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학년 뽀글뽀글라면반 돌아보기-3,4월

작성자
바 다별
작성일
2016-05-12 10:07
조회
1731
교사의 3, 4월 돌아보기 -학교에서 두 번째로 보내는 봄

 

문장을 많이 지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문장을 시작하는 지금도 그러한 생각이 든다. 학교에 와서 참으로 많은 문장을 쓰고 있다. 많이 쓰고 많이 읽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개가 된다. 개인 삶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 다른 무게이다. 이토록 다른 존재에 대해 많은 글을 쓴 적이 있던가. 매년 두 번 아이의 성장을 보고서로 요약하여 쓰고 두 달에 한번 아이들과 지낸 생활과 교육과정을 돌아보는 글을 쓴다. 문장에 책임감이 느껴져 쉽게 써내려가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존재에 대한 글인 동시에 교사로서, 한 존재로서 나에 대한 돌아보기 이기도 하다. 언제나 나로부터 출발하여 모든 것이 연결 되므로.

 

말을 많이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간혹 교사의 말이 아이들에게서 묻어나기도 한다. 교사가 했던 말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할 때면 눈이 번뜩 뜨인다. 문장에도 책임이 있듯이 말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아침열기부터 하루 닫기까지 내가 하는 말들이 기록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부끄러운 언어들도 많이 있을 터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마음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품었다. 교사로서도 그러하기를, 늘 깨어있기를.

 

책임감의 무게보다는 내면의 중심을 세워가는 과정에 힘쓰기를.

학교에서 아이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행복하다. 많이 웃고 즐겁다. 일터에서 이런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드린다. 동시에 어렵고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의 부족함과 바닥을 많이 마주 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지. 또한 일상에서 늘 깨어있고 마주하는 모든 것이 공부꺼리인, 공부해야 할 것이 가득한 교사라는 일. 게으르고 싶어지는 몸과 마음이 부지런하게 매일을 준비해야 하는 일상과 충돌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선생님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엇을 하기 위해 세상에 났는지, 죽기 전까지 인생의 숙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숙제를 ‘아이들을 섬기기 위해서’라는 선생님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데 이것이 아직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잘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많은 까닭이다. 여러 경험을 하며 책임감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걸림이 생기고 눈을 흐리게도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나의 숙제에 당면한 것이다. 내면의 중심을 세우고 나의 줏대를 세우는 것에 힘껏 애써야겠다.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줏대가 있다면 교사로서 어렵다 여겨지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아이들과 지낸 지난 두 달을 돌아본다.

6학년 뽀글뽀글 라면반 2016년 3,4월 돌아보기

6학년을 만나다.

6학년을 만난다. 초등과정을 마무리하는 학년을 만난다는 것은 교사로서도 참 특별하고 귀중한 경험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안정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선생님들의 정성과 가정의 사랑이 옴팡 담겨져 있어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든다. 학교생활을 하며 여물어지는 아이들이 보인다. 몸을 움직여 일하는 아이들을 보니 6년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있다. 교사보다 더 나은 면도 많이 있다.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편할 때가 있어 선생님들의 노고에 커가는 아이들의 과정에 숟가락만 올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매일 매일이 다르듯이 아이들은 또 변할 것이다. 올해 꽃피우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고 더 많이 흔들리고 힘들어하다 청소년이 되어 꽃피우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6학년은 온전한 갈무리가 아니다. 흐름의 작은 마침표 일 뿐이다. 아이들은 과정 중에 있고 앞으로 경험하고 성장하고 변해가는 긴긴 과정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올해 우리가 만나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를 잘 지낸다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맞이한다.

 

 

생활

 

공책정리

 

작년에 놓친 것 중에 가장 아쉬웠던 것이 공책 정리였다. 말과 글 첫 시간에 새 공책의 첫 장에 글씨는 정성껏 쓰기, 한 주제가 넘어가면 공책 넘기기, 순서대로 쓰기, 그림글은 쓰지 않기 등을 쓰며 약속을 했다. 공책마다 쪽수도 함께 매겼다. 6학년이면 스스로 잘 챙기겠지 하고 생각하면 놓치는 것들이 많겠더라. 인쇄된 활동지를 나누어주면 수업시간에 교사가 볼 때 곧바로 공책에 붙이게 한다. 활동하느라 챙기지 못했던 수업을 한 날이면 하루 닫기를 할 즈음에 인쇄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뒤늦게 아차 싶어서 다시 공책을 꺼내서 확인하고 정리하게 한다.

