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6월 4학년 교과목, 6학년 과학, 악기선택(클래식기타) 돌아보기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6-07-04 07:39
조회
1871
[2016년 5,6월 돌아보기_가야] 4학년 생활과 수업

 
  1. 아이들의 생활


 

이 아이들이 언제 크나 했는데, 돌아보니 크긴 큰다. 아이들의 생활이나 언행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때로 읽히니 반가운 일이다. 관찰자의 엄격함이 자주 끼어들어, 결론은 “갈 길이 멀다”이지만.

 

(1) 마음결

무언가를 제안했을 때 여전히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크지만 더이상 대놓고 거부하지는 않는다. 자기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동(달리기),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활동(학교살이)을 누군가가 꺼낼 때 그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난 싫어!” “너나 해!” 이렇게 말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은 때로 운다. 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울음 이외의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게 문제이지. 정말 다행이고 좋은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울던 횟수가 급감했다.

 

(2) 사물함 정리와 교실 청소

하루에 한 번씩 일깨워야 하지만 사물함 정리를 대체로 잘한다. 교실바닥에 쓰레기를 떨어뜨리는 횟수도 줄었다. 공동의 공간을 마냥 내 호기심으로 다 채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이들 마음속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나보다.

 

(3) 두려움

아이들이 뭔가에 마음을 열고 용기를 열기까지 또래나 교사의 노력이 제법 들어가야 한다. 해보지 않은 일에 두려움을 먼저 표현하는 여자아이들이, 반 전체를 술렁이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할 때가 있다. 집단의 힘이 그렇다. 아이들 중 몇몇이 어찌하려고 애써도 잘 바뀌지 않는 전체의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집 떠나는 어려움을 자주 호소하여 전체여행을 잘 갈 수 있을까 염려되었는데, 여행이 즐겁지 않았더라도 다녀오기는 했다.

전체여행 이후 학년여행 이야기를 틈틈이 하는데 아이들 나름대로 “4학년이면 이쯤은 해야 해.” 하는 선이 있다. 적어도 4박5일은 떠나야 하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볼 때 미안하긴 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주도하는 경험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4) 내 몫

음식을 만들면 집에 싸가도 되는지, 텃밭에 뭘 심으면 이건 내가 가져가는 건지, 모둠활동 뒤에 그 결과물을 내게 주는 건지. 이런 질문에 아직 내가 익숙하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즐기고, 학교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은 거라고 설득하는데 ‘내 것’에 대한 요구가 좀 더 강한 게 반 분위기이다. 그래서 개인의 몫을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하는데 그건 우리반 아이들의 시기상/성향상 보이는 특성에 대해 일시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지 이에 교육적으로 동의해서 그런 건 아니다.

 

(5) 집중력

4학년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일주일 가운데 적어도 3차시는 강당에서 다른 학년 수업이 이뤄진다. 모두 음향이나 피아노를 쓰는 수업이라서 큰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다른 학년이 강당에서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감각을 꾸준히 자극하게 만드는 환경에 놓여 있는데, 좀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요구를 따르려고 애써서.

 

 

(6) 반 아이들 전체로 노력해야 할 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잘 뜯어보면 어디가 모났거나 모자란 게 아니다. 나름의 색깔로 잘 크고 있다. 그런데 성숙한 남자와 성숙한 여자가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하여, 결혼생활이나 가정의 모습이 반드시 성숙한 건 아니듯이, 집단으로서 우리반이 그런 상황이다.

 

협동심을 더 길러야겠다.

아이들이 내 몸 하나 건사는 잘하는데 주변을 살피고 함께 챙기는 힘이 좀 약해 보인다. 모둠수업을 할 때 친밀도에 따른 모둠구성이 아니면 실망감을 자주 드러낸다. 모둠별 과제를 하다가 다른 모둠보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모둠 안에서 갈등이 부각될 때도 있다. 손발이 느리거나 내용을 덜 이해한 친구들을 탓하는 것이다. (물론 왜 탓하는지도 이해가 된다. 난 모른다고 아예 손을 놓고 애쓰지 않는 모습은 좀 난감하다.)

