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6월 3학년 냉장고반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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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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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냉장고반 돌아보기

 

어린이날 잔치, 개교기념 사진 찍기와 마라톤, 칠보시장, 전체여행으로 바쁜 두 달을 지냈다. 특히 칠보시장과 여행은 한 해를 거르고 치른 행사라 준비할 것이 더 많았다. 이런 행사는 학년 통합 수업으로 진행이 되며 이 시기에 아이들은 학년통합모둠활동이 많아진다. 왕래가 적었던 언니 오빠들을 알게 되고 함께 의논하고, 함께 놀기도 하면서 관계를 확장하게 된다. 새로운 관계맺기는 때론 어려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내가 몰랐던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요소를 알게 모르게 만날 수도 있다. 새로운 관계맺기 자체로 커다란 공부가 되는 셈이다. 냉장고반 어린이들 모두 두 달 동안 열심히 생활하였고, 지점은 다르지만 저마다 한 뼘씩 성장한 것 같다. 장난을 치다가도 차분해지고, 다투었지만 옳고 그름을 가려 잘못했을 때 사과할 줄 하는 용기가 있고,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거칠고 서툴 때도 있지만 따뜻하고 성숙한 면 또한 드러내며 마치 ‘우리 잘 크고 있어요“하는 것 같다.

 
학년회의
누가 : 3학년과 산 선생님

언제 : 월요일 3교시(40분)

 

- 재미있는 회의/ 재미없는 회의

아이들이 무언가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잣대가 ‘재미’다. ‘재미’라는 잣대는 상황과 내용에 따라 알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회의는 아이들의 잣대로 보면 재미없는 것이지만(어른들도 그럴 때가 있지만) ‘재미’라는 잣대가 옳은 기준이 될 수 없다. 한 때 ‘재미있는 회의’를 꿈꾸며 이런 저런 장치를 학년회의에 둔 적이 있다. 하지만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가령 회의를 없애지 않는 한, 회의에서 아이들에게 재미를 안겨주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둔다. 학교살이나 콩깍지처럼 즐거운 안건은 즐겁게, 약속을 잘 지켜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되는 문제를 의논할 때는 재미를 잊고 회의를 해야 한다.

 
  • 단골 안건과 건의


단골 안건과 건의가 있다. ‘책을 본 뒤 정리를 안해요’, ‘교실 청소하는데 자꾸 아이들이 들어와요’, ‘물건 정리를 안해요. 건의가 반복되면 안건으로 넘기고 의논을 하는데 의논할 때의 마음과 달리 생활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청소 관련해서는 자치회의에서도 자주 말이 나온다. 요지는 공동청소구역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이 죄다 불편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한 것은 한 두 사람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학년회의 때 벌칙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벌칙은 정말 마지막에 쓰기로 하고 다시 한 번 약속을 단단해 하였다. 2학기엔 벌칙이 도입될 수도 있겠다.

 

 
말과글
누가 : 3학년과 산선생님

언제 : 수요일 아침열기,1교시(80분), 목요일 3교시(40분)

 

올해부터는 두 달에 한 번씩 문집에 실을 아이들 글을 모으기로 했다. 글을 선별하기 위해 말과글 공책을 차례로 살펴보니 말과글 공책 정리가 뒤죽박죽이다. 차례대로 쓰지 않는 아이, 몇 장씩 띄어 쓴 아이, 거꾸로 쓴 아이, 날짜를 쓰는 글에 ‘나는’과 ‘오늘’을 반복해서 쓰는 아이 등. 문집 작업 덕분에 아이들의 공책을 전체로 훑어보게 됐다. 다음날 아이들과 말과글 수업 첫날과 같이 공책을 살펴보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을 하였다. 대체로 두 달 동안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사전 찾기 수업의 본래 목적은 사전 찾는 방법을 익히는데 있다. 하지만 수업을 하다 보니 사전 찾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보다 사전을 가까이 하는 것, 사전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경험이 더 재밌고 알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꼭 우리 말이 아니더라도 일상으로 자주 쓰는 말도 찾아보고, 수학 용어도 수학사전에서 찾아 읽고 쓰며 공부하였다. 서툰 아이들도 있지만 사전을 써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제법 잡히게 됐다.

