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2016년 9,10월_4학년 생활 및 교과. 6학년 과학. 악기수업 클래식기타 돌아보기_가야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6-11-01 22:43
조회
1814
[2016년 9,10월 돌아보기_가야] 4학년 생활과 수업


1.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느낌은 정확했다. 개학날 방학을 보내고 온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2학기가 기대되었다. 아이들 개개인의 변화를 뛰어넘은 집단의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물론 교사의 오판일 가능성도 남겨두었다. 방학 후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 한 학기 보내며 아이들 모습에 익숙해진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서둘러 읽어버리는 착각 말이다.
느낌을 확신하는 구체적인 신호는 2학기 첫 번째 학교밖학교 <지도박물관>에서였다. 그날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냈던가. 학교에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아이들의 일이다. 지도를 받아든 아이들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고 길을 물어 겨우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앞 드넓은 잔디밭에서 여럿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뛰어놀았다. 교사도 아이도 미처 보지 못했다. 잔디밭 옆에 버젓이 붙은 현수막을. “잔디밭 조성 기간이니 출입을 금지합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우리가 노는 모습에 감동하여 특별히 허락해주셨다고 한다. 노는 아이들에 감동하는 이 사회가 고맙다.
지도박물관에서 해야 할 일-자료찾기, 조사하기, 문제풀이-을 하나하나 해냈고, 이대로 그냥 갈 수 없다며 다시 실컷 놀았고, 돌아올 때는 시간이 걸려도 자기들의 힘으로 길을 잘 찾았다. 그날 누군가 말했고 여럿이 동의했다. 학교밖학교 때는 이렇게 늦게 들어가고 싶다고. 집에 늦게 가더라도 우리끼리 길을 찾아가는 게 좋고, 그러다가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더 좋다고.
즐거운 예감이 들었다. 2학기에 자기들끼리 해보려 하는 게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다고 도전할 것이다!


(1) 마음결

우는 아이가 거의 사라졌다. 무언가 일이 생기면 자기 입장을 말로 전달하며 해결하려고 애쓴다. 유쾌한 가짜 울음이 때때로 통용되는데, 남자아이들이 장난을 심하게 걸 때 몇몇 여자애들이 우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남자애들은 눈물에 약하다나. 그렇게 웃으며 상황이 정리된다.
청소, 교과별 모둠활동, 학교밖학교, 여행준비. 역할을 나누고 일을 나눠맡는다. 각자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능력차가 있고 속도차가 있어서 내가 맡은 일을 시간 안에 제대로 못하는 아이도 있다. 그럴 때 일을 못하는 아이(아이들이 보기에 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고 생각되는 아이)를 탓하기 쉽다.
“어떤 일이 안 되어 전체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그 일 맡은 사람을 탓하지 말자. 그 일이 꼭 되어야 하는 일이면 그렇게 생각하는 누군가 하자.” 아이들에게 거듭 당부했던 말이다. “누군가 청소를 못해서 하루닫기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친구들이 도와주자. 누군가 준비를 안 해서 모둠활동을 시작하지 못하면 챙기는 일을 곁에서 도와주자. 길잡이가 부끄러워 밖에서 길을 못 물어보면 싹싹한 누군가 물어보자. 이건 그 사람의 일을 무조건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열한 살 아이들이 알아듣기에 어려운 말인 걸 안다. 그런데 글쎄 이걸 실천하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같은 사람이 늘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서 그런 모습 보이는 때가 잦은 것이다. 넉넉한 마음씀씀이를 만날 때 내 선생님이 되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이 밀려온다.


(2) 사물함 정리와 교실 청소

사물함 정리를 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꽤 잘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깔끔한 정도의 기준도 높아졌다. 교사가 매번 확인하지 않아도 분리수거를 척척 해낼 때가 늘었다. 이제 우리 교실에서는 교사만 정리를 잘하면 된다.


