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6월 1학년 돌아보기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7-07-05 19:14
조회
1517
2017년 5,6월 1학년 돌아보기

가야, 이슬 함께 기록했습니다.


1. 아이들의 관계/문화

17명 아이들 사이에서 관계변화가 빠르다. 남자 여자 모두에게 나타난다. 3,4월에 주로 놀았던 친구들이 5,6월이 되면서 바뀌기도 한다. 때론 친구가 안 놀아줄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생긴다.
아이들 사이에서 “~하면 같이 놀아줄게”, “OO과 OO하고만 놀 거야”, 함께 놀자고 다가오면 “이제 우리 그 놀이 안 해.”라는 말들이 빈번하게 나왔다. 아이들 사이에 문화로 자리잡힐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든다.
자신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말하는 아이들. 하지만 내가 했던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 어떤 아이는 내가 한 말이 자칼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앞으로 1학년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일상생활과 수업시간에 자칼말과 기린말 구분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또한 서로 6년 동안 함께 할 친구이자 동료로서 동생처럼 대하거나 자신보다 낮게 보지 않도록 약속한다. 아직까지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더 가지고 있지만 점차 서로를 배려하는 멋진 아이들로 변화하리라 믿고 싶다.

*자칼말과 기린말
비폭력대화에서 사용하는 상징적인 말로 자칼말은 ‘상대방을 상처주고 공격하는 말’이고 기린말은 ‘상대방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말’이다.

자치회의에 참관했던 날, 자전거타기 규칙이 안건이었다. 고학년들이 오르막을 갈 때 자전거에서 내려야 하는지 그냥 타고 가도 되는지 한참 논의한다. 회의에 참관한 후 몇몇 아이들이 말한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좋아하는 ‘자전거’라 관심이 가지만 세세한 논의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눈과 귀를 붙드는 안건을 잘 찾으면, 저학년도 자치회의에 참여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반복하기는 중요하다. 학교가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반복된 하루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2. 과목운영

교육계획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되 날씨, 학교행사,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 관련된 내용을 반영한다. 올해처럼 가뭄이 심할 때 내리는 비는 귀하고 반가운 손님이다. 기다리던 비가 오니까 참 좋다고 교사가 짧게 느낌을 말하고 계획한 수업으로 곧바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가 와요>라는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본 다음 비가 오면 무얼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19대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졌고 아이들의 입에서 몇몇 후보자들이 튀어나오기에, 이원수 동화 <토끼 대통령>을 들려주고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지 생각을 나누었다. 이런 방식은 아이가 뿌리내릴 현실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교육계획에서 조금씩 놓치다 보니 교사의 마음이 가끔 급해지고, 아이들의 호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말과글, 수, 음악 같은 몇몇 수업에서 교사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신체기능과 인식능력의 상관관계” “몸을 활용한 배움”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바둑돌 다섯 개를 세고 이걸 숫자 5로 쓸 줄 알면, 우리는 그 아이가 숫자 5를 이해했다고 여긴다(어렵게 표현하면, 이 아이는 사물과 숫자 사이의 일대일대응이 되고 양의 개념을 숫자로 표상하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올해 1학년 수업에서는 이런 종류의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가 자기 발로 다섯 걸음을 똑바로 걷는 기회가 다른 수업시간에 있다. 숫자 5가 내 몸에 들어오는 과정이다. 숫자 5를 배우기 위해 다섯 걸음을 걷는 게 아니다(이런 배움은 인위적이라고 느낀다). 걸음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 걷는 것과 숫자들을 온전히 배우는 힘이 관련 있다고 본다. 교사가 치는 손뼉 소리를 듣고 횟수와 길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박자감뿐만 아니라 숫자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한글자음시를 읽으며 한글을 익힐 때 수어(지화)를 함께 배운다. 그리고 자음시에서 디귿이 들어간 글자에서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고, 티읕이 들어간 글자에서는 발로 책상 위에서 구른다. 혓소리를 익히기 때문에 구르는 동작을 몸으로 표현하고, 소리의 세기를 구분하기 위해서 디귿은 손을 티읕은 발을 쓴다.
선 그리기를 할 때 곧은 선을 바르게 긋고, 곡선을 아름답게 그리며, 면을 반으로 나누는 (시각적) 감각이 균형 잡힌 신체 및 균형 잡힌 사고와 연결되는 고리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선 그리기를 한다.
이런 접근법은 한글을 빨리 익히거나 숫자를 쉽게 배워 연산능력이 좋아지는 데 가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3,4월 달평가에 밝혔듯 교사의 몸에 충분히 익지 않은 교수법을 도입하며 시행착오도 한다. 그동안 하던 대로 했거나 믿을 만한 교재를 재구성해 가르치면 훨씬 나았을지 모른다고 후회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올해의 아이들과 교사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서 올해 지속한다.

