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텃밭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1-03-21 00:22
조회
777
첫 텃밭에서    (이제는 사라진 텃밭 풍경을 그리며. )

 

올해 첫 하루 이야기는

흙을 만지고 그 위를 거닐고 노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매해 아이들과 시작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들 듯

텃밭을 거닐며 비로소 움이 튼다.

 

한해 농사가 끝나고 돌보지 않은 텃밭에는

낮게 봄이 시작된다.

 

땅에 바짝 엎드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옥 알맞게 올해 첫 풀들이

빼꼼히 피어있다.

 

이전에는 웅크린 풀들이라 표현했는데

여러 해 거듭 보니 아니다.

우리가 몸을 웅크리고 낮추어야 하는 거였다.

풀들은 땅의 맥박이 툭툭 뛰듯

힘차게 일어서고 있다.

 

꽃다지, 쑥, 지칭개, 개불알, 냉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며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여겨진다.

 

땅의 온기를 손끝과 코로 느낀다.

발견하고 들여다보며

봄의 시작을 경험한다.

 

 

*아이들 글

 

생물

추워서 그런가? 땅 위에 생물들이 안 보인다.

추운 건 맞는 것 같다. 나도 추우니까.

'하지만 땅 위에 생물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서

내 눈으로 자세히 봤다. 하지만 생물은 보이지 않았다.

하우스 옆에 닭과 토끼는 제외다.



 

냉이

냉이를 봤다. 벌써 냉이가 났다. 냄새도 맡아봤다.

윽 쓴 냄새가 난다. 근데 다 짝다. 호미로 캐려고 호미도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삽으로 캤는데 잘 안캐졌다. 그래서 그냥 바닥에 놨다.

 

흙에 냄새는 고소다.

쑥에 냄새 신기하다.

왜 냄새가 나는 걸까?

신기하다.

 



 

 



흙냄새는 맡았다.

이상한 게

흙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텃밭에 갔는 데 흙이 딱딱하다. 많이 갈라져 있다. 흙에 누군가에 발자국이 찍혔다. 음... 아무래도 그루터기 선생님 발자국 같다.

(*지난해 마지막 텃밭 시간에 그루터기 선생님과 텃밭에서 땅을 파고 고구마를 구워먹을 때 남겨진 발자국이라고 말함.)

흙 바닥이 딱딱해도 여전히 촉촉했다. 나도 흙바닥에 내 발자국을 찍고 싶었지만 바닥이 딱딱했기에 찍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흙 냄새라도 맡았다. 그다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꽃다지

꽃다지를 봤다.

꽃다지 꽃을 봤다.

꽃다지를 나물로도 해 먹는다던데

무슨 맛일까?



딱다구리 소리

오늘 텃밭에서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났다.  조금 시끄러웠다.

그래서 내가 장난으로 "딱따구리야! 나무에서 살지 말고 아파트에서 살아!" 라고 말하니까

딱다구리가 "그럼 너는 아파트에서 살지 말고 나무에서 살아!" 라고 했다고

달아선생님이 전해줬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