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학년 사신반 3,4월 돌아보기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8-04-29 18:55
조회
1854
2018년 사신반 3,4월 돌아보기



<만남>

살아가며 사람이 서로를 만나는 일은 행복하고 귀중한 일입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올 때 함께 입학했던 아이들이 부쩍 자라 3학년이 되다니 신기합니다. 저는 현재 5,4,3으로 학년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며 계산해 보니 제가 순서대로 내려가면 6학년 때 다시 만나게 됩니다. ‘6학년 때 또 보자’라는 농담을 해봅니다. 불타는 20대의 마지막에 어떤 아이들과 만날지 기대가 컸습니다. 전 담임이신 달아 선생님의 조언을 들으며 설레는 2018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관심사가 만났을 때>

-아이들의 관심사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더러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자기의 상상력을 키워갑니다. 교사가 집어들 수 있는 이야기로는 옛이야기, 신화, 전설 등이 있습니다. 작년의 흐름에 맞춰 옛날 문화, 옛이야기를 중심으로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전설과 신화를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한 층 더 생각하고, 오방색을 활용하고, 텃밭을 갈며 노동가를 불러보고, 사물놀이를 배우며 작년 아이들의 관심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했습니다. 덕분에 반 이름도 ‘사신반’(四神입니다. 죽음의 신이 아닙니다......)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주제이니 수업에 집중도가 좋습니다.

-교사의 관심사

10살이 되면 음악을 즐기며 감상하는 귀가 발달하게 됩니다. 이런 시기에 맞춰 천천히 귀를 열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단순하고 명확한 가사, 부르기 쉬운 음정의 노래를 골라 함께 부릅니다. 이런 노래들을 보통 동요라 부릅니다. 리코더를 활용해 노래를 부르고 악보 보는 법을 익혀 나갑니다. 한 아이는 ‘3학년 때 리코더를 배우는 게 아니라 그루터기 선생님 반이 되면 리코더를 하게 된다’며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사신반 아이들도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잘 따라옵니다.

또한, 옛이야기를 좋아하니 역사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신화를 통해 역사로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습니다.

-관심사가 만날 때

서로의 관심사가 이어질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일어남을 한 번 더 느낍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마음, 부모의 관심, 교사의 방향이 아이의 성장 속도와 발달에 맞춰 어우러질 때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납니다. 우리 학교가 그런 교육의 터전이 되길 바랍니다.

<말과글>

말과글은 크게 4가지로 이뤄졌습니다. ‘대별왕 소별왕’, ‘사물놀이 야기기’, ‘단군신화’와 ‘사전 익히기’입니다. ‘대별왕 소별왕’에서는 대별이 소별이가 되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할지 생각하고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사물놀이 이야기’는 작년부터 알고 있는 이야기라 익숙한 주제였습니다. 연극으로 해봤습니다. 자기 대사를 외우고 역할을 맡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임금님의 태평소 소리가 일품이었습니다. ‘단군신화’에서는 호랑이, 마늘, 쑥, 곰 등의 요소들을 지금의 익숙한 주제들로 바꿔 봤습니다. 마늘과 쑥을 바꿨더니 당근, 셀러리, 피자, 치킨 등 먹고 싶은 음식들이 나옵니다. 곰과 호랑이는 공룡, 토끼, 염소 등 좋아하고 익숙한 동물들이 나옵니다.

‘사전 익히기’는 홀소리 닿소리를 되짚어 보고 첫소리, 가운데소리, 끝소리로 나눠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사전에 순서에 맞춰 앞뒤에 나오는 소리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신화나 전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것이 자기의 삶과 맞닿고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소로 채워질 때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 시대에는 그것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소였겠지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신화나 전설에 웃고 떠들며 생각 없이 넘기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정확하게 이야기에서 말하려는 주제를 찾아냅니다. 이것이 아이들과 이야기가 가진 힘이겠지요.

4월의 마지막 주에는 백일장을 했습니다. 백일장에 맞춰 노래가 된 시를 읽고 글감 찾기를 했습니다.



