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물방울반 3,4월돌아보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05-15 07:38
조회
1704
2학년 물방울반 3,4월 돌아보기

담임교사- 달아

 

시작하며. 아이들도 교사도 2학년의 몸으로

 

6학년과 1년을 함께 하다 2학년과 함께 하니 낯설고도 신비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2학년 모여 볼까요~?” 했더니 아이들이 한 번에 모여 몸바로 하고 앉는가 하면 교사가 습관적으로 무릎을 꿇고 앉으니 아이들도 따라 무릎을 꿇고 앉는다. “저는 치마를 입어서.. 여러분들은 아빠다리 하고 편하게 앉으세요.” 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고쳐 앉는다. 간혹 무릎을 꿇고 앉으면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야! 선생님이 그렇게 앉지 말라고 했잖아~ 몸바로 앉아야지!”라고 친구에게 일러주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이~하라고 하셨잖아.”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 라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 뜨끔뜨끔 놀라곤 한다. 아직 생각이 영글지 않아서 교사의 말과 행동을 잘 흡수하고 모방하는 아이들이다.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하고 가려 해야겠다라고 매일 다짐 하면서도 하나씩 실수하거나 놓친 것들이 보인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바닥에 떨어진 가방, 물건, 옷들은 그때그때 제자리에 두자고 한다. 그러다 간혹 수업시간에 더워서 내려놓은 내 옷가지며, 바빠서 정리가 잘 안된 자리를 보면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인 나도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너무 빡빡하게 하는 건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래도 생활습관이 잘 잡아가는 것과 물건 하나라도 소중히 다루는 것이 중하지 하는 생각에 계속 놓치지 않고 챙기려 한다.

가능한 천천히 더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 하려고 한다. 내 설명이 어렵지 않았는지 말이 빠르지 않았는지 특수교사에게 묻거나 아이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잘해내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정말 이것까지 알려줘야 할까? 할 만큼 자세하게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아이들도 2학년의 몸이 되어가고 있지만 교사 역시 2학년의 속도와 에너지에 몸과 마음을 맞추어 가고 있다. 고학년에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 많다. 1,2학년 때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던가.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었던 기억, 칭찬 받고 싶어서 뭐든 열심히 하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만나는 아이들 나이가 더 어려질수록 어려워진다. 그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지? 어떤 생각을 했지? 뭐가 어려웠지? 이런 기억이 희미하니 ‘그 시기의 아이들은’ 으로 시작하는 지식에 기대게 될 때가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러하구나.’라는 짐작보다는 물방울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금 이 곳에서, 이 구성원, 이러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 아이들은 이러하구나’ 라고 몸과 마음으로 느껴가고 있다.

자연의 흐름에 더 가까운 아이들을 만나니 하루 흐름이 담백하고 교사의 마음을 착하게 만들어준다. 늘상 아이들은 우리의 스승인 것을. 온 몸짓으로 그리 알려준다.

 

 
  1. 물방울반의 두 달 생활


 

*기운이 넘치는 아이들

 

2학년 아이들은 밝고 기운이 넘친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장난꾸러기들이 많고 몸으로 하는 장난을 매우 즐겨한다. 몸 장난이 교사가 보기에 너무 지나치다 싶어서 교사에게 주의를 받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큰 다툼이나 갈등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할 일과 챙겨야 할 것을 잘 하고 있고 스스로 하는 힘이 크다.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칠보산 산행도 제법 잘한다. 몸으로 하는 활동은 무엇이든 즐겨하겠다.

몸으로 하는 일을 성실히 하는 일꾼들이 많다. 텃밭을 돌보는 일이며 생명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기울인다. 청소도 매우 꼼꼼하게 한다. 초반에는 교사가 청소를 지도하며 확인을 했는데 점점 아이들 스스로 청소가 깨끗하게 잘 되었는지 돌아보는 방향으로 이어가고 있다. 교사에게 확인받는 것이 마무리가 아니라 내가, 우리가 맡은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했구나 하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맺음이 되기를 바란다. 바탕이 선하여 친구들을 돕고 챙기려는 마음이 크다. 일을 함께 시작하고 끝내면 좋겠다 했더니 청소가 먼저 끝난 몇몇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일을 도와준다. 어떤 일이든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는 아이들도 있다. 다만 그 마음이 너무 앞서서 친구의 몸을 자기가 생각한 쪽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친구의 연필을 대신 쥐고 써버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소중하지만 그 친구가 먼저 하도록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더 좋은 도움일 때도 있다고 일러준다.

