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학년 성장여행 지리산종주-맑고 청명했던 셋째날
작성자
dala
작성일
2016-07-03 18:19
조회
1888
새벽에 일어나 날씨부터 확인해본다. 안개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계속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까지 비가 내린다면 정말 아이들도 많이 지치고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 몸상태를 살펴보니 감기에 걸리거나 다리가 아픈 아이 없이 모두 컨디션이 괜찮다. 어제는 제일 뒤쳐지는 아이 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무리되지 않게 조절하며 걷다보니 시간이 오래걸렸다. 대략 아이들의 속도와 체력이 가늠이 되어 오늘 산행은 페이스 조절을 하기가 한결 수월하겠다. 심리적으로 뒤쳐지면 힘든 아이들은 선두에 세우기로 한다.
하늘이 맑고 청명하다. 드디어 지리산의 아득한 능선을 보며 걸었다. 바위에 드러누워 쉴 수도 있다. 뽀글뽀글 라면반이라는 이름을 지으며 한번 라면을 쏘기로 했는데 세석대피소에서 라면을 쏘마 하고 약속했다. 벽소령부터 장터목 대피소 까지 휴식하고 중간에 밥해먹는 시간까지 해서 9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먼저 앞세워주고 그친구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걷고... 서로 배려하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 어제보다는 많이 지치지 않고 걸었다.
날씨가 좋으니 지리산의 아득한 능선과 운해, 해질녁의 노을까지 모두 보았다. 운무를 보고싶었다는 민석이는 풍경을 보며 많이 감탄하고 기뻐하는 표정이다. 은하수와 별을 보고싶었다는 한결이와 준서는 장터목 산장에서 해질녘부터 보이는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노을지는 풍경에 인생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피곤한 아이들을 붙잡고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해보라고 한다. 포즈를 많이 취한 한결이는 노을과 달이 함께 어우러져 어린왕자 같은 느낌의 사진이 나와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다같이 합체하여 팔이 여러개인 포즈도 취해보고 사진을 보며 깔깔 웃었다. 힘든 오르막을 오르는 산행은 끝이 났다. 한결 마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하루닫기를 하며 자기 자신과 서로에게 대견하고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이들도 제법 상기되고 무언가 가슴언저리에 저마다의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내일은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하여 천황봉에 오르고 하산을 한다. 함께 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온다는 것에 기다려지기도 한다.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아이들도 많다. 하산을 할 때 안전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겠다 다짐하며 잠자리에 든다. 피곤한데 왠지 모를 아쉬움과 벅찬 감정에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 생각보다 편하고 즐겁다. 왠지 모를 따뜻한 느낌도 든다. 돌아가면 이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산행을 하며 더 정이 드는 것 같다. 돌아가면 또 아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이런 시간이 또 언제있었냐는 듯 지낼것이 예상되지만... 뭐 늘 그렇듯이 짝사랑이 아닌가. 아이들과 관계에서는.
저렇게 맑고 깨끗한 날이 찾아와주셔서 참 감사하네요
음... 멀리 올라가는 아이들을 뒤로 두고 있는 서윤이 강유는 사진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듯 해요. 킁킁!
저런 사진 보면 지리산 가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