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 4월 1학년 양동이반 돌아보기

작성자
바 다별
작성일
2016-05-12 10:05
조회
1616
#들어가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참 즐거웠다. 당시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기도 하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본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11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3월과 4월. 그 기간을 돌아보고자 수첩의 기록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11명의 양동이반 친구들과 함께한 행복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첫 만남!

오빠와 형들의 가마를 타고 신 나게 입장하고, 입학증서를 받으며 정식으로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가 되었다. 어린이 선언문을 낭독하며 선언의 과정까지 마쳤다. 드디어 11명의 어린이가 1학년 교실에 옹기종기 앉았고,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시간이 왜 그렇게 떨렸는지 모르겠다. 다른 학년의 시작과는 정말 결이 다른, 말 그대로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일까.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에게는 ‘첫 만남’이 어땠을까? 교사와 같이 긴장을 하고 두리번거리는 아이들, 익숙한 공간과 친구들이라서 벌써 장난을 치기 시작한 아이들, 교실에 들어서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친구까지. 그렇게 1학년 11명의 아이들과 교사가 첫 만남을 가졌다.

 

 

#학교 안에서는 걸어 다녀요!!

첫 만남에서 교실로 들어서는 데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아이는 그 뒤로도 며칠 동안이나 더 마음을 졸이며 교실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 아이에게는 그 문을 넘어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까. 어른들 역시 새로운 장소나 공동체에 섞이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8살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거대한 산이었을 것이다. 낯선 학교 공간과 수많은 형과 누나들, 그리고 유치원에서는 결코 봤을 리 만무한 수염이 가득한 선생님까지. 한 아이에게 학교라는 곳은 얼마나 큰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생각하니, 지금 이곳에서 밝게 웃으며 신 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참 고맙고 대견하다. 지금은 1학년들의 목소리가 온 학교에 울려 퍼진다. 몸이 가벼워서인지, 걷는 일이 잘 없다. 늘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재잘대는 양동이반 아이들. 그 아이들 덕에 학교에 새로운 활기가 돈다.

 

 

#형과 언니들과 놀아요!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1학년을 맡으면서 조금 더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또래끼리만 관계를 맺는 게 아니고, 형들 또는 동생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바로 옆 교실이기에 가능하고, 또 그것은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고학년들이 1학년 교실에 와서 동생들을 챙겨주고, 1학년 눈높이 맞추어서 놀아주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아름답다. 지금 6학년들 역시 5년 전, 1학년 교실을 사용하며 옆 교실의 6학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 1학년들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여러 학년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6학년이 되면, 지금의 1학년 교실에 들어 올 1학년들에게 그들이 받은 그 이상의 마음을 전해줄 것이다.

#수업은 언제 해요?

입학 후에 2주 동안 학교생활 맛보기 기간을 두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시간을 가졌다. 맛보기 기간 동안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본생활방법과 마음가짐, 태도를 배운다. 학교생활 맛보기 기간에는 학교 공간을 이해하고, 선생님들을 만나고, 형과 언니들을 알아가는 시간, 그리고 인사하는 법, 빈그릇운동, 정성껏 듣고 이야기 하는 것, 다양한 학교 문화를 익혀가는 시간이다. 몇몇 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수업을 하고 글자나 숫자만을 배운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종종 묻는다.

 

“선생님 수업은 언제 해요?”

 

분명히 시간표가 있는데 그대로 수업을 하지 않으니 뭔가 이상한 모양이다. 그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교실을 꾸미고, 물건 정리와 사물함 정리, 자기 이름 쓰기, 학교 시설 이용하는 방법, 청소하는 방법을 배운다. 맛보기 기간에는 아직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청소를 배우고 스스로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청소하는 것조차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배움이고 즐거움이다.

 

#칠보산어린이되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수업, 우리 학교에만 있는 것, 어느 학년에도 없는 수업, 오직 1학년만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학교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배운다. 청소와 회의, 밥먹기와 정리정돈, 여행과 어린이선언문을 다룬다. 빈그릇 운동은 아이들이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학기 초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빈그릇운동을 강요하진 않는다. 스스로 먹을 만큼을 받고, 그리고 남김없이 먹는 것이다. 그리고 힘든 반찬이 있을 경우, 친구들끼리 얘기해서 스스로 해결하거나, 또는 선생님에게 일부를 부탁해도 된다. 크게 힘들지 않고 3,4월을 보냈기 때문에 5월부터는 조금 더 강화하려고 한다. 반찬으로 나온 것은 조금이라도 스스로 먹도록 하려고 한다.