 

*지나친 몸놀이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몸놀이가 과하다 싶을 때가 있다. 친구를 눕혀서 위에서 누르거나 목을 조르는 것과 비슷한 모습, 발로 차거나 때리고 도망가기, 이것은 친한 형이 왔을 때 친근감을 비슷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서로 즐겁게 노는 놀이이더라도 친구의 몸과 내 몸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다 여겨질 때는 교사가 투명한 평화의 망원경을 쭈욱 당겨서 보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화들짝 놀래며 멈춘다. 즐겁게 뛰어놀면서 조금씩 서로의 몸을 존중하는 놀이로 변해 가기를 긴 호흡으로 이어가려한다.

 

 

*교실정리, 물건 정리

만화 그리기가 유행하면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종이, 사물함 아래 떨어져 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잠바나 가방이 자주 떨어져 있기도 했다. 자기 물건 정리와 함께 쓰는 교실 정리를 매일 짚고 잘 되지 않은 아이는 보일 때 마다 정리 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가 얘기 하면 바로 정리 하려고 한다. 징이 치면 수업을 준비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정리도 꾸준히 잘 하고 있다. 다만 교사가 놓치면 다시 정리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 습관으로 잘 잡힐 때 까지 일상에서 늘 챙겨야 한다.

 

*반장은 모두가 경험해보기

낮은 학년 일 때 모든 아이들이 두루 반을 챙기는 일꾼역할이 되기로 했다. 3월 중순부터 매일 반장이 바뀌었다. 반장은 전체가 준비 되면 인사하기, 식판과 양치 검사, 일기장 나누어 주기, 산책이나 학교밖학교 나갈 때 길잡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꼼꼼한 반장은 식판 검사에 통과하기가 선생님보다 더 어렵다. “내가 반장이 되면 저렇게 깐깐하게 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누구는 꼼꼼하게 하고 누구는 느슨하게 하고 다양한 게 좋지 않을까?” 웃으며 말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반장의 성격이 달라지는데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책임감에 친구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반장이 있는가 하면 꼼꼼히 검사하다가 밥을 다 먹고 나면 잊어버리고 나가 노는 반장도 있다. 4월부터는 일주일 단위로 반장이 바뀐다. 일주일 흐름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자치회의도 진행해보고 학교밖학교 길잡이도 되어본다. 행사가 있는 주에 반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학교밖을 나가는 것을 기대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반장이 되기를 기다리고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일기 쓰기

일기는 매일 쓰고 있다. 글이 아직 어려운 아이는 그림에서 시작해 문장을 늘려가고 있다. 1학년때는 숙제가 없어서 행복했는데 2학년이 되니 매일 일기를 써야한다고 1학년이 부럽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도 매일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힘을 키우는 것과 겪은 일을 글로 쓰는 것의 중요함을 알기에 조금씩 노력해보자고 격려한다. 매일 반복하는 글쓰기로 아이들의 글밥이 늘어가고 문장 표현이 조금씩 성장하는 면이 보인다. 매일 일기를 검사하며 아이들에게 짧게라도 답글을 남겨주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선생님이 무슨 말을 적어주셨을까? 하고 기대된다고 얼른 일기를 받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이 부담되기도 하면서 그게 아이들에게 작은 기쁨이자 동기유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정성껏 써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아침열기나 하루 닫기 때 한번 씩 친구들이 쓴 일기를 읽어준다. 좋은 문장은 칠판에 직접 써서 나눈다.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읽기를 읽어주는 것을 기대하고 친구들 일기를 듣는 것을 즐거워한다. 다른 친구의 일기를 듣고 좋은 문장을 같이 나누면서 일기 쓰기 공부가 자연스럽게 된다.

 

 

 

*아침열기

 

화요일에는 주로 그림책을 읽어주며 하루를 연다. 그림책을 펼쳐들면 교사 주위로 모여 앉아 눈을 반짝이며 푹 빠져드는 모습이 매우 귀엽다. 온 몸과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고 보는 게 절로 된다. 엎드려 보기도 하고 편한 자세로 집중한다. 한권 다 보고 나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나 소감을 나누거나 교사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그림책 한권을 보아도 저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이나 느끼는 것이 다르니 아이들의 대답이 흥미롭다. 다른 친구가 말 할 때는 틀렸다 맞았다 평가하지 말고 친구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기로 한다. 때론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질문의 답은 언제나 열려있다.

