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학년 그루터기반 3,4월 돌아보기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05-04 07:51
조회
1682

2017년 4학년 그루터기반 3,4월 돌아보기




<익숙함에서 새로움으로>

2017년 새로운 해가 밝고 벌써 5월의 봄을 맞이했다. 1학기 초는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환경, 규칙, 관계 등의 변화를 겪기에 즐겁고도 분주하다. 유쾌하고 새로운 일들이 넘쳤던 3,4월을 소개한다.

투덜투덜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언제나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끝이지 않는 반이다. 자신의 독특함을 뽐내면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다듬어져 있다. 흐름과 맥락이 분명하기에 아이들의 이야기와 행동이 흥미롭다.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두 명의 친구의 빈자리가 새로운 관계의 터전을 만들고 있다.

학기 초에는 규칙이나 할 일을 알려주면 “작년에 산 성생님은 …”라며 작년을 추억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일까? 교사도 모르게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냉장고반 시절에 거의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매일을 함께 보내고 있다. 반 이름이 ‘그루터기반’이 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서로 마주치지 못했던 작년의 시간이 지금은 서로를 더욱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

<대화의 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대화로 보낸다. 익숙했던 어떤 것의 의미, 변경된 계획 등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느낀다. 올해 아이들은 준비된 계획이 흐트러지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럴 때마다 대화의 장을 열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과정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돌아보면서 한 고비 쉬어가는 힘을 얻는다. 이렇게 대화로 마무리를 지으면 학생도 교사도 성장함을 느낀다. 소통에 진지함을 가지고 마음을 여는 힘을 가진 아이들이다.

<아침열기>

4학년은 공식적인 아침열기 시간은 없다. 하지만 올해 초 아침열기에 중요성이 교사들 안에서 환기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지금 4학년들에게 아침열기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다. 하루를 예상하고 마음을 다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열기는 월요일 1교시, 화, 수, 목요일 아침열기 학교에서 보내는 금요일에는 빠지지 않고 한다. 월요일에는 시로 화, 목은 리코더로 수요일은 국악을 듣고 가능한 금요일에는 그림책을 읽어준다.

국악은 대중적인 국악, 아리랑, 민요, 풍물을 달에 한 곡씩 듣고 있다. 리코더는 처음에는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이제는 화, 목요일이 되면 스스로 준비하고 교사를 기다린다. 악기 실력을 늘리기보다는 좋은 소리를 내기위해 올바른 자세를 잡는데 시간을 들이고 있다.

4월 달이 되어 아이들과 존중의 약속을 만들어 아침에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함께 합의한 약속을 읽어보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하루가 되기를 다짐하는 일이다. 약속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기회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학년회의>

계획대로 임기는 한 달, 반장단은 지원자 중 남녀를 섞어 투표로 뽑는다. 처음에는 지원자가 없었지만 반장단을 뽑지 못하자 자리, 사물함, 청소, 짝 등이 교사가 정한대로 유지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자발적으로 나오고 성실히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보통 목소리 큰 아이들이 회의를 주도하려 하지만 반장들이 그것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함을 가졌다.

3월 반장단: 반장-전현호, 칠판서기-한지윤, 공책서기-최요엘

4월 반장단: 반장-김안나, 칠판서기-배소윤, 공책서기-조윤영

<말과글>

언제: 월 1교시(40분), 수 아침열기와 1교시(80분)

‘과수원을 점령하라’를 읽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룬다는 것이다. 마을의 풍경을 공책에 그려보고, 책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도 만들어 보았다. 텃밭근처에 앉아 텃밭에 사는 동물들로 우리가 만드는 ‘텃밭을 점령하라’도 만들었다. 이렇듯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는 말과글 시간이다. 텃밭에 있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 후 컴퓨터로 처서 가지고와 아이들에게 교정도 맡겨보았다. 다음에 또 교정을 보자고 하니 한 아이가 “왜 이렇게 정성을 드려요? 팔기라도 하게요?” 순간 멈칫했다고 너무 멋진 생각이다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거 좋다! 총회나 전체모임 때 팔아볼까?’라고 대답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텃밭을 점령하라’가 출판 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받아쓰기와 소리내어 읽기를 하고 있다. 받아쓰기는 띄어쓰기 하나도 놓치지 않는 아이부터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아이까지 다양하다. 소리내어 읽기도 목소리 톤, 빠르기가 다들 다양해서 시간도 책 장도 금방금방 넘어간다.

