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5월]부처님 오신 날 무렵에-by가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6-05-17 17:53
조회
1222
#1
석가탄신일 전이었다.
휴일을 언제나 반기는 아이들이 이번 월요일에 왜 쉬냐고 물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그랬더니, 아이들 사이에서 잠시 이런 이야기가 돈다.

아이1 : 전 부처님 안 믿어요. 신 따위는 없어요. 그거 사람들이 다 지어낸 이야기예요.
아이2 : 야, 너나 안 믿지 남들은 다 믿거든!
아이3 : 맞아, 나는 하나님 믿어.
아이4 : 교회 다니는 애들은 하나님이고 안 다니면 하느님이야.



#2
텃밭일을 마치고 땀 범벅이 되어 교실로 돌아오는 길.
용화사부터 아래 마을어귀까지 길게 매달린 연등이 참 아름답다.
"선생님 저걸 뭐하러 달았어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달았다고 했더니 이렇게 답한다.
"부처님이 왔다고요? 설마 그럴 리가요!"

(아이들이 '따위'나 '설마'와 같은 어휘를 어쩌면 이렇게 적절하게 구사하는지 깜짝 놀라곤 한다.)



#3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가끔 너희들의 마음이 다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2학년들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타고 화제가 종교로 넘어가다가, 각자의 종교와 종교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다가,
대책없이 이런 말을 하고야 말았다.
"우리 학교 선생님 중에는 부처님이랑 이야기하는 분이 계셔."
누구냐고 물어보면 뭐라 답할지 수습이 안 되어 불교도인 분을 아무나 주워섬겨야지 싶었는데....
한 아이가 자신있게 말한다.
"나 알아요. 나무꾼 선생님이요!"
'잉??? 나무꾼 선생님???'

왜냐고 물었더니...
"있잖아요, 언제 용화사 막 올라가는 거 봤어요. 또 선생님들 대표니까.."
(용화사 올라가는 게 부처님과 대화하러 가는 것이었다니! 게다가 우리 학교 대표교사가 되면 신과 핫라인 개통?)

아이들과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아니... 이러한 이야기에 한번씩 휘말리고(!) 나면
영혼이 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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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연휴를 보내고 오니 아이들 표정이 좀더 밝아졌다. 역시 휴일은 좋다!
이왕이면 4대성인 탄신일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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