 

며칠 전에 두두와 또또의 무덤을 만들었다. 봄이 되면 늘 아기 참새가 바닥에 떨어져서 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그 일 때문에 분주하다. 다른 학년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1학년이 묻어주기로 하고 텃밭 주변에 양지 바른 곳을 찾았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땅을 파고 있었는데, 그 주변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던 한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도 연이어 비명을 지르며 외친다.

 

“두..두더지~!”

 

그때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에 그 아이가 그 두더지 사체를 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절대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얘기를 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는 무덤을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두더지는 ‘두두’라고 이름 짓고, 아기 참새는 ‘또또’라고 이름 지어 묻어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땅을 열심히 파는 아이, 십자가를 만드는 아이, 둘레석을 위해 돌을 주는 아이, 죽은 동물들을 위해 편지를 쓰는 아이까지. 아이들의 정성이 모아져 작지만 예쁜 두 개의 무덤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꼭 수업 시간에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 가정에서도 배움은 일어난다. ‘자유’와 ‘생명’이라는 학교 철학을 아이들이 몸으로 익히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이 곳, 수원칠보산자유학교에 모인 어른들이기에 그 역할을 잘 할 거라 믿는다.

 

 

#아침열기

매주 월요일 아침은 전체아침열기를 한다. 모든 어린이와 선생님들이 함께 아침을 여는 것이다. 1학년들은 교실에 모여 실내화를 신고, 짝과 함께 강당으로 내려간다. 선생님 바로 앞에서 귀를 기울이며 설명을 듣는 모습이 귀엽고 예쁘다. 몇몇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형, 언니 앞에서 얘기하는 게 쉬운 게 아닐 텐데 용기를 내는 모습이 기특하다. 수요일에는 주로 마음 나누기를 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주제로는 규원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규원이 이야기 : 그 날의 마음 나누기 주제는 ‘설거지’였다. 그러던 중 소현이는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먹은 그릇까지 설거지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현이는 효녀구나, 라고 얘기를 했다. 그때 갑자기 규원이가 손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와 언니와 함께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빠를 위해서 열쇠고리 선물을 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열쇠고리가 효녀라는 것이다. 열쇠고리를 선물로 산 규원이가 효녀라는 것인지, 무슨 말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더니 그 열쇠고리가 효녀이고 바다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얘기를 한다. 정리해보니 효녀와 해녀를 같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목요일에는 주로 산책을 하거나 요가(스트레칭), 명상 등을 한다. 가까이에 산도 있고 밭도 있고 도깨비 놀이터에 용화사까지, 아침을 산책으로 열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지난번에는 용화사에 올랐다가 스님으로부터 사탕까지 선물로 받았다. 요가나 스트레칭을 할 땐 여러 동작을 활용해서 즐겁게 몸을 풀고 있다. 명상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직접 만든 행복 명상CD를 활용한다. 선생님들과 형, 언니들은 언제 행복함을 느꼈는지 들으며, 1학년들도 스스로도 마음을 다스리고 내가 행복할 때를 찾아보았다. 몸을 바르게 하고 20분 동안 조용히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쉬운 게 아닐 텐데,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다스리고 돌볼 수 있는 힘을 키워가길 바란다.

 

 

#말과글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 아이들과 꾸준히 나누고 있다. 11명의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수업 시간에는 꼭 손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아직 1학년이기에 시도 때도 없이 무심결에 내뱉는다. 40분의 수업 시간 동안 선생님과 친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신의 이야기는 손을 들고 하는 것. 1학년 아이들에게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소리글자인 한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미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없는 아이들이 있고, 전혀 모르는 아이도 있다. 전제는 처음으로 한글을 접하는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홀소리와 닿소리부터 아이들과 나누었다. 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홀소리와 닿아야 소리가 나는 닿소리, 그리고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다루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모양을 보고 만든 홀소리와 발성기관의 모양을 보고 만든 닿소리 다섯 가지 – 어금닛소리(ㄱ), 혓소리(ㄴ), 입술소리(ㅁ), 잇소리(ㅅ), 목구멍소리(ㅇ)에 가획의 원리에 의해서 확장된 닿소리들까지 소개를 해 주었다. 실제로 소리를 내면서 그 모양을 살펴봤다.