정해진 시각까지 모이기로 했을 때 아이들은 어떨까. 반 아이들 모두가 모이게 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이름 부르며 늘 애쓰는 아이가 있고, 늦는 건 걔 탓이라며 부르지 말자는 아이도 있다. 뒤의 모습이 가끔 관찰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니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품을 내고 살피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맞는 방향이겠다.

학교 안의 부서나 어린이회장단 활동에 마음을 덜 낼 때, 아이들을 격려하고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내 재미가 덜 하더라도 학교에 무엇이 왜 필요한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교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태도, 견디는 힘이 몸에 더 배어야 한다.

내 몸을 써서 일하는 걸 두려워하고 일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도 있다. 모두의 역량이 같은 게 아니고 체력도 천차만별이므로 일하기를 어려워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하지만 난 힘들다고 빠지는 모습을 보면 참을성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낀다.

 

겪은 일을 잘 전달하는 힘을 길러야겠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중심적인 시각이 있다. 어른이 아주 심하고, 아이들은 조금 그렇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관련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나칠 정도로 내 생각과 느낌 중심으로 기술하는 상황묘사는, 글쓰기나 대화 등 개인적인 작업에서 의미가 있다. 반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각자의 시선에 따른 해석이 지나치다. 한 명 한 명의 서술과정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는 게,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 아이가 말하지 않은 것도 그만큼 많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자기 마음을 분명하게 정리하여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남의 눈치를 자주 보고, 의견을 쉽게 바꾼다. 예를 들면 반 아이들 다수가 학교살이를 하기로 결정했던 때였다. 그 결정을 내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점심시간이 되니 여자아이들 한두 명이 빠지겠다고 하고는 우르르 손을 든다. 애써 학년회의를 한 게 소용이 없다.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향의 아이들도 있을 텐데, 그 문제는 아닌 걸로 보인다. 사람이 매사 선명하게 살 수는 없겠으나 내 마음이 지나치게 흔들리는 것도 좋지 않겠다.

 

때와 장소를 가려 말하고 행동하도록 함께 도와야겠다.

수업시간에 물이 먹고 싶을 때 한 명이 허락받고 나가면 여럿이 따라 나간다. 수업시간에 물을 먹으러 가는 건 이해되는데, 누군가 뭘 할 때 덩달아 따라하는 게 맞지 않아 보인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것을 아직까지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업을 하다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르면 바로 꺼내야 하고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느라 돌아다니기도 한다. 아이들끼리 다툼이 일어날 때, 자기감정에 충실한 행동을 다 드러내는 아이도 있다. 열한 살들의 모습이라기에는 수용할 수 없는 행동이 많다. 특정 아이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다. 아이들 모두 갖고 있는 모습이 사소한 계기로 와르르 나오곤 한다.

 

남은 학기 마무리

교사로서 비질과 걸레질, 물건정리 등 신변자립과 자조활동을 꼼꼼하게 점검할 것이다. 텃밭일이나 도서관 청소 등 부지런히 일할 기회를 줄 것이다. 때와 장소를 구별하여 행동하도록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1. 교과목 둘러보기


 

(1) 말과글

달마다 책을 정해 읽는다. 다루는 책과 직접 관련이 있는 활동은 소리 내어 책읽기와 글쓰기이다. 일주일 중 사흘은 매주의 시를 뽑아 꾸준히 읽는다. 24절기도 때마다 짚는다.

 

▪수업내용

-『검은 여우』 함께 읽기, 주인공의 성격을 글로 옮기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독후감 숙제』 함께 읽기

-백일장 시, 아침열기 시 읽고 느낌 나누기

-글쓰기 :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편지쓰기. 글감에 따른 글쓰기(잔소리, 텃밭활동, 전체여행을 앞둔 내 마음, 내 콩깍지)

-5.18민주화운동, 절기공부

-전체여행 공부 : 우리나라 지형 공부하기

 

▪3월부터 6월까지 아침열기 시모음

일어날 시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카톡새, 김현숙

지네, 김개미

꿀벌이 하는 말, 최수진

일기검사, 송재진

잠언, 괴테

잠언, 알렉산더 포프

시냇물의 손, 안도현

쉼표, 안도현

 

뱀이, 3학년 김종철(이오덕 선생님 문집)

참새들, 안도현

엄마 잔소리, 3학년 박수빈(홍동초)

민들레, 6학년 김민석(우리 학교)

비스듬히, 정현종

비오겠다, 류선열

새, 4학년 박은지(청도 봉화분교)

 

(2) 수

<숫자의 규칙 찾기> <분수와 소수>를 배웠다.