(3) 극복과 도전

두려움을 천천히 극복하려는 아이들이 보인다. 수 문제가 어렵다며 풀기도 전에 한탄을 하는 아이가 “쉬운 문제는 나중에 풀려고 아껴두었다”는 말을 꺼냈을 때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몸이 약해서 이러저러한 배려를 요구하던 아이가 힘들지만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자기 앞의 작은 산을 뛰어넘으며 크려는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산살이를 다시 하고 싶다며 틈틈이 그날의 감동을 꺼내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 만나서 날마다 일만 하니까 힘들다던 아이가 “너 어쩌면 일을 이렇게 잘하니?” 묻는 말에 어깨가 으쓱해져서 두 팔 걷어붙이기도 했다. 가장 반갑고 감동적이었던 건 여행 직후 우리끼리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다, 얼른 학교살이를 하고 싶다며 교사를 재촉했던 반 분위기였다. 여행을 기점으로 학교생활에서 두드러지게 바뀐 아이가 몇몇 있는데 그 아이들이 펼칠 남은 날이 기대된다.


(4) 협동심

남녀 섞어서 짝이 되는 횟수를 다 채웠다. 모든 아이가 돌아가며 짝을 해보았다. 남은 학기 동안 같은 성별끼리 짝이 된다. 아이들이 기다렸던 시간이다. 의외로 이성끼리 짝일 때보다 동성끼리 짝일 때 협동심이 덜 발휘된다. 그러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모둠을 이룰 때는 남녀가 섞이니 보완이 된다. 결론은 음양의 조화가 만사에 중요하다는 사실!


(5) 바지런한 몸

일을 겁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저건 힘들 거야 판단하기 전에 일단 해보는 거다. 일을 겁내지 않는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불평을 안 하는 건 아니고 교사의 잔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쁘게 하는 게 나은 걸 알고,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는 듯하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견뎌보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텃밭일, 은행줍기, 여행준비 등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길러진 태도라고 믿는다.


(6) 겪은 일을 전하는 태도와 말하는 태도

잘 크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욕심을 내본다. 4학년 아이들답게 날마다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는 우리반이다. 늙어죽는 게 가장 편하고 좋은 거라며 내게 늙어죽으란다.
아이들의 다툼이나 싸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상대방을 탓하거나, 쟤는 늘 저러는 아이라고 단정하며 상황을 전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할 수 있기를, 내가 좀 싫다고 상대의 잘못을 부풀리지 않기를, 어른도 안 되는 일을 욕심내는 걸 알면서도 또 바란다.
때와 장소를 가려 말하고 행동하도록 지도하는 건 놓치지 말아야겠다. 말을 잘하는 아이들 가운데 덜 좋은 표현을 강하게 할 때가 있다. 친한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표현이 점점 거세지기도 한다. 2학기 여행 때 또렷하게 느꼈고 그 이후 일상에서 때로 보인다. 1학기에도 염려했던 모습으로 우리반에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서 경계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럴 것이다.


*남은 학기에 노력할 점
8,9월 수업일수 25일 중 4학년이 모두 모인 날은 7일이었다. 개학 이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반이 다함께 모인 날이 그리도 적었다. 2학기에 아이들이 체력 조절을 잘해서 학교에 빠짐없이 나오고, 한껏 올라온 힘으로 잘 갈무리하면 좋겠다.



2. 교과목 둘러보기


(1) 말과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삶을 이야기로 만났다. 선생님의 실제 삶을 들려주었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아스트리드 선생님이 쓴 이야기의 힘은 상상력이나 필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 삶에 있었다. 아이들이 삐삐 이야기를 꺼낼 때, 읽으라고 권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반갑게 대할 때, 어떤 상황을 설명하다 소설 속 장면을 데려올 때, 이야기가 아이들 삶에 스며드는 걸 느낀다. 삐삐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선생님이라고 들려주니 반신반의하면서, 작가의 엉뚱발랄한 초년과 청년과 노년을 흥미롭게 듣는다.
우리가 겪은 일을 글쓰기로 풀어낸다. 너무 먼 주제를 잡지 않고, 삶 가까이에 있는 글감을 찾는다. 늘 아쉽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 난 글쓰기 못하고 싫어한다는 말에 갇혀 있을 때 교사의 지도가 부족해 미안할 뿐이다. 많이 써보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 일기 꾸준히 쓰라고 격려할 뿐 더 세밀한 지도는 미숙하다.

