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학년 성장여행-지리산 종주 첫째날
작성자
dala
작성일
2016-07-03 15:47
조회
2480
*지난 5월 9일 (월)-13일(금) 4박5일간 6학년 성장여행으로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많이 늦은 지리산 여행 후기를 남깁니다. 후기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지리산 종주를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지 2달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투닥투닥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가끔 애틋하게 아련하게 지리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워진다. 아이들과 을 해 먹고 안전하게 걷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흠뻑 빠져들고, 해가지면 자고... 또 걷고... 잘먹고 잘자고 건강하고 안전하다면 더 이상의 걱정이 없다.삶을 살아가며 겪는 어떤 문제도 본능이 앞선 여행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그저 그날의 날씨와 지리산이 주는 아득한 풍경,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씻지 않아도, 화장하고 꾸미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고추장 한수저에도 밥을 나게 먹고 얻어 먹는 고기 한점에 감사했다. 모든 것이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료했던 시간이 참 좋았다. 지리산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자연과 나 자체로 맞닥뜨릴 수 있는 시간과 존재감이었다.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비하며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고 있는지...
지리산 종주를 하는 내내 아이들은 멋졌고, 고마웠다. 이 시간과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행복하고 특별했다. 함께 걷는 내내 내 마음에는 아이들이 참 커졌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말들, 아이들의 표정들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행복해보이는 그 표정들. 맑고 밝은 얼굴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
싸울 여유도 없다. 우리는 그저 걷고 먹고 자고 싸고 탄성을 내지르고 그렇게 걸었다. 하산 할 때까지 아이들이 줄을 맞추어 얼마나 잘 걸었는지.. 지나가던 등산객분들이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잘 걷고 질서를 지키며 산행하는 모습에 놀라신다. 대단하다! 파이팅! 응원해주신다. 아마도 산행 내내 초등학생은 우리 아이들 뿐이라 같은 기간에 산행하신 분들에게는 꽤나 유명해졌을 것이다.한명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투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서로를 살피며 걷는 산행 내내 아이들을 보는 모든 어른들이 얼마나 많이 칭찬하셨는지, 놀라워하셨는지. 어른들의 걱정은 모두 걱정이더라. 아이들은 참 잘해주었고. 이미 어른인 나보다 더 앞서 갈 수 있는 아이들도 있더라. 뒤에서 살피던 태백 선생님이 뒤처지는 친구는 앞으로 보내어 선발에 서게도 한다.자기 속도대로 가면 이미 도착했을 아이들도 큰 불평 없이 묵묵히 친구들과 함께 걷는다.
우리학교 6학년들. 참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나는구나. 아이들이 너무 잘 걸어주어서 교사가 힘들 것이 없었다.
6학년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고 성장하고 있나보다.
"지리산 갈 수 있을까요?"
"지리산은 간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산신이 받아줘야 오르는 거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이들 몸이 더 가볍고 탄력 있어서 더 잘걷는다. 니 걱정이나 하거라. 걷다보면 지혜를 얻게 되는 산이라고 하지 않더냐. 니도 아이들과 걸으며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걸어봐라. 왜 여기에 있는지. 걷다보면 산할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을거다. 5월 첫주라.. 참 좋을 때에 가네. 지리산이라는게 20대에 가보고, 30대에 가보고... 그렇게 갈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곳이더라. 70대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한번은 올라야 겠다 마음먹고 천왕봉 가서 감격에 울기도 하시더라. 10대에 아이들이 지리산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경험이다."
지리산 여행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하던 때였다. 내게는 인생의 멘토이기도 하고 지리산을 집처럼 오르내리시던 삼촌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삼촌의 말이 용기를 주었다.
올해 지리산 종주는 준비부터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다. 3월부터 체력단련을 시작했다. 태경이가 발목에 이상이 있어 깁스를 했고 재서가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뛰지 못했다. 무릎에 이상이 생긴 태욱이, 그리고 작년 바우길 여행 중에 발목에 이상이 생겨 운동을 중단해야했던 준영이 까지... 많은 우려들이 있었는데 정말 한명씩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종주를 앞둔 두달 내내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 갈 수 있을까, 가야할까, 갈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꼭 지리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교사회 내에도 많은 의견이 있었고 혼란스러웠다. 담임교사로서 판단을 하고 책임을 가지고 행해야하는 부담이 크게 왔다. 그러면서도 놓을 수 없던 아쉬움... 그래도 아침이면 운동장에서 줄넘기를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며 체력단련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기다리고 기대했던 바가 있어서 마음 한켠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삼십대가 되어 겨우 오르게 된 지리산이다. 이 산을 아이들이 십대에 만난다니.. 그것 참 큰 경험일 것이다.