분수를 도입할 때 호루스의 눈 이야기를 꺼내니 홀딱 빠져든다. 호루스의 눈에 숨겨진 비밀은 마지막에 찾기로 했다. 분수는 3학년 때 배우기도 한 내용을 반복해서 다루는 거라서 대체로 아이들의 이해도가 높았다. 소수를 배울 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한다기보다 개념을 강제로 주입하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아직 소수를 배우기에는 때가 안 된 것 같았고, 2학기가 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분수를 배울 때 그림을 그리면서 알아보니 10분의 1과 100분의 10이 같은 크기를 뜻하는 걸 이해했단다. 분수와 소수를 이어서 배울 때는 10분의 1이 0.1이란 것은 알겠는데 100분의 10을 0.1이라고 쓰는 건 좀 이상하고, 아무리 약속이더라도 0.1과 0.10이 같은 크기인 건 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이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모른다. 미지의 것을 만나는 순수한 태도를 아이들에게서 보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는 바로 그 대목에 인간 존재의 비밀이 숨어있을 것 같아서,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탐구하려는 의지가 샘솟게 된다. 0.01이 10개 모이면 0.1이 되는 걸 바로 이해해버리면 얼마나 재미가 없는가.

틈틈이 계산기를 써보니, 그렇다고 아이들의 계산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계산기는 숫자의 규칙찾기 연습할 때만 쓴다. 학기 초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계산식에서 계산기를 쓰는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버튼을 누르는 재미가 다 충족되고 나서는 그 이상으로 쓰지 않는다. 어떤 6학년이 말한 대로 “아이들의 양심이 아직 살아있어서”인지도.

 

▪수업내용

-분수 : 호루스의 눈 이야기, 그래프 그리기, 설문조사 방법, 같은 크기의 분수 찾기, 같은 크기의 분수를 그림으로 나타내기

-소수 : 100칸 모눈종이를 통해 소수 표현하기, 생활 속의 소수

-숫자들의 규칙찾기, 시간과 분, 스도쿠.

 

 

 

(3) 과학

아이들이 이 수업을 자주 기다리고 좋아하는 까닭이 뭔지 아직도 모른다. 교사로서 수업을 잘 이끄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내용을 전하는 힘도 부족한데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아마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해보고, 오감을 써서 관찰하는 시간이라서 그럴 것이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어울리는 요소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수업내용

-현미경으로 관찰하기(식물의 잎맥, 송화가루, 종이의 결). 남은 음식물로 텃밭퇴비 만들기.

 

 

(4) 생활미술

조각활동을 주로 했다. 지우개와 목판에 새기는 활동을 했다. 손으로 만드는 일에 푹 빠져서 나무를 주워 깎고 또 깎는다. 나무판에 조각하려고 열중하는 모습은 꽤 멋있었다. 선배들이 했던 판화를 보여주니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이들 눈길도 떠오른다. 아름다움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거기에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아이들 모습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완성된 형태의 실물을 눈으로 보여주는 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지 경험했다.

 

▪수업내용

-미술실 청소, 판화의 원리, 문구용 칼로 지우개에 새기기, 조각칼로 지우개와 작은 목판에 새기기.

 

 

(5) 텃밭

작물을 잘 키우려면 어느 정도 품을 내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늘 애쓰는 걸 잘 아는데 교사의 잔소리가 많다. 우리들의 정다운 이야기와 텃밭 찾는 발소리를 들으며 작물이 자라는데, 풀 뽑아라 물 줘라 이따 놀고 일 좀 해라 이렇게 잔소리가 과해서 명아주나 비름 등 온갖 풀도 잘 자라는 것 같다.