 

 

교실 정리

 

수업에 필요한 것만 책상에 두기, 사물함 정리, 가방 제자리에 두기 등을 일상적으로 지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점심시간 쯤 되면 옷이나 가방이 바닥에 떨어져있거나 책상에 물건이 놓여져 있기도 하다. 보일 때마다 잔소리를 해야 한다. 정리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가방은 복도에 줄을 지어 세워두기도 한다. 하나를 챙기다보니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서 어느새 잔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일상적인 정리는 교사에게도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잘 놓치게 되는 부분이다. 지금도 놓친 풍경들이 많이 지나간다. 알림장이나 글쓰기 공책에 글씨 정성껏 쓰기, 대충대충 하지 않기, 결과물 잘 정리하기... 일상에 바빠 잠깐만 놓쳐도 쉽게 무너진다. 6학년이 되어도 정리하는 생활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가 않다. 내 자리에도 별을 그려놓고 매번 확인하고 챙겨야겠다.

 

글쓰기

 

글쓰기 공책에 겪은 일 쓰기(일기)와 주제 글쓰기를 일주일에 3번 쓰기로 약속했다. 일주일에 한번 요일을 정해 글쓰기 공책을 확인했더니 문제가 보였다. 한 번에 몰아서 글쓰기를 하고 확인하는 날 가져오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다. 형식적으로 분량을 채워 가져온 글은 내용에서 드러난다. 글쓰기를 한 번에 확인받기 위해 쓰는 것은 좋지 않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형태의 글쓰기가 많았다. 아이들과 다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겪은 일쓰기와 교사가 내 주는 주제로 쓰기를 3번 중 몇 번 할 것인지 각자 약속을 정했다. 그리고 월, 수 두 번 글쓰기를 확인한다. 글쓰기 공책 표를 만들어 교실에 붙여두고 매번 스스로 표시하게 하고 있다. 글쓰기 공책을 안가지고 오거나 몰아서 쓰는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용도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고 있다. 아이들마다 관심사나 가까운 시간에 겪었던 일중에 주제를 내주고 있다. 글쓰기에도 편차가 크고 주제나 내용면에서 이끌어주어야 할 아이들이 많이 있다. 지리산 여행 글을 시작으로 긴 호흡의 겪은 일 쓰기를 지도 하려고 한다. 고쳐 쓰기를 하면서 정성껏 긴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6학년 성장여행 -지리산종주 준비

 

지리산종주를 위해 3월부터 체력단련을 시작했다. 앉았다 일어났다 (또는 스쿼트)와 줄넘기를 매일 조금씩 개수를 늘여가고 있다. 시작은 공동체 놀이 시간에 다함께 했다. 이후에는 스스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체력단련표를 만들어 교실에 붙여두고 스스로 개수를 쓰고 있다. 아침에 오면 체력단련부터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제때 하지 않고 남아서 하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예비 산행을 하면서 체력에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하루 닫기 시간이나 일과 중에 여유시간을 확보하여 모두 함께 하거나 모둠별로 서로 더 챙길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아직 스스로 챙겨서 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종주를 확정하기 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다리가 아픈 친구들이 생겼다. 이대로 갈 수 있을까 교사로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마음이 많이 쓰인 시간이었다. 매일 작은 일들로 다투고 서로를 향해 에너지를 쓰는 일상에서 벗어나 큰 산을 함께 걸으며 아이들더 큰 자연을 만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아이들의 노력과 의지를 고려하여 4월 반모임에서 계획했던 대로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결정했다. 짐의 무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하기로 했다.