<수>

3학년에 수는 새로운 개념을 많이 배우는 시기입니다. 만을 이해하고 3자리 수의 덧뺄셈과 나눗셈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 개 세기를 했습니다. 쌀을 도화지에 올려 자기 방법대로 세어갑니다. 10개씩 묶기도 하고, 10개 20개 30개씩 묶어가기도 합니다. 서로 세어가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만 개를 세면 좋은 일이 있으리라’ 내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8,900개 정도로 교사의 승리! 서로의 센 쌀을 더하며 자연스럽게 3자리 수 덧셈도 익혔습니다.

칠교를 만드는 법과 칠교를 해봤습니다. 이미 작년에 배워 어렵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알파벳을 칠교로 만들면서 자연스레 익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눗셈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미 핀란드 문제집으로 어느 정도 예습이 되어 교사는 편했습니다. 부모님들이 고생하셨겠지요. 감사합니다. 나눗셈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 카프라와 곱셈을 활용했습니다. 카프라를 묶음으로 나눠보고 곱셈의 뒤에 나눗셈 기호를 붙여 곱셈과 연결됨을 알려줬습니다.(예: 5×□=⑮ ÷5=□) 눈으로 보이는 물건을 사용하니 묶음을 설명하기도 쉽고 재미있게 해냈습니다.

말과글과 연결하여 꾸준하게 사전 찾기를 합니다. 칠교를 하면서 점, 선, 면, 각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사전의 명쾌한 답변에 교사도 아이들도 감동합니다. 나눗셈(나누기)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이번에는 국어사전도 함께 활용해 봤습니다. 개정판 전, 개정판, 국어사전이 조금씩 다르게 설명한다는 것을 비교하고 자기에게 편한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수를 아이들과 나누며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과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나눗셈을 알아도 핀란드의 서술형 문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기의 속도로 한 계단씩 밟아가는 것이 수에서 중요합니다. 마치 우리의 성장처럼 말이지요.

<생활미술>

생활미술 시간에는 색의 3원색과 오방색을 배워 민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원색을 직접 도화지에 그려보고 색깔을 칠하며 변화를 관찰하고 12지신과 사물놀이 이야기를 활용해 점토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살구꽃이 예쁘게 피어난 날 살구꽃을 그려보고, 조각보를 감상해 조각보 클립보드를 만들었습니다.

민화를 감상하고 자기의 성(姓)을 부모님께 여쭤보고 문자도로 책갈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이니 흡입력과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작품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쏟는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목표가 주어졌을 때 그것에 힘을 쏟을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도전과 성장하는 힘이 크게 자라나는 시기인 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느껴집니다.



<외국어>

알파벳의 대-소문자를 익히고 지화로 나타내는 연습을 해가고 있습니다.

영어에 치우치기 보다는 대표로서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을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태어나고 싶은 나라 이름과 인사를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몽골, 대만, 일본, 덴마크 등 여러 나라의 이름과 인사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자기가 정한 나라 이름으로 한꺼번에 인사를 하는데 국제회의장이 따로 없습니다. 영어로 자기 이름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글 발음으로 정한 친구도 있고, 새로운 이름을 지은 친구도 있습니다.

이제는 알파벳을 점차 몸에 익도록 하고 있습니다. 카드를 만들어 보고 순서 맞추기를 합니다. 몸으로 알파벳 만들기를 하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돋보입니다. 누웠다 일어났다. 어려운 자세에서는 비명을 지르며 A-Z까지 만들어 냅니다. 지화로도 알파벳을 익히고 있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하니 눈에 보여 기억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조금씩 끊어 배우고 있는데 벌써 A-P까지 익혔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외국어 수업의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는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다름을 인정할 줄 알고, 그 표현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외국어 수업을 통해 배웠으면 합니다.

<학년회의>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1교시에 이뤄집니다.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데 익숙합니다. 반장단과 청소, 자리 등 한 번 알려주면 규칙에 따라 잘 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회의할 때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정해진 것에는 확실히 해내는 좋은 문화가 있습니다. 6명의 친구들이 반장단을 해줬습니다. 이제 나머지 5명의 친구들과 한 명의 자원이 필요합니다.

