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학년 물방울반 5,6월 돌아보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07-02 23:19
조회
1707
20172학년 물방울반 5,6월 돌아보기

방울방울 열두방울

짝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도 하고, 친구의 관심을 나만 받고 싶기도 하고, 친하던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지면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친구와 다투다가 또 잊어버리고 깔깔깔 웃고 장난치기도 하고, 친구들이 먼저 시작한 놀이에 함께 하지 못하면 나 혼자 외톨이 인 것 같고... 그렇게 관계가 여러 차례 일렁인다. 아이들의 바탕은 늦게 온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고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 크다. 다만 외부로 향하는 관심과 에너지가 더 커서 혼자가 되면 더 쓸쓸하고 나만 혼자 인 것 같다. 참 밝고 평화롭지만 친구의 작은 몸짓과 말 한마디에도 더 크게 상처받을 수 있다. 개구리가 그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개구리 인 게 좋았어. 두꺼비 네가 내 친구 인 게 좋았어. 아침 햇살이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얼마나 좋은지 생각하고 싶어서 혼자 있고 싶었어.” 따로 또 같이 있었던 두꺼비와 개구리처럼 우리반 아이들도 따로 또 같이 하기를 바란다. 가끔은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혼자 서는 힘을 가지는 것도 어울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로 또 같이. 우리반 이름처럼 열두개의 색깔을 내는 열두개의 물방울이 모인 우리반이기를.

교사와 주변의 어른들 또한 조금 더 여유롭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기를.

많은 순간 순수한 배움이 일어나는 아이들과 함께 5,6월을 보내었다.

하루이야기에 올렸던 짧은 글을 여는 데 보탠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만나는 하루가 고맙다.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몸짓이 고맙다

.느릿느릿 담백하게 흐르는 열살 이전의 아이들을 만나는 재미에 옴팡 빠져들고 있다

아직 영글지 않아서 아직 여물지 않아서

가감없이 쏘옥 빨아들이는 순수한 배움이 일어나는 고마운 나이

처음 해보는 신기를 맛보는 아이들 곁에서 새롭게 생이 열리는 감탄과 경이를 맛본다.

 

 

학년회의

 

어떻게 하면 한번이라도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 할 수 있을까? 어떤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주제에 따라 학년회의나 자치회의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편차가 크다. 학년회의를 하며 많이 연습하고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학교 안을 가장 많이 뛰어다니는 것이 우리 학년인데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짝끼리 의논하고 모아진 의견을 발표해보기로 했다. 전체로 진행 할 때보다 더 활발하게 회의가 진행되었다. 조금씩이라도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전체로 모아볼 수 있었다.

“만화책은 몇 학년부터 되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만화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해 보았다. 무조건 안 되거나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어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였다. 아이들의 의견은 이러하다.

-why는 분류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금지해서 아쉬워요. 선전 보고 너무 보고싶었어요. 로봇이나 미래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싶어요.

-보고싶긴 한데 집에 만화책이 없어요.

-일주일씩 만화책을 보고 안보고 하면 좋겠어요. 매일 보는 건 좀 그렇고 안보면 보고싶어요.

-집에서 만화책 보는데 자기전에는 꼭 동화책만 봐요.

-다른 선생님이 한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이야기해주셨는데 그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why는 말풍선으로 된 과학 설명서 같아요.

-만화책을 많이 보면 줄글 책을 안볼 것 같아요.

2학년 들어 처음 하는 학교살이 식단과 일정을 함께 결정했다. 몇 가지 살펴야할 것들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짝과 모둠을 정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맡겨보았다. 그동안 친하지 못했던 친구와 두 명 짝이 되고 전체적으로 골고루 섞여서 모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가 정하면 쉽고 빠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함께 고민하고 정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사뭇 진지하게 살펴가며 짝과 모둠을 정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모둠 활동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제법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모으는 과정을 잘 해내었다. 2학기에는 여행과 여러 활동에서 모둠 협동이 필요한 활동이 많아질 것이다.

