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10월 1학년 양동이반, 타악기 돌아보기

작성자
소나기
작성일
2016-11-01 16:33
조회
1513
#들어가며

등산 백일장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백일장 시상식을 위해 모든 선생님이 함께 모여서 긴 시간 동안 논의를 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1학년의 시가 좋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전교생이 참여한 백일장에서 1학년 아이가 당당히 장원을 차지했다. 그리고 4명의 아이들이 추가로 상을 받았다. 대부분의 학년에서 2명씩 상을 받는 것과 비교한다면, 정말 많은 아이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여러 선생님들이 어떻게 시를 지도했는지 질문한다. 특별히 한 게 없기에 난처한 질문이다. 아이들은 그네들의 말과 행동 속에 불쑥불쑥 시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재미난 표정과 말과 행동을 모두 기억해 낼 수 없는 몹쓸 기억력이 아쉽다. 매일 매일 시가 살아 숨쉬는 1학년들과 함께 한 2학기를 돌이켜본다.

 

 

#칠보산어린이되기

2학기에는 전체가 함께 하는 자치회의에 참여를 했다. 선배들은 학교에서 의사결정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상대방의 이야기는 어떤 태도로 듣고, 자신의 생각은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는지를 보고 들었다. 1학년이지만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몸바로 하고, 귀 기울이며 전체회의를 겪어보는 시간이었다.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학년회의를 시작하게 된다. 학년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반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자치회의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과 관련해서 몇 차례 학년회의를 진행해봤지만 아직은 회의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반장으로서 회의를 이끌고 진행하는 것, 발언권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을 하나씩 연습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중요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은 함께 한 소중한 친구를 보내는데, 우리의 마음을 잘 담는 것이다. 허술하고 빈틈이 많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회의를 통해 좋은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

 

 

#말과글

귀 기울여 정성껏 듣는 것이 잘 된다. 전체 모임을 가질 때 몸바로 하고, 앞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종종 이야기의 주제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일 때도 있고, 1학년들과는 공감대가 없는 얘기 일지라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체모임과 자체 회의 시간에 경청한다. 전체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반에서 학년회의나 토론을 통해서 좀 더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직 한글이 어려운 친구는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한글을 좀 더 익히고 있다. 맞춤법을 많이 틀리는 것은 1학년 시기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꾸준히 쓰다보면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다.

<노란 양동이>를 함께 읽고 있다. 한두 쪽씩 분량을 나눠서 소리 내어 읽고 있다. 더듬더듬 읽는 아이도 있고, 정확하게 끊어 읽으며 쭉 읽는 아이도 있다. 자주 읽으며 연습하다보면 더 나아질 것이다. 책의 내용을 10칸 공책에 옮겨 쓰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다. 앞으로는 아기여우의 노란 양동이처럼, 각자의 아이들에게 소중한 물건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

1학년이 된 후로 수 수업으로 정확하게 덧셈과 뺄셈을 다룬 것을 10월이 된 이후이다. 그 전에는 가르기와 모으기, 그리고 말로써 덧셈과 뺄셈을 표현한 수는 다루었지만 정확하게 수식을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한 것은 10월이 넘어서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기본적인 덧셈과 뺄셈은 할 수 있지만, 수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실제 생활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2+3=5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이 수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처음에는 어려워한다. 그리고 차츰 이야기를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수’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점을 느끼면서 받아들인다. 아직까지는 수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이 수를 대하는 마음이 지금처럼 두려움과 걱정 없이 자랐으면 좋겠다. 1학년은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까지 아이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텃밭살림

7년 만에 처음 겪는다. 학교 텃밭에서 이렇게 거대한 배추가 자랄 수가 있다니, 땀 흘려 일하는 보람을 자주 느낀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혹시 약을 뿌렸는지 질문을 할 만큼 배추가 튼튼히 잘 자랐다. 2학기를 시작하며 잡초를 뽑고, 비료를 넣고 농사 준비를 부지런히 했다. 작은 배추 모종을 텃밭에 조심히 옮겨 심었다. 아이들 손에 휘청휘청 거리는 배추 모종을 볼 때마다 잘 자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나 잘 자랐다. 손수 만든 물통으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으며 2달을 보냈다. 덥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올 때마다 쑥쑥 자라 있는 배추들을 보며 힘과 기운을 얻었다. 땅이 좋은 것인지, 아이들의 부지런한 손 때문인지 1학기에 심었던 감자, 그리고 2학기에 심은 배추 모두 풍성하게 잘 자랐다.

배추를 묶었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 큰 배추를 묶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한두 포기 묶는 것을 성공하더니, 이내 재미를 붙인다. 추운 날씨에 묶여진 배추를 보고 있으니 이제 정말 김장을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또 한 번 아이들의 부지런한 손을 기대한다.

 

#공동체놀이

한가위를 맞이해서 아이들과 씨름대회를 열었다. 호전적인 남자 아이들은 힘을 겨루고 부딪쳐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 반해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부끄러워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다. 모든 아이들이 꼭 예선을 참여해야 되는 건지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싫고 힘들더라도 마음 내서 부딪쳐보는 경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승을 한 아이는 씨름을 즐기는 아이였지만, 그 과정에서 용기와 마음을 낸 여자 아이들이 고맙다.