▪수업내용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함께 읽기
-글쓰기 : 칠보산 등산, 텃밭, 오늘 같은 날 학교를 쉬어야 한다, 이럴 때 가을을 느낀다, 여행기
-지도를 왜 만들까, 친구의 여행 이야기, 속담 알기
-인물 만나기 : 김정호, 이철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무위당 장일순, 백남기
-칠보산 등산, 실종된 고양이 찾기, 마을 산책
-백일장 시, 아침열기 시 읽고 느낌 나누기

▪아침열기 시모음

바람이 부는 까닭, 안도현
견주,라는 말, 김선우
사막, 이문재
편백나무, 다른 학교 5학년 어린이의 시
다람쥐, 다른 학교 5학년 어린이의 시
가을까치집, 임길택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이철수
글, 무위당 장일순


(2) 수

<분수와 소수>를 다시 배웠다. 일정한 주기 이후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교육계획 배치에 따라 시도했다. 이 방법 꽤 괜찮았다.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배우니 자신감을 비치는 아이들이 늘었다. 낯선 것을 모른다고 표현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어떤 장면이나 그때 했던 표현을 들려주면 내용을 떠올린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손을 드니 교사가 촉각을 곤두세우지 못해도 아이들 파악이 빨리 된다. 학습적 성장이 빠른 아이들이 있는데, 아마 가정에서 지도가 병행되어 그랬겠다.
도형은 아이들의 격차가 잘 드러나지 않는 단원이다. 수업 마칠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리고 오리고 나누고 붙이느라 시간 가는 걸 잊는 모습을 보면, 그게 다 아이들 본성과 맞닿아서 그런 건데도, 꼭 내가 잘 가르친 듯한 해석을 한다.
교사로서 경각심이 들었던 때가 있다. 여행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번 여행비를 계산할 때였다. 간단한 문제를 제시했는데 못 푸는 아이들이 많았다. 구구단의 원리를 모르는 아이도 여럿이었고(덧셈과 곱셈의 상관관계를 모르는 아이), 두 자리 수끼리의 곱셈, 두 자리 수와 한 자리 수의 나눗셈에 까막눈인 아이도 있었다. 갑자기 긴장되어 아이들을 잠시 닦달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천천히 지도하면 될 것을 조바심이 나고야 말았던 거다.
어느 과목이야 안 그렇겠느냐만 단계별 누적 학습의 특징이 강한 수 과목이라, 복습이 중요하다. 기초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 단계만 넘으면 쉽고 재미있는 게 펼쳐지는데 아이들이 잘 넘길 수 있기를.

▪수업내용

-분수와 소수 : 분수를 소수로, 소수를 분수로 고치기. 도형으로 분수 표현하기. 분수의 덧셈과 뺄셈. 소수의 덧셈과 뺄셈(소수 첫째자리/둘째자리)

