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감자를 캤다. 우리들 텃밭에서.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9-07-03 23:05
조회
87
1학년과 감자를 캤다. 지난 봄 부터 텃밭 오면 형님들 따라, 길섶 샘 이야기 따라 고랑 가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뭔가를(?) 했다. 아직도 엉덩이가 하늘로 솟을 때가 더 많고, 토끼랑 닭에게 풀 준다고 후루룩 달아난다. 일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게 키워낸 감자지만 100여일 지나니 어린이 농부들 첫 손길에도 감자알이 여물었다. 감자를 캐자하니 호미로 땅을 팍팍 찍어낸다. 보다 못한 길섶이 삽으로 살살 땅을 한 삽 떠내니 동글동글 감자가 등장한다.

여기저기 재빠른 손들이 주워 담는다. 땅 속에서 쏙쏙 골라내니 감자 캐는 재미가 붙는다. 어느덧 팍팍 대던 호미질도 살살 감자를 골라가며 캔다. “엉덩이탐정” 닮은 우리의 첫 수확물이 두 상자나 가득 찼다.

 

호매실로 이사와 시작한 텃밭일이 벌써 다섯 해다. 아이들이 농사일 배우는 것처럼 나도 학교에서 몸으로 농사를 배우고 흉내 낸다. 돌을 골라내고 땅을 일구고 아무리 애써도 기본인 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쉬운 감자 농사도 알 여문 감자를 만날 수 없다. 가을 농사의 꽃이라는 무, 배추는 모종을 심고 나서 부지런히 물을 줘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흉내는 내고 있었는데 올 해는 학교 텃밭 끝자락 <도토리 시민농장>에 땅을 조금 얻었다. 우리 옆 텃밭은 린이네, 그 옆은 1학년들, 또 그 옆은 다엘이, 진서, 건이......서로 아는 우리가 함께 텃밭을 일구니 참 좋다. 어느새 일상으로 농사가 한 걸음 가까워 졌다.

 

2학년 어린이는 참 부지런한 농부다. 학년일 끝내고 잠깐 쉬는 틈에도 자기 텃밭에 가서 스스로 풀도 뽑고, 토마토가 익으면 주겠다며 제 텃밭 자랑이 한 창이다. 친구네 텃밭에 가끔 물도 주며 챙기고 훈수도 둔다. 액비로 쓰려고 오줌을 모았더니 뭐냐고 한다. 그거 해님 오줌인데 비료가 된다고 하니 깔끔한 진서도 손에 오줌이 묻는 것 신경도 안 쓰고 빌려간다. 어떤 날은 우리 오줌이 건이 네도 뿌려지고 3학년 텃밭에도 뿌려진다.

오줌도 나눠 쓰는 사인데 텃밭 수확물은 어떤가... 밭에 심지도 않은 상추를 얻은 덕에 저녁상이 푸짐하다. 마트에서만 봤던 콜라비가 다엘 이네 텃밭에서 자라는 걸 보니 참 신기하다. 쑥쑥 잘 자라는 린이네 옥수수를 보니 내년에는 저것도 심어봐야지 생각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학교 구성원과 텃밭을 둘레둘레 같이 하니 자연스레 나눠야 할 것이 생겨 함께 할 것도 풍성해졌다는 누군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아이와 강> 남기업 소장님의 ‘토지 공개념’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우리학교 텃밭인 듯..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어우러지는 땅, 개인이 소유하거나 매매 하지 않는 땅, 소량 다품종의 농업 다양성이 실현되는 땅! 나라에서 해 줬으면 하는 일을 별을 심는 농부 한 사람이 꾸려가고 있는 곳이다. 땅을 지키고 계시는 자작나무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방학이 오더라도 서로 서로의 품과 관심이 이어지리라. 올 해 가을 농사도 다 짓고 나면 텃밭살림, 가족과 이웃 텃밭, 몸으로 느낀 농사, 더 나아가 ‘농교육’, ‘농적삶’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전체 2

  • 2019-07-04 15:51
    진호가 가지고 온 감자를 보며 기분좋았어요. 그 감자로 카레를 만들어주니 잘먹네요.
    오늘은 감자 튀김을~!!! ^^ 가끔 건이네 따라가서? 소환되서? 가보면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와~~~ 토마토다! 콜라비다! 애호박이다~!
    시장에서만 보던것을 여기에서 .... ㅎㅎㅎ

  • 2019-07-05 10:51
    농부는 오로지 땀으로 일구어 수확을 하죠. 땅의 소중함을 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