기
9/1 이면지로 알림장 만들기

2 <알림장쓰기> 시작
9/9 <재주 많은 손> 이야기 듣기
백로 9/14 <솔이의 추석이야기>

닿소리 지읒 쌍지읒 익히기
9/16 닿소리 치읓 익히기

9/23 닿소리 키읔 익히기
추분 9/28 노래시 <커다랗고 커다란 무>

10/5 <훨훨 간다> 듣고 외기
9/30 닿소리 티읕 익히기

<밀짚 잠자리> 들려주기

10/7 밀짚 잠자리가 간 곳은? 만난 것?

하늘나라 상상하여 말하기
한로 10/12 한로 절기소리 외우기

19 된소리 익히기
10/14 밀짚 잠자리 표정보고 마음 알기
상강 10/26 개와 게, 새우, 예방주사등

소리를 들어보아요. 이중모음
10/28 책 속에서 재밌는 표현 찾아 쓰기
 3. 수
새 학기 수업은 산가지(셈 할 때 쓰는 짧은 댓개비)로 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판을 널리쓰며 점차 셈할 때 산가지를 덜 썼다는데 우리 조상들은 산가지로 세고 셈하는 것을 즐겼다 해요. 숫자도 만들고, 가로 놓기와 세로 놓기로 큰 수를 표현합니다. 손으로 익힌 수와 셈을 공책에 정리합니다. 교실에 수직선을 만들어 놀며 더하기 빼기를 익힙니다. 시계가 없다면 계속 쉬는 시간 일 텐데 쉬는 시간 10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는데 공부시간 10분은 세상에서 제일 긴 10분입니다.

<표2> 수 시간 날마다 익힌 것



처서 8/30 산가지로 숫자 만들기

산가지로 셈하기 (10이하의 더하기빼기)
9/6 산가지로 큰 수 만들어 읽기

셈셈 수놀이 보드게임
백로 9/9 수직선 뜀뛰기

0부터 10까지 빨리 닿기

9/13 짝수와 홀수
9/16 수직선에서 빼기, 놀이를 공책에 정리하기

9/23 추석에 내가 간 곳 거리 더하기
추분 9/27 원시인의 시간

해로 만든 시계
9/29 똑! 딱 그림책 함께 읽기

1초에 할 수 있는 일

1분에 할 수 있는 일

10/6 시계 임금님 그림책 함께 읽기
한로 10/18 시계빙고 10/13 시각 읽기
상강 10/25 놀이에 숨어있는 측정

길이 단위, 무게 단위 알기

11/1 10이 넘는 덧셈
10/27 날짜 세기

11/3 여러수 더하기

10를 모으면 숫자10카드로 교환하는 은행놀이
4. 절기살이
* 절기소리 외기, 절기노래 부르기

어린이들과 절기소리를 함께 외웁니다. 절기마다 어떤 일이 있는지 소리와 노래 안에 다 담겨있습니다. 입으로만 외는 것이 아니라 때에 맞게 자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노랫말처럼 밤이 익어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감이 익을 것을 압니다. 노오랗게 벼가 익어 눕고, 드디어 칠보산도 가을 단풍으로 물듭니다. 절기를 살며 선생도 아이들도 작은 변화를 살피는 눈이 조금씩 자랍니다. 조금씩 싹을 틔웠던 봄 나무, 햇볕과 비와 바람 속에서 푸름을 뽐내던 여름 나무, 이 시간을 지낸 가을 나무는 가만히 보면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나무는 노랗게, 붉게, 주황빛으로 같은 나무가 없습니다. 비슷한 것 같아도 물들어가는 시간도 다릅니다. 하루 차이로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나무입니다. 아이들도 가을 나무 같습니다. 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면 때에 맞게 잘 자랍니다. 한 명 한 명 살피면 다 다른 결을 드러냅니다. 제 빛깔로 자라는 어린이들을 살필 수 있는 힘, 절기공부를 통해 받은 선물입니다.

<표3> 함께 외운 절기소리



가는 더위 처서 소리
처서는 가는 더위라 아침저녁 서늘하다

가는구나 가는구나 이더위가 가는구나

뭉게구름 푸른하늘 콧노래가 절로나고

귀뚜라미 맑은소리 가을기분 절로난다
맑은 이슬 백로 소리
백로는 맑은이슬 아침길이 촉촉하다

고운달님 목걸이가 풀잎마다 맺혀있네

백로는 포도절기 햇빛가득 포도송이

알알이 주렁주렁 새콤달콤 포도송이
저녁 가을 추분 소리
추분은 저녁가을 밤이점점 길어진다

아이들과 산에가자 밤과대추 널렸구나

도토리는 다람쥐것 너무많이 줍지않기

땅어머니 품에안겨 모든 것이 행복하다
찬이슬 한로 소리
한로는 찬이슬이라 아침이슬 차갑구나

하늘자꾸 높아가고 눈부시게 짙푸를 때

한로국화 활짝피어 빛과향기 그윽하다

들녘에도 바쁘구나 가을걷이 한창이다
꽃서리 상강
서리서리 꽃서리는 잎속으로 스며들어

울긋불긋 물들이며 가을날은 깊어간다

감나무는 주옹빛에 담쟁이는 진홍빛에

은행나무 노오랗게 단풍나무 붉디붉게
가을은 찬 이슬과 서리로 제 빛깔 제 맛 제 향기가 가득한 달콤하고 풍성한 열매로 익어가는 때다.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유종반 글에서
* 텃밭에서 일하고 거두기
해가 아직 높고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5,6 학년 형님들이 힘내서 여름동안 자란 풀을 뽑고 밭을 갑니다. 구수한 냄새 가득~ 거름 넣은 밭에 1학년이 나무를 가져다 틀 밭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즐겁게 일합니다. 구멍 하나에 셋 씩 무를 심었습니다. 하얀 무가 쑥쑥 자라 올 김장 때 무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올 해 1학년 텃밭은 쉬는 공간 없이 알뜰하게 가꿨습니다. 어디선가 날아 온 깻잎도 뽑아두지 않았더니 깨가 열렸어요. 신나게 노래하며 깨를 텁니다. 수산나 선생님께서 밥에 넣어 구수한 깨 밥을 먹었지요. 열 알 쯤 넣어 둔 땅콩도 소쿠리 하나로 열렸습니다.