아이들이 공책에 깨끗하게 기록하고, 앞 장부터 차례차례 쓰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데 정작 지도할 때는 섬세하지 못했다. 꾸준히 짚었어야 하는데 교사가 놓치니 덩달아 놓친 아이들도 있다. 공책을 순서대로 쓰지 않고 앞뒤 오가며 쓰는 아이에게는 몇 번의 환기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데, 잘 하겠거니 하고 번번이 빠뜨린다.

특수교사가 수 수업 보조교사로 참여한다. 장애학생만 전담하지 않고 모둠에 보조가 필요한 아이들을 함께 봐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


3. 과목별 돌아보기

1) 아침열기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까, 아침으로 무얼 먹었나, 램프의 요정에게 소원을 빈다면, 연휴에 무얼 했나요
-19명이 말한 동물 이름 말하기 : 한 명씩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을 말한 다음 우리반 19명이 말한 동물을 모두 기억해서 말하기
-김홍도, 신윤복 그림으로 보는 단옷날
-둥글게 앉아 기준이 되는 사람을 정한 다음 둘이나 셋씩 짝지어 일어서기
-함께 나눈 책 : <청개구리> <토끼 대통령> <비가 와요>

2) 칠보산어린이되기
내 몸의 주인이 되는 연습. 몸을 바르게 세우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한다. 칠보산어린이되기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3,4월에 비해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교사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는 힘이 생기고 있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까. 다수결, 소수결, 선생님이 결정, 가위바위보, 제비뽑기, 만장일치 다양한 방법을 말한다. 결정방식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 나눈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지만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하는 만장일치 방식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아이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7월에 아이들과 만장일치에 대해 좀 더 이야기 나누려 한다.

3) 말과글
-다른 나라 어린이들이 지내는 이야기 듣기
-글쓰기 : 어버이날 편지쓰기, 텃밭에 다녀와서
-말하기 : 내가 가져온 책 소개하기, 주말에 겪은 일
-백일장 시상식
-한글자음시 (혓소리 ㄴㄷㅌ 잇소리 ㅅ)

아침열기 서클을 통해 말하기와 듣기 연습을 충분히 한다. 질문을 잘 듣고 그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는 일, 옆 사람이 무엇을 말했는지 귀담아 들은 다음 그걸 말하고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 고루 꾸준히 하고 있다.
진도 걱정을 하는 건 아니나 교육계획의 흐름을 못 좇는 건 아닐까 때때로 염려한다. 교사가 구상한 흐름에서 벗어나더라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를 많이 보장하려고 한다. 생각의 주인이 되는 아이들로 기르는 디딤돌이라 믿으며.

4) 수
-10 만들기, 1부터 10까지 칸에 표시하고 모두 더하기, 1부터 100까지 표에서 숫자 찾기, 주사위놀이, 더해서 5가 되는 숫자, 더해서 10이 되는 숫자, 숫자 빙고, 산가지 놀이, 짝지어 모이기(20의 약수)
-선 그리기 : 수평선, 물결무늬 그리기, 성 그리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놀이방식을 도입하면 교사가 부자연스러워질 때가 있다. 놀면서 자연스레 배우는 게 늘어갈 것이다.

