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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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11-20 19:23
조회
891
하하하!!  어색하고 부끄러운 웃음으로 인사드려요.

게으른 교사의 게으른 여행 후기  뒤늦게 올립니다.^^

 

 

☀ 스스로 하기

학교에서도 그렇지만 여행을 가서도 스스로 할 일이 많아요.

집에 있었다면 부모님들의 손길로 해결되었던 그 일들이 부모님 품을 떠나서는 오롯이 어린이들의 손으로 해결되지요.

당연히 힘들고, 서툰 그 일들을 냉장고 반 어린이들이 겪어내었어요. 좌충우돌.. 우왕좌왕.. 시끌벅적.. 하하호호.. 하면서.

‘스스로 하기’, 일상으로 쓰는 말이지만 무언가를 아이들과 함께 나눌 때, 처음처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꺼내어 놓습니다. 이러 이러한 것을 우리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의논하고 계획을 세우고, 누가 할까? 또 의논하고...

그리고 기다립니다. 의논한 대로 잘 하고 있는지 관찰하며 기다립니다. 이번 관찰은 특히나 재미가 났습니다.

떠나기 전날 , 최종 짐 점검을 짝과 함께 하고,



다음날 11일 분수대에서 모였지요. 마치 하루짜리 학교밖학교를 나가는 것 처럼요.

나무꾼 선생님의 도움으로 짐도 가볍게, 마음도 가볍게 우리는 길을 떠났어요. 인근도시 인천으로...

부모님들의 왁자지껄한 배웅 없이 평소처럼 떠나는 발걸음에서 '이 녀석들이 벌써 많이 컸구나, 이렇게 떠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구나'를 느낍니다.

그 느낌이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신기한 재주 중에 하나는 뭘 하든 놀이처럼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놀이 처럼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들고, 먹고 정리하는 일이 자주 뒷전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그런 불상사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더 풀리기 전에 '나사를 쪼여 주는 일'이

냉장고반 담임의 중요한 일이라는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아래 메뉴는 햄,맛살 김밥입니다.  밑반찬과 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냉장고반 어린이들이 점심도시락을 싸기 위해 준비를 해요.

당번이 재료를 손질하여 준비만 해주면 각자가 먹을 만큼 말아서 도시락통에 담는 거죠. 참 쉽죠??

아침에 입맛이 없어 밥을 적게 먹었던 어린이들은 아침 밥 양을 기준으로 도시락을 담습니다. 겨우 김밥 반 줄, 그것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난한 김밥을.

무조건 두 개 이상이라고 제한을 하자 투덜투덜 거리며 도시락을 담습니다.

점심 때 절대로 배가 고프지 않을 예정인데, 선생님 때문에 억지로 담는 거라 싫은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드디어 점심시간,

아니, 점심시간도 되기 전, 목적지인 문학산에 도착하기도 전, 배가 고파지지 시작한 우리 냉장고반 어린이들.

도착하자 마자, 밥부터 먹자고 성화입니다.  밥을 먹을 만한 장소를 자발적으로 찾아주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아이들 소원대로 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양이 부족합니다.

누가 남기는 사람이 없는지 이리 저리 살피고, 선생님의 것을 탐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그때 윤영이의 김밥이 실수로 통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재빨리 주웠지만 모래는 약간 묻었고 모래를 털었지만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드는 찰나,  누가 외칩니다.

"나, 그거 먹을 수 있는대"  여기 저기서 "나도",  "나도" 합니다.  조용한 목소리도 윤영이도 한 마디 합니다. "나도 먹을 수 있어"

아쉬운 기회를 놓친 아이들이 이제는 두희에게로 모입니다. 두희는 자신의 위를 정확히 아는 어린이입니다. 커다란 도시락통에 김밥 5개를 꽉 담아서 왔습니다.

여유롭게 도시락 뚜껑을 열고 여유롭게 점심을 음미하는데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모이니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닙니다. 맘 편이 먹을 수도, 나눠 줄 수도 없는.......

두희는 그걸 다 먹어도 모자라는데......

어린이들은 결심을 합니다. 다음부터는 입맛이 없더라도 도시락을 꼭 넉넉히 싸기로.

스스로 몸을 돌보기 위해 도시락 양을 늘리기로.  단단히 결심을 하였고, 다음날부터 도시락을 쌀 때 명심하였습니다.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일...... 사소하지만 날마다 해야하는 일...  식구 중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

우리가 '집안 일'이라고 부르는 그 일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요.

엄마나 아빠가 당연히 해주는 일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해야할 일임을 생각해 봅니다.

이제 돌아가면 내 식판을 꼭 씻고, 내가 먹은 것은 치우고 정리하고, 내 방 정리나 물건 정리 같은 것도 잘 해보자고 약속도 합니다.

이런  약속을 하면 엄마, 아빠가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 지며 여행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상과  잠시 분리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깨닫게 되지요.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사소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전체 2

  • 2016-11-21 22:04
    3학년이 되어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많아진 현호를 보며 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요~ 산선생님과 함께한 여행의 힘이 더 성숙하게 만들었겠죠? 여행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 2016-11-21 22:08
    ㅎㅎ 호피무늬 내복 기산이~ 진정한 멋쟁이 입니다~~(채송화~저런 희귀 내복은 어디서 사셨는지 알려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