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학년 학교 생활 맛보기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1-02-26 17:21
조회
846
#첫 째 날 맛보기 - 어린이들 오다.

학교에 있는 물건들로 1학년 교실을 정돈했다. 꼭 있어야 하는 것만 담은 소박한 공간이다. 앞으로 맞닿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되도록 구입하기 보다는 찾아서 쓴다. 칠이 많이 벗겨져 원래 색이 뭔지 모를 사물함은 밝은 색으로 칠하고 싶지만,,. 그 재미난 일을 선생 혼자 하기 아까워 어린이들과 함께 하려고 남겨두었다.

아침 일찍 교실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 맑은 공기가 들어오도록 했다. 하얀 칠판을 깨끗이 지우고 또 지운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울 아이들이 오는 날이다. 한 명 씩 도착할 때 마다 깨끗한 칠판에 한 명 한 명 이름을 적어 두었다.

모두 모여 축하를 나눌 수 없어 형님들이 한 가지 씩 준비했다.  5학년이 만든 <환영의 길>을 따라 입학식 장소로 향했다.  3학년이 기다리고 있다. 새 친구와 동생을 맞이하며 정성껏 <우리 학교 노래>를 불러주었다.  4학년은 입학을 선언하는 <입학증서>를 만들고.  6학년은 동생들에게 오늘 하루를~ 앞날을 축복하는 <신비의 카드>를 선물했다. 축하를 마치고 교실에 오니 2학년의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 첫 날이 지났다.

#둘 째 날 맛보기 -빈그릇 운동?

올 해부터 가림막을 준비해 식사 시간에 침묵해야 했던 아쉬움을 좀 덜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오전 간식을 먹었던 터라 아침부터 배가 고프다. 두 번 씩 남김없이 싹싹 ~ 긁어 먹는 걸 보니 원래 잘 먹는 어린이들 저절로 빈그릇 운동을 잘 할 것 같다. 싹싹 잘 긁어 먹은 것 같아도 밥풀 하나 깨소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도록 살핀다. <대단한 밥> 그림책에는 음식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지 알 수 있다. 이야기 하나 들려주었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토마토도 키워서 케찹을 만들어야 하고, 여름 되면 낚싯대 만들어 물고기를 잡겠단다. 때가 되면 천천히 배운다고 알려준다. 아침 열기와 하루 닫기를 알려준다. 서로 잘 바라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동그랗게 앉기로 한다. 알려주지 않았는데 징이 울리면 교실에 돌아와야 하는 것도 어느새 알았다. 대단한 아이들이다!

#셋 째 날 맛보기 -나무야 고마워!

<칠보산어린이>가 되었으니 칠보산에 가야지~ 어제 만난 자작나무 선생님이 칠보산 능선을 바라보며 저 높은 곳에 보이는 집들을 다 가야 진정한 칠보산어린이라고 알려주셨다. 오늘은 높이 올라가지 않고 깊이 들어갔는데... 나무 하나가 누워있다. 조심조심 나무 위를 오른다. 가지가 부러질까 걱정하고 살피며 오른다. 걱정마.  칠보산 나무에게 허락을 받으면 된다. “내가 올라가도 되겠니? 나를 받아줘서 고마워.”이렇게 말해 보렴. 나무에 올라 뿌듯했던 어린이가 내려오며 나무에게 말한다.

“내가 재밌게 놀게 ~안 부러져서 고마워. 잘 놀았어.”



학교에는 시간표가 있지만 아직 1학년에게는 시간표를 알려주지 않고 하나 하나 우리의 흐름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랬더니 쉬는 시간인지?  공부 시간인지? 쪼르르 달려와 물어봤는데 셋째 날 되니 대단한 아이들~ 옆 교실 형님들이 밖으로 나오면 쉬는 시간인지 알아냈다.  달빛층, 햇살층, 둥지층 선생님방과 형님방을 두루 다니며 <몸바로인사>를 하고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뭘 하며 지낼 지는 작은 책상을 두어 그 날 쓸 물건을 올려두었다.

이 책상이 우리의 시간표다.



#넷 째 날 맛보기 -정월대보름날

넷째 날 어린이들의 이름처럼 동그랗게 한 번에 모여 앉은 날이다. 불 피우고 놀기로 약속해 두어 기분 좋게 학교에 왔다. 대보름 이야기를 들려주고 드디어 불 피우기!

호미로 땅을 파고 지푸라기를 모아 작게 달집을 만들어 태웠다. 오곡밥 아니 팔곡밥과 나물을 먹고, 이로 꼭꼭 부럼도 깨물었다. 어느새 형님들이 다가와 훈수를 둔다. 불이 꺼지니 돋보기로 빛 모으는 것도 알려준다.



오늘 교실엔 특히 모래 먼지가 많다. 하루닫기 시간에 비로 쓸고 걸레를 짜서 닦는다.



이 번 주는 <학교생활 맛보기> 주간~ 사실 선생이 알려주는 것보다 칠보산에 먼저 온 형님들이 알려주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차례를 정해 서로 놀잇감을 빌려주고 양보하는 것, 호미로 땅을 파고 놀았으면 다시 덮어두는 것, 징이 울리면 교실로 돌아가라고 서로 알려주는 것, 서로 다퉜으면 사과하는 것, 누구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

4학년이 교실 벽을 직접 칠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말한다.

“나도 4학년 되면 저렇게 할 수 있는 거 에요?”

“그럼~ 우리 학교 맛나지!”

전체 2

  • 2021-02-26 18:20
    지호는......
    4학년 되면 저렇게 하기 싫어할 것 같아요...ㅎ
    고맙습니다~~^^!!

  • 2021-02-26 18:33
    지완이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우리 소수 정예 1학년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지 벌써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