 

 

학교살이

 

“신기하게 이번에는 학교살이가 기대가 되네요.” 집을 떠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가 말했다. 부쩍 마음이 많이 커지고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2학년 첫 학교살이라 처음 학교살이를 하는 아이들이 셋이나 되었다. 반 아이들과 하루를 먹고 자며 생활하니 아이들이 더 한눈에 들어온다. 평소보다 들뜬 까닭인지 맡은 역할을 더 성실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해서 식사준비나 캠프파이어 불 피우기, 뒷정리가 착착 진행되었다. 모둠 안에는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아이가 있고, 더 어리광을 부리면서도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아이가 있고, 여러 친구들을 살펴가며 이끄는 아이가 있고, 학교에서 자는 첫 경험을 잘 해내기 위해 용기를 가지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이 잠들면 화장실 어떻게 가죠 했던 아이가 혼자서 화장실 가보니 괜찮았다고 하고 학교살이가 싫었던 아이가 앞으로도 학교살이가 또 하고싶어졌다고 한다.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이들은 힘을 발휘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조금씩 커간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말과글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와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를 교재로 공부했다. 수업시간에 모두 함께 소리 내어 읽고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함께 소리 내어 읽기, 두 문장씩 이어서 읽기, 짝과 역할 나누어 실감나게 읽기, 교사와 서로 역할을 나누어 읽기, 한쪽 읽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 내어 읽었다.

작은 내용마다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과자소동>을 읽고 의지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의지력’은 적절하게 우리 반에서 자주 사용되는 낱말이 되었다. <내일할거야> 할 일을 미루는 두꺼비의 입장과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주는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 자기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 하고 싶은 일’과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글을 썼다. 짝과 역할을 나누어 자기 이야기를 역할극으로 발표했다. 아주 작은 장면에도 친구가 나와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외에도 함께해서 용기가 나는 일, 혼자 있고 싶을 때, 꽃밭을 가꾸는 두꺼비의 마음을 느낀대로 혹은 자신의 마음과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글로 써보았다. 때론 몸짓으로 표현하며 자기 이야기를 발표했다.

 

-여름이 오는 시

여름 시 들려주기

글감 찾기 산책 -본 것, 들은 것, 만진 것, 냄새, 느낀 것

생각주머니 쓰기

시 쓰기

고쳐 쓰기

 

-의성어 의태어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낸 말

아이들의 움직임에서 예문 들려주기

**이가 종이를 팔랑팔랑 흔든다.

**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가 실을 쑤욱 뽑았다.

의성어 의태어 구분 릴레이

교사가 귓말로 말하는 의성어, 의태어 몸으로 표현하면 맞추기

 

평화교육

전체 아침 열기 때 가야선생님이 잠깐 북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교실에서 평화교육을 이어갔다. 먼저 ‘전쟁’하며 떠오르는 말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며 칠판에 마인드맵을 그려보았다.

아이들이 ‘전쟁’하면 떠오르는 낱말 : 탱크, 핵, 무기, 칼, 대포, 전투기, 공포, 총소리, 두려움, 복수, 잔인, 파괴, 슬픔, 이산가족, 이별, 눈물, 피, 살해 죽음, 위협, 싸움, 공격, 방어

마인드맵을 중심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아이들은 전쟁이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임을 어렴풋 알고 있었고 이 세상에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전쟁을 흥미로 얘기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여느 때보다도 교실이 조금은 무겁고 더 진지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이들이 했던 말들.

“전쟁의 원인은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무기는 사람이 만들었어요. 사람이 쓰려고 만든 건데 사람을 죽이는데 썼어요.”

힘 있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고 우리나라에도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것, 우리는 아직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그림을 보며 교사가 한국전쟁에 대해 짧게 들려주고 평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통일이 되면 나는 무엇을 할까?’, ‘평화 통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썼다. 꼭 큰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평화를 위한 생각고 행동을 해나간다면 평화 통일을 이루는 씨앗이 될 것이다.