체력검사 중에서 학교에서 측정할 수 있는 몸 늘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체력검사를 한다기보다 놀이를 하듯이 측정했다.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어떤 친구는 다리를 잡고, 다른 친구는 개수를 세고, 또 다른 친구는 응원을 하고, 또 다른 친구는 기록을 한다. 그리고 역할을 돌아가며 맡으며 서로 도움을 준다.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함께 웃으며 즐겁게 측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훌라후프 운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것들은 잘 하면서도, 유독 훌라후프만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몇몇은 그 어려움을 견뎌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고, 또 몇몇은 아직 도전 중이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꼭 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바란다.

 

#생활미술

가을을 맞이해서 길녘에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었다. 아이들과 딱 5송이만 꺾기로 했다. 그리고 두꺼운 책 안에 며칠 동안 말려둔 후, 책갈피를 만들었다. 한지에 말려 둔 꽃을 붙이고, 붓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5장을 말려뒀는데, 실제로 쓸 수 있는 꽃은 두세 송이밖에 되지 않았다. 얇게 눌려진 채로 말랐기 때문에, 손으로 다루는 게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에야 한두 명씩 완성을 했다. 단풍이 아름다운 빛깔을 뽐낼 때 다시 한 번 하려고 한다.

학년별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 수첩과 앨범을 만들고 꾸미는 것을 하려고 했다. 아직 1학년이기에 여행 수첩을 처음부터 온전히 만들기에는 무리라고 판단이 됐다. 여행 수첩을 따로 나누어주고 안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6학년이 만든 예쁜 이면지 노트를 구매하여, 여행 앨범으로 사용했다. 습식 수채화의 표지와 여행 사진이 잘 어우러져 꽤나 예쁜 앨범이 되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도 잊은 채 열심히 한다. 맞춤법이 많이 틀리는 아이는 무슨 말인지 해독을 해야 하지만, 8살, 1학년이 쓴 그 자체의 글의 느낌이 좋아 그대로 두었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

 

#학교밖학교

생태교실

9월에는 자작나무 선생님과 함께 칠보산 곳곳을 살펴보았다. 길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는데, 그 꽃의 정체는 돼지 감자였다. 교사는 굉장히 놀라웠는데, 아이들은 크게 놀랍지 않은가보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때 딱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딱총나무, 나무와 밧줄로만 이루어진 자연 놀이터, 도깨비 놀이터까지. 칠보산은 아이들에게 큰 놀이터인 동시에 배움의 터전이 된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많은 시간을 산 속에서 지내서 그런지 아이들 역시 산이 익숙하다. 칠보산의 아이들.

체력검사 운동회

맑은 가을 하늘이 예뻤던 날, 체력검사와 운동회를 하려고 만석공원에 모였다.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제자리멀리뛰기, 50m 달리기, 공 멀리 던지기, 600m 오래 달리기까지. 기록을 갱신한다는 마음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기록이 대체로 잘 나온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자유롭게 뛰어놀며 점심시간을 보낸다. 학교의 좁은 공간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뛰어다니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데, 이 날 만큼은 드넓은 공간에서 땀 흘리며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 좋았다.

 

 

#마치며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2차 전형이 끝났다. 정확히 1년 전, 똑같이 1학년 교실에서 전형을 했던 양동이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첫 후배들이 학교에 올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10월까지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고 노력한 양동이반 아이들. 무엇보다도 힘들었을 빈그릇 운동.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함께 만들어갔다. 기린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 물건을 아껴 쓰고 소중히 다루는 것, 그리고 스스로 내면의 힘을 키워가며 자신을 돌보는 힘을 키워가는 것, 항상 지킬 수는 없겠지만,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문화를 만든 것이다. 아이들이 생활하고 자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교사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8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1학년 시기가 흐르고 있다. 마음껏 놀고 즐기며 부딪치고 겪어보길.

 

 

#타악기

2학기의 시작은 다양한 난타 공연을 함께 보며 열었다. 풋풋한 유치원생들의 공연부터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어르신들의 공연까지 영상으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어떤 공연을 펼치고 싶을까. 몇몇 아이들은 유명한 대중가요를 원하였고, 또 몇몇 아이들은 신 나는 장단을 가진 음악을 원하였다. 어떤 곡을 선정할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모두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장단을 가진 곡, 신 나는 장단을 가진 곡, 그렇게 해서 결정된 곡은 <무조건>이라는 노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합이 맞춰진다. 각자의 속도와 리듬이 맞춰지지 않은 채 치다가도, 어느 샌가 하나의 속도와 장단으로 맞춰진다. 강박과 약박을 정확하게 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차이를 두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11월이 되면 여러 곡을 섞어서 하나의 공연으로 만드는 과정을 하려고 한다.
전체 1

  • 2016-11-03 23:41
    이제 집안에 "칠보산어린이되기"가 필요한 어린이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새삼 아쉽네요.
    선생님의 글 속에서 문득문득 아빠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하고요.
    1학년과 정말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소나기 선생님과 함께 한 양동이들, (선생님 포함) 서로 기운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아이 앞에서는 무심한 듯, 아이 뒤에서는 세심하게
    일 년 동안 아이들을 두루 살펴주시고 훌쩍 자라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