3월 반장에 나왔던 친구는 기대감에 유세문까지 성실하게 해왔지만 한 달을 하니 힘이 쭉 빠집니다. 이끄는 일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를 진행함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먼거리를 갈 때 친구들을 챙기고 길을 이끌어야 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듯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서로 해보며 몸으로 익힐 때 이끄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텃밭살림>

3학년 텃밭살림은 상추, 가지, 토마토와 여름꽃을 심을 계획입니다.

24절기를 김희동 선생님의 노래집에 있는 곡으로 절기를 외웠습니다. 나중에 절기를 말할 일이 있었는데 노래로 술술 외운 아이는 자신을 보며 ‘내가 언제 이렇게 다 외웠지?’라고 말합니다. 노래의 힘은 대단답니다. 모종을 심기 전 말과글 시간을 활용해 노동요를 만들었습니다. 풍물을 배우고 있으니 나중에 연주도 해볼 수 있도록 자진뱃노래를 이용했습니다.

자진 뱃노래의 원래 가사는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 여차 뱃놀이 가잔다

부딪치는 파도소리 단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 젖는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 여차 뱃놀이 가잔다’

입니다. 여기에 메기는 소리를 텃밭살림에 맞추어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 여차 텃밭에 가잔다’

로 바꾸었습니다. 받는 소리는 텃밭에 기억을 살려 직접 붙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재밌는 가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텃밭에서 물주고 딸기를 심었네 / 자라고 꽃까지 피고 작은 딸기 열렸네

-텃밭일을 하다보면 너무 힘들어 / 텃밭일을 쉬면서 하면 좋은데

-그루터기 황소처럼 밭을 갈아라 / 벌레들아 물러가라 밭가는 그루터기 방해된다

-텃밭에서 그루터기 소처럼 밭가네 / 우리들은 편하게 쉬고 있다네

-잡초들을 뽑으러 텃밭에 가잔단 / 씨앗들을 많이 심고 기다리잔다

-텃밭가면 동물뼈있다 여기에 왜있나 / 호랑이뼈인가 멧돼지뼈인가 뼈를 찾아라

-비야 오너라 텃밭에 물주기 귀찮다 / 비야 오너라 제발 나가기 귀찮다

-그루터기 일을시켜 텃밭일 시키고 / 우리들은 얼쑤좋다 에버렌드 갈꺼다

-텃밭에서 재미있게 일을 합시다 / 재미있게 일을하고 여행을 갑시다

-텃밭에서 일을하고 말과글 했어요 / 비가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네요

-텃밭가면 많은일이 우리를 기다려 / 물을주고 잡초를 뽑아 빨리 끝내자

아이들의 생각과 텃밭시간에 바라는 일들이 잘 묻어나오는 재미난 가사들입니다.

현재 텃밭에는 상추모종이 심겨져 있습니다. 교사까지 딱 12개만 모종을 심고 자기 모종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을 붙이니 확실히 애정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제 봄이 지나 여름이 오면 일이 더욱 많이 집니다. 저 또한 아이들의 노랫말처럼 소처럼 일을 해야겠지요.

<아침열기>

아침열기 시간에는 노래와 리코더를 배우고 있습니다. 화수목 아침에 리코더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현재 솔, 라, 시, 도 까지 배우고 ‘비행기’ 곡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접하기 쉬운 세상 속에 살다보니 3학년 아이들의 귀에도 동요보다는 가요가 익숙합니다. 하지만 부르기 쉽고 명확하고 아름다운 가사가 있는 동요가 아이들에게는 좋지요. 악기로도 부르기 쉬운 곡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요가 익혀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불러졌던 옛노래, 동요제에서 나왔던 곡, 김희동 선생님 곡을 중심으로 한곡씩 익혀가고 있습니다. 이제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악기를 꺼냅니다. 습의 중요성을 악기 수업을 할 때마다 느낍니다.