수요일 아침에는 눈을 감고 일어나서 학교에 오기까지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본 것, 들은 것 한 가지를 정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교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동물 이야기를 하니 말을 하지 않던 아이도 활발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길을 하나 열어주니 이야기 꺼리가 봇물 터지듯이 술술술 나오기도 한다. 텃밭에 나가기 전에 고요한 산책을 하며 오감으로 자연을 느껴본다. 내 마음에 들어온 소리와 풍경을 하루 닫기 때 나누기도 한다.

목요일 아침에는 주로 몸짓 표현이나 연극놀이, 생일편지 쓰기, 만다라 색칠하기 등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시간을 제한하기

 

점심시간은 ‘째깍째깍시간’을 두고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장난치다보면 밥 먹는 것을 잊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째깍째깍 시간’은 자리에 앉아서 정성껏 차려진 밥을 잘 먹는 것에 집중하기 위함이고 우리학교의 자랑인 긴 점심시간을 마음껏 누리기 위함이다. 알림장을 쓸 때도 시간을 제한해 주지 않았더니 늘 늦게 쓰는 친구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친구들도 배려하자고 시간을 제한해주었더니 전체적으로 알림장을 준비하고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 다만 교사가 노력하고 경계하려는 것은 ‘너희가 ~하면 ~할거야’ 라는 위기감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수정하려는 방식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교사에게 편한 이 방식을 쓰게 된다. 편하고 효과가 좋으니 나도 모르게 말하고 나서 반성을 한다. 아이들을 모을 때는 가급적 노래 부르기나 수세기로 아이들의 시간을 제한 하려 한다. 모두가 함께 할 때는 내가 하던 것을 멈추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것을 익혀가고 있다. 아이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수세기를 함께 하며 모이는 풍경이 자연스럽고 좋다.

 

 

 

말과글

 

아직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편차를 고려해 도입하고 활동을 배치하고 있다. 시를 낭송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소리 내어 읽는다. 시는 짧고 반복이 많아서 아이들이 소리내어 읽기에 좋다. 봄맞이 고요한 산책을 하고 마음에 들어온 풍경, 소리, 냄새를 시에 담는다. 시 쓰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느낀 것을 한 문장 정도로 자유롭게 말해본다. 툭툭 내뱉는 아이들의 말을 칠판에 꽉 채워 써보니 멋진 시가 가득하다. 감성적인 아이들이 일상에서 하는 말들이 시 같아서 흘려보내기 아까워 하나하나 주워담아 적어 두기도 한다. 친구 머리 위에 떨어진 이슬 방울이, 동생 배게에 묻은 침 자욱이 시가 된다. 생각이 잘 안나던 아이들도 친구의 시 한 줄을 듣고 힌트를 얻어 비슷하지만 다른 시 한 줄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시를 만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엿장수 똥구멍 노래 가사를 바꾸어 다양한 똥구멍을 만들어 본다. 달달한 똥구멍 아름다운 똥구멍 친구들이 만든 가사를 이어서 우리반 똥구멍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재미진지

옛이야기를 들려주면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친구가 없는 야광도깨비가 있었는데~하며 시작 된 이야기가 연극놀이로 풀어진다. 교사가 야광도깨비가 되어 나타나면 아이들은 이름도 지어주고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준다. 신발 숨기기를 좋아하는 야광도깨비와 신발 뺏기 놀이도 함께 한다. 옛 이야기에 재주 많은 오형제가 있다면 우리반에는 재주 많은 12형제가 있다. 낱말공장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비싼 낱말은 무엇일지 싼 낱말은 무엇일지 자기의 기준을 만들어 쭉 써본다. 3,4월 동안은 줄글을 읽기 보다는 이야기를 만나고 재미진 말놀이를 하고 봄이 오는 시를 만나고 텃밭 일지를 쓰며 공부했다.

 

 

생활미술

 

가위손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활미술 시간을 연다. 시작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신문지를 길게 자르고 이어 붙여본다. 내 종이줄을 친구의 것과 이어붙이니 끝도 없이 길어진다. 길어진 종이줄을 교실 벽 이쪽 저쪽으로 붙여보니 거미줄 지옥이 되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게 통과하는 놀이로 이어진다. 열 두명이 나서면 마무리도 어렵지 않다. 종이 한 조각 남지 않게 모아서 똘똘 뭉쳐 종이공을 만든다. 완성된 종이공은 어울림 시간에 해님선생님이 잘 사용해 주신다. 색종이를 접어서 가위로 마음대로 자르니 멋진 모양이 나온다. 친구들이 자른 모양을 보고 여기 저기서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의도하지 않게 쓱쓱 자르기만 했는데 꽃이 되고 별이 된다. 교실 창가에 붙여두니 햇살이 비치는 시간에는 교실에 다양한 색깔과 모양이 그림자가 생긴다. 말과글 시간과 연결하여 두꺼운 종이를 슥슥 자르고 그리니 다양한 도깨비 탈이 된다. 내 도깨비 이름도 붙여주고 특징을 소개 해 본다.