 

▪수업내용

-가지, 토마토, 수박, 참외, 고추 심기. 김매고 물주기. 쑥물에 머리감기.

 

 

(6) 공동체놀이

아이들이 정한 놀이로 수업 방향을 바꾸니까 훨씬 낫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승패에 연연하느라 다른 사람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이 정도의 이야기만으로도 아이들은 잘 해내고 있다.

 

▪수업내용

-비오는 날 무서운 이야기 듣기, 인서의 진놀이, 아현이의 뼈다귀 놀이, 이어달리기

 

(7) 수영

수영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수업이다. 교사로서는 왜 하는지 고민이 되는 수업이다. 수영을 맡은 교사로서의 역량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고(수영 가능 여부가 3,4학년 담임을 맡는 데 영향을 주는 교사배치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은, 이런 형태의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확신이 없다.

아이들이란 언제나 어디서나 성장하는 존재이므로,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물에서 자유롭게 뜨고 헤엄치고 앞으로 나간다. 기발한 방식의 헤엄에 감탄하고 물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그 모습은 충분히 의미 있고, 아마 우리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수업풍경일 것이다.

우리 학교 근처에 바다나 계곡이 있다면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수업으로서 의미 있겠다. 바닷가 학교에 적극 권하고 싶은 수업형태이기도 하다. 놀면서 배우는 것에도 충분히 동의가 된다. 하지만 일 년에 10번쯤 수영장에 가는 수업인데 물에서 놀면서 자연스레 익히는 시간으로 쓰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한 상황과 구조에서는, 영법을 중점으로 익히는 수업형태가 알맞은 게 아닌가 싶다. (학교의 수업이라면 지역사회의 자연, 사회, 문화환경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산에 자리한 우리 학교의 강점을 점점 못 살리고, 자꾸 눈을 바깥으로 돌리는 건 아닌가 의문도 든다.)

오전은 말과글 수업과 연계하여 도서관 수업이나 우리반에게 절실히 필요한 체력활동증진 등을 꾸리며 알뜰하게 쓰고 있는데, 수업 전반에 대해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진행하고 있다.

 

 
  1.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의 역량


 

아이들이 생생한 상을 그릴 수 있도록 설명하는 힘은 교사로서 더 길러야겠다. 저학년 시기에 더욱 요구되는 힘인데, 지금 4학년에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거리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겠다. 아이들의 두려움에 힘 빠지지 말고, 그걸 함께 넘어설 수 있게 자극을 줘야겠다.

동료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고민을 요약하면, 아이들을 만족시키는 재미가 수업의 전부가 아닌데 점점 재미있는 것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볼 때 드는 의문이었다. 거기에 내 고민을 얹어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수업을 재미있게 할 힘이 있는 교사가 그런 말을 하면 고민이 깊구나 이해되는데, 수업을 재미있게 꾸리는 능력이 별로 없는 교사가 그런 말을 하면 좀 부끄럽다고. 선생님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고.

‘재미’나 ‘흥미’가 수업이나 학교생활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학기를 돌아보니 지금 4학년들과 수업을 통해 잘 만나려면, 교사로서 내가 길러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재미있게 수업을 이끄는 힘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일시적인 호기심 충족이나 즉각적인 재미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한 이야기를 들어도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뭔가에 도달하려면 자기가 애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활동거리를 던져주며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교사로서 꼭 필요하겠다.

 

 
  1. 행사로 만나는 아이들


 

어린이날 잔치, 개교기념잔치, 칠보시장, 전체여행. 5,6월에 치른 행사이다. 아이들에게 행사의 뜻이 잘 새겨졌을까. 생각할수록 즐거웠고 내년에도 기대하는 무엇으로 남았을까. 동생들에게 두고두고 이야기할 전설적 요소는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아이들과 나눠도 시원찮고, 결국 곳곳에서 미안함만 남는다.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겪은 바에서 아름다움과 의미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뒷작업을 제대로 안하거나 못한 것도 내 한계였다.