많은 과정을 거쳐..
우리는 출발했다.
열세명이 모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내내 있지만.. 그래도 시작이다.
아마도 무사히 하산할 때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리라.
내가 먼저 길을 연다. 평소 산행을 할 때는 바위를 밟으며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편하지만 내뒤로 우리 아이들 열한명이 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신발이 미끄러운 아이, 체력이 달려서 뒤처지는 아이, 다리 한쪽이 불편한 아이,,, 열한명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걷기 편한 길 보다는 아이들이 오기에 좀 더 나은 길을 찾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걸음이 신중해진다. 심리적으로 긴장을 하니 오히려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총대장인 태경이는 나보다도 체력이 더 고 산행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번씩 더 앞질러 가고 싶었을 테다. 간혹 태경이가 내 앞으로 가면 내가 더 어려운 길을 택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뒤따라 오는 아이들에게 태경이가 걸은 길로 따라가라고도 한다. 무거운 내 몸이 더 문제이지. 아이들은 가볍게 바위도 잘 탄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며 교사로서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내 한몸 건사하기 바쁘던 삶에서 아이들을 더 생각 하는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다. 종주를 하는 내내 나 또한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기차를 타기 전 지켜야할 예절을 함께 되짚어본다. 오늘의 일정과 당부해야할 것들, 출발 전 부터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다. 함께 계시는 부모님이 없기 때문에 짐을 더 지고 왔어도 이제는 방법이 없다. 여러차례 점검하고 당부하였기 때문에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만 짐을 챙겨왔으리라 믿는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구례구 역에 내릴 때 여러차례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하였건만 딴 생각을 하다가 역에 다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는 아이가 있었다. 뒤에서 태백선생님이 아이의 짐을 급히 챙겨 함께 내렸다. 내리고 보니 아이의 짐을 챙기느라 태백선생님의 손전화가 든 작은 가방을 두고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무원에게 부탁드리고 상행선 기차로 가방이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이래저래 버스시간이 맞지가 않아 노고단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 질것 같다. 태백선생님과 상의 하여 승합차로 성삼재 휴게소 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이 험해서 멀미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곯아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표지판이 보이고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귀가 막히고 덜컹덜컹 흔들린다. 산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창밖 풍경도 지리산의 품에 들어가고 있음에 따라 아찔한 절벽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한시간 정도만 걸으면 된다. 노고단 까지는 길도 무척 잘 정비되어 있어서 산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지에 가깝다. 그래도 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걸으니 쉽지가 않다. 산행 내내 뒤쳐지다가도 육포만 먹으면 힘이 솟아 올라 앞서가던 신비함을 보여준 민석이. 민석이의 육포는 첫날 부터 점차 닥을 드러냈다. 이것을 알았으면 아껴먹으라고 더 얘기했으련만... 첫날이라 가장 뽀송뽀송한 모습이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노고단 대피소는 시설이 가장 좋다. 아직까지는 다들 즐거워보인다. 짐을 풀고 첫 끼니를 해먹는다. 샘터도 가까워서 밥해먹는 것도 가뿐하다. 몸이 편한 것은 오늘까지.. 내일부터는 7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 산에 오니 밥도 다들 빨리 먹는다. 빈그릇 해야한다, 늦게 먹지 말자 잔소리 할 필요가 없다. 한명도 빠짐없이 어찌나 밥을 잘먹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하루닫기를 하며 노고단 할매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 해주고 내일 부터 안전하게 힘내어 산행하자고 서로 격려했다. 6시에는 일어나야 일찍 출발 할 수 있다. 이른 잠자리에 들며 지리산의 첫 밤이 지나간다.
