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셋째날 -배꼽바지게 웃다가 통곡하던 밤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10-03 12:45
조회
1588
여행 마지막 저녁은 뽐내기 대회를 한다. 아이들에게 뽐내기 대회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행사다.  갯벌 탐사대 모둠은 2주 전 부터 대본을 쓰고 연습 일정을 짜서 교실 한켠에 붙여 두었다.  점심시간, 쉬는 시간, 방과후 시간에 틈틈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연극 내용은 꼭꼭 비밀이다. 조금만 알려달라고 졸라도 보안이 철저해서 제목도 못들었다. 마음 약한 아이가 살짝 힌트라도 주면 다른 아이들이 화를 내며 펄쩍펄쩍 뛰니 내용을 알 틈이 없다.  갯벌 어린이 모둠은  여행 중에 다시 내용을 만들어야 했다. 모둠끼리 작은 갈등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힘을 모아 작은 연극을 만들었다. 연습할 때는 서로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며 연습 한다.

갯벌 탐사대 모둠은 방안에서, 갯벌 어린이 모둠은 마당에서 공연을 했다. 모둠별로 공연장도 다르다.  교사들은 내용을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너무도 재미있어 한다. 연습 하는 내내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준비 했으니 얼마나 재미났을까.  그것만으로도 무척 소중한 시간이다.  교사들이 딱히 손을 넣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만드니 부담이 덜 한가 보다. 학년 여행을 오면 뽐내기 대회에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평소 수줍음이 많은 아이가 혼자 나와 노래를 하는가 하면 춤을 추는 아이도 있다.  개인 뽐내기 대회는 즉흥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끝없이 이어졌다.  3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이 결성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 최고 인기 무대는 우리반 최고의 스타 김스타가 선보인 솔로 무대였다. "손 들어!" "요! 어! 어~!" 관객들 호응을 유도하며 쉴새 없이 쏟아지는 김스타의 랩은 무려 2분이 넘게 이어졌다. 김스타가 춤과 랩을 하면 모두가 팬이 된다. 정말 놀랄 정도로 멋진 실력을 가졌는데... 김스타는 아직 수줍음이 많아서 멍석을 깔아주거나 전교생이 모인 곳에서는 절대 나서지 않는다. 6학년이 되면 모두가 김스타의 무대를 볼 수 있을까.. 우리끼리 보기는 아까운데 말이다.

길고긴 뽐내기 대회가 끝나고 콩깍지 발표를 한다.  모두 골고루 받은 뽐내기 대회상! 달달한 간식을 입에 물고 콩깍지 선물까지 받고 나니 모두가 꽤 부자가 된 듯하다.

배꼽빠지게 웃는 시간이 지나고....

교사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부모님 편지를 오늘 밤 읽을까? 돌아가기 전 아침에  읽을까? 여태껏 우는 아이 없이 정말 신나게 놀았는데... 부모님 편지 읽다보면 슬픈 마음이 터져나올것 같은데.. 펑펑 울 것 같은데... 아이들이 부모님 편지를 손꼽아 기다렸기에 저녁을 먹고 모두 모여 편지를 읽기로 했다. 낮은 학년일 때 부모님 편지 읽으며 실컷 울어도 볼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한명 두명 편지를 읽다보니 에고.. 통곡을 하는 아이들도 몇 생겼다.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서 울고 싶은데 귀찮아서 못 울겠어요."  하는 아이도 있다. 부모님들이 써주시는 편지를 읽는 밤이면 아이들이 참 부럽다. 편지에 담긴 부모님들의 마음과 가정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편지를 쓰는 부모님들은 점점 할말이 줄어든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6년동안 부모님 편지를 받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우리반 아이들이 가장 든든하게 여기는 아이도 편지를 읽다가 못읽겠다고 교사에게 편지를 준다. 교사가 남은 편지를  읽어주니 정말 슬프게 운다.  스스로 잘하는 힘이 큰 아이들일지라도... 그래도 아직은 어리고 여린 아이들이지.

배꼽빠지게 웃다가  부모님 편지를 읽으며 통곡하던 밤.

그리고 어느새 다시 시작되는 배게 싸움.

남자아이들은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쉬이 잠들지 못한다. 속삭이듯 "우리 소나무 밭에 나가서 바다 보고 별보고 올까?" 하고 말했더니 아이들 모두 신난다는 듯 따라나선다. 밤에 보는 소나무 숲은 묘한 느낌이다. 구불구불 뱀 같기도 하고,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있다.  고양이가 밤 산책에 따라나선다. 소나무 숲을 걷다가 바다도 보고 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별도 본다. "선생님 이제 돌아가요." 어두워지니 무서운가 보다. 더 가고싶은 마음은 접고 아이들과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밤 산책은 언제나 좋은 기억을 준다.

 

 



 

 

 



콩깍지

콩깍지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

콩은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는 것처럼

콩깍지도 칭찬을 해주고

잘해줘야 한다.

내 콩깍지의 장점

내 콩깍지는 장점이 많다.

눈이 크다.

착한 일 해주기가 쉽다.

재밌다.

무서운 이야기를 잘한다.

이것들이 내 콩깍지의 장점이다.

아참! 내 콩깍지는 그림도 잘그리고 착하고 예쁘다.

<콩깍지야, 콩깍지야>

콩깍지야, 콩깍지야.

너는 참 친절해.

가끔씩 화를 내기도 하지만 쉽게 화를 내진 않아.

콩깍지야, 콩깍지야.

너는 참 특이해.

가끔씩 평범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3번 밖에 없어.

콩깍지야, 콩깍지야

너는 참 잘 웃어.

가끔씩 힘들어 하지만

너는 참 긍정적이야.

이제 끝내고 다른 착한일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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