 

 



 

수는 계획했던 것보다 진도가 늦다. 주로 곱셈구구를 다루고 있다. 외우기 이전에 묶어 세기를 먼저 한다. 둘이 짝이 되는 2단, 자연에서 찾는 3단, 한 모둠을 이루는 4단, 시계를 그리며 5단, 개미다리 6단, 일주일. 무지개 7단. 우리 주변에서 찾아낸 수로 곱셈구구를 시작한다. 여러 번 더하는 것을 손쉽게 계산하기 위해 곱셈을 쓰게 되었다는 것을 과정을 통해 이해한다. 열칸 공책은 곱셈구구를 그리고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칸마다 색칠을 해가며 곱셈식을 함께 쓴다. 수업이나 곱셈구구를 반복하여 외우는데는 곱셈구구카드를 많이 활용한다. 앞면에는 곱셈식이 적혀있고 뒷면에는 몫이 적혀있다. 칠판에 세워두고 아이들이 천천히 곱셈구구를 외우면 속도에 맞추어 뒤집고 몫은 옆에 세운다. 이런식으로 이어가면 곱셈구구를 못 외우더라도 단의 수만큼 계속 더해주면 답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익혀간다. 릴레이로 곱셈구구카드를 보고 답을 말하기, 놀이로 익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곱셈구구를 외우고 있다. 주로 하루닫기 시간에 알림장 확인을 하며 그날그날 익힌 정도를 확인한다. 곱셈구구를 모두 외운 아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순서대로 차곡차곡 외워나가는 단계이고 4×9? 하고 물으면 처음부터 세어나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곱셈구구 미션지를 주었는데 다른 선생님, 부모님, 고학년들 앞에서 곱셈구구를 외우고 싸인을 받는다. 방학 전까지는 가급적 곱셈구구를 모두 외워보기로 했다. 아이들 마다 속도가 다를 것이다. 다만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반복하여 익히고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미술

 

4월에 꽃가지를 키우면서 꽃밭을 가꾸기를 기대하던 아이들이었다. 어서 화원에 가서 꽃을 사와 심자고 재촉했다. 자기가 만들어 가꾸고 싶은 꽃밭을 그려보았다. 말과글 시간에 다루고 있는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 중 ‘꽃밭가꾸기’ 부분에서 두꺼비의 마음을 잘 알겠다고 했다. 막상 화원에 가니 아이들 마음이 바뀌어버렸다. 조그마한 다육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두 명은 꽃을 가꾸고 싶다고 노란꽃 모종을 샀고 열 명의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다육이를 골랐다. 이전에 식물도 마음이 있고 좋은 말을 많이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화원 사장님께 다육이와 꽃 키우는 방법을 듣고 걸어오는 길에 “저는 오늘 방과후 시간에 제 다육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거예요.” “저는 집에 잠깐 가져가서 좋은 노래 나오는 라디오 들려줄거예요.” 정말 소중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흘리는 말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작은 다육이로도 충분히 기뻐할 수 있다. 화원에서 얻은 화분에 아크릴 물감으로 칠을 하고 다육이를 조심히 심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 한데 모아두었다. 두 아이는 학교 입구에 꽃을 심고 돌로 둘레를 꾸몄다.

 

자목마을과 텃밭을 산책하며 마음에 드는 동물을 골라서 그렸다. 백구, 아기 염소, 토끼, 고양이, 간혹 텃밭에 있을 거라고 교사를 설득하며 기어이 뱀을 그리는 아이도 있다. 공룡이 안 된다고 했더니 아이 딴에는 비슷한 뱀으로 양보 한 것일 게다. 닭은 여전히 인기가 없다. 닭이 인기가 없어서 슬프겠다고 닭을 생각해주는 아이들 글을 간간히 문집에서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동물들을 다 그리고 나서야 닭을 그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도 우리반에서 한명은 닭을 먼저 생각해주었다.