-곱셈과 나눗셈 : 여행 경비 계산하기, 여행비 나누기

-도형 : 구구단 도형 그리기, 삼각형의 중심 찾기, 선대칭과 점대칭, 시계 속의 각도 찾기


(3) 과학

아이들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시간이다. 뚝딱뚝딱 만들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신난다. 돋보기로 모은 빛으로 불을 붙이는데, 과연 어느 색깔의 종이가 빨리 불붙을까. 30분이 지났는데도 어떤 종이에도 불이 붙지 않았다. 검은색 종이가 먼저 그을리기는 했다. 아이들이 내린 결론은 돋보기로 불을 붙일 때는 종이의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종이의 두께와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깡통난로는 열효율이 높은 난로를 만드는 것보다 라면을 끓여먹을 꿈에 부풀어 진행되었던 것 같다. 학교살이 때 몇몇 아이들이 성능을 시도했는데 까맣게 그을린 깡통들만 잔해로 남았다. 난로의 구조와 모양이 제법 좋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돋보기 수업이든 로켓스토브 수업이든 교사가 이끌고픈 내용으로 따라올 기미는 안 보이고, 오로지 불붙이는 것에만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 드디어 라이터를 쓸 줄 알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아이가 있고, 버너 불을 켤 줄 알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수업의 의도가 잘 전해지지 않을 때 가끔 조바심을 내다가 저렇게 하나하나 익히며 크겠지 믿어버린다.

▪수업내용

-돋보기로 불붙이기, 로켓스토브(깡통난로) 만들기


(4) 생활미술

아이들의 의욕에 힘입어 다채롭게 진행했던 미술시간이다. 염색을 더하고 싶다, 일반 염색도 좋은데 홑치기 염색을 해보고 싶다, 이런 무늬를 냈으니 저런 무늬도 내고 싶다, 이왕 한 거 쪽염색도 하고 싶다, 작은 목판에 새기는 게 재미있었으니 큰 판에 새기고 싶다, 이걸 예쁘게 칠해서 두고 싶다, 집에 가져가 자랑도 하고 학교설명회에 우리반 작품을 내고 싶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아이들 모습이 좋다. 그리고 몰입 대상이 나무였을 때 아주 기뻤다. 조각칼에 힘을 주고 이리저리 방향을 조절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표현하기 전에, 교사가 제시하는 활동을 해보도록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과 정성껏 표현하는 사이에서 균형 잡길 바라는 마음에.

올해는 <동네야놀자전>에 참여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잠깐 이야기 나누었는데, 자기들의 작품을 전시하고픈 꿈이 있는 걸 확인했다. 별사탕 선생님(5학년 이원지 어머님)의 도움으로 수업을 하고 그 결과물로 동네에서 소박한 전시를 해볼 거다.

▪수업내용

-천연염색(황토염색, 쪽염색)

-목판화

-학교설명회 전시작품 준비 : 나무판에 그림 그리기

-칠보산에서 본 풍경 그리기, 도토리시민농장에서 본 풍경 그리기, 찰필로 문질러 별 그리기


(5) 텃밭

김장배추를 키우는 2학기에는 1학기보다 일이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텃밭 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무, 배추가 어찌 자라는지 별 관심은 없다. 잡초씨를 뿌린 것처럼 낮은 풀이 온통 초록으로 수북했을 때 예쁘다고 좋아했던 아이들이다. 가을이라 수확하는 즐거움이 크다. 고구마를 캘 때 대단한 보물을 발견한 마냥 얼마나 요란했던지 지나가던 사람이 와서 아이들 일하는 모습을 한참을 보고 갈 정도였다.

아이들이 갈무리한 것을 학교 급식에서 몇 번 먹었다. 그렇게 품을 내는 아이들을 자주 칭찬한다.

▪수업내용

-텃밭에 배추심기, 무씨 뿌리기, 물주기, 솎기, 잡초뽑기.

-고구마 캐기, 고구마순 다듬기, 고구마 요리하기

-은행줍기, 껍질까기, 씻어서 말리기



(6) 공동체놀이

수업규칙상 해보지 않은 놀이를 진행해야 한다. 새로운 놀이를 짜느라 애써 궁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별로 없다. 아이들은 놀아야 할 이유가 무궁무진하고, 함께 어울릴 만한 놀이는 계속 나오니까. 단순한 놀이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자주 본다. 공동체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 태도 가운데 어여쁜 점은, 경기가 과열될 때 조절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 시작과 마무리는 놀이를 짠 아이들이 제시하는 동작으로 한다. 축구부를 하는 아이들 도움을 많이 받고, 가끔 기발한 동작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몸 흐느적거리기, 이상한 춤 추기. 처음에는 이게 대체 뭐냐 묻던 아이들이, 지금은 웃으며 따라한다.

