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8월]발로르프 학교교사 아카데미 연수 -by봄날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6-05-17 19:09
조회
1453
<발로르프 학교교사 아카데미> 6학기를 마치며

2012년 여름이 되면서 조금 더 근본적인 삶의 고민, 교육의 고민을 만나면서 찾게 된 발도르프 교사아카데미. 가진 것을 다 소진하고 마는 교사가 아니라 늘 배우는 교사이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막연한 이끌림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예비학기 포함해 7학기를 공부했습니다. 처음부터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독일 교수님들의 강의가 생생합니다. 통역을 통해 강의 현장에서 이해하며 들어야 하고 어떤 텍스트도 사전에 주어지지 않는 진행방식이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했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만큼만 의미 있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다녀와서 연수 후기를 올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깊어서 한두 마디 말이나 글로 전달하는 것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섣부르고 어설픈 전달이 마음 편치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더랬지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6학기를 진행하였는데, 이로써 학교교사 아카데미 1기가 모두 끝납니다. 중간에 독일 해외 연수도 있었고 다른 특강들도 있지만 방학마다 하는 학기는 마치게 됩니다. 다음 겨울부터는 2기가 시작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저는 방학마다 하는 그 꽉 찬 일주일의 연수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고민하고 학교에서도 나름 실험해보려 했습니다. 어떤 분은 발도르프 교육이랑 우리 학교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모양새와 내용이 다르기는 합니다. 그러나 공부하면 할수록 닮은 부분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고민의 출발점이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매우 치열하게 고민했던 어떤 부분들은 발도르프 교육에서 이미 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었고 루돌프슈타이너의 100년 전 강의록에 나와 있기도 합니다. 교육이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점입니다.

또 우리 학교에서 긴장을 놓지 말고 살펴야 할 부분들도 보입니다. 아이들의 리듬을 고려한 학사일정을 짜는 것, 저학년 교육과정에서 너무 급히 진행하지 말아야 할 것들, 음악 수업이나 예술 수업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해 둔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하겠지요.

발도르프 연수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발도르프 교육을 특별한 교육방법이나 기술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과 우주의 연결, 이 세상의 연결을 알고 그것을 교육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부입니다. 어쩌면 모든 인간에 대한 공부가 그렇겠지요. 처음에는 습식수채화, 형태그리기, 조소, 오이리트미 같은 분야와 방법들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아이들과 할 구체적인 활동에 마음이 많이 갔다면 지금은 그런 것들이 나온 배경과 정신에 대해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이번 여름 연수에서는 인간학, 미디어, 합창, 연극, 오이리트미, 음악을 했는데, 마지막 학기라서 마지막날에 예술발표회를 했습니다. 저는 연극을 선택해서 일주일 동안 연극 한 편을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는 팀에서 공부했습니다. 배역을 정하고 여러 파트로 나누어진 팀에 들어가 연극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빠진 없이 다 해보면서 우리 6학년들이 생각났습니다.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은 멍청한 캐릭터를 가진 조연이었는데, 온몸으로 망가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더 바보스럽게 하기 위해 집에서 몰래 연습을 해보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처음 대본을 받을 때, 역할을 정할 때 얼마나 막막하고 두렵고 자신감 없을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더랬지요. 교사로서는 아이들의 그런 마음과 심리, 두려움 같은 것들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프랑크푸르트에서 오신 두 분의 연극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매우 많은 교사의 역할을 배웠습니다. 연극을 함께 한 연수생들 모두 교사로서 나름 자신 있는 분들이지만 연극을 하며 얼마나 자기를 깨고 나오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절절하게 느꼈다고 돌아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나무꾼 선생님, 최원배 선생님, 달아 선생님이 새삼 위대해 보이기도 합니다. 또 이전에 연극을 했던 우리 학교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연극의 과정에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도 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학 수업에서는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교사의 ‘자기연마’ 입니다. 교사는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은 방법으로 수련 또는 명상의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주셨는데 새겨들을 내용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기질적 특성을 갖고 한 교실에 모여 있지요. 사람이 모두 다 다르듯이 교사도 여러 기질적 특성 가운데 한 가지를 조금 더 강하게 갖고 있을 수 있고요. 그러나 교사는 자기의 기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지요. 다양한 아이들의 요구와 특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한 교사가 완벽할 수는 없는 일이고, 교사마다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고 말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만 놓아두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자기 연마를 통해 더 성숙한 인간에 이르도록 연습해야 하는 면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학교에 있다 보면 스스로 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그 모자람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 순간에 또 한 계단 성숙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창 수업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70명의 선생님들이 러시아 노래 한곡을 남녀 혼성 4부 합창으로 불렀습니다. 한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목소리들의 색이 모여 한 하모니를 이루는 노래 자체가 좋습니다. 아름답고도 조화로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교사 스스로 충분한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셈입니다. 정색을 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듣는 것,그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속에 서 있는 것,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미디어 수업에서는 시청각 미디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현실이나 실재가 아닌 ‘허상’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엮어주셨습니다.그냥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아이들의 발달에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인간학, 동물학, 식물학, 광물학, 감각론, 음악, 합창, 오이리트미, 조소, 형태그리기, 수학, 과학, 습식수채화, 담임교사의 과제, 장애통합 모델, 미디어, 인간학과 자기 연마, 기하학...

7학기 동안 이런 내용들을 다루었지만 아직 충분히 공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꼭지마다 꽉 짜여진 구성과 세심한 준비가 돋보이는 강의의 질, 수준 높은 교수진 덕분에 통역으로 들어도 매우 생생하고 감명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교사로서 사는 일이 참 고맙다고 여러 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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