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학년 하늘반 양평 물줄기 여행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9-11-04 19:44
조회
65
2019년 3학년 하늘반 양평 물줄기 여행



많이 기다리셨지요?

가을에 접어드는 9월 3학년 아이들과 한강의 물줄기를 거슬러 경기도 양평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물이 흘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에서 보냈던 3박 4일의 여행소식을 나눠보겠습니다.

*여행주제

올해 초 달아와 그루터기가 3학년 아이들과 어떤 주제로 일 년을 보내고 여행을 준비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달아 선생님이 연이 있는 양평의 두물머리에 가기로 정했다. 달아 선생님께서 지냈던 곳이기도 하셨기에 나눌 거리가 많다고 생각했다.

주제는 크게 5가지였다.

첫째. 양평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을 느껴본다.

둘째. 자연의 품 안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고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셋째. 함께 먹거리를 준비하고 마무리까지 한다.

넷째. 스스로 돌보고 혼자 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다섯째. 서로 배려하고 마음을 모으는 경험을 한다.

주제에 맞춰 1학기부터 차근차근 머리, 몸, 마음을 준비했다.

*머리, 몸, 마음의 준비

-머리: 1학기 때부터 강의 관련된 공부를 했다. 칠보산에서 시작해 학교 앞을 지나는 소하천에서 황구지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황구지천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새를 구경하며 물줄기를 따라 걸었다. 물이 어떻게 모이고 바다로 이어지는지 공부했다. 2학기에는 물박물관에 방문해 자연에서 흐르는 물이 어떻게 우리 생활까지 오는지 보았다.

-몸: 아이들과 걷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하천을 둘러보며 걷고, 박물관과 수영 수업을 다니면서 대중교통에 친숙해 졌다. 산과 도보를 꾸준하게 걷고 약속된 거리를 아이들의 힘으로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마음: 3학년이 되면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들어나곤 한다. 아이들과 놀이와 관계에서 어려움을 충분히 듣고 서로 살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놀이에서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하고, 솔직하고 명확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짝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데 힘을 쏟았다.

*숙소와 주변 환경, 교통

-숙소: 달아 선생님의 지인 분에게 소개 받은 ‘삼시세끼일놀이공부방’이라는 곳이다. 꿈에 학교를 운영하는 이부영 선생님께서 직접 살면서 관리하시는 곳이다. 공간은 건물이 크게 두 채다. 한 채는 본 건물로 집을 개조하여 부엌과 거실이 합쳐진 넓은 공간에 양쪽으로 다락이 있었다. 거기에서 밥을 지어 먹고 잠을 잤다. 또 다른 한 채는 옛날 집을 개조한 것으로 작은 기와집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다. 온돌형으로 불을 때어 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방을 두고 쉬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건물사이에는 우물이 있었고, 옆으로 눈을 돌리면 그릇을 말릴만한 큰 탁자 두 개가 있었다. 기와집 뒤에는 가마솥을 끓이는 아궁이가 있었다. 정원과 닭장이 있었고 정원 중간에는 그물침대가 있었다. 집에서 샛길로 올라가면 숲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다. 숙소를 소개시켜 주실 때 크게 기억에 남은 것은 거미줄이었다. 본채 옆,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지붕을 따라 백여 개 가까운 거미줄이 보였다. 몇 겹으로 튼튼히 지은 것도 있었고 거미의 종류나 줄의 색깔도 다양했다.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신다고 하셨다. 이렇게 자연에 어울린 아름다운 숙소에서 3박 4일을 보낼 수 있었다.

-주변 환경: 본채 앞 쪽을 창문으로 풍경을 볼 수 있게 뚫어 놓으셨다. 거기로 보면 고래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래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고래산이라 부른다. 고래산을 중심으로 U자 모양으로 들어간 곳에 마을이 있다. 집 앞길 타고 올라가면 고래산과 주변의 산을 이어주는 임도가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마을로 깊이 들어가면 소하천이 있어 발을 담글 수 있다.

-교통: 시골에서도 산 아래 있는 곳이다 보니 교통이 좋지는 않았다. 역에서는 3Km 가량을 걸어야 하고 버스 정류장 까지는 1Km 정도를 걸어야 했다. 버스는 하루에 상,하행을 합쳐 8대가 있다. 일신역에서 정차하는 기차도 버스 시간에 맞춰 8대가 있다. 첫 날과 끝 날, 일신역에서 숙소까지 오고가고를 걸어 이동했다.