악보를 보는 일은 천천히 하려 합니다. 발달시기와 비교했을 때 줄과 칸을 구분하고 위치와 순서를 정확히 아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악보를 보여주며 공부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론적인 공부는 자연스럽게 악보를 익히도록 시간을 주고 2학기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학교밖학교>

국립국악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국악박물관에서는 사물놀이 이야기와 연결하여 악기의 발전과 종류를 살펴봤습니다. 악기 하나를 정해 자세히 그리기도 했습니다. 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신화와 생활사를 자세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백제박물관에서는 학년여행 주제인 백제를 소개하기에 좋았습니다. 민화박물관은 생활미술과 연결하여 그림을 자세히 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 기억에 남았지만 꼽아보자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아이들은 금과 옥으로 만든 장신구를 보며 놀람을 표현했습니다. 칠지도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백제가 처음에 자리 잡은 한성을 보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었습니다. 민화박물관은 작은 공간에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한 번 쭉 보고는 자기가 자세히 보고 싶은 그림을 5분 동안 관찰하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5분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지나칠 때는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 나눴을 때 자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노동가를 부르는 사람, 강물에 비친 달, 달 속에 토끼 등 유심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서울까지 먼 나들이를 하니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공부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버스노선, 지하철노선도를 보는 공부를 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지하철에 혼자 남았을 때, 탑승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할지 공부했습니다. 민속박물관에서 돌아올 때 저와 해님 선생님이 함께 지하철을 타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은 그날 배운 방법대로 정확하게 다음 역에 내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우고 실천하는 멋진 아이들입니다. 한 아이는 지하철 문이 닫히고 제가 웃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랬던 걸까요. 하하하.(아이들에게는 비밀이지만 사실 계획된 것이었지요.)

3/2 – 하루방학. 3/9 – 국립국악박물관. 3/16 – 생태교실.

3/23 – 텃밭갈기. 3/30 – 국립민속박물관.

4/6 – 한성백제박물관. 4/13 – 경기남부체육대회.

4/20 – 가회민화박물관. 4/27 – 3,4등산백일장.

앞으로는 여행을 주제로 몽촌토성과 역사관을 가고, 희망샘도서관과 함께하는 도서관 공부와 수영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교사와 아이들이 돌아볼 지점>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고민거리와 돌아볼 지점들이 생깁니다.

좋은 말과 표현: 3학년 시기는 도덕적인 기준이 마음에 스며드는 시기입니다. 이때 교사가 재판장의 역할을 맡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부분을 서로 불편해하는지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자기표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로의 불편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쌘 표현이나 놀이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농담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이럴 때 교사는 표현하는 방법이나 말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아이는 그것이 친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한 서로의 관계에서 서로를 이끄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되짚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보통 쓰는 단어나 행동이 어떤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학교는 평화로움이 유지될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서로 어우러질 때 평화로운 교실, 학교 만들기가 지속될 수 있겠습니다.

생활점검표: 아이들과 일기, 핀란드, 빈그릇 운동, 양치로 표를 만들어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계속 잊어버리다가 지금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합니다. 교사가 계속 되짚어야 하는 부분은 관성대로 흘러가는 습관이 아니라 점검표를 만든 이유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스스로 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함과 보여주기 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나눠야겠습니다. 아이들은 축적되는 기록을 보며 채워나가는 재미가 아니라 점검표가 없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사물놀이 책 이야기: 3학년이 ‘사물놀이 이야기’를 교재로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여러 부모님이 책을 빌려주셨습니다. 좋아하는 책이다 보니 여러 권을 둬도 아이들이 잘 읽고 수업시간에도 잘 활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다른 책과 비교하다가 책 한쪽의 아래 부분이 살짝 찢어지고 다른 두 쪽은 구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아이들과 학년회의를 거쳐 생각을 듣고 반 전체가 마음을 모아 사과드리기로 했습니다. 사과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의논하고 당사자와 반장단이 대표로 사과드렸습니다. 간단하게 보면 ‘내가 한 게 아니야. 상관없어’로 지나갈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의 문제로 끌어와 모두가 고민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콩깍지 이야기: 콩깍지가 학년회의 안건으로 나왔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이 언제나 그렇듯 하고 싶은 아이도, 하기 싫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콩깍지를 한 학기에 한 번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해 보자’라고 학년회의가 진행 중입니다. 회의가 3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좋은 문화와 철학에 기초를 둔 가치로운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더욱 자기 삶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하자’, ‘하지 말자’의 문제를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새로운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규칙을 매우 잘 지키는 칠보산 아이들입니다. 특히 지금 3학년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규칙이 나오는 것은 철학에 기초해 나옵니다. 규칙만 따를 때는 규칙에 얽매이게 됩니다. 철학에 비추어 새로운 방법과 변화를 추구하는 교사와 아이들이 되어야겠습니다.