살구꽃이 예쁘게 피는 날에는 돗자리를 들고 운동장에서 수업을 한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봄꽃이 아이들의 눈과 손을 바쁘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제비꽃을 그리는 아이, 살구나무를 그리는 아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종이는 고운 봄꽃이 담겨져 온다. 그림을 그리다가 떨어지는 살구꽃잎 때문에 집중을 놓치는 것도 우리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습식수채화를 4주간 만났다. 습식수채화는 도구가 많아 아이들도 교사도 준비와 정리에 애를 써야 한다. 첫 시간에는 도구를 탐색하고 붓의 걸음걸이를 손바닥과 볼에 느껴보았다. 성큼성큼 걸을 때와 조심조심 걸을 때 느낌이 다르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준비하는 연습을 하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도구를 챙기고 미리 준비를 한다. 노랑이, 파랑이, 빨강이 색을 만나고 섞어본다. 충분하다 싶을 때 붓을 놓고 달빛층에 말려둔다. 그럼 물감과 종이, 물이 제 할 일을 한다. 다음날 물기가 마르면서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감탄하며 기뻐한다. 친구들 그림을 함께 감상하며 느낌과 이야기를 나눈다. 한 아이는 습식수채화가 마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즐기고 매일 아침 친구들의 것을 몽땅 걷어 보는 기쁨을 스스로 찾아 누린다. 나무와 봄의 느낌, 나의 행복을 습식수채화에 담았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은 참 아름답고 은은하다. 습식수채화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기대까지도 하나의 과정이다. 완성된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시간이 주는 작품이다.

 



 

그날 수업 내용에 맞는 이야기로 도입을 한다. 수도 아이들 마다 편차가 있는 편이라 천천히 재미있고 쉽게 풀어가려고 한다. 수학기호를 배우고, 받아내림이 없는 덧셈과 뺄셈, 5씩 묶어 세기, 자연에서 10만들어오기, 홀수와 짝수, 묶어 세어서 수 만들기 등을 공부했다. 자연물을 활용하고 몸을 움직이고 놀이와 조작 활동을 하며 수를 배운다. 묶어 세기를 하면 곱셈으로 연결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직 묶어서 세는 개념이 잡히지 않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 마다 진도를 살피고 어떻게 접근하고 지도하면 좋을지 교사의 고민이 많은 시간이다. 아이들의 속도를 맞추는 공부를 교사도 하고 있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수업에서 다루기보다는 주로 과제로 내고 있다.

 

-수학기호와 의미

-홀수와 짝수 광대놀이

-홀수 짝수로 걷기

-두 자리수의 덧셈

-자연에서 10만들어 오기, 문제 풀기

-수세기

-손오공의 분신술, 선생님을 도와주세요. 5씩 묶어 세기

-두 개의 숫자로 10만들기

-내 몸에 꼭 맞는 수

-오징어 다리 뺏어 먹기

-두 자리수 뺄셈

-달팽이 뽈뽈이의 우물 탈출

-문제내기, 함께 풀기

-16칸 빙고 더하기 빼기

-점잇기 놀이

-2씩 묶어 수 만들기

-묶어 세기 (곱하기 개념과 연결)

 

 

*학년회의

 

-아이들과 나눈 안건

1)평화로운 우리반을 위한 약속 (나의 약속, 친구들아 부탁해, 선생님 부탁해요)

2)반 이름 정하기

3)3월반장단 순서, 청소 정하기

4)몸으로 하는 놀이, 나와 친구의 몸 존중하기

5)학년회의는 왜 할까? (우리반의 괴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걱정거리를 다 모인 자리에서 얘기하기 부끄러우니깐, 학년회의 때 얘기할 수 있어서. 학교의 불편한 점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하면 회의가 즐겁고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하자. 앉아있고 말만 하니깐 싫어요. 밖에 나가서 하자. 한번씩 게임을 하자 간식을 먹으면서 하자 어떤 곳으로 갈지 산책 의견 내자.)