*첫째 날: 기차타고 강을 거슬러

학교에 모였다. 가방에 빠진 물건을 없는지 점검하고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가방을 메고 학교와 인사를 했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긴 여정으로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역에 돌의자가 있었는데 우리를 위한 것인지 딱 17개가 있었다. 식사를 한 후에 기차를 타고 일신역으로 출발했다. 기차는 경의중앙선이라 한강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후 사진을 찍고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일신역을 따라 가는 길에는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 물길을 따라 걸었다. 날씨와 풍경이 좋았다. 중간중간 쉬면서 1시간 정도를 걸어 도착했다. 이부영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숙소도 소개시켜 주셨다. 짐과 식재료를 풀고 쉬다가 저녁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소소하게 놀 수 있는 거리가 많았다. 그림 그리는 도구부터 알까기 도구나 블록 등을 하며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밖에서 잡기 놀이를 하며 신나게 뛰어 놀았다. 저녁은 된장찌개를 끓여 맛있게 먹었다. 달아 선생님께서 요리와 청소를 맡아 주시고 그루터기가 하루닫기와 일정을 담당했다. 자기 배낭을 메어 숙소에 걸어오고, 물건을 관리하고, 식사 후 먹은 그릇을 설거지 후 물기를 말리고, 평화롭게 놀기 위해 노력하고, 속옷과 양말을 빨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여행 내내 이부영 선생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에게 습된 것을 보고 다른 어른이 칭찬해 주실 때 마음이 좋고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첫 날부터 부쩍 자란 모습이다.



*둘째 날: 양평의 물줄기를 따라

오늘은 바깥나들이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밥을 간단히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먹고 재료를 섞어 주먹밥을 만들었다. 버스가 많지 않아 놓치면 하루 일정이 뒤틀리기에 서둘러 준비했다. 다행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용문역에 내려 양수역에 도착했다. 도서관이 있어 잠깐 들려 책을 본 후, 체육공원에서 밥을 먹었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세미원을 지나 배를 이어 만든 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갈 수 있다. 세미원은 잘 꾸며진 자연 정원이었다. 물 사이를 건널 수 있는 돌다리가 길게 나있고, 연꽃밭이 컸다. 워낙 커서 서로 살핀다고 다녔는데 그루와 달아 선생님을 중심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져 길을 잃기도 했다. 도로 아래로 난 긴 산책로를 걸으며 두물머리와 연결되어 있는 배다리로 갔다. 나룻배가 촘촘히 서있고 나무로 된 다리 아래에 연결되어 긴장감과 재미가 있었다. 두물머리에 도착해 남한강과 북한강이 어떻게 만나는지 보았다. 큰 나무가 우리를 반겨줬다. 큰 나무 아래에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돌아왔던 길이 아닌 지름길로 이동했다.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도착해 버스를 타면 됐다. 역에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다. 용문역에 아슬아슬한 시간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말 정확한 시간에 버스가 출발했다. 5분 정도의 찰나였다. 다음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면 저녁 7시가 넘어 너무 늦었다. 양평교통과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결국 내린 결정은 택시를 타는 것이었다. 이미 4개의 모둠이 있었기에 모둠별로 택시에 타기로 했다. 그루터기가 맨 앞차에, 달아가 맨 뒤차에 탔다. 다행인 것은 각 택시가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4개의 택시가 줄줄이 시골길을 뚫고 지나갔다. 빽미러로 4개의 버스를 확인하며 기사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소 앞까지 잘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 빨래와 휴식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으로 참치김치볶음밥을 해서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하루닫기를 하며 6학년이 지리산에 갔을 때 경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일은 너희는 벌써 경험했다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변수가 생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 해결해 가며 즐거이 웃어넘기는 추억거리를 만드는 일이 여행의 즐거움일 것이다. 아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서 쉴 때 달아 선생님과 함께 일하셨던 선생님이 오셨다. 다른 대안학교의 교사로 일하시는 분이셨다. 선생님의 딸과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식사도 함께 했다. 셋째 날에는 숙소를 소개시켜 주신 선생님도 방문해 주셨다. 다른 여행보다 손님이 많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중에 여러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셋째 날: 마을에서 삼시세끼

오늘은 마을에서 온전히 삼시새끼를 해결하는 날이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와 과일을 먹었다. 어제의 일정으로 지친 아이들은 달아 선생님과 숙소에서 쉬고, 산책을 하고 싶은 아이들은 그루터기와 고래산 탐방을 했다. 자연스럽게 능선을 타는 임도가 인상 깊었다. 야생 꽃들과 풀들이 조화를 이루었다. 길을 걷다가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서 길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 내려갔다. 길이 생각보다 험했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앞장서 걸었다. 탐험하는 느낌으로 숲길을 해쳐나갔다. 경계를 지어놓은 줄이 보였고 아래로 내려가자 잘 정리된 정원과 펜션이 보였다. 아이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무척 잘 정리된 정원이라 감탄하며 잘 보았다며 아무도 없는 펜션에 인사를 한 후 도보를 따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쉬는 모둠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점심을 느지막하게 먹었다. 달아 모둠과 그루터기 모둠이 나누어 소하천과 숲놀이터에 갔다. 여유롭게 노는 시간을 보냈다. 자연에 있을 때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빛난다. 하천이 깨끗하여 물고기와 고동을 잡을 수 있었다. 물고기는 놓아주고 고동은 저녁 수제비에 국물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숲놀이터에서는 장작으로 쓸 수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구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수제비에 쓰일 반죽과 육수를 내고, 재료를 다듬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나무를 조금 더 구해왔다. 그리고는 뽐내기 연습을 했다.