어떤 일을 꾀가 납니다. 청 갓 씨 뿌린 자리에 싹이 났는데 자란 모습을 보니 한 쪽은 가지런한 데 한 쪽은 남은 씨를 다 쏟아 부었네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땅의 정직함을 깨칩니다. 은행 알을 줍는 일도 꾀가 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한 알 한 알 주워 모은 은행을 큰 통에 넣고 깝니다. 물컹거리는 느낌이 그리 기분 좋지 않네요. 볕에 잘 말려둔 은행도 하나 하나 다시 까서 구워야 합니다. 소금을 살살 뿌려 먹는 맛이 꿀맛이지만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보통일이 아닙니다.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제철 일이 손과 팔, 발과 다리에 스밉니다.

5.생활미술

가을 생활미술 재료는 흙입니다. 손 안에 넣고 동그랗게 굴려 흙공도 만들고 책상위에 길게 길게 흙줄도 만듭니다. 빚고 다듬어 그릇도 만들었습니다. 흙에서 온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주고 별 터에서 모래와 물로 놉니다. 미술시간에 만들기도 하고 점심 먹고 쉬는 시간까지 이어집니다.

6.어울림

그림책과 이야기로 다양성에 대해 배웁니다. 이야기에 깊이 빠져드는 어린이들이 정작 교실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일이 힘듭니다. 앞 뒤 상황 다 잘라먹고 친구가 잘못했다며 쪼르르 달려와 이야기 하면 이내 다른 친구가 달려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따가움에 머리가 지끈 합니다. “너희들은 왜 나한테만 그래?” 말했던 친구이야기도 이해되고 “그러는 너는 왜 귀담아 안 듣는데?”도 맞는 말입니다. 친구가 자신에게 불편해 했던 부분을 고스란히 말해 우습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 **이도 많이 속상해 했었는데 이제 그 마음이 이해되니?” 두 아이를 마주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필요할 땐 반 친구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 나눕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개 바로 이해가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해님~ 해님~” 달려오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은 하나가 됩니다. 여전히 서툴지만... 덕분에 “절명상”도 열심히 했습니다.

7.학교밖학교

하루 동안 온전히 학교밖에서 배우는 날~ 공주까지 먼 나들이를 시작으로 수원시 미술관도 다녀오고 버스타고 방화수류정, 융건릉도 다녀왔습니다. 버스카드만 손에 쥐어도 전국어디든 씩씩하게 다녀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탈 버스번호를 기억했다가 버스가 오면 타겠다고 손을 흔듭니다. 내릴 정류장을 잘 기억했다가 벨을 누르는 일도 어린이가 합니다.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집중해서 내리는 정류장마다 “여기에요?” 물어보는 어린이가 있어서 잘못 내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못 내렸을 때, 길을 읽었을 때, 부모님 전화번호 기억하는 안전교육은 필수 입니다. 생태수업은 2학년과 함께 모둠 지어 꾸립니다. 1년 더 앞서왔다고 2학년 형님들은 아는 것도 많습니다.

8.함께 했던 일

* ---산 펜팔

이름과 좋아하는 것만 듣고는 여자일까? 남자친구일까? 너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절대로 내 짝이 된 친구가 여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더니 원래는 함께 모여서 몸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고 하니 여자였으면 좋겠다합니다. (달리기를 이기겠다나 뭐라나?) 내년 쯤 우리가 다시 모일 날이 있다면 상상했던 친구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겠죠? 그 때 까지 서로의 이름을 잘 기억합시다. 모르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둘 다 기쁜 일입니다. 이제 한 글자 한 글자 배워가는 육총사가 정성을 담아 쓰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 한가위잔치

한복을 곱게 입고 모여 동네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줍깅을 했습니다. 가림막을 하고 송편 빚기가 아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주먹만한 익반죽을 떼어 조물조물 주무릅니다. 단 콩을 넣어 빚습니다. 어찌나 조물조물 했던지 엄청 쫄깃한 송편을 나눠 먹었습니다.

* 전체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릴까봐 아닌 체 했지만 여행 날이 점점 다가오니 잠잘 걱정, 먹을 걱정, 내 물건 스스로 챙길 걱정, 코로나 검사를 또... 걱정꺼리가 한 둘이 아닙니다. 모둠 마다 바닷가에 그 걱정들을 다 묻어 두고 왔을까요? 우리 왜 걱정했지? 여행 후 한 뼘은 더 자라고 우리 사이도 돈독해 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겨울맞이 입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입니다. 한 달 동안 지난 배움을 펼쳐 낼 마무리 잔치도 준비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 찾고 보듬으려 합니다. 긴 글쓰기와 수공부도 조금 더 집중하며 칠보산의 꼭대기와 하늘로 호로록 날아가던 마음을 좀 더 교실로 가져와 가만가만 담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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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9 15:18
    글을 읽는 내내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펼쳐져 미소가 지워지질 않네요~
    절기노래는 지호가 집에와서 조잘조잘 부르는덕에 노랫말이 귀에익어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어요ㅋ
    마무리 잔치까지 육총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