 

글자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단어들이 없어지게 될까? 아이들과 어금닛소리(ㄱㅋㄲ)가 없어졌을 때 만날 수 없게 되는 단어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삼겹살’이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한 아이들이 많았고, ‘괴물’이 없어지는 것은 반겼다. 또 소중한 것으로는 ‘소나기선생님’이 사라진다는 아이들의 말에 고맙기도 했다.

 

 

 

#

수 수업이라고 하면 바로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것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와 퀴즈를 풀면서 수학적사고력이 향상되기를 바랐다. 답이 보이지 않거나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수학적 힘이 커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1학년 시기에 중요한 것은 덧셈 뺄셈을 배우고 빨리 계산을 잘 하는 것보다 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놓지 않고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나눈 내용은 1 ~ 100까지 수세기이다. 이미 1000까지의 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는 아이도 있고, 아직 30정도만 셀 수 있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숫자를 쓸 때는 몇몇 아이들이 숫자 자체를 헷갈려 했다. ‘5’, ‘6’, ‘9’의 경우, 방향을 반대로 쓰기도 하고 중간에 숫자를 건너뛰기도 했다. 숫자는 꾸준히 접하고 놀다 보면 자연스레 익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숫자를 찾아보았다. ‘1’이란 숫자는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인 누군가를 의미하기도 하고, 나에게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물건을 가리키기도 했다. 내가 사는 집의 층수를 찾은 아이도 있고, 엄마 아빠의 나이를 찾은 아이도 있다. 숫자가 자신과 동떨어진 어느 먼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곳곳에 숫자가 존재하고 삶의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텃밭살림

아이들과 함께 씨감자를 심었다. 몇 년 동안 텃밭을 했고, 그 중에서도 감자를 많이 심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작물이었다. 심는 법을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실제로 심도록 했다. 절반 정도 심었을 때, 옆을 지나가던 한 농부아저씨가 아이들을 보고 얘기한다.

 

“얘들아, 감자는 심을 때 물 주면 안 돼! 그럼 감자 다 썩어!”

 

그 순간, 모든 양동이반 어린이들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굉장히 그 시간이 길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말이라도 입 밖으로 내뱉어야 할 것 같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분의 모습이 진정한 농부와 같았기에 그냥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잘 자랄 거라고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바로 들어와서 다른 선생님께 이 엄청난 일을 알렸다. 그랬더니 학교의 텃밭 전문가 가야선생님이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에 차서 얘기해줘서 마음을 놓았다. 지금은 짙은 푸른 잎들이 감자 밭에 가득하다. 감자 잎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잡초를 열심히 뽑아야지 감자가 무럭무럭 잘 자랄 거라고 얘기해 주니, 땡볕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는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조금씩 흙과 친해지는 양동이들이다.

 

 

#공동체놀이

입학하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한 적이 있다. 다른 학년 아이들이 좋아했기에 당연히 즐겁게 참여할 거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권했다. 몇몇 아이들은 반겼고, 몇몇 아이들은 해본 적이 없다며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거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미난 놀이를 거부하다니,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며 두 모둠으로 나눠서 축구를 했다. 결과는 ‘평화의 징’을 쳐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작은 공 하나가 뭐라고 죽자 살자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신기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꼼짝도 하기 싫은데 계속 옆에서 다그치니, 몇몇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됐나보다. 결국 놀이를 끝내지도 못한 채 교실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교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함께 정한 약속 두 가지.

 
  1. 수업 시간에 하는 활동에는 마음 내어 참여하기.

  2. 친구에게 얘기할 때는 따뜻하게 기린말로 이야기하기.


 

돌이켜보면 교사의 잘못도 큰 듯하다. 아직 1학년들의 여린 마음과 학기 초의 두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쉽게 접근한 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어진 다른 놀이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월에 줄넘기를 중점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많이 다루지 못했다. 오히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열심히 한다. 아마도 고학년들의 모습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5월부터는 규칙이 있는 모둠별 놀이를 진행하려고 한다.

 

#생활미술

양동이반 아이들은 하루에 한 장, 이면지를 사용할 수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그림을 그리거나, 만다라를 색칠한다. 아직 몇몇 친구들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의 그림이 불편하다. 오히려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게 편하지, 그림으로는 머뭇거리게 된다고 한다. 조금은 편하게 그림을 접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주고 있다.

시간표를 만들고, 양동이반 약속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분리수거통도 만들었다. 투박하지만 필요한 것을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 아이들도 시간표를 보고 약속을 되새기며 활용하기에 뿌듯해한다.