▪수업내용

-씨름 예선전, 체력검사 윗몸일으키기

-주원이의 미니축구, 서하의 보물을 지켜라, 용민이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7) 수영

수영 수업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수영을 얼마나 잘하게 되었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인 건 확실하다. 온전한 즐거움으로 채워진 시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느낀다. 물과 친해지면서 수영을 익히는 방식의 의미를 잘 알겠다. 우리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수업 풍경인 점은 자랑스럽다.

그러나 1학기에 했던 고민은 여전하다. 3,4학년 시기에만 진행하는 수영 수업 목적을 무엇으로 삼을지 교사 안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교육과정 전체를 보았을 때 산 가까이에 있는 학교의 강점을 살린 수업이 점점 줄어드는 게 괜찮은지, 지역사회의 자연, 사회/문화환경을 살리는 형태의 수업은 어디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숙제이다.



(8) 그 외

생태교실 : 청개구리논에서 벼이삭 줍기, 칠보산에 사는 나무 만나기

학교밖학교 : 지도박물관, 서수원도서관




3. 여행

여행준비, 진행과정, 갈무리. 과정 하나하나에서 아이들이 달라진 모습을 본다.

아이들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활동거리를 최대한 배치했다. 일을 꿰차고 하는 경험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게 맞다. 여행비를 벌려고 쿠키를 굽고, 천연염색을 하고, 은행을 구웠던 아이들.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만 사달라고 부탁하던 아이들. 그렇게 20만원쯤 모았다. 여행지에서 교사가 그 돈을 쓸까 싶어 수시로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잔소리를 하던지. 먹을 것도 사먹으면 안 된단다. 힘들게 벌었으니까 그렇게 아무데나 쓸 수 없다고.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데 우리가 번 여행비는 카메라 수리비로 써야 할 상황이다. 이번 여행에서 기록 역할을 맡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맡겼는데 너무 열심히 찍었는지 카메라가 고장 났다. 아이들이 실망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어떻게 보냈는지 4학년 2학기 여행후기에 담았다. 여행 갈무리를 할 때 사진을 정리하던 아이들 모습에서 자랑스러움이 전해졌다. 여행후기를 쓸 때 필요해서 사진첩을 두고 가라고 했더니, 얼른 집에 가져가야겠다고 얼마나 보챘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기들이 생각해도 좀 대단하다고 한다. 또 보조교사가 없어서 자기들끼리 다 하니까 더 좋았단다.

여행 이후 더 활기차고 의욕적인 분위기가 학기말까지 쭉 이어지기를.



4. 행사로 만나는 아이들

한가위한마당, 체력검사 및 운동회, 등산 및 백일장. 2학기에 진행했던 세 가지 행사이다. 우리가 1학기 행사를 치르며 어려움을 느꼈다고 그것이 인원이 늘어서 오는 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밑그림을 잘 그리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게 답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점을 찾아 바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굵직한 행사에서 아이들의 힘을 자주 느꼈다. 맡은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이 더 빛났다. 상차리기, 어르신 모시기 등 고학년들이 자기들 역할을 해내며 한가위한마당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5,6학년이 제 몫을 때로는 제 몫 이상을 해낼 때 얼마나 고마웠던가.

이번 백일장에서 고학년 아이들 시를 읽으며, 아이들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글 이외에 뭐가 있을까 잠깐 고민했다. 몇몇 아이들 붙들고 끝까지 쓰게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 친구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시가 뭐라고...