금요일 시간에 두 차례 지리산 종주 준비를 했다. 먼저 문집에 실린 선배들의 지리산 여행 후기를 몇 편 들려주었다. 생생하게 여행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고 아는 선배들의 글이다 보니 무척 집중해서 들었다. 마침 학교에 놀러 온 병찬이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어서 지리산에 대해, 산행에서 주의해야할 점, 준비해야할 것들을 각자 조사해온 내용을 발표했다. 교사와 공부를 더 하고 여행의 의미를 나누었다. 배낭에 책 등을 넣어 칠보산을 오르고 여행과 동일하게 준비하여 관악산 예비산행을 했다. 아이들의 체력과 속도를 살피며 선두를 바꾸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친구의 짐을 나누어지기도 했다. 하산 하는 길에 힘들어 보이는데도 내려가서 계곡에서 물놀이를 꼭 하자고 한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옷을 갈아입거나 바지를 걷어붙이고 맨발로 계곡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언제 산행을 했나 싶다. 신나게 노는 모습은 ‘역시 자유로운 우리학교의 아이들이야’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학교에서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 밥을 했는데 세 모둠 다 밥이 아주 잘 되었다. 산에서 먹는 걱정은 없겠다.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풍경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앞 교실의 일학년들이 몰려와 줄을 서자 숟가락으로 라면 국물을 동생들 입안에 한 숟갈씩 넣어주는 풍경은 명장면이었다. 소나기 선생님은 이번 6학년이 유난히 동생들을 잘 챙기고 잘 놀아준다고 한다. 친구처럼 정말 잘 놀아주고 못 먹은 동생들 까지 불러와서 챙겨준다. 동생들에게 대하듯 서로에게도 더 너그러워지기를 바라며. 최종 배낭 점검도 하였고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모두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다른 일정을 아이와 함께 계획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걷다보면 진리를 얻게 된다는 지리산에서 한결 몸과 마음이 성장해서 돌아올 수 있기를.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에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품어주는 것이라고, 산신이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지리산이 우리를 품어주기를 바란다. 이야기는 여행 후기에 이어질 것이다.

 

 

탈놀이

 

3월 한 달은 탈놀이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생활 미술시간과 말과글, 연극, 학교밖학교 까지 연결하여 한 흐름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다양한 전통 탈 사진을 감상하며 탈의 특징과 역사, 탈에 담긴 의미 등을 공부했다. 인물과 성격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탈을 보며 무척 흥미로워 했고 많은 질문이 오고 갔다. 남자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코가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것을 특히 재미있어했다. 한삼을 끼고 탈춤의 동작을 배워도 보고 불림과 희노애 감정으로 춤사위를 만들어 직접 춰보았다. 우리가 느끼는 대로 한삼을 휘휘 저어보고 몸을 움직여 보면 그게 곧 춤이 되었다.

신문을 잘게 찢어 물에 불리고 꾹꾹 짜서 밀가루풀로 반죽하여 탈을 만드는 과정을 손이 많이 갔다. 두런두런 모여 앉아 수다 떨며 탈을 만드는 모습은 동네 아낙들을 연상케 해서 계속 웃음이 났다. 손으로 물을 짜는 것이 힘드니 엉덩이로 깔고 앉아 물기를 빼는 엉덩이 탈수기가 있는가 하면 깔깔 웃다가 반죽에 침이 들어가 친구들에게 혼이 나는 아이도 있다. 무엇이든 평범하게 하지 않는 아이들의 생생하고 기발한 모습이 정말 재미있다. 탈도 다양한 형태로 잘 만들어졌다. 바가지에서 마른 탈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비닐을 깔지 않은 아이들은 탈이 쪼개져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결국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하여 탈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봉산탈춤의 노장 과장 중 신장수 대목을 교사가 간단하게 보여주었다. 원숭이 역할을 한아이가 해주었고 신장수의 행동을 원숭이가 똑같이 따라 하는 장면에서 많이 웃었다. 장면 대본을 함께 읽어보고 동작과장하기, 전형적인 인물의 동작을 배워서 응용한 장면을 만들어 발표했다. 탈춤에서 비판, 풍자, 해학의 의미를 공부했다.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모둠별로 탈놀이극 주제를 정했다. 각자 만든 탈의 인물이 되어 자기소개를 했다. 이어서 주제에 맞게 인물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대본을 쓰고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모두 종합하여 탈놀이 극을 만들어 연습하고 마무리로 탈놀이극 한판을 펼쳐보았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정권을 비판한 모둠, 빈부격차를 풍자로 풀어낸 모둠, 악역들이 모여 서로를 배신하는 장면을 해학으로 풀어낸 모둠이 있었다.