 

(1) 어린이날잔치

아이들을 기쁘게 하려는 교사들의 기획은 좋았다. 그러나 모든 교사들이 분산되어 ‘내 주제’에 공을 들인 점, 막상 펼쳐보니 각 교실에 간식이 넘쳤던 점이 아쉽다. 아이들에게 열린 다양한 선택은 줄여도 좋았던 것 같고, 곳곳에서 먹고 즐기는 활동이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다 내 이야기인데, 나는 ‘간식방’을 열었다.)

그날 하루 4학년 아이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은, 간식을 너무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풍요로워서 아이들이 좋았을까? 간절한 게 내 손에 주어졌을 때의 기쁨이나 다른 세계 어린이들의 삶을 헤아릴 기회는 있었을까.

 

(2) 개교기념잔치와 마라톤

이때는 개교기념잔치 사진촬영과 마라톤을 함께 했다. 날이 쨍하고 햇볕이 날카로워서이기도 했으나, 유독 4학년 사진에는 찡그린 얼굴이 많다. 아이들이 사진 찍기 힘들어할 때 담임교사로서 다그치지 말았어야 하는데, 똑같이 성을 내서 더 그렇다. 학교의 생일이라는 의미가 아이들에게 잘 스며들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사진 찍는 날 정도로 넘어갔던 듯하다.

마라톤을 하기에 썩 좋은 날은 아니었다. 왜 달리는지 모르겠고 아이들이 힘들어 했어도, 그런 날 끝까지 해낸 아이들의 모습을 두고두고 격려할 기회가 있어서 고마운 자리였다.

 

(3) 칠보시장

2년 만에 칠보시장을 열었다. 갈팡질팡했다. 교사회가 경제 공부를 했으니 그에 맞는 뭔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논의를 통해 ‘물물교환’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아이들과 미리 과정을 꾸려봤다.

물건을 가져와서 물물교환 연습을 하며 물물교환의 장단점을 알아보았다. 물물교환을 하기에 우리의 물건은 너무 적었고, 아이들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내 물건이 남보다 더 좋은데 바꾸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끝나면 원래 주인에게 물건을 다 돌려주는 가짜로 하는 연습이라 하더라도 선뜻 물건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했다. (‘모의활동’을 구성할 때 세밀하지 못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가짜’ 연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이뤄지는 칠보시장을 소규모로 연습할 때, 아이들이 4학년이라는 걸 고려하면 실제 상황 그대로 축소했어야 하는데 그 점을 간과했다.)

현재 통화시스템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 돈의 속성에 대해 나누었다. 이야기를 주고받다 깜짝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이 사회의 시스템-‘돈’에 너무나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물건이 부족하면 돈으로 사면 된단다. 돈은 일해서 벌면 되고. 농사짓는다는 사람도 없고 빵을 만들 사람도 없고 옷을 만들겠다는 사람도 없는데, 쇼핑객은 넘친다. 그 가운데 한 아이가 간파한다. “사람들이 아무도 생산하지 않는데 돈이 있으면 뭐해요?” 그런 아이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가.

 

실제 칠보시장은 예전의 방식에서 조금 바뀐 요소가 들어갔고 큰 틀은 같았다. 무언가를 바꾸면 더 좋아져야 하는데, 바꾸고 나서 더 불편하다는 6학년 아이의 지적이 옳았다. 모둠 전체가 별을 균등하게 받는 게 아니라 가져온 물건의 양에 따라서 받는 것은 맞지 않았다. ‘별’이라는 종이돈을 쓰지 않고 통장에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이 초등 시기에 좋은 경험이 아닌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일부 동의한다.

 

뜻있는 경매가 열리고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좋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경매현장에서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교사로서 좀 불편했다. ‘경매’의 원리가 높은 가격에 물건이 낙찰되는 것이므로 결국 높은 값 부르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아닌가. 아이들이 뜻을 모르고 방식만 가져오지 않도록, 이 땅에서 꼭 필요한 경매를 하셨던 훌륭한 분들 이야기를 좀 들려줘야겠다.