6)텃밭 이름 정하기

7)종이 아껴쓰기 약속

8)교실 정리

9)반 약속

10)놀이와 다른 친구 배려하기, 뛰어다니는 것, 부딪히는 것, 우리의 문화 만들기 배려하는 것, 화난 표현

11)1학기 반장 순서

 

다양한 안건을 교사가 제시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내기도 했다. 진지한 고민과 회의를 통해 우리반 이름은 12색깔이 다양하게 섞인 물방울반이 되었고 텃밭이름은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일하는 개미밭과 다양한 작물을 심는 공룡밭이 되었다. 반에서 서로 불편한 것이 있을 때 벌과 규칙을 먼저 만들기보다는 스스로 노력하고 양보해 보는 것, 불편한 점은 친구에게 바로 얘기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가방을 놓는 곳이 모여 있어서 한번에 갈 때 치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살피며 가고 친구를 치고 가면 미안하다고 꼭 말하기를 약속했다. 회의 때 같이 나누고 짚은 것은 서로 조심하고 살피려고 하는 모습을 교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텃밭살림

 

얼어있는 땅을 깨우고 텃밭 주변을 산책하며 텃밭살림 시간을 열었다. 밭을 갈기 전에 한번 텃밭을 신나게 뛰어본다. 텃밭과 산길 주변으로 봄나물이 가득하다. 지칭개, 꽃다지, 벼룩이자리 등 봄나물을 아이들에게 일러주었더니 새 이름을 알았다고 신나 한다. 봄나물을 캐고 가족과 나누어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은 집에 챙겨간다. 진달래 꽃이 필 때는 꽃을 조금씩 따서 진달래화전을 만들어 동생들과 선생님들께 나누어드렸다. 텃밭갈기행사를 하고 난 뒤에 우리반 밭도 직접 갈기로 했다. 형님들처럼 우리도 장화를 신고 농기구를 어깨에 매고 텃밭으로 향했다. 작은 아이들이 몸보다 큰 농기구를 어깨에 매고 줄지어 텃밭으로 향하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형님들 못지않게 힘 써서 부지런히 만든 고랑을 따라 걷기놀이를 신나게 하며 흙을 밟고 다진다. 개미밭에는 땅콩과 감자가 자라고 있고 공룡밭에는 아이들과 농원에 가서 직접 고른 고추와 딸기, 가지 등이 자라고 있다. 텃밭 경험이 부족한 교사 인지라 올해는 아이들과 부지런히 텃밭일을 공부하며 해볼 참이다. 잠깐 학교를 비운 사이에 자라난 잡초도 열두개의 손이 지나면 금새 깨끗해진다. 몸을 쓰며 이룬 성취감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기쁨이다.

 

 

 

*학교밖학교

 

칠보산 정상까지 올랐다. 두꺼운 잠바를 입고 올라가다 보니 금새 땀이 차서 벗게된다. 벗은 잠바는 손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여 참 불편한 짐이 된다. 아이들에게 잠바를 숨겨두고 가자고 제안했다. 잠바를 똘똘 말아서 숲에 있는 바위 한켠에 숨겨두고 표시를 해둔다. 마침 다람쥐 먹이가 되는 도토리를 가져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 잘 기억해 두기로 한다. 자기 속도대로 줄을 안서고 올라가보니 빠른 아이들과 느린 아이들이 속도 차이가 난다. 혼자는 편한데 친구들을 덜 살피게 된다. 한 아이가 ‘잠깐’이라는 제안을 해주었다. 앞 친구들이 너무 빨리가서 따라잡기 힘들거나 운동화 끈이 풀렸을 때 “잠깐”이라고 외치면 모두 멈추는 것이다. 산에서 내려 올 줄을 서서 내려왔다. 출발 할 때는 아이들도 불만이있었지만 함께 내려가니 서로 배려하고 살피게 된다. 질서와 자기 속도대로 가는 것, 작은 변화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교사도 아이들도 배운다. 온전히 자기 속도대로 가야 할 때와 함께 맞추어 갈 때의 차이.. 이것은 일상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과 어느 정도 제한을 주는 것의 조화롭게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칠보산과 자목마을에서 동선을 넓혀 구운동과 탑동 골몰을 탐험했다. 복잡한 미로 같은 골목과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조금 걷다보면 두 개의 길이 나오는데 아이들마다 돌아가며 오른쪽 왼쪽을 말하고 말한 대로 걸어본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채 가다가 놀이터를 만나면 놀기도 하고 햇볕을 받으며 걷다 지치기도 한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는 건물이 지어지고있는 논을 보며 사라져 가는 풍경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동네에서 동선을 더 넓혀 수원화성을 걸었다. 2학년 학교밖학교는 수원 화성을 조금씩 걸으며 우리고장 수원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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