 

흙으로 빚기 전에 흙과 친해지는 작업이 필요했다. 한 주먹 되는 정도의 흙덩이를 손에 쥐고 주물럭 거리고 비비고 때리고 물을 섞으며 반죽을 했다. 할 수 있는 정성을 기울여 구를 만들었다. 굴리고 다듬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이니 점차 반질반질한 구가 완성된다. 아직 도구를 쓰는 것이 서툰 아이들은 책상 위아래로 흙물이 쏟아져 몇 번 닦아야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자기가 그린 동물을 만들었다. 두 개의 형체를 이어붙일 때 마르면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구를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점심시간이 다되어도 완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천천히 만들어야 하는 아이들인데... 시간 계획을 잘 못했다.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서두르자고 말하면서 너무 미안했다. 점심 시간에 아이들에게 충분히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시간 분배를 잘 못해서 서두르게 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수업 한 차시 안에 가급적 한 가지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거나 교사가 예측하고 서두르지 않도록 잘 설계하는 것이 좋겠다. 만든 작품은 교실 한 켠 그늘진 곳에 말려두었는데 몇 개는 하루 만에 갈라지고 부서졌다. 적당한 환경에 잘 마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형체는 조금 둔탁하지만 전체 균형이 잘 잡힌 것이 부서지지 않고 튼튼하게 말랐다. 초록샘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두 개를 이어 붙일 때 흙물을 충분히 발라주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작품은 좀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겠다.

 

텃밭살림

 

날씨가 더워지니 물놀이를 하고 싶어진다. 실컷 물놀이를 시켜주고 싶은데 가뭄이 계속되니 물을 뿌리며 노는 것도 미안한 때이다. 메마른 텃밭에 물을 주니 아이들의 물놀이 욕구는 더욱 상승한다. 아이들이 텃밭 안에서 물놀이를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다. 페트병 한번만 채워서 하는 건 어떨까 하고 얘기했더니 아이들은 정해진 약속 안에서 신나게 논다. 자연을 생각하는 것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른보다 나을 때가 많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다.

단오를 맞이하여 창포물에 머리감기를 계획했는데 창포를 구하지 못하여 일학년 선생님들에게 말린 쑥을 얻었다. 쑥을 푹 우려내니 쑥 향이 그윽하다. 아이들은 쑥 냄새가 좋다며 멱을 감으며 시원하다, 기분 좋다고 말한다.

전체여행을 다녀오고 텃밭에 한주 못나갔더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뽑고 뽑아도 돌아서면 자라는 게 잡초다. “우리는 작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잡초를 키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있었을 정도이니. 단단히 뿌리박은 것은 땅을 파도 파도 뿌리가 뽑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나무처럼 크게 자란 잡초를 뽑아내면 무척 기뻐하며 자랑한다. 쇠비름을 알려주었더니 정성껏 뽑아서 모았다. 작은 유리병에 설탕에 재워 쇠비름 액기스를 담아두었는데 설탕이 많이 녹았는데 언제 먹을 수 있냐며 기대하고 있다. 가을쯤 지나면 조금씩 나누어 먹을 수 있겠지. 새롭게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또 아이들이 그것을 해가 지나도 기억하고 있노라면 참 가르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텃밭살림은 자연과 소박한 노동을 통해 교사와 어린이들이 함께 배우고 서로를 가르치는 수업이다.

고추가 조금씩 자란다. 이따금씩 고추 한 두 개를 따다 점심시간에 “고추 먹을 사람~” 하고 물어보면 여러 명이 손을 든다. 손 든 아이들 수만큼 쪼개어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어주는데 참 맛나게 먹는다. 우리가 키운 작물이라 더 맛나나 보다. 감자 농사는 올해 영 시원치가 않다. 작년에 아이들이 수확한 감자가 알이 크고 양도 많아서 감자 요리를 해먹고도 한참 남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감자를 캐어내기보다는 잡초를 뽑고 땅을 파면서 감자를 찾아야 할 정도였다. 그나마 어렵게 찾은 감자도 크기가 형편없이 작다. 물 주기가 부족했던 까닭일까? 가뭄이 심해서일까? 올해 비료 양이 많아서 땅이 영양과다가 되었기 때문일까? 감자를 심은 시기가 한주 늦어져서 때를 놓친 것일까?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보아야겠다. 아이들도 지난해에 감자 수확의 기쁨을 맛본 탓인지 올해 영 아쉬워한다.