넉살 좋은 준영이는 산행 내내 형들에게, 예쁜 누나에게, 태백선생님에게 안겨있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한다. 고기도 얻어서 선생님들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어딜 내놔도 잘 살 것 같다.
지리산 종주를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지 2달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투닥투닥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가끔 애틋하게 아련하게 지리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워진다. 아이들과 을 해 먹고 안전하게 걷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흠뻑 빠져들고, 해가지면 자고... 또 걷고... 잘먹고 잘자고 건강하고 안전하다면 더 이상의 걱정이 없다.삶을 살아가며 겪는 어떤 문제도 본능이 앞선 여행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그저 그날의 날씨와 지리산이 주는 아득한 풍경,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씻지 않아도, 화장하고 꾸미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고추장 한수저에도 밥을 나게 먹고 얻어 먹는 고기 한점에 감사했다. 모든 것이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료했던 시간이 참 좋았다. 지리산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자연과 나 자체로 맞닥뜨릴 수 있는 시간과 존재감이었다.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비하며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고 있는지...
지리산 종주를 하는 내내 아이들은 멋졌고, 고마웠다. 이 시간과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행복하고 특별했다. 함께 걷는 내내 내 마음에는 아이들이 참 커졌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말들, 아이들의 표정들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행복해보이는 그 표정들. 맑고 밝은 얼굴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
싸울 여유도 없다. 우리는 그저 걷고 먹고 자고 싸고 탄성을 내지르고 그렇게 걸었다. 하산 할 때까지 아이들이 줄을 맞추어 얼마나 잘 걸었는지.. 지나가던 등산객분들이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잘 걷고 질서를 지키며 산행하는 모습에 놀라신다. 대단하다! 파이팅! 응원해주신다. 아마도 산행 내내 초등학생은 우리 아이들 뿐이라 같은 기간에 산행하신 분들에게는 꽤나 유명해졌을 것이다.한명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투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서로를 살피며 걷는 산행 내내 아이들을 보는 모든 어른들이 얼마나 많이 칭찬하셨는지, 놀라워하셨는지. 어른들의 걱정은 모두 걱정이더라. 아이들은 참 잘해주었고. 이미 어른인 나보다 더 앞서 갈 수 있는 아이들도 있더라. 뒤에서 살피던 태백 선생님이 뒤처지는 친구는 앞으로 보내어 선발에 서게도 한다.자기 속도대로 가면 이미 도착했을 아이들도 큰 불평 없이 묵묵히 친구들과 함께 걷는다.
우리학교 6학년들. 참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나는구나. 아이들이 너무 잘 걸어주어서 교사가 힘들 것이 없었다.
6학년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고 성장하고 있나보다.
"지리산 갈 수 있을까요?"
"지리산은 간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산신이 받아줘야 오르는 거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이들 몸이 더 가볍고 탄력 있어서 더 잘걷는다. 니 걱정이나 하거라. 걷다보면 지혜를 얻게 되는 산이라고 하지 않더냐. 니도 아이들과 걸으며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걸어봐라. 왜 여기에 있는지. 걷다보면 산할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을거다. 5월 첫주라.. 참 좋을 때에 가네. 지리산이라는게 20대에 가보고, 30대에 가보고... 그렇게 갈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곳이더라. 70대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한번은 올라야 겠다 마음먹고 천왕봉 가서 감격에 울기도 하시더라. 10대에 아이들이 지리산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경험이다."
지리산 여행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하던 때였다. 내게는 인생의 멘토이기도 하고 지리산을 집처럼 오르내리시던 삼촌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삼촌의 말이 용기를 주었다.
올해 지리산 종주는 준비부터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다. 3월부터 체력단련을 시작했다. 태경이가 발목에 이상이 있어 깁스를 했고 재서가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뛰지 못했다. 무릎에 이상이 생긴 태욱이, 그리고 작년 바우길 여행 중에 발목에 이상이 생겨 운동을 중단해야했던 준영이 까지... 많은 우려들이 있었는데 정말 한명씩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종주를 앞둔 두달 내내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 갈 수 있을까, 가야할까, 갈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꼭 지리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교사회 내에도 많은 의견이 있었고 혼란스러웠다. 담임교사로서 판단을 하고 책임을 가지고 행해야하는 부담이 크게 왔다. 그러면서도 놓을 수 없던 아쉬움... 그래도 아침이면 운동장에서 줄넘기를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며 체력단련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기다리고 기대했던 바가 있어서 마음 한켠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삼십대가 되어 겨우 오르게 된 지리산이다. 이 산을 아이들이 십대에 만난다니.. 그것 참 큰 경험일 것이다.
