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하년 그루터기반 5,6월 돌아보기와 6학년 과학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07-02 19:17
조회
1665
2017년 4학년 그루터기반 5,6월 돌아보기



*몸살림 가는 날 곧 없어질 버스정류장에서 역사적인 사진 한 컷

<새로움에서 즐거움으로>

벌써 계절이 지나고 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5월 양주로의 천생연분 마을 여행이 끝나고 매일 반복되는 하루이지만 색다른 즐거움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별 탈 없이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다보니 ‘혹시 지금 태풍의 눈 한가운데가 아닌가?’, ‘뒤에 얼마나 강력한 것이 몰려오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리라! 아이들도 교사도 서로를 향한 성향파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이제는 교사의 말에 격분하지 않고 장난과 진지함을 구분할 줄 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는 한층 즐겁고 재밌으며 몰입도도 높아졌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즐거움도 커진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새롭고 기발한 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꾸준함과 역동성 그 미묘한 저울을 잘 맞추어가는 일이 앞으로 쌓아나가야 할 일이다.

<평화를 위한 한걸음>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작은 일에 크게 상처받기도 한다.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자 3,4학년이 마음을 모았다. 나무꾼, 해님, 그루터기 선생님과 3,4학년 아이들이 뜻을 모아 서로를 이해하고 약속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미리 적어 교사가 공유했다. 나무꾼 선생님이 조심해야 할 행동과 말을 명확하게 짚어주셨다. 또한 해님 선생님이 서클형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생각을 들었다. 서로의 성향이 다른 만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생각 말하기를 주저하던 아이들도 서클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신의 불편함을 하나 둘 털어놓는 것을 보면서 함께 대화하고 약속을 정해가는 과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침열기>

3,4월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이제는 날짜에 맞추어 스스로 준비하고 교사를 기다리며 망을 서기도 한다. “선생님 오신다!”라며 망보던 아이가 말하면 후다닥 앉는 소리를 들으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는 비슷하나보다.

한 아이가 질문했다. ‘아침열기는 왜 해요?’ 나는 이런 질문이 참 좋다. ‘몸을 바르게 앉고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갈지 예상해 보는 거지. 나도 아침열기를 한단다. 아침에 교사실에서 커피콩을 갈며 하고 있어. 하하하.’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의 표정에서 여러 생각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읽힌다. 그리고 한 동안 아침에 교사실을 찾아와 아침에 커피콩을 갈겠다며 찾아오는 아이들이 생기더니 어느샌가 발길이 뚝 끊겼다. 무언가를 지속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수요일에는 국악을 듣는다. 아이들은 가요나 서양음악이 익숙함을 느낀다. 그렇게 국악을 듣다보면 지루하거나 어색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퓨전음악을 들려줬더니 ‘이거는 좀 낫네.’라고 말한다. 점차 우리국악의 익숙함이 귀에 스며들길 바란다.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다잡는 일 지금 4학년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학년회의>

후반기롤 들어오면서 학년회의의 반장단은 지금까지 자원하지 않던 아이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다들 능력만큼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 4번째 반장단 선거 날. 지금까지 자원하지 않은 3명의 아이들이 반장단으로 참여해 역할을 두고 투표를 했다. 아이들은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 엄청 고민 돼!’ 이런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교사는 속으로 ‘씨익’ 웃는다. 사회에도 항상 내 마음에 드는 후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해진 후보 안에서 결정하고 결과에 따르는 것을 아이들은 수업으로 배우고 있다.

5월 반장: 은결, 칠판서기: 동영, 공책서기: 은규

6월 반장: 하린, 칠판서기: 두희, 공책서기: 재윤

<말과글>

여행을 기준으로 ‘검은 여우’와 ‘대단한 4학년’을 읽었다.

검은 여우는 추억을, 대단한 4학년은 자세히 쓰기를 주제로 잡았다. 두 책에 공통점이 있다면 도시에 살던 아이가 여름방학에 시골에서 겪은 일이다. 검은 여우를 읽으며 톰이 되어보고 대단한 4학년을 읽으며 쉴라에게서 내 모습을 찾는다. 평범한 일상 속에 떠오르는 괜한 걱정들과 두려움을 숨김 없이 쓰인 글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같이 고민하는 아이를 만난다. 거미를 싫어하고 수영을 무서워하는 평범한 아이의 속마음을 읽는 과정.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일상에서 생기는 일들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세하게 적어보도록 했다. 별의별 생각이 담겨있는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순수함과 상상력이 부럽기만 하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특별한 여름방학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17년의 여름이 아이들에게 잊어지지 않는 특별한 방학이 되길 기대한다.