올해 뜻밖의 기쁨이 있었다면 우리 텃밭에 나팔꽃이 피었던 것이다. 어여쁜 꽃이 피니 넝쿨을 뽑아내지는 못하고 감자와 함께 물을 주며 나팔꽃을 키웠다.

텃밭을 돌보고 나면 말과글수업 시간에는 텃밭일지를 썼다. 남자아이들의 텃밭일지에는 작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자 안에 집을 지은 개미도 있고 서로 싸우는 곤충들이 있고 웃고 있는 구름이 있고 이야기가 주렁주렁 열린다. 사실 그대로 쓰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본 것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쳐내는 텃밭 일기를 좀 더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을까 늘 고민이 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텃밭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열매를 보는 것이 좋아서 지켜보기로 했다.

흰염소가 드디어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 아이들에게는 귀한 풍경이다. 어미젖을 먹던 염소가 일주일새에 풀밭을 뛰어다니고 풀을 뜯어먹고 어미 염소는 젖을 물려는 새끼들을 피하고, 어미염소가 멀어지면 음메에 하는 소리가 “엄마아”로 들리고.. 이모든 순간들은 아이들의 일기에 시에 담겨있다. 무한한 배움의 놀이터가 되어 주는 텃밭과 농장이 곁에 있어 참 고맙다.

 

 

학교밖학교 (생태교실)

 

1학년과 함께 하는 생태교실

 

-개구리 논 모내기

개구리 논에 모판을 남겨두었다고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맘 때가 아니면 해 볼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농사에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논과 밭의 차이에 대해 나누었다. 교사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제법 논과 밭의 차이를 알고 있다. 1,2학년 아이들과 개구리 논까지 꽤 긴 거리를 걸어갔다. 마침 쇠비름 선생님이 있어 모를 심는 방법과 논을 걷는 방법을 배운다. 한발 한발 선생님을 따라 논을 걷는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맨다리가 귀여워 웃음이 난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한명씩 줄지어 논에 들어간다. 웃옷은 바지 속에 넣고 바지를 쭈욱 위로 당겨줘야 농사 패션의 완성이다. 축축한 논에 발이 푹푹 빠지는 느낌이 낯설고도 재미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새로운 도전인 아이도 있다. 아이들이 서툰 손으로 삐뚤빼뚤 심은 모는 다시 쇠비름 선생님이 제대로 손보아 주셔야 했다. 논가에 사는 올챙이, 두꺼비, 고동 등 다양한 생물들은 아이들에게 놀잇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아주 작은 새끼 두꺼비들은 웬 재앙인가 했겠다. 새끼 손톱만한 녀석이 있을 건 다 있다. 물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 신이 난 아이들이 모판에 잡았다가 다시 놓아준다. 한 마리도 욕심내지 않고 다시 좋아주었다. 그래도 힘 조절이 서툴렀는지 다리를 다친 두꺼비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개구리논 주변도 계속 아파드가 지어지고 풍경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구운동의 논가도 점점 메워지고 분별없이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좋은 것이 점점 보존되지 않는 지금 아이들이 메마른 직선만 보지 않고 이렇게 흙을 밟고 작은 생명들을 만나며 자라나기를 바래본다.