<‘민들레’를 읽고>

우리학교에서는 부모님들이 서로 민들레를 읽고 나누지요 교사들도 교사실에 배치해놓고 읽고 공부합니다. 돌아보기에 민들레에서 읽고 생각나는 꼭지를 조금씩 다뤄보고자 합니다. 이번 달 민들레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다중지능검사에 대한 부분과 대안교육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글입니다.

다중지능: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바로 바라볼 수 있는지 지능검사를 통해 잘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중지능 검사는 ‘하워드 가드너’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지능을 다중지능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요. 단지 어떤 부분이 강한지 약한지를 나타낼 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음악이다 보니 음악지능에 대한 글이 머리에 남습니다. 음악분야는 있는데 왜 미술 분야는 없는지. 음악 분야가 높은 것은 결국 다른 지능의 영향을 받는 다는 내용이었지요. 결국 다중지능과 재능은 다른 영역의 것이지요. 사람은 복합적이기에 다중지능으로 나타낼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커야 할까요? 창의성에 관련되어 기승전결 이야기를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는 남이 결에 매달릴 때 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아이지요. 이것은 기승전결을 다 경험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결국 추상적 사고와 경험이 창의성을 갖는 아이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등 시기에는 추상적 사고가 완벽하지 않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몸으로 경험하고 그것을 정리해 낼 수 있지요. 이런 방향의 교육이 이루어질 때 중고등 학교에서 추상적 사고를 배워가며 몸으로 경험한 일들을 서로 연결하는 힘이 자라날 것이라 믿습니다. 다중지능 검사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것이 원래 추구하는 방향과 교육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안교육의 방향: 116호에는 두 개의 글, 115호에는 한 개의 글이 20년된 대안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15호의 대안교육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나열해 보면. 민주적인 교육, 교사 플랫폼, 새로운 리더십, 자료 축적과 연구, 교육 운동성, 담론화와 현장 간의 연결입니다 이런 6가지 방향에서 116호의 글에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자료 축적과 연구였습니다. 대안학교들이 각자의 철학과 정신으로 일어서 2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1세대가 세워놓고 다져놓은 철학과 열정을 다듬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대안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계속 담론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의 3주체 아이, 부모, 교사가 힘을 모아 자료를 모아야겠습니다.
전체 4

  • 2018-05-01 16:20
    선생님! 멋집니다.
    3학년 아이들이 선생님의 깊은 성찰과 실천과 철학속에서 쑥쑥 자랄 것 같습니다.
    민들레 대안교육의 전망 부분은 저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모여서 얘기해 보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 2018-05-03 07:00
    와......선생님!
    입이 떡 벌어집니다..
    돌아보기 글을 읽으며 저절로 공부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2018-05-03 18:39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말로만 자기는 십대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점점 여물어져가는게 느껴지네요~^^

  • 2018-05-04 00:53
    학교 회의를 열심히 해서 그런가... 저희 집에서도 콩깍지를 도입하자는 안건으로 가족회의를 하자는 건의가 강하게 있네요. ㅋㅋ
    올려주신 돌아보기를 보니 아이들 생활이 눈에 그려지는게 참 흐뭇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