여행을 주제로 공부할 때 ‘여행책’으로 도입을 했다. ‘여행책’은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아이들 개별로 기록하는 공책이다. 여행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의 긴장과 불안(또는 불편)을 가볍게 날려줄 낚서장 또는 수첩 같은 것을 기대하였고, 재미는 있었으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 일기 쓰기에서 날마다 일기 쓰기로 바꿨다. 세 번만 쓰면 모두 다 써 올 것이라 기대하였고, 세 번 일기 쓰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부담도 크게 줄어 드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상황을 아이들과 공유한 뒤 단호하게 선포했다. 날마다 일기를 쓰기로. 그랬더니 긍적적인 변화가 생겼다. 날마다 일기 쓰기로 선포한 날 결석을 한 아이가 다음날 이 소식을 듣고 살짝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곧 전체 분위기를 읽고 절망을 일찍 접었다.

 
누가 : 3학년과 산 선생님

언제 : 월요일 4교시(60분), 화요일 아침열기(40분)

 

수학 용어가 나오면 짧게 정의를 내리고 가능한 그 시간에 외운다. 정의를 알고 있으면 이해가 빠르다. 수학 사전에 나오는 정리된 개념을 자주 읽게 한다. 복습의 효과가 있다.

조작활동이 많은 두 달이었다. 조작활동이 많을수록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교사의 준비 정도가 수업을 크게 좌우하므로. 도형 수업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도형으로 면을 덮는 활동인 테트리스 놀이를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였다. 활동과정에서 아이들의 개성도 드러났다. 꼼꼼한 아이, 대강 해도 되는 아이, 빨리 끝내고 또 하려는 아이, 하나를 가지고 미술 작품처럼 정성들여 만드는 아이, 규칙을 만드는 아이 등 저마다 색깔을 마음껏 뽐냈다.

분수의 뜻을 정의를 통해 잘 이해하였다. 분수 안에 있는 곱셈의 개념과 나눗셈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지만 구구단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구구단을 써서 분수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핀란드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이어서 단계별 활동지를 만들어 공부하였는데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재미와 성취도가 함께 올라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먼저 끝낸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재미를 느끼고, 어떤 아이는 천천히 혼자서 깨우치는 재미를 누렸다. 아이들은 수 공부에 대한 부담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순간순간 부담을 잊을 만큼 재미에 빠져있을 때가 있다. 그들도 모르게.

 

 
외국어
누가 : 3학년과 산 선생님

언제 : 화요일 1교시(40분)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짝 지어 익힌 뒤 영어 노래는 ‘let it go’를 불렀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노래이기 때문에 알파벳 공부를 하면서 부르기 적당해 보였다. 익숙한 노래이니 만큼 신선한 재미는 덜 하였다. 영어로 된 가사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크게 소리 내어 부르지는 않아도 흥얼거리면서 노래에 맞춰 눈이 가사를 따라 갔다. 알파벳 완전학습이 덜 되어 있는 아이까지 눈이 가사를 대강 따라 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알파벳 완전 학습을 위해 불러 주고 받아 쓰는 활동을 주로 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고 쓰는 단어들이다. 예를 들면 SK, KBS, TV, FM 등과 같은 단어들을 불러 주고 받아 쓰고, 잘 모르는 아이는 보고 쓰고를 반복하고 있다. 꽤 오래 반복하고 있는데 아직 모두 읽고 쓰지는 못한다. 편차가 커 보이고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수업시간만으로 자연스럽게 알파벳을 읽고 쓸 수 있을까? 교사 고민과 함께 아이들 개별 숙제도 필요해 보인다.

 

 
텃밭살림
누가 : 3학년과 산 선생님

언제 : 월요일 1,2교시(80분)

 

- 첫 수확의 기쁨

상추를 처음 수확했을 때 아이들의 말했다. “맛있겠다.” 기뻐하며 틀림없이 맛이 있을 거라 확신하고, 배식 때는 이것이 우리가 딴 상추가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특별히 싫어하는 아이를 빼고. 그날 이후 점심 때 마다 상추가 빠짐없이 나왔다. 어떤 아이에게는 불행이고, 어떤 아이에게는 행복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심지 않았지만 저절로 나온 토마토와 단호박이 무럭무럭 자라서 계획했던 콩을 심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토마토와 단호박을 정성껏 가꾸었더니 열매가 실하게 맺혔다. 특히 호박은 잘 자라 주어 아이들의 기대가 크다. 곧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 페트병 하우스 벗기던 날