<수>

후반기에는 분수와 소수, 그리고 시간에 대해서 공부했다. 분수를 들어가면서 ‘분수가 왜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을 기억해 보았다. 물고기로 예를 들어 분수가 생긴 이유를 나눴다. 그러자 아이들이 ‘이 모든 게 물고기 때문이야!’라며 장난스런 원망을 한다. 그러고는 ‘몸통은 내가 먹을 테야. 머리는 너가 먹어.’라며 갑자기 좋아하는 물고기 이름이 나오더니 살림수업 분위기가 된다. 피자, 사과, 오렌지 등을 걸쳐 음식살림 수업 같은 수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분수의 종류(대분수, 가분수, 진분수)를 배웠고,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고치는 과정을 배웠다. 소수의 크기를 비교하고, 소수와 같은 분모를 가진 분수의 덧셈과 뺄셈도 배웠다. 6월의 마지막 수 시간에는 시계에서 각도 찾기를 하고 시간 계산하는 방법을 복습했다.

일상적인 수 숙제도 잘 되고 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학기 초에 적게 해오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부터 성실하게 주어진 만큼 해오고 있다. 기다림의 힘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시간 같은 경우도 계속 연습을 하지 않으니 방법을 잃어버린다. 분수와 소수는 중요한 만큼 2학기에도 중간중간 계속 다룰 예정이다.

<텃밭살림>

토마토와 오이를 심었었다. 올해 날씨가 매우 가물다. 비를 맞지 못해도 잡초는 잘 자랐다. 여행을 다녀오니 오이는 거의 다 죽어있고 토마토는 새순과 가지 관리를 못해줘서 부채꼴 모양으로 넓게 펴져있다. 오이는 거의 살아남지 못 했지만 토마토는 꽤 잘 컸다. 자라나는 잡초를 보며 ‘내가 작물을 키우는 건지 잡초를 키우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라고 농담도 해보고, ‘잡초 공화국’, ‘잡초 랜드’ 등 재밌는 말들도 생각해냈다. 6월의 어느 날 아이들의 음악시간을 틈타 공강시간에 잡초를 뽑았다. ‘꽤 많이 뽑았다.’라고 생각한 나는 아이들에게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내 잡초는 숨이 많이 죽어있었고 아이들의 손놀림은 빨랐다. 간식이 걸린 내기에 한껏 전투적인 모습으로 잡초를 걷어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깟 간식이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소리 질렀지만 아이들은 들은 척도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 모둠별로 분업까지 해가면서... 결국 교사의 압도적인 패배다. 역시 칠보산 어린이에게 농사는 기본 소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주기 점검표를 만들어 모둠별로 일주일에 3번씩 아침마다 물을 준다. 한번은 교사실에서 이야기가 길어져 수업에 늦게 들어갔는데 이미 준비물을 챙겨 밭으로가 풀을 뽑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대견했다. 농사를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공동체놀이>

여행과 행사가 겹치면서 공동체 놀이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틈틈이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교사가 제안하는 놀이로 정월 세 시 외따기와 떡장수 놀이를 했고, 아이들은 신발던지기, 수건돌리기, 보물을 찾아라를 했다. 학기 초에는 신청해라고 계속 말해도 신청할까 말까였는데 학기가 끝날 때가 되니 벌써 3개나 밀려있는 상황이다. 벌써 2학기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수건돌리기는 제안 전에는 해보지도 않더니 공동체 놀이 후 재미있었는지 쉬는 시간에 3학년들과도 섞여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제안하고 설명하는 일들이 일상에서 생겼으면 좋겠다.



<과학>

환경오염과 산과 염기에 대해 배우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오염된 사진도 보여주기, 배추씨에 식초를 뿌려 관찰하기, 정수기 만들기, 커피찌꺼기 탈취제 만들기를 했다. 산성비가 왜 오면 안 되는지, 더러운 물을 자연적으로 정수할 수는 없는지, 환경을 파괴시키는 물건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활용품 만들기 등을 주제로 나눌 수 있었다. 아이들과 조금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결론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을 활용하자’였다. 과학적 지식을 알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리라.