 

-서호저수지 새 관찰

여름에 수원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만나러 서호 공원으로 나섰다. 물닭, 중대백로, 가마우지, 중백로 등 다양한 새들이 있었다. 가마우지 떼가 수면을 차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우와” 감탄했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새들이 잠수했다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부리 위에 마시멜로 같은 것이 붙어 있는 새는 물닭이라는 것을 새로 알았다. 저수지 한가운데 있는 섬에 서식하는 새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날개를 펴고 한참 서있는 새들은 왜 그러고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학교에는 학년마다 동물박사, 새박사, 곤충박사들이 있어 생태교실을 나오면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자연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아 잘 알고 있는 아이가 새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습성을 알려준다. 어미새를 따라 줄줄이 헤엄치는 아기새들이 너무 귀여워 까르르 웃으며 따라가 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교사 뒤를 줄줄이 따라 오는 아기새 같은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교사도 계속 웃는다. 돌아가는 길에 ‘백로는 왜 계속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을까’라는 질문꺼리를 가야선생님이 던져주었다. 다음 월요일에 2학년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이러하다.

“백로는 왜 계속 서 있었을까?”

“그냥 쉬고 있는 것 같아요.”

“햇볕이 따뜻해서 그냥 서 있는 것 같아요.”

“자고 있는 것 같아요.”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햇볕으로 먹이를 소화시키는 것 같아요.”

“아이가 있는 것 같아요. 몸이 무거워져서 서 있어요.”

“나는 게 힘들어서 서 있어요.”

“털갈이를 하고 있어요.”

“멍 때리고 있어요.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물소리를 들으며 쉬고 있어요.”

 

정조대왕 이야기와 수원화성

벚꽃이 피어날 때 봄을 느끼며 향교부터 화서문까지 걸었다. 수원 화성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수원화성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아이들과 걸으니 들려줄 이야기꺼리가 많이 생겼다. 수원화성의 역사며 특징,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함께 걸으며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생각했는데 2학년 아이들의 지적욕구는 무척 높다. 교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옴팡 빠져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냥 걸을 때는 걷고 뛰는 재미가 컸는데 수원화성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니 걷는 길이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 방각 위치에 있는 문의 이름이며 특징을 외우는 아이들도 있다. 공심돈이나 문, 성곽을 그리는 활동을 즐거워했다. 향마다 깃발의 색깔이 바뀌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기뻐해서 색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수호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의도치 않게 아이들은 태어난 계절에 따라 자기 수호신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요즘 가장 큰 화제꺼리다. 집에서 책을 더 찾아보는 아이도 있다. 무더운 날에는 화성어차를 타고 수원화성을 한바퀴 돌았는데 그동안 걸으며 배우고 보았던 수원화성을 한눈에 보니 그 또한 새로웠다.

융건릉에 관련된 이야기도 아이들이 기대하던 꼭지였다. 아이들은 꼭 지도를 가지고 싶어 했는데 융건릉에서는 모험심이 차올랐다. 지도를 보며 길찾기를 즐기는 아이들을 길잡이로 따라 걸었다. 이쪽저쪽 위치와 주변 풍경을 보며 길을 찾는 아이들은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였다. 친구와 의논하며 융릉과 건릉을 찾았을 때 뿌듯함에 자신감이 차 있었다. 조금 더 경험을 넓혀주고 싶어 건릉부터 매표소까지 돌아가는 길은 짝끼리 지도를 보며 찾아가기로 했다. 교사는 가장 마지막 짝을 따라 갔다. 안전한 범주 안에서 아이들에게 도전거리를 주니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움직이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교사도 배웠다. 아이들끼리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꺼리도 늘었다. 이날 이후로 자신감이 늘고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아이들도 있으니.. 교사가 모두 이끌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꺼리를 주고 이야기를 만드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전체 2

  • 2017-07-03 13:38
    할 일을 미루는 두꺼비와 해야할 일을 이야기해주는 개구리... 이 아무개양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지네요.
    문득 6.25 전쟁에 대해 물어왔던 일도 돌아보기를 읽어보니 이해가 되구요. ^^
    5, 6월 아이들과 선생님 지낸 모습이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 2017-07-06 10:44
    정말 풍성한 한학기를 보냈군요. 달아샘과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