 

(4) 백일장 시상식

백일장 시상식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시를 읽어줄 때, 그게 잘 남았던 것 같다. 아이들의 평하는 수준이 제법이다. 아이들 눈이 참 밝았다.

반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또 다른 상장은 아직까지 건네지 못했다. 내 시가 당연히 뽑힐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자신감은 격려하고 싶은데, 내가 쓴 시가 진짜 괜찮은 시인 줄 알까봐 언제 주는 게 좋을까 하고 망설인다.

 

(5) 전체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나라 지도를 보고 국토의 생김새와 주요 도시 지명을 알아보았다. 여행시간표를 바탕으로 시간과 분 공부도 함께 했다. 강릉 단오제를 떠올리며 옛그림을 통해 단오 풍경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정보로는 우리의 여행이, 구체적으로 실감나지 않았으리라.

모둠별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교사로서 어딘가 버거웠다. 2년 만에 전체여행을 가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한 채로 예년의 속도대로 진행한 게 판단착오였다. 여행 현장에서는 우리 모둠끼리 있어도 좋고 전체도 즐거운 뭔가를 펼쳐보고 싶은데 그게 어려웠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자꾸만 미안하다. 이번에 자주 들었던 말이 “선생님 왜 점점 화를 많이 내요?”였다. 아이들의 자조능력과 고학년들의 리더십에 아쉬움도 들었지만, 결국 아이들 탓을 하고야 마는 내가 더 문제였겠다.

현장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며 아이들이 즐거워할 활동거리를 던져주지 못한 건 교사의 한계이다. 이번 여행이 별 재미는 없었다고 한다. (반면 지금까지의 학년여행은 나았다는 게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면이다)

 

 

앞으로 남은 행사의 참뜻이 아이들에게 잘 스밀 수 있게 돕고 싶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던 전체물놀이. 우리끼리 노는 것을 더 요구하는 4학년들에게 전체가 어울리는 의미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 다른 학년과 어울릴 만한 놀이를 하나 짜볼 테고, 전교생이 먹을 라면을 끓일 거다. 여럿이 어울리니까 역시 고생만 한다가 이 아이들의 결론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리 흐르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고 싶다.

 

 
  1. 일상의 힘


일기쓰기, 수 문제집 일정량 풀기, 사물함 정리하기. 날마다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하지 않는다고 별다른 제재는 없다. 열심히 한다고 특별한 상도 없다. 다 자기 몫이다. 어떤 아이들은 안 풀고도 풀었다고 하거나 친구들 푸는 걸 보고 따라 쓰기도 했는데, 제자리를 찾아간다.

결국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것이고, 나는 최소의 안내를 할 뿐이다.

 

▪핀란드 교재를 푸는 것의 장단점

수업시간에 모둠활동이나 조작활동을 하는 것보다 각자 핀란드 교재를 푸는 게 차라리 낫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속도가 최대한 보장되기 때문이고, 모둠활동을 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을 피할 수 있어서다. 모둠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자고 하면 몇몇 친구들이 어려움을 밝힌다. 내가 알려주고 있는 이 아이가 이해를 못하기보다는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바엔 혼자 하는 게 낫단다. 얼마나 놀라운 관찰인지. 그렇다고 수업에 교재를 도입할 것인가. 거기엔 동의하지 않는다.

 

 
  1. 교사의 자기수련과 공부


 

4월 매주 화요일에 그루터기 선생님이, 5월 1주일은 해님 선생님이 참관하셨다. 담임교사의 지도에 대해 특별한 피드백을 해주지는 않으셨다. 말씀하고 싶은 게 분명 많았을 텐데 말이다. 학교에 새로운 교사들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새로운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극이고, 이곳의 모든 걸 마냥 수용하기만 하는 분들이 아니라서, 자기의 생각을 꺼내주시는 분들이라 더 고맙다. 덕분에 이곳에 온 나의 첫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매사에 사활을 걸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고 조직도 굴러간다. 뭔가에 자신을 다 바쳐보지 않은 사람은 지금처럼 살아도 잘 사는 듯하고 그리 일해도 괜찮은 줄 안다. 누군가가 자기 대신 치열했기 때문인데 그걸 모르는 것이다. 아이들과 지내며 어딘가 모자란 듯하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성숙한 누군가와 나누다 보면 결국 괜찮은 답을 찾아가곤 했다. 오만하게도 꽤 많은 부분이 내 힘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애써서 우리반 일과 우리반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폈던 누군가 덕분이었다는 걸 뒤늦게 자주 깨닫는다, 왜 그렇게 교사의 자기성찰과 공부, 깨어있는 상태를 강조했는지도.