금요일에 북촌한옥마을의 꼭두 박물관에 가서 꼭두의 다양한 형태를 감상했고 4월 9일 토요일에는 국립극장에서 봉산탈춤 보존회의 정기 공연을 감상했다. 일년 중 유일하게 봉산탈춤의 전 과장을 공연하는 날인데 2시간이 넘는 긴 공연을 집중하여 보는 아이들도 있었고 점점 몸이 꼬여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가 배웠던 신장수 장면은 모두 이해할 수 있어 가장 눈이 반짝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전과장의 대본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여러 수업에 걸쳐 탈놀이극이 진행되었고 진도가 늦어져서 호흡이 많이 길었다. 탈놀이가 2학기 연극 장면에 잘 녹아 들 수 있게 구성해보려 한다.

 

말과 글

 

우리 신화-영혼의 수호신 바리공주

 

신화나 옛이야기의 인물들은 모두 길을 떠난다. 집을 떠나 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스스로 극복하여 복을 얻고 존재로서 성장한다. 우리도 때가 되면 성장하기 위해 길을 떠날 것이다. 떠나야만 배우는 것이 있다. 자신의 결핍을 부정하지 않고 품어서 긍정의 힘으로 바꾸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옛이야기가 가진 힘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저마다 스며드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우리 신화 중에서 6학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맞닿을 수 있는 ‘바리데기’ 이야기를 골랐다. 바리데기 이야기는 여러 책으로 나와 있는데 입말을 잘 살려 이야기를 풀어낸 책을 수업 교재로 정했다. 전체 이야기를 교사가 먼저 들려주고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길을 떠나는 과정에 대해 나누었다. 소리를 내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기에 시간을 들여 이야기의 끝까지 함께 읽었다. 돌아가며 이야기 들려주듯이 읽어보기도 하고, 역할을 나누어 읽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읽어가니 술술술 재미있게 읽혀졌다. 자기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까닭, 바리데기에게 궁금한 점, 다른 인물에게 궁금한 점을 써보고 발표해보았다. 부모에게 버림 받았을 때 바리데기가 느꼈을 감정이 어땠어?, 오구 대왕이 왕의자리를 준다고 했는데도 마다하고 죽은 영혼들을 달래주는 신이 되었어?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수업 이후에도 바리데기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리산 여행을 다녀온 후에 바리데기의 과정과 우리의 성장을 연결하여 다루어보려고 한다.

 

시쓰기

 

칠판에 ‘시쓰기’라고 적는다. ‘시’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반응한다.

“아! 시를 왜 써야돼요?”

“시 쓰기 싫은데!”

“시는 왜 써야 해요?”

아이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6학년 아이들이 시 쓰기를 왜 이렇게 싫어할까? 이러한 반응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아이들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여러분들은 시를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짜증나는거요.”

“쓰기 귀찮은 거요.”

“왜 귀찮고 짜증난다고 생각해요?”

“등산을 해서 시를 쓰는 게 귀찮아요.”

“쓸 거리가 없어요.”

아이들과 좋은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문집과 이오덕 선생님의 책에 실린 좋은 시 몇 편을 들려주었다. 문집에서 각자 좋은 시를 찾아보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참여하지 못했다. 시를 쓰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주제를 주는 것이 부담이 되어 자유 주제로 시를 쓰게 했다. 아이들이 써온 시에도 그러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너무 집중한 듯 하여 잘 풀어내지 못한 탓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에도 교사가 분위기를 잘 조성하여 풀어갈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 백일장에서 아이들의 시를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도 아이들 안에 시가 정말 쓰기 싫고 짜증나는 것이 아니구나. 아이들 마음 안에는 시가 있구나. 너희가 하는 말이, 느끼는 마음이 모두 시가 될 수 있다고 아이들의 시 하나하나를 읽어주며 격려해주고, 아름다운 시를 많이 들려주어야겠다. 부정적인 반응은 그게 모두가 아니고 노력하고 꾸준히 하다보면 아이들 안에 조금씩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

 

 



 

첫 시간에 질문을 던졌다.