5. 일상의 힘

일기쓰기, 수 문제집 일정량 풀기, 사물함 정리하기. 2학기에도 날마다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몇몇 아이의 특징. 교사가 확인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오늘 할 몫을 다 풀었어요 하고 말했는데 한 번 보자고 하면 깜박 잊고 못 풀었다고 말하는 아이, 답지를 보고 푸는 아이. 그게 옳지 않다고 여러 번 말하는데도 몸이 스르르 그렇게 간다. 늦게까지 끙끙대는 게 싫은 마음도 있었겠으나, 잘하는 걸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6. 교사의 자기수련과 공부

화를 덜 내기.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있어도 유쾌하게 넘어가기. 비현실적인 목표임을 알면서도 꿈을 향해 노력하려 애쓴다. 꿈은 내 비루함을 자주 확인하게 만들면서도, 도전정신을 고취하기도 한다.

2학기에 ‘회복적 서클’을 동료교사 및 학부모님과 함께 한다. 참여하는 이들 대부분이 교사이고 하나같이 내가 존경하는 이들이라서, 존재 자체에서 오는 힘이 크다. 교사가 어떤 태도로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느낀다. 무엇보다 더 나은 인간과 세상을 향한 교사의 꿈을 만난다. 그래, 슈타이너의 말처럼 ‘인간은 되어가는 존재’이다.






[2016년 9,10월 돌아보기_가야] 6학년 과학

지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때때로 느낀다. 이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관심 있는 소수가 그런 분위기를 주도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지적인 측면이 날렵해진다. 아이들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아무 질문을 막 던지는 게 아니라 수업 흐름에 딱 맞는 질문을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때 얼마나 즐겁고 좋은지 모른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라고 알려주셨는데, 그때 달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가?”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보면 어떻게 보이는가?” “제주도 현무암에 구멍 뚫린 까닭은 알겠는데 왜 검은가?” “용암이 얇은 지표를 뚫고 올라온다고 했는데, 얇은 지표가 여러 군데 퍼져 있을 때 화산은 어떤 모양으로 이뤄지는가?” “이런 실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물론 이 가운데 ‘나 청소년기를 맞이하였소’라는 태도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다만, 나름 애를 쓰며 크겠지.)

고학년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그 하나를 바라보고 한없이 부족한 교사가 어찌어찌 수업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수업내용

9/1 스크래치 홀로그램
9/22 가을철 별자리, 별자리지도 익히기
9/29 달걀 탱탱볼 만들기
10/20 제주도 지형, 달걀 탱탱볼 관찰
10/27 진자 만들기와 진자 운동 관찰





[2016년 9,10월 돌아보기_가야] 클래식기타

2학기에 인원이 바뀌었다. 4학년 하나, 5학년 둘, 6학년 하나. 9월에는 클래식음악이나 기타연주곡 감상하는 시간을 넣었다. 음악과 친해지라는 뜻에서다. 교사의 역량이 부족하여 물리적인 배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음악에 심취한 아이의 표정을 때로 만났으니 고맙고 부끄러웠다.
몰두하는 단 한 명의 아이가 있다면 수업 분위기가 더 고양될 텐데 싶어서, 그 존재가 너무나 아쉽다. 한편으로는 아이를 몰두시키지 못하는 교사의 한계도 절감한다.
개인곡 연습하는 시간이 줄고 합주곡 연습하는 시간이 늘었다. 각자 맡은 부분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함께 맞출 때는 박자가 어긋난다. 멜로디, 반주를 각각 나눠맡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어긋나면 곡 전체가 흔들린다. 개인곡 지도하면 아이들도 나도 서로 편한데, 왜 힘든 방식을 택한 건지 스스로 몇 번이나 묻는다. 집단의 성취감, 완성을 향해 끝없이 노력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의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 개인곡을 할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건 분명하다. 전체가 하나 될 때의 기쁨은 아직 멀었지만, 조금만 더 애쓰면 되리라 믿는다.

▪수업내용
8/31, 9/7, 9/21, 9/28 음악감상, 개인곡 연습
10/5, 10/19, 10/26 개인곡과 합주곡 함께 연습
전체 1

  • 2016-11-04 00:24
    매일 하는 것의 힘. 저도 믿습니다.
    매일 일기, 수 문제 풀기, 사물함 정리... 아이들에게 매일 하도록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텐데 시켜주셔서 감사해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