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강‘자유와 생명의 공동체’ 수원칠보산자유학교는,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고,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져서 2008년부터 열린강좌 ‘아이와 강’을 꾸준히 열고있습니다. 아이는 자라고, 강은 흐릅니다. 아이와 강은 우리에게는 큰 화두와 같습니다. 아이와 강은 그 존재 자체로서 생명을 상징합니다. 아이는 언제나 순수하고, 강은 늘 생명을 품어 줍니다.  아이와 강은 한결같지만 또 얽매임 없는 자유입니다. 우리 모두 아이에서 출발하여 자라고, 흐르고 또 만나고 이어집니다. 우리는 생명과 자유, 자라고 만나고 이어지는 아이와 강에게 배웁니다

아이와 개울을 시작하며_제1회 아이와 개울 후기

작성자
정태윤
작성일
2022-04-06 05:11
조회
468
‘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은 흩어지지 않고 흙과 만나서 ‘도랑’을 만듭니다.
도랑과 도랑이 함께 하면 사람들이 모여 빨래를 할 수 있는 ‘개울’이 됩니다.
개울이 합쳐지면 아이들은 ‘개천’에서 멱을 감을 수 있습니다.
개천보다 큰 ‘내’는 한참 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마르지 않습니다.
‘가람'은 배를 띄울 수 있을 만큼 물줄기가 커질 때 부르는 이름입니다.
가람의 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물과 물이 합쳐져 줄기가 불어나듯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공동체가 커집니다.
도랑, 개울, 개천, 내, 가람, 바다 중 우리 학교가 어디쯤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비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들은 가족들과 만나 도랑이 됩니다.
도랑 같은 가족이 자유학교에 모여 개울을 이루었습니다.
개울에서는 물줄기를 두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구성원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자 합니다.
개울에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바짓단을 살짝 접어 건널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 사람들은 나와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합의를 이루어갑니다.
이러한 사유를 거쳐 ‘아이와 개울’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는데 그 안에 무엇을 채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채우기 위해 ‘대안교육 20년을 말하다(민들레)’라는 책을 읽고 2022년 3월 26일에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첫자리임에도 구성원들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져 다음날에 또 만났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학교 철학을 되돌아봤습니다.
우리 학교 가치 중 ‘자유’가 가장 중요한데, 자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구성원이 정의하는 바를 적어서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날 모인 사람들은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저항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라는 정의에 동의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우리에게 맞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지향하는 생각하는 가치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학교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대안교육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모였는지를 생각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정체성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안교육 활동가, 대안학교 구성원이라는 2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안교육 활동가'라 함은 교육의 대안을 찾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아마 우리 학교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교사, 학생, 학부모 구분 없이 활동가들이 모여 학교를 세웠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 지위에 따른 역할이 부여되고 대안학교 교사, 대안학교 학생, 대안학교 학부모라는 이름의 '대안학교 구성원'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습니다. 두 개의 정체성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균형이 맞는지 각자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함께 하는 새로운 구성원과 어떻게 학교 철학을 공유하고, 모두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입학하는 8세 아이에게 우리 학교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인 변화, 교육적인 상황 변동 등에 우리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대안교육기관 법제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희생에 기대지 않고 대안교육 2세대를 양성하고, 우리 학교 교사가 교육에 집중하기 위한 학교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나눠야 합니다.

세 번째로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먹거리와 생태를 배우면 농촌진흥청 국립 식량과학원에 견학을 가서 미래 핵심산업으로서 농업을 인식하는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합니다. 공동체의 가치가 운영과 활동에 잘 스며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형식과 틀을 갖추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운영방식, 시간표의 형식, 수업방식, 학사 운영, 의사결정 방법 등이 적절한 방법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안교육 주제, 학교 철학 등과 관련된 내용을 반모임을 통해 구성원이 공유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부가 필요합니다. 아이들, 대안교육, 학교, 교육 등을 주제로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안학교는 아이들만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공부하는 장소가 되어야 맞습니다. 전통적인 대안교육 공부 방법인 민들레 읽기가 우리에게 맞는 활동인지 생각해보고, 책 안에 담긴 여러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해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공부하면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의 모임이 끝난 후 모두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이, 학년, 지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자주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했습니다.
큰 이야기를 잘게 나누어 깊이 있는 대화를 하자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참여하는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개울이 계속 만나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개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는 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배가 되어 가람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흘러가서
바다까지 잘 나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게 모임마다 구성원 여러분을 배움 분과에서 정성껏 맞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