현재 읽는 책은 ‘검은 여우’다. 지루한 방학에 생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첫 시간에는 ‘만남’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사람, 물건 등을 가리지 않고 쓰도록 했다. 한 아이가 긴 시간 고민을 했다. “선생님 도저히 쓸 게 없어요.” “아니야. 분명 있을 거야 잘 생각해봐.” 온 몸을 비틀며 깊은 고민에 빠진 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아! 저를 써도 되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를 거울에서 처음 본 날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의 생각은 대단함을 다시 깨닫는다. 거울에서 본 자기 자신이라니!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존경스럽다. 다음 시간은 ‘나의 비밀’에 관해 쓰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엄청난 항의가 이어졌다. “비밀을 공책에 쓰는 순간 비밀이 아니잖아요!” 그렇다. 그 말에 설득을 당했다. 하하하. 그렇게 칠보산에서 여우를 만난다면 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칠보산에 검은 여우가 어디 있어요!”라고 말을 하면서 공책에 재밌게 써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도 덩달아 즐거움을 느낀다.

⌜과수원을 점령하라⌟

3월 6,8일 - 이야기에 주인공 파악하기

3월 13,15일 - 과수원 지도 그리기

3월 20,22일 - 과수원 식구 늘이기

3월 27,29일 - 텃밭 이야기 만들기

4월 3,5일 - 텃밭 이야기 발표, 연결점 찾기

4월 10,12일 - ‘텃밭을 점령하라’ 검토

⌜검은 여우⌟

4월 17,19일 - 특별한 만남

4월 24,26일 - 칠보산에서 검은 여우를 만난다면?

<수>

언제: 화요일 2-3교시(80)분, 목요일 아침열기

처음에는 3학년에 배웠던 내용들을 몇 가지 문제로 점검했다. 16년에 잘 배워나서 어렵지 않게 맡은 문제들을 잘 풀어냈다. 초반에 점검을 하고나니 아이들의 속도나 수준을 살피는데 도움이 됐다. 큰 수를 하면서 숫자를 세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이야기로 알아보고 0의 특징도 살펴보았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했던 수업은 어림세기였다. “어떤 은행원은 지폐를 잡으면 딱 100만원이 손에 들어온데”라고 하자 “에이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아이들의 눈에는 반신반의에 궁금함이 보였다. 그러고는 모둠에서 돌아가면서 링, 바둑알 빨대, 동전 등을 교사가 집고 “몇 개일까?”하면 어림잡아 맞추는 놀이를 했다. 하나차이로 틀리고 정확하게 맞추면 들리는 함성 소리. 상품이라 해봤자 모둠 점심 우선권인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도 즐겁다. 다음시간에는 바둑알 50개를 쉽게 세는 방법 찾기를 했다. 아이들마다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3월 말부터 도형을 배우고 있다. 각도를 배우고 직각, 둔각, 예각을 배운다. 삼각자 2개를 쓰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처음 배우는 것들이 많아 어려워하지만 재미있게 잘 해내고 있다. 대칭, 수직, 평행을 배우면서 한글 자모음을 이용해 개념을 배우니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다. 사각형을 배울 때는 ‘사각형 나라’ 이야기로 종류를 재밌게 이야기 형식으로 나누기도 했다. 수에 이해도가 좋은 아이들이라 즐거운 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는 분수와 소수를 배워나가야 한다.

3월 28일, 4월 2,7,9일 - 3학년 돌아보기

⌜큰 수⌟

3월 14일 - 10진법, 0 이야기

3월 21,23일 - 수 세기 규칙, 다섯 자리 수

⌜도형⌟

3월 28,30일 - 각도란 무엇인가요?, 삼각자를 이용한 각도

4월 4,6일 - 삼각형, 대칭, 수직, 평행

4월 11일 - 각도기 사용법 익히기

4월 18일 - 목요일 오전이 칠보시장으로 바뀌면서 모종심기위해 텃밭살림 시간으로 사용

4월 24,26일 - 평행선과 직선에 점으로 삼각형 사각형 만들기

(바둑돌 50개 세기 나만의 노하우를 찾아라!)



(보너스!)



<텃밭살림>

언제: 목요일 2-3교시(80분)

함께 키울 작물은 오이와 토마토이다. 처음에는 24절기를 공부했다. 24절기와 농사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일을 하는지 공부하는데 ‘이 때부터 바빠진단다.’라는 말을 많이 했나보다. 한 아이가 “계속 이제부터 바쁘데...” 하하하. 그렇다. 농사꾼은 항상 바쁜가보다. 모둠을 일찍이 정하고 24절기를 순서대로 배치해보고 토마토와 오이에 관련된 정보도 모았다. 이제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작년에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 썩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아 보였다. 지지대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교사는 학교에 못 쓰는 빨래건조대를 분리해서 도왔고 아이들은 집과 학교 곳곳을 뒤지며 지지대를 찾았다. 그럼에도 부족해서 4월 말이 되어서야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지대를 세우고 모종을 심으니 이제는 오이망을 만들어야 한다. 할 일이 참 많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참여도는 좋다. 돌을 고르면서 벌레를 보아도 함부로 죽이거나 옮기지 않는다. 비가 내리지 않아 오이 모종이 말라간다. ‘잘 자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교사 마음은 바짝바짝 말라간다. 오히려 아이들이 여유롭다.