5) 텃밭살림
-고구마모종 심기, 상추물놀이(상추 씻기)
-개구리논 모내기
-염소와 토끼 밥 주기, 오디와 보리수 따먹기
-감자 캐기, 풀 뽑기

날이 가물어서 이리 보잘 것 없었다고 말하는 게 조금은 변명 같다. 예전처럼 텃밭에 공을 들이지 않는 교사의 모습이 볼품없는 텃밭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감자를 캐는 날이었다. 왕개미떼들의 습격과 뜨거운 태양의 공격에 맞서며 아이들은 땅에서 감자알을 발굴하였다. 감자잎이 다 타버려서 감자 심을 자리를 가늠하기 어렵기도 했다. 목이 말라 물 얻어먹으러 간 중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감자 많이 캤어요?” 물었더니 어떤 아이가 손으로 크기를 가늠하는 시늉을 하며 “감자가 이만큼 컸어요. 작은 것도 있었어요.” 답했다. 자랑스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말로 들었을 때는 우리 텃밭은 풍년.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중학교 선생님은 “중학생보다 훨씬 낫네.” 말씀하셨다. 작황이 어찌 되었건 수확의 기쁨을 맘껏 표현할 기회를 주었어야 하는데, 예년보다 수확량이 적어 교사들이 덜 신났던 걸 뒤늦게 알았다.
노동의 고단함을 일찍 깨달아버린 아이들에게서 즐거운 노동력을 이끌어내는 교사의 지혜가 빛을 발한 날도 있었다. 흙이 잔뜩 묻은 상추를 씻을 때였다. “애들아 물놀이 하자! 상추물놀이!” 이렇게 꼬드겨서 3인 1조로 그릇에 물을 채운 다음 단계별로 상추를 씻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찌나 야무지게 잘하던지. 모양새는 김장 100포기쯤 하는 걸로 짐작되었지만 실상은 상추 한 소쿠리 씻는 거였다. 멋진 노동의 마지막은 아이들에게 실컷 물 뿌리기.

6) 생활미술
-관찰화 그리기, 흙으로 놀기, 스승의 날 잔치 준비, 만다라 색칠하고 생일편지 쓰기

날이 더워지면서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이 다채롭다. 텃밭에 심은 작물들이 자라나고 제비가 날아와 알을 낳더니 어느새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주변을 다니며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린다. 늘 똑같은 길이지만 매번 새롭다.
비가 오는 날 했던 진흙놀이. 옷에 흙을 묻히기 싫다고 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흙놀이에 집중한다. 신발을 벗고 흙을 밟으며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도구가 많지 않아도 괜찮다. 자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이 만든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도 거리낌 없다. 자기 것으로 만들기보다 자연 속에 그대로 놓아둔다.

7) 음악
-노래 부르기 : 개구리, 흥부와 놀부, 갯벌 친구들, 과수원길
-음악 듣고 그림 그리기

CD에 녹음된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배우는 게 망설여졌다. 잘 다듬어진 것을 기계적으로 만나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노래를 못해도 교사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는데 음정 잡기가 어렵다. 5,6학년 여행주간에 합창 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피아노 반주를 해주셔서 훨씬 쉽게 배웠다.

8) 공동체놀이
-숨바꼭질, 달리기, 공놀이

5,6월은 몸을 단련하는 운동을 주제로 달리기와 공놀이를 했다. 숲에서 바람을 가르며 하는 달리기, 얼음 먹으면서 달리기, 물 쏟지 않고 달리기, 동물 흉내내며 달리기. 몸을 단련하는 운동이지만 경쟁이 아닌 서로 응원하고 함께 달린다.
공을 이용해 몸의 균형과 조절을 익힌다. 공을 주고받기, 공을 발로 차서 가기, 공을 튀기고 받기. 아이들은 혼자 하는 활동보다 함께 하는 활동이 더 즐겁다. 7월에는 아이들이 정하는 놀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9) 학교밖학교/생태교실
-청개구리논, 일월공원, 서호공원, 수산나 선생님과 요리수업, 칠보산

학교밖학교와 생태교실이 연계된 수업을 진행했다. 곤충도감, 새도감, 망원경을 들고 청개구리논과 서호공원을 간다. 아이들이 직접 도감을 찾으며 자신이 발견한 곤충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아이들 스스로 찾아냈을 때 기쁨은 더 커진다.
여행전후로 대중교통을 타고 밖으로 나가는 활동을 했다.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를 타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출발하기 전 교사가 길을 알려주면 아이들이 길잡이가 되어 찾아간다. 매주 여행가는 기분으로 학교밖학교를 나간다. 아이들은 칠보산도 늘 가는 코스가 아닌 더 어렵고 힘든 길로 가자고 한다. 아이들의 도전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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