2L페트병을 활용해서 물 조리개를 만들었다. 주변을 예쁘게 꾸미고 송곳을 활용해서 물이 나오는 구멍을 뚫었다. 몇몇 아이들은 용기를 내서 스스로 구멍을 뚫어보기도 했다. 일반적인 물 조리개가 너무 무거워서 아이들이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는데, 2L페트병을 활용하니 어렵지 않게 물을 줄 수가 있다.

준비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 친구는 친구들을 위해서 2L페트병을 두 개나 더 가지고 왔다. 그것도 물이 든 채로.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참 예쁘다.

#학교밖학교

아빠 수업

첫 번째로 수업을 맡은 아빠는 찬우의 아버지이다. 주제는 바둑. 화제가 되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때문인지 아이들도 바둑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교사 역시 처음으로 접해서 그런지 재미있고 신선했다. 다룬 내용은 아주 기초적인 바둑용어인 ‘단수’, ‘활로’, ‘연결’등을 배웠다. 실제로 아이들이 바둑판 앞에서 바둑돌을 놓아 단수를 치기도 하고, 활로를 찾기도 했다. 이론적인 것만 계속 설명했다면 아이들이 지치고 힘들어했을 텐데,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었다. 많은 바둑 지식을 가지고 있던 찬우는 생각보다 쉬운 내용에 아쉬워했지만 끝나고 나서 교사와 바둑 한판을 두며 갖고 있던 실력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40분 동안 수업하는 게 쉬운 게 아닐 텐데, 많은 준비를 하고 수업을 이끌어 준 찬우 아버지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생태교실

1, 2학년이 함께 하는 수업이다. 한 달에 한 번, 자연을 느끼며 그 계절과 시기에 맞는 활동을 한다. 3월에는 봄을 찾아서 칠보산을 둘러보았다. 학교 주변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았다. 미술실 앞에 있는 목련나무는 아직 봉우리만 맺혔다. 아이들이 흔히 알고 있는 벚꽃이나 개나리보다 먼저 꽃이 피는 나무가 산수유와 생강나무이다. 모두 학교 주변에 있어 찾아가 보았다. 생김새가 굉장히 비슷한 두 나무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산수유는 마을 어귀에 있고, 꽃받침이 있다. 하지만 생각나무는 산속에서 찾아볼 수 있고 꽃받침이 없고 바로 가지에 붙어서 꽃이 핀다. 학교 산 아래에 있으니 이런 점이 참 좋다.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개구리 알을 살펴보았다. 처음 본 아이들은 굉장히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매년 몇몇 아이들은 가지고 가서 키우면 안 되냐고 묻지만, 어머님들의 충격과 다시 방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미리 안 된다고 얘기했다. 조금만 떠서 관찰하고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두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몇몇 알들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특히 날이 추워서 모두들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으로 날이 풀리면서 봄을 느낄 수 있었던 4월에는 진달래와 쑥을 뜯어서 전을 만들어 먹었다. 처음에 진달래 꽃 잎을 따는 것부터 씻고 다듬고, 실제로 굽고 정리하는 과정까지 아이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한다. 1, 2학년들로만 구성되어 요리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다치거나 큰 혼란(?)없이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마치며

첫 반장선거를 앞두고 당연히 투표로 반장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다른 선생님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고, 아직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실제로 반장 선거를 하기로 하고, 뽑는 방법은 가장 쉬운 방법인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밋밋하고 재미없는 전개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굉장히 즐겁고 재미난 접전이 벌어졌다. 모든 아이들의 주목이 집중된 가운데 7번을 먼저 이겨야 하는 마지막 결정전에서는, 역전과 역전을 거듭한 끝에 최후의 한판으로 결정되는 순간까지 왔고, 결국 마지막 한판의 결과가 나왔을 때 모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선거가 마무리됐다. 회장단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눈물까지 볼 수 있었던 재미난 선거로 기억된다. 만약, 투표로 첫 선거를 진행했다면 분위기가 얼마나 나빴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다. 처음 1학년을 맡아서 부족한 게 참 많다. 1학년 아이들도 1학년을 처음 할 것이다. 서로 처음인 교사와 아이들은 좌충우돌, 우왕좌왕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가운데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실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라는 곳이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의 첫 번째 학교, 수원칠보산자유학교가 아이들에게 꼭 그런 학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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