 

하루하루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시시각각 느낀다. 결론을 말하면 난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교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의 요구를 섬세하게 읽는 눈이 부족하다. 그리고 겨우겨우 알더라도 내가 어떻게 해줄 자신도 거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2015년에 이어 아이들의 성향과 발달과정에 충실하게 나의 눈높이를 맞췄던 2016년 상반기였다. 어른인 나도 아이들에게 맞추기가 이리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내게 맞추기 얼마나 어려울까?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내가 가자는 방향대로 가야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가벼운 상처쯤은 교사가 반창고를 붙여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붙이면 좋겠다. 더우면 먼저 부채를 부치고 추우면 우선 옷을 따뜻하게 입는 사람으로 키워야지, 덥다고 에어컨을 얼른 켜고 추우니 히터 온도를 올리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자기 먹은 밥그릇 제대로 씻지 못하고 비질이나 걸레질 할 줄 모르고 누군가 검사하지 않으면 요령을 피우며 빠져나가는 그런 인간으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한없이 말랑말랑해서 어떤 환경에 노출하느냐에 따라 달리 키워지기도 한다.

 

우리반 아이들이 나를 만난 것도 내가 그 아이들을 만난 것도 다 까닭이 있을 테니, 기쁜 마음으로 방향을 잡아가련다. 어른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적절한 최선은, 기다림이라 믿으며.

 

 

 

[2016년 5,6월 돌아보기_가야] 6학년 과학

6학년 과학 수업은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험을 제대로 해보려는 아이들의 의욕과 궁금한 건 꼭 물어야만 하는 호기심이 뒤섞여서 교사를 긴장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질문 수준이 교사가 아는 바, 그 이상일 때가 많아서 진땀을 뺄 때가 많다. 덕분에 교사가 꾸준히 공부하게 만든다. 아이들 앞에서 즉답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없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자기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게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무리 단순해도 실험이 좀더 정교해야 한다는 건 아이들도 나도 인정하는 바다. 남은 2학기 수업을 잘 꾸리기 위해서는 교사로서 더 공부가 필요하겠다.

6월 마지막 수업은 오명제 선생님(오한결 아버님)께서 ‘전기’를 주제로 진행해주셨다. 남자아이들을 이끄는 방법뿐만 아니라,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교수법까지 익힐 수 있었다.

 

▪수업내용

감열지 실험, 빛의 혼합, 빛의 성질, 소리와 파동, 전기

 

 

[2016년 5,6월 돌아보기_가야] 클래식기타

4학년 둘, 5학년 둘, 6학년 하나. 이렇게 다섯이서 더듬더듬 나간다. 6학년 서윤이가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 내비치면서 어려운 곡에 차근차근 도전하고 있다. 덕분에 잘해보고 싶다, 아름답게 치고 싶다 이런 지향이 있는 아이는 서윤이 모습 따라간다. 서윤이 운지법을 보며 흉내도 내고, 선배는 무슨 악보 어디쯤 치고 있는지 기웃댄다.

연습량이 부족해 보이는데 어려워하는 마음만 커 보이는 친구도 있다(연습을 꾸준히 하는데도 어려워하는 마음은 무척이나 이해한다). 그래도 격려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 기량을 쌓는 것도 필요한 게 악기수업인데, 교사로서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예전처럼 아침마다 점검하고 방학 때 불러 모으고 이래야 아이들의 기타실력이 나아지는 건 아닌가 고민된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야 악기연주에 즐거움을 느낄 텐데, 그 맛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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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04 23:01
    깊게 고민하신 흔적이 보입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 하겠습니다
    애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