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1일] 초봄 수원화성의 데굴데굴 구른 추억 - by 달아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28
조회
1561
아이들과 학교 풍속화를 그리기 수업을 준비하며 그동안 즐거웠던 추억을 꼽아보았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즐거운 추억 중에 하나가 수원화성에서 빙글빙글 뒹굴었던 일이지요.
학교밖학교를 두번째 나가는 신입교사와 생동감 넘치는 3학년 아이들이 말 그대로 수원화성에서 데굴데굴 굴렀답니다.

봄비가 내렸고,,, 아직은 추웠던, 봄꽃들이 조금씩 봉우리를 맺던, 4월의 이야기입니다.전날 비가 많이 왔고, 땅은 질퍽질퍽했지요.
수원화성을 걷다가 문득 한 아이가 "아~ 구르고 싶다, 선생님 구르면 안돼요?" 하고 묻습니다.
"글쎄...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요! 전에도 굴러봤어요!"

아이는 가방을 내던지고 수원화성의 언덕배기에서 도토리처럼 데구르르 구릅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도 신이나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가방을 벗어던지고
데구르르르르 데굴데굴 또르르르르  통통통
구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혹 다치지 않을까, 비에젖은 잔디밭을 구르며 점점 더러워지는 아이들 옷에 조바심이 납니다.
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진짜 재미있어요!" "신나요!" 소리칩니다.
자연에서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도 거리낌 없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보였지요.
아.. 어머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허나... 나중에 양해를 부탁드리더라도.
아이들을 말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말 재미있어보였습니다.
결국,., 저도 참지못하고 아이들을 따라 굴러버렸습니다.
저는 데굴데굴이 아니라 둥글둥글이 되어버렸지만요.
"달아선생님 구른다!" "얘들아~ 선생님 굴러!"
무겁게 구르는 저의 모습에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납니다. 한바탕 구르고 멈추었을 때 정신못차리며 일어나는 저를 보고 또 웃어댑니다.
"선생님! 진짜 진짜 재미있지요?"
"응! 진짜진짜 재미있고 신난다!"
"선생님이 구르는 건 처음봐요!"
"다시 같이 굴러요!"

데굴데굴 데구르르 통통통 또르르르르        (무겁게)둥그르르르

수원 화성언덕배기에서 작은 도토리들과 커다란 호박덩어리가 일제히 구르고 또 굴렀지요.
지나가던 어른들이 그 모습을 보십니다.
"아이구 잘노네, 그래 아이들은 이렇게 놀아야지, 요즘 애들은 저렇게 못놀던데 말이야.." 하고 흐뭇하게 보십니다.
혹여나 어른들의 걱정어린 눈으로 아이들을 질책하시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는데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 자체의 생동감있는 모습을 좋아하십니다.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감동적일 때가 있습니다.
굳이 어떤 것을 던져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창조해냅니다.
작은 것에 흥분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한참을 집중하기도 하지요.
또 어떤 것을 발견한 아이가 소리치면 모두 우르르 몰려가 한참을 구경합니다.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은 창조자이자 예술가입니다.
집중력은 어찌나 높아지는지... 교실에서 볼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도 보여주지요.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놀랍습니다.

놀 줄 모르는 아이들을 많이 봐왔기에,
첫 만남에도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며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아이들을 많이 봐왔기에.
이렇게 도토리 같이 노는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이순간이 최고의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놀줄 아는 우리 아이들.
자연과 친구하고 어울릴줄 아는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행복해보입니다.
잘 노는 우리 아이들이, 삶을 즐기고 작은 것에서도 소중함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놀이'란 자발적 행위에서 시작되며 그 힘은 실로 놀랍게도 '행복감'이라는 삶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놀이'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중에서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 처럼. 놀이하는 인간임을... 놀 줄 아는 어른이 되어요, 우리!

 



꽃봉우리가 전날 내린 비에 젖었습니다.



아이는 신나게 놀다 잔디에 드러누워 쉬고 있습니다.



2학년때 여러번 도전해도 못탔다는 화성열차를 드디어 탔습니다!


아이야, 어여뻐라!



덩어리째 구른 호박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 함께 오지 못한 친구가 있어. 13명이 모두 있는 풍경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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