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4일] 내게도 시가 왔어요 - by 가야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0:35
조회
1387
지난 10월 6일 등산백일장이 있었어요.
우리가 다함께 시를 쓰는 날.


모두가 오르내리는 산자락, 내 얼굴에 닿는 바람, 나와 함께 걷는 짝,
우리가 보고 듣고 만나는 모든 것들이
마음 깊이 들어가서 머물다가 글로 나오는 참 아름다운 날.

이날 우리 학교 어린이들은 모두 시인이 되지요.
어여쁜 말만 골라쓰지 않고 보통의 말을 아름답게 부릴 줄 아는 우리 학교 어린이들은 시인이 맞아요.

그러면 시가 우리에게 어떻게 오는지 들여다볼까요.



길을 가다 꽃을 꺾는 남자의 가슴으로 오고요



낡은 집 새 거미줄을 가만히 바라보는 눈으로도 와요.



휘몰아치는 생각의 폭풍으로 폐허가 돼버린 집에 앉아 있다보면
고뇌의 시가 오고요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불쑥!
시가 나타나기도 하네요.



친구가 건네는 무언가가 시가 될까싶어 손길이 조심스럽지요.



오늘같은 날에는 이런 간식도 다 시가 되겠지요.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며 시를 찾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시는 종이 위에 또박또박 펼쳐집니다.



그러다 가끔!
개구쟁이 시는 콧구멍으로 오지요.

당대의 감각과 사고를 뛰어넘은 내용과 형식으로 심사위원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한 꼬마 이상이 나오고
더는 말을 보탤 수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서정시가 나오고
인민을 선도하는(선동 아닙니다^^) 참여시도 오고, 시의 옷을 입은 설명문과 논설문이 오고
평소 글쓰기를 꾸준히 했구나 짐작하게 만드는, 감성과 관찰과 표현이 빼어난 시인군단이 몰려오고..

교사회의 치열하고 치밀하고 어쩌다보니 치사할 수도 있을 심사과정^^
이번 백일장 수상작은 내일 발표합니다.
내 이름 부를까 싶어 선생님 입만 보며 기다리고 기다리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늘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몰려오네요.
그래도 우리 학교 아이들은 시인들이니까 다 이해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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