뽐내기 대회와 동시에 가마솥을 수제비를 끓였다. 아이들은 달아 선생님과 뽐내기 대회를 하고 그루터기가 밖에서 불을 지피고 육수를 끓였다. 가마솥이 끓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들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잘 참아주었다. 부푼 수제비 반죽을 아이들이 직접 가마솥에 집어넣었다. 맛있는 수제비를 이부영 선생님, 소개시켜 주신 선생님과 더불어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하루닫기를 하고 부모님 편지를 읽었다. 자유로이 원하는 장소에서 혼자 읽도록 했다. 밖에 작은 모닥불을 피워주기도 했다. 생각보다 마음을 잘 정리하고 빠르게 잠들었다. 임시로 작은 사탕 몇 개를 가져가 그루약국이라 하며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 한 남자아이는 여행을 가기 전까지 약 타령을 하더니 여행에서는 혼자 참아 보겠다며 마음먹은 후 약을 안 받고 여행을 마쳤다. 그렇게 아이들은 크나 보다. 몇몇 여자 아이들은 평소에 겪던 관계의 어려움과 부모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겹쳐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행을 마치고 관계를 다룰 예정이었기에 마음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여행은 한 편으로는 자신과 다투는 일이다. 낯선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나 자신을 낯설게 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함과 필요함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장의 기회가 마련된다. 이것이 어른만의 일이겠는가? 아이들도 자기의 수준에서 그것들을 경험한다. 스스로가 눈치체지 못 할 뿐이다.



*넷째 날: 강 따라 기차타고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과 짐을 싸고 기차역을 향해 걷는다. 왔던 길을 되돌아 걷는다. 식재료가 빠졌기에 몸이 한결 가볍다. 이부영 선생님께서 마을의 여러 식물을 소개해 주시며 입구까지 배웅해 주셨다. 식재료의 힘인 것일까? 되돌아가니 발걸음을 가볍고, 올 때 보았던 풍경이 한 결 더 깊이 보였다. 왔던 방식과 같이 기차를 타고 경의중앙선을 따라 간다. 물의 흐름을 따라 기차를 타는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저번과는 다른 곳이다. 곡선으로 된 곳이라 아이들이 한 눈에 들어와서 좋았다. 전철을 타고 안전하게 하교 장소까지 이동했다.



*마치며

후속 작업으로 앨범과 학교밖학교로 광교산과 안산 갈대습지를 다녀왔다. 광교산은 수원천의 발원지이고 갈대습지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갈대습지에서 강을 따라 걸어가며 바람을 타고 풍기는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달아 선생님의 핸드폰 사진으로 옛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개발되어 산이 아파트에 가려진 모습에 아이들과 교사가 가슴 아파했다. 일 년의 주제를 잡고 여행을 준비하며 마음에 담겼으면 하는 것이 있다.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흘러간다.’라는 조금은 어렵지만 아름다운 계념이다. 어딘가에서 나온 물이 흐르고 모여 바다에서 만나는 자연의 신비가 아이들 마음 속 깊이 남았으면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전거리가 있었다. 반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는 부분과 담임교사가 서로를 믿고 힘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1,2학년을 3명의 교사가 함께 했었다. 이제는 2명의 교사와 여행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 아이들도 흘러흘러 더 넓은 세상으로 자기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먼 미래에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서 만날 것이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성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에 즐겁다. 이번 여행이 아이와 부모, 교사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전체 5

  • 2019-11-05 18:00
    가마솥 수제비 정말 맛있을꺼 같아요 ~ 요즘 저의 쇼핑목록에 가마솥있는데 ㅋ 아이들이 부럽네요 ~~

    • 2019-11-05 20:00
      가마솥 사면(?) 마을 잔치합시다 ㅋㅋ

      • 2019-11-13 11:02
        백숙도 해먹읍시다~ ㅎㅎ

  • 2019-11-05 19:57
    분명 여행에서는 장금이었던 것 같은데 집에서는 기미상궁 노릇을 합니다ㅎㅎ 벌써 6번째 여행을 다녀왔네요. 양평 이야기를 한참해서 가족나들이로 양평을 가기도 했답니다. 그루터기, 달아 선생님 그리고 여행길에 함께해주신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 2019-11-06 14:34
      수정이는 여행얘기를 참 잘하는 듯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