“수는 무엇일까? 수는 왜 공부해야할까?”

 

-세상의 표현 방법이예요.

-징글징글 지겨워요.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수는 내 인생의 방해물이예요. 싫은 건 아닌데 숙제가 귀찮아서요.

-재미있게 배우면 재미있어요.

-같이 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데 숙제로 하면 어려워요.

-인생에 필요하지만 지겨워요.

-일상 생활에 팰요한거요.

-살아남기 위해 필요해요.

-나중에 필요한 때를 위해서 배워야 해요.

-사기꾼에게 안당하기 위해서 배워야 해요.

-편리하기 위해서. 모르면 불편해요.

-살아가면서 필요하니깐 배워요.

-물건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요.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요.

 

역시나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중학교 때부터 수가 어려워 점점 수를 포기하게 되었던 교사의 경험을 나누었다. “수는 나에게 쓸데없고 싫은 것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책을 보면서 수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 수는 세상을 이루는 것이구나, 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나에게 이 책의 박사님처럼 수의 의미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이렇게 수를 싫어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천천히 의미를 짚어가며 수 공부를 해보자고 적어도 내가 공부하는 것이 단지 계산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나누며 수 수업을 열고 싶었다. 정수, 자연수, 음수, 양수의 의미를 우리 세상의 조화와 연결하여 나누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수의 의미, 분수의 나누기에서 역수가 되는 까닭을 천천히 설명하고 반복하였다. 기본개념부터 다루다보니 분수의 사칙연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수 공책과 교사가 만든 활동지를 기본으로 수업시간에 다룬다. 숙제로 핀란드교과서, 수학익힘책과 머릿셈 등을 두루 활용하여 활동지를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하고 문제를 복사하여 셈하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이 각자 문제를 내어보고 서로 풀어보면서 수업 시간에 복습을 한다.

소수와 분수가 만들어진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분수와 소수의 의미를 짚었다. 소수의 사칙연산은 복습으로 우리가 걷는 지리산의 거리를 활용하여 다양한 문제를 내었다. 천천히 짚으며 가다 보니 앞으로 부지런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거듭제곱

-혼합계산 복습

-분수의 성질, 분수의 사칙연산

-약분과 통분

-분모가 다른 분수의 나눗셈

-소수란? 의미 토론하기

-소수와 분수의 역사, 소수의 정의, 반올림

-소수의 덧셈과 뺄셈

 

 

 

 

공동체 놀이

 

체력단련을 다함께 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차례 복싱을 배웠다. 기본 스텝과 동작을 배우고 반복하여 연습했다. 복싱은 운동량이 많아서 몇 번 반복하면 금새 힘들어했다. 쨉과 원투 동작을 배울 때에는 글러브가 없어서 교사가 두루마리 휴지 두 개를 들고 있으면 아이들이 돌아가며 쨉을 날리는 동작을 했다. 체력단련을 꾸준히 하고 있어 공동체놀이 시간에는 놀이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 의견을 반영하여 체력단련을 다함께 하고 아이들이 제안하는 놀이를 했다. 주로 진놀이와 깡통차기를 제안했는데 새로운 놀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 고백신 놀이를 미리 알려주었다. 놀이 방법을 알려줄 때부터 흥미로워하고 놀이도 오랜 시간 끝나지 않았다. 몸을 쓰면서 전략도 필요하여 6학년 아이들의 기운에 잘 맞는 놀이이다.

