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캠프힐 코워커 기본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며...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8-11-16 01:05
조회
1366
캠프힐 공동체 코워커 기본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며... by 해님

 

2018년 4월 - 12월

 

* 캠프힐이란?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깊은 감명을 받은 칼 쾨니히 박사를 비롯한 망명자들에 의해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로 시작되어 전 세계 100여개의 나라에서 장애.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일터, 삶터, 배움터.....

 

* 연수에서 함께 다뤘던 내용

캠프힐 공동체 철학 - 슈타이너의 인지학, 삼지성, 4기질론, 7년주기설, 12감각.

사회복지이론에 기반 한 공동체성 - 공동체와 영성, 자기실현, 구성원의 역할과 변화, 한국사회복지의 미래.

특강- 자기결정과 법률,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예술경험 - 오이트리미, 합창, 리코더합주, 조소, 목공, 수공예 등

 

* 방학이 되면 쉼과 배움의 시간을 보낸다. 방학 중 4-5일 몰입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만날 때 짜릿한 힘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배움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힘이 된다. 그 힘으로 또 새 학기를 준비하고 아이들 만날 힘을 낸다. 올 해는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방학 중 만난 짜릿함과 새로움이 학기 중에도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 약 발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연수를 찾았다. 교사회의 배려로 한 달마다 열린 긴 연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학교 일정과 겹쳐지는 때가 많아 실제는 5회기 정도 함께 했다. 2박3일 워크샵 일정도 있었고, 사회복지법인 <양평 캠프힐마을> <장봉 혜림원> <연천 즈믄해> <성남한마음복지관> 등 열린 장소가 다양해 자연스럽게 기관 방문도 이뤄졌고, 장애인의 성인기를 함께하는 복지사, 교사, 부모,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 일상에서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던 바램과 달리 평일 특별 연차를 쓰고 애써 양평까지 달려갔지만 강의 시간 내내 지난 기억을 더듬다 정신 차릴 때 쯤 하루를 꽉 채운 시간이 끝나 있었다. 김은영 선생님의 또랑하고 명쾌한 강의를 들을 땐 뭔지 알 것도 같았는데 돌아와 추천하신 책을 읽어보면 보이는 것은 글자요. 겨우겨우 슈타이너의 [12감각] [특수교육학 강의] 두 권 읽었다. 아니 글자를 봤다.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 [루돌프 슈타이너의 자서전]은 거실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 그래도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이 내 몸 어딘가에 알알이 스며들어 다른 곳에서 비춰지길 바래본다. 다행인건 [교사를 위한 인간학; 김훈태]을 다시 읽었는데 전보다 훨씬 쉽게 읽혔고 맥락이 좀 이해되고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언젠가 내 머리와 눈의 트이는 날이 오겠지.

 

* 사례 나눔 시간.

발표자가 조심스레 사전 동의를 구한 사례회의 대상자(성인)의 키, 체형, 몸짓, 말투 등 자신이 관찰한 것을 최대한 묘사하듯 표현한다. 좋아하는 음식, 공동체에서 생활 등을 이야기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려움이나 행동문제(도전적 행동)에 대해 어떤 지원방법이 있을까 경험을 함께 나눈다. 그 대화가 너무도 진지하고 정성되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흔한 사례관리회의 같지만 완전히 새로웠다. 대상자의 진단명, 생육사, 교육경험이라는 설명에 갇히지 않고 먼저 보이는 자체를 묘사하는 것, 그리고 그가 가진 어려움이 어떤 비정상성과 연결되는지, 장애 진단명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진단명에 갇히지 않으니 훨씬 유연해 진다. 그 동안 도움, 교육, 배려, 지원 이라는 이름으로 진단하고 분절하고 견고하게 나누는 것을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응용행동분석에 기초한 행동지원에 많은 부분 동의 한다. 행동의 기능과 맥락을 이해하고 증거에 기반 한 근거를 가지고 교육계획을 짜고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의 효과를 안다. 하지만 보이는 행동 뒤에 보이지 않은 내면이 있음을, 현생을 살아가는 존재 이전 혹은 이후에도 지속되는 존재가 있을 수 있음을 그러한 것들이 지금 내가 만난 소중한 아이의 경향성임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기 전에 성급한 판단의 말이 앞선다.

 

* 연수 내 곳곳에서 느껴졌던 환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던 작은 꽃들, 따뜻한 차와 건강하고 맛깔난 음식, 세심한 문자로 일정을 알리는 배려, 매 시간 함께 부른 노래, 초등학교 이후 처음 꺼낸 리코더로 합주를 완성해 낸 규칙적인 흐름이 있었다.

2박 3일 워크샵에서는 낯선 이와 한 방을 함께 썼는데 어느덧 가족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까지 이어진 맥주 한 잔은 함께 낮에 배움을 곱씹어 보고, 서로의 공동체 이야기까지 나눈다. 멀리 연천을 뚜벅이로 온 나에게 기꺼이 품을 내서 차를 태워주신다.
긴 연수가 생각만큼 뜨겁지도 짜릿하지도 일상과 충분히 연결이 되진 않았지만. 어느덧 스며들어 서로를 살피는 마음, 나의 존재를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연결되었던 것은 긴 연수의 힘이었던 것 같다.

* 지금 돌이켜 보며 나와 우리 가족이 칠보산에 자리 잡게 된 첫 씨앗이 된 캠프힐이다. 나에게는 시작이자, 유토피아인 공동체다. 10년 전 [캠프힐에서 온 편지]를 읽고 우리 아이들이 특수학교 vs 일반학교 통합반의 이분법에서, 대안학교라는 생소한 학교를 알게 되었다. [대안학교 길라잡이] 책에 소개된 학교 중 통합교육을 하는 곳. 수도권 인근지역, 종교에 기반 한 곳이 아닌 곳의 조건을 찾아 몇 학교를 추렸던 가운데 칠보산자유학교가 있었고. 학교설명회에 왔었는데, 이제는 그 설명회를 준비하는 내가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와 연결되었을까? 뭘 배우고 왔는지 제대로 설명 못하는 연수후기를 마무리 한다. 캠프힐 코워커 실습과정은 다시 짬을 내서 공유하고 싶다.

전체 4

  • 2018-11-20 20:23
    계절이 바뀌는 내내 다녀오셨군요. 꼬옥 아주 천천히 듣고 싶네요 ~~

  • 2018-11-21 12:40
    오랜만에 누리집 둘러보다 오래 멈춰 읽어보았네요. 선생님 해님이 깊게 느껴지네요.^^

  • 2018-11-22 12:40
    해님쌤의 연수글 잘읽었어요.
    전체내용은 한번에 담기 어려웠지만, 마지막 네줄은 완전공감100%입니다.

  • 2018-12-13 21:48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셔서 연수를 다녀오셨네요.
    장애인의 성인기를 함께하는 분들께는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을지,
    캠프힐 코워커 실습과정은 어떠셨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