아래 사진은 정수기 만들기를 하는 날, 숯가루를 넣기 위해서 숯을 부수고 있는 모습이다. 싫어할 줄 알았는데 재밌게 하는 모습에 감사했고,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별거 아닌 일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있다. 어른이 되어도 잊지지 않기를 빌어본다.



<생활미술>

생활미술은 5,6월 크게 한 개의 주제로 이어나갔다. 가구 만들기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재활용 하면 좋을까?’ 의견을 물으니 나무컵 만들기, 편지함 수리, 벽 꾸미기, 책 꽃이 수리, 간판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투표결과! 벽 꾸미기가 됐다. 학교건물 입구에 그려진 그림을 새로 그리는 일이다. 그렇게 대 작업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금요일 아침열기를 포함하고도 두 달의 시간이 꼬박 걸렸다. 맨 처음 주제를 정하고 모둠별로 밑그림을 그려 전지에 겹치는 그림이 없도록 모아 색칠했다. 그리고는 벽에 휜 색 페인트를 칠하고 붓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대략적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하얀색 벽에 검은 색으로 밑그림을 그리니 예뻐서 조금 더러워지면 2학기에 색을 입히기로 했다.

이 시기에 도전이 되는 큰 작업을 하는 일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그려진 벽을 보며 뿌듯해 하기를 바라고 2학기에 이어 그린다.



(종이에 밑그림 그리기)



(페인트로 바탕색 칠하기)



(미리그려놓은 연필선 위에 검은색 페인트로 밑그림 그리기)



(밑그림 완성)

<몸살림>

2학기의 금요일은 몸살림으로 진행됐다. 3,4학년이 함께 수영하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한다. 물을 크게 무서워하는 아이도 없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수업 중간에 몇 가지 놀이를 했다. 크게 동전 줍기와 술래잡기다. 동전 줍기 1은 ‘10원을 찾아라!’다. 여러 동전을 바닥에 뿌리고 잠수를 해서 10원짜리 동전을 찾는 놀이다. 동전 줍기 2는 각각 다른 년도의 동전을 준비해 바닥에 뿌린 후 잠수해 하나씩 줍는다. 교사나 학생이 년도를 말하면 자신의 동전 년도를 확인한다. 술래잡기는 얼음 땡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잠수를 하면 얼음 상태가 되고 물 안에서는 이동 가능하다. 아이들이 모두 잘 참여해 즐거운 수영 수업이 됐다.

몸살림은 이렇게 진행됐다.

5/26 - 얕은 물에서 잠수 연습하기, 개구리 수영

6/02 - 얕은 물에서 동전 줍기 1

6/09 - 수영보드 잡고 발차기 하기

6/16 - 보드잡고 팔 젓기

6/23 - 술래잡기(얼음 땡)

6/30 - 동전 줍기 2, 자유형 익히기



사진은 동전 줍기 2 모습이다. 이 광경은 실제로 보면 더욱 멋지다. 호수에 잉어밥을 던져주면 잉어가 모여드는 모습이 연상된다.

<6학년 과학>

6학년 아이들과 하는 과학수업은 즐거움의 연속이다. 넘치는 에너지에 교사도 한껏 들뜨는 수업이다. 수업은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증기를 통해 알아봤고,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하며 배추씨를 활용해 식초로 산성비에 대해 알아봤다. 또한 페놀프탈레인 용액으로 산성과 염기성의 존재를 알아봤고 6월에는 태양계를 공부하며 모형을 만들고 있다.

6학년에는 나보다 우주를 잘 아는 과학자가 있다. 목성과 금성을 헷갈려하면 정확하게 짚어내 오류를 수정해 준다. 우주를 알아가는 일은 내 자신이 얼마나 작고 먼지 같은 존재인지를 앎과 동시에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지구라는 별은 작지만 특별하고 우주는 어떤 법칙과 질서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을 깨닫기에는 아직은 어린 나이일지도 모르지만 상상력에 좋은 보탬이 될 것이다. 수업을 해 나갈수록 아이들 안에 우주가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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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3 06:02
    사진과 함께 보니 더욱 재미있네요. 폭풍우가 몰아치지 않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나 봅니다. 벽화 밑그림이 공공성(?)이 좀 없어보여서 보는 이들이 괜찮을까 괜히 걱정해 봅니다. 그루터기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속에 아이들도 쑥쑥 자라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 2017-07-03 12:26
    아침열기를 왜 하는지라는 질문을 좋아할 수 있고 분수가 왜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선생님과 보낸 아이들 이야기...
    4학년들이 이렇게 보냈군요.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