 

 

연극

 

탈놀이극발표를 마무리 하고 연극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나에게 연극은 ( )이다’ 의 빈곳을 채워서 자신이 생각하는 연극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우리가 두 모둠으로 나누어서 같은 작품을 연극과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것이 다를까? 서로 비교해 보면서 연극과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장구 장단에 맞추어 움직이고 멈추기, 다양한 상황과 감정으로 걷기, 관객바라보기, 무대 채우기 등의 활동을 했다. 놀이 하듯이 자연스럽게 무대 움직임을 배워간다.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즐거워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표현도 많이 나온다. 몸짓표현과 움직임의 열기로 전체가 거울이 되어 교사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이상하고 웃긴 표정을 많이 지으며 먼저 망가지니 서로 즐겁다. 이어서 대장따라하기 놀이를 하면서 함께 교감하여 움직이는 재미를 경험하였다.

 

학교밖학교

 

6학년 생활 준비 - 인디언 달력 만들기

아이들 개별 면담

졸업한 선배와 만남

 

6학년 일 년 흐름을 나누었다. 그리고 교사가 어떻게 6학년을 만나고 함께 하고 싶은지 마음을 전했다. 진지하고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학년은 다른 힘이 있음을 느낀다. 인디언들이 열두달을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여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하고 우리도 열두달 우리의 의미를 붙여 달력을 만들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열두달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그달 그달 6학년에게 중요한 일정을 빌어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자신이 잘한다 여기는 것, 잘 못한다 여기는 것, 꿈, 관심사 등 아이들에게 궁금한 점들을 모아 질문지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쓴 내용을 중심으로 한명씩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더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도 했다. 덧붙여 교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도 말했다. 어색해하기 보다 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기다렸다. 아이들 한명한명과 짧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개인적으로도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마침 졸업한 병찬이가 와서 하루동안 함께 했다. 즉석으로 갓 졸업한 따끈따끈한 선배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다. 6학년 생활에서 궁금한 점, 지리산 종주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병찬이가 답을 해주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있게 답해주는 것은 역시 병찬이 다웠다. 동생들이 병찬이와 함께 있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하루닫기 까지 가지말고 함께 하기를 바랬다. 종종 이렇게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들과 함께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꼭두 박물관

-과천 과학관

-중등수원칠보산자유학교 탐방

-지리산 여행 준비

-예비산행

-봉산탈춤보존회 정기공연 관람

- 길찾기 : 교사의 성장 과정 소개

자기 탐색 엠엠틱(MMTIC) 성격유형 검사, 분석상담

6학년의 길찾기 주제 중 하나가 우리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이 담임교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를 먼저 솔직하게 소개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모아온 일기, 글, 친구들의 편지, 사진 등이 담긴 보물상자를 열었다. 아이들과 몇가지를 고르다 보니 한가득이다. 책상 위에 교사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을 올려놓으니 무척 궁금해 한다. 어린시절 집안 풍경, 힘들었던 일들, 학교 생활, 성격이 바뀌게 된 배경, 친구들, 꿈을 가진 과정, 좋아한 남자아이, 첫사랑등의 이야기를 관련된 물건을 보여주며 들려주었다. 공연일지, 공연 사진과 포스터 등을 보여주며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도 들려주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도 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교사를 먼저 소개하는 것도 열기로 좋은 느낌이었다.

수원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적은 비용으로 강사를 지원해주셔서 MMTIC 성격유형 검사를 했다. 문항에 답을 하는 시간을 한 번 가지고 다음 주에 다시 오셔서 해석과 간단한 활동을 해주셨다. 오엠알 카드에 체크하는 연습을 하는데 시험을 안치는 아이들에게는 무척 어색하고 어려운 활동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이 많은 반이여서 더 많이 다투고 서로를 공격하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나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고 나의 억울함만을 고집하는 싸움이 반복된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고 공감 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개별 면담에서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도 좋겠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이 성격의 유형을 너무도 잘 드러내주어서 진행하시는 강사분께서도 우리반이 정말 재미있다고 하셨다. 성격유형검사를 하는 날이었기때문일까 유난히도 아이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서 분석한 것을 들려주실 때마다 그렇지! 정말 그러네요! 하고 맞장구를 치게 되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이 많아서 이런 상황에서는 다툴 수 밖에 없겠구나하고 교사도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투닥투닥 하지만 재미있고 생생한 우리 반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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