많은 과정을 거쳐..
우리는 출발했다.
열세명이 모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내내 있지만.. 그래도 시작이다.
아마도 무사히 하산할 때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리라.
내가 먼저 길을 연다. 평소 산행을 할 때는 바위를 밟으며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편하지만 내뒤로 우리 아이들 열한명이 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신발이 미끄러운 아이, 체력이 달려서 뒤처지는 아이, 다리 한쪽이 불편한 아이,,, 열한명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걷기 편한 길 보다는 아이들이 오기에 좀 더 나은 길을 찾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걸음이 신중해진다. 심리적으로 긴장을 하니 오히려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총대장인 태경이는 나보다도 체력이 더 고 산행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번씩 더 앞질러 가고 싶었을 테다. 간혹 태경이가 내 앞으로 가면 내가 더 어려운 길을 택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뒤따라 오는 아이들에게 태경이가 걸은 길로 따라가라고도 한다. 무거운 내 몸이 더 문제이지. 아이들은 가볍게 바위도 잘 탄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며 교사로서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내 한몸 건사하기 바쁘던 삶에서 아이들을 더 생각 하는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다. 종주를 하는 내내 나 또한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기차를 타기 전 지켜야할 예절을 함께 되짚어본다. 오늘의 일정과 당부해야할 것들, 출발 전 부터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다. 함께 계시는 부모님이 없기 때문에 짐을 더 지고 왔어도 이제는 방법이 없다. 여러차례 점검하고 당부하였기 때문에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만 짐을 챙겨왔으리라 믿는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구례구 역에 내릴 때 여러차례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하였건만 딴 생각을 하다가 역에 다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는 아이가 있었다. 뒤에서 태백선생님이 아이의 짐을 급히 챙겨 함께 내렸다. 내리고 보니 아이의 짐을 챙기느라 태백선생님의 손전화가 든 작은 가방을 두고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무원에게 부탁드리고 상행선 기차로 가방이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이래저래 버스시간이 맞지가 않아 노고단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 질것 같다. 태백선생님과 상의 하여 승합차로 성삼재 휴게소 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이 험해서 멀미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곯아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표지판이 보이고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귀가 막히고 덜컹덜컹 흔들린다. 산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창밖 풍경도 지리산의 품에 들어가고 있음에 따라 아찔한 절벽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한시간 정도만 걸으면 된다. 노고단 까지는 길도 무척 잘 정비되어 있어서 산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지에 가깝다. 그래도 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걸으니 쉽지가 않다. 산행 내내 뒤쳐지다가도 육포만 먹으면 힘이 솟아 올라 앞서가던 신비함을 보여준 민석이. 민석이의 육포는 첫날 부터 점차 닥을 드러냈다. 이것을 알았으면 아껴먹으라고 더 얘기했으련만... 첫날이라 가장 뽀송뽀송한 모습이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노고단 대피소는 시설이 가장 좋다. 아직까지는 다들 즐거워보인다. 짐을 풀고 첫 끼니를 해먹는다. 샘터도 가까워서 밥해먹는 것도 가뿐하다. 몸이 편한 것은 오늘까지.. 내일부터는 7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 산에 오니 밥도 다들 빨리 먹는다. 빈그릇 해야한다, 늦게 먹지 말자 잔소리 할 필요가 없다. 한명도 빠짐없이 어찌나 밥을 잘먹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하루닫기를 하며 노고단 할매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 해주고 내일 부터 안전하게 힘내어 산행하자고 서로 격려했다. 6시에는 일어나야 일찍 출발 할 수 있다. 이른 잠자리에 들며 지리산의 첫 밤이 지나간다.
넉살 좋은 준영이는 산행 내내 형들에게, 예쁜 누나에게, 태백선생님에게 안겨있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한다. 고기도 얻어서 선생님들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어딜 내놔도 잘 살 것 같다.
=====눈물나는 대목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