옥수수가 페트병 하우스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하우스를 벗겼다. 처음에는 잡초만큼 자라더니 나중엔 아이들 키만큼 자라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 언제 옥수수 알이 찰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주변 밭에 아이들 키를 훌쩍 넘기고 알까지 찬 옥수수를 보며 우리도 비료를 조금만 주자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더디 자라는 걸 볼 때마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아이들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 초록색 괴물 잡초


잡초가 자라는 속도가 아이들이 뽑는 속도보다 빨라지는 시기가 되었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고 있는데도 잡초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어떤 주에는 두 세 번 밭에 가서 일하기도 했다.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물이며 간식이며 바리바리 싸서 밭일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도 초록색 괴물을 완전히 내쫒지 못하여 원하지 않는 공생의 길을 걷고 있다. 다행히 6월말 6학년 언니, 오빠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한 번을 날을 잡고 밭일을 한 뒤 물놀이를 했다. 밭일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 주는 것 같았다.

 
옷살림
 

누가 : 3학년과 산 선생님

언제 : 목요일 2교시(40분)

 

본격적으로 책상덮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옷살림이 처음 도입되는 학년이기 때문에 역할을 최소한으로 하고 바느질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어 마름질은 교사의 몫이 되었다. 두 달 꼬박 바느질 하니 이제 아이들이 감을 잡은 듯 보인다. 벌써 완성한 아이도 있고, 이름을 예쁘게 수놓은 아이도 있다.

바느질과 덮개를 만드는 방법을 한 눈에 익히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작업 속도에 개인차가 크게 났다. 보조교사 없이 40분 수업을 이끌기에 손끝활동은 한계를 가진다. 처음부터 천천히 가려고 계획했지만 진행속도조절이 대안이 되긴 힘들다고 판단된다. 다음 학기에는 보조교사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수영
누가 : 3,4학년과 산, 가야, 바다별 선생님

언제 : 금요일 하루

어디에서 : 서수원주민편익시설

 

1학기 6회 수업 중 5회를 진행하였고, 여행 수업으로 인해 1회를 하지 못했다. 진행하지 못한 1회 수업에 대하여 담당교사끼리 의논하고 있다.

수영시간은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자유수영 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주민편익시설의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데, 두 학년이 모두 탈 수 없어 한 시간 간격으로 나눠서 타고 이동했다. 4학년이 먼저 가고 3학년은 학교에서 모여 아침열기를 한 뒤 10시30분차를 이용했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4학년이 먼저 가고 3학년은 4시10분 셔틀을 이용하는데, 2학기에는 바꾸어 3학년이 3시 10분 셔틀을 타고 하교 하려고 한다.

1시간의 수영 수업을 위해서 하루일과를 모두 써야하는 수영 수업에 대한 고민은 수업 도입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야하는지 여전히 고민이 된다. 하지만 수영 수업 자체의 효과만 따지면 의미가 크다.

수영을 전혀 배우지 않은 아이들을 기준으로 놀라운 변화가 관찰되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 눈에 보이고, 서툰 몸짓이지만 헤엄을 치는 솜씨가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말이다. 이 부분이 이 수업을 놓지 못하는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전체 2

  • 2016-07-06 21:30
    냉장고반 꼬맹이들 얘기가 참 재미나네요. 의도를 지닌 선생님의 교육대로 어찌어찌 따라가는 것 같으니 기특하기도 하고요.
    지난 반 모임 때 "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아는 아이들이더라." 는 말씀에 우리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었지요.
    바닥에 눕고, 떠들고, 소리치고, 자기얘기만 계속하고, 싸우던 넘들이 드디어 좀 크기 시작하나봅니다.
    아이들이 나름의 속도와 내공과 개성을 펼치며 쉬지않고 강을 건너고 있나 봅니다. 강을 건너는 힘과, 속도와, 물살을 두루 살펴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2016-07-09 17:20
    수업에 대해 항상 고민하시며 아이들의 자람에 대해 기뻐해 주시는 부분에 대해 너무 감사함을 느껴요.
    결석한 다음날 일기매일쓰기를 안 아이, 재미있는 재미없는 회의에서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