모둠별로 두 명씩 월, 수, 금(목) 물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오줌액비도 모아 물을 준다. 오줌은 작고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통에 모아 물과 섞어 줄 예정이다.

3월 2일 - 작물 소개와 약속 정하기

3월 9일 - 모둠 구성, 24절기

3월 16일 - 24절기와 텃밭, 퀴즈대회

3월 30일 - 돌 고르기, 다른 밭 상황 살피기

4월 6일 - 돌 고르기, 지지대 구하기

4월 13일 - 돌 고르기, 두둑 만들기, 텃밭 일지 쓰기

4월 18일 - 수 시간 활용: 지지대 세우기, 모종 심기

4월 27일 - 지지대 마무리, 물 주기

<공동체놀이>

공동체 놀이는 어느 학년과 다름없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교사가 이끄는 놀이로는 첫 시간에는 ‘믿음 쌓기’와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두 놀이를 했다. ‘믿음 쌓기’는 의자에 올라가서 뒤로 넘어지면 친구들이 받아는 놀이이고 ‘당신의 이웃은?’ 둥글게 앉아 있는 상태에서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예”나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데 “예”라고 말하면 공통된 무언가를 말하고 해당되는 사람은 자리를 바꾸는 놀이이다. 아이들의 관찰력과 창의성이 빛나는 놀이이다. 다음에는 ‘의자 차지하기’였다. 제각각 의자를 놓는 위치, 모양 등이 다양하다. ‘세 번 돌고 절하기’ 둥글게 선 상태에서 눈을 가리고 세 바퀴를 돌고 절을 하면 절 받은 사람이 술래가 되는 놀이다. 반응이 재밌다. “내가 ㅇㅇ이에게 절을 하다니!” “나에게 절을 해라” 등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하면서 나중에는 더 하자고 졸랐다. ‘진 놀이’도 했다. 둥지층에서 했는데 공간이 비좁지 않았다.

아이들은 요엘이가 핸드볼, 소윤이가 피구, 동영이가 깡통차기를 이끌었다.

학교 일정에 맞추니 공동체 놀이를 다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몇몇 아이들 외에는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몸을 쓰는 활동적인 놀이들이 필요하다 느껴진다. 화, 목요일은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놀도록 하고 있다. 그냥 나가서 놀라고 하니 무엇을 할지 몰라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러 가지 알려주려고 한다. “사방치기는 어때?”라고 말하자 원래 알고 있는 놀이라며 잘 하고 있다. 앞으로 점차 여러 사람들이 필요한 놀이들을 알려주려 한다.

3월 6일 - 믿음 쌓기,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합니까?

3월 13일 - 의자 차지하기

3월 20일 - 세 번 돌고 절하기

3월 27일 - 핸드볼

4월 3일 - 피구

4월 17일 - 진 놀이

4월 24일 - 깡통 차기

<과학>

흥미로운 수업이다. 우리가 마주치는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우리 학교의 과학수업일 것이다. 첫 시간은 길섶 선생님이 오감을 주제로 잘 열어주셨다. 다음은 달에 대해서 배웠다. 달에 얽힌 이야기, 사진에서 토끼 찾기, 달 그려보기 등을 하면서 우주에서 무엇보다 가까운 달을 배웠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가장 흔한 식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산에 들어가 바람소리를 들어보고, 텃밭에 가서 땅을 파보면서 여러 생물들을 만나보고, 꽃의 생김새와 백합 줄기를 잘라 식물이 어떻게 물을 흡수하는지 알아봤다. 식물의 잎, 광합성, 삼투현상 등을 공부했다. 삼투현상은 포비돈에 옥수수 전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고 옥수수 전분을 비닐에 담아 물과 포비돈을 섞은 병에 넣어 일주일을 관찰하게 했다. 물이 맑아지고 전분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사도 덩달아 즐겁다. 지금은 바나나를 입구가 작은 병에 넣고 입구를 풍선으로 막아 세균을 키우고 있다. 세균이 잘 자라기를 기도하면서. 많은 것을 알지 않아도 작은 깨달음에 즐거워지는 것이 과학시간이다. 무엇을 배워가는 일은 이리도 즐겁고 행복하다.

3월 28일 - 길섶: 오감으로 느껴요.

