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5월]메르스-by 가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6-05-17 18:02
조회
1238
지난 수요일이었다.
학교에 온 아이들은 메르스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부모님에게서, 뉴스로부터,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중동에 놀러갔던 할아버지가 낙타한테 감기에 걸렸는데,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그게 퍼져서....
-우리 아빠 말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고 그랬어.
-그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서 나라 이름이 다를지 몰라.
-그래 맞아!

징이 울리고 아침열기 시간에 용화사에 갔다.
하늘이 참 파랗고 바람이 멋진 날에 어울리게 아이들이 팔랑팔랑 걷는다.
용화사에 당도하자마자 우르르 산신각 뒤쪽 바위로 향하는 아이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바위 틈틈에 박아놓은 동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 돈 주웠어요!"라고 외치며 이 뜻밖의 수확물을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몇몇 아이의 눈 앞에서
'너도 다 알면서...' 생각하고는 웃는다.
부러 돌 틈에서 꺼내지 않으면 주울 수가 없는 동전을 매번 주웠다고 말하는 아이는 한번쯤 이런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너 가져라!!"
하지만 돈이 제 호주머니로 들어올 일이 없다는 걸 금세 받아들인 아이들은 산신각 안에 들어가 둘레둘레 살피다가 절 마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봄날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반 아이들이 아직 지상에 발이 닿지 않은 천사들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 꽤 많은데
아! 이 아이들이 땅에 제대로 뿌리내렸구나 싶은 때가 있다면
땅을 발로 열심히 비벼가며 흙먼지에 휩싸이거나 철퍼덕 주저앉아서 손을 하얗게 만들 때.
이런 모양새가 바로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용화사 마당 중 우리반 아이들의 자유로운 발길과 분주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이 마당은 하늘의 아름다운 천사들이 무사히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마당에서 하는 아이들 놀이는 대개 비슷한데, 작은 자갈을 모아다 탑을 쌓고 공기놀이를 하고 돌멩이 하나하나를 뒤집어본다.

돌멩이를 탐색하던 한 아이가 외친다.
"애들아! 여기 벌레 있어! 선생님! 여기 벌레 있어요!"
가까이 가서 보니 길이가 1밀리미터쯤에 색깔은 하얗다.
현미경 같은 아이들 눈과 관찰력에 감탄할 정도로 아주 작다.
나는 찾으라 해도 못 찾을 것이다.

"이거 메르스처럼 생긴 벌레야!"
"야, 메르스는 낙타에서 온 거라 낙타처럼 생겼어."

메르스처럼 생긴 벌레와 낙타처럼 생긴 메르스라니!
어느날 우리 앞에 등장한 메르스처럼 전혀 새로운 종류의 대화를 나누는 이 아이들이 바로 메르스같은 아이들이다.
하하하!

학교를 쉬는지 안 쉬는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메르스가 낯선 질병이지만 학교를 쉴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바다별 선생님이 평소에 여러 번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 손 잘 씻고 다니고, 밥 잘 먹고 열심히 뛰어놀자고 그랬는데...

점심시간에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우리 학교는 메르스에 대한 대책에 관심이 없군요."
허허허허허...

하루닫기 시간에 이틀간 학교 쉰다고 말하니 입꼬리 올라가며 아주 좋아하던 아이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메르스에 분명 고마워하고 있을 천진난만한 친구들!
다들 집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집에서 날마다 뭐하는지.
귀까지 올라간 입꼬리가 조금은 내려왔는지 더 올라갔는지.
학교가 살짝 그립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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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어수선한 이 상황.
누군가는 정부의 무능을 이야기하나 내 눈에는 이 정부가 참 대단해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대중들의 정서를 잘 아는지 중요한 이슈들이 다 묻히고 있다.
낯선 이름의 전염병. 참 세련된 공포정치.
우리들의 지나친 동요를 막는 어떤 기사를 함께 나누고 싶다.
(사실과 다르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겠지만^^; 읽는 분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94532.html

http://www.nature.com/news/south-korean-mers-outbreak-is-not-a-global-threat-1.1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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