3월 7일 - 지구와 달의 이야기

3월 14일 - 생명이 살아가는 환경, 먹이사슬

3월 21일 - 꽃의 생김새, 백합 물들이기

3월 28일 - 식물의 잎사귀 관찰하기

4월 4일 - 엽록소, 광합성 실험

4월 11일 - 텃밭 일구면서 곤충 찾기

4월 18일 - 비닐을 통과하는 포비돈(삼투현상)

4월 25일 - 바나나 풍선 불기(세균)

<생활미술>

수업은 크게 두 줄기로 이루어졌다. 4월 달은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운영되었다. 첫째 줄기는 달력 만들기, 둘째 줄기는 먹을 만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실에서 쓸 시간표를 만들었고 달력 만들기에 들어갔다. 달력 만드는 순서는 반 달력과 개인 달력이다. 공동체에 쓸 물건을 만들고 개인의 것을 만드는 순서를 알려주고 싶었다. 반 달력에는 학교 친구와 선후배의 생일, 행사, 기념일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지금도 교실 한 쪽 벽에 예쁘게 걸려있다.

4월에는 먹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초록샘 선생님이 문방사우(종이, 먹, 벼루, 붓)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주셨다. 그리고 천천히 선을 그려봤다. 원래는 먹그림을 후 단오부채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먹을 길고 깊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먹을 갈기 전 아이들에게 옛날 선비들의 하루를 알려줬다. 매일을 공부하며 살았는데 하루를 시작하며 자기를 다듬는 시간에 먹 갈기를 했다. 아이들이 선비의 마음으로 먹을 갈기 시작했다. 먹을 갈 때 소리, 느낌을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비슷하기는 했지만 표현은 다들 제각각이었다. ‘사각사각’ ‘스윽스윽’ ‘서걱서걱’ 등 같은 소리라도 표현하는 게 이렇게 다르다. 하물며 서로 기질이 어떻게 같겠는가. 앞으로는 학교에 필요한 물건을 찾아 만들어 볼 계획이다. 만들지도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2월 27일 - 반 시간표 만들기

3월 6,13일 - 반 달력 만들기

3월 20일, 4월 3일 - 개인 달력 만들기

3월 27일 - 반 마음 나누기

4월 10일 - 초록샘: 문방사우

4월 17,24일 - 선 그리기

5월 1일 - 먹 갈기



(나름 선비 같지요?)

<학교밖학교>

조선의 왕궁이라는 큰 주제로 공부한다. 처음에는 조선의 소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조선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큰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다음은 한양의 외곽 성벽이 남아있는 낙산 공원으로 갔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낙산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몇 가지 문제를 냈는데 ‘보통 궁이나 성벽은 언제 지었을까요?’라고 문제를 내자 “봄!”이라고 답했다. “힌트를 드리지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지요.”라고 하자 “아하!”라는 소리와 함께 너도 나도 손을 들었다. 답은 ‘겨울’이다. 역시 농사에 강한 칠보산 어린이다. 다음 장소는 창덕궁과 창경궁이었다. 창덕궁에서는 붓펜을 가지고 인정전을 그려보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공부 없이 보는 것에 집중하며 다녔다. 눈에 익어야 좋은 것을 봤을 때 그 웅장함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드디어 조선 최대의 궁궐 경복궁으로 갔다. 마침 행사가 있는 날이라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이 빼곡한 경복궁을 걸으며 전날 공부한 것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경희루, 교태전까지 역시 공부의 힘은 대단했다. 왕의 하루를 주제로 공부했던 내용들을 되새겨보며 걸었던 길을 쭉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가장 큰 성과는 서울로 나가는 일 자체였다. 보통 수원 안을 돌아다니다가 이제는 서울 가는 것에 적응했다. 왕복 네 시간 이상을 대중교통을 타고 걷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잘 따라주어 교사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두 번째 까지만 전철을 인도했고 창경궁부터는 전철을 갈아타는 일을 아이들에게 맡겼다. 출발할 때 ‘어디 역에서 내려서 몇 호선으로 갈아타고 어떤 역에서 내리면 되. 난 딱 한 번 말하고 따라 갈 거야.’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긴장하며 듣는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긴장한 모습,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이 수업에서 보인다. 신기한 것은 지금가지 길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멋진 아이들이다.

이제 1학기 학교밖학교는 끝났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기대하는 몸살림(수영) 시간이다.

3월 3일 - 국립중앙박물관

3월 10일 - 낙산공원, 한양 도성 박물관

4월 7일 - 창덕궁과 창경궁

4월 28일 - 경복궁, 국립 고궁 박물관
전체 1

  • 2017-05-08 18:51
    과목마다, 시간마다 자세하고 재미난 얘기들 잘 읽었습니다. 4학년 친구들이 그루터기 반에서 그루터기 선생님과 즐겁게 배운다니 고맙고 대견하고,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저마다 이런 저런 힘든일, 즐거운 일, 지루한 일과 신나는 일도 서로 다독이며 이어 나가도록 늘 온 마음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 With All My He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