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학년 하늘반 10,11월 돌아보기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9-12-01 13:23
조회
30
<2019년 3학년 10,11월 돌아보기>



양평에서 물과 함께하는 여행을 마친 후 10, 11월 소식 알려드립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네요. 곧 있으면 눈이 많이 내리는 대설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보낸 2학기가 벌써 매듭을 짓는 시기가 되어갑니다.

성장의 가능성과 문화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는 3학년 2학기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문화 만들기>

여행을 다녀오고 일상의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변화가 많이 느껴진다. 몸을 조절할 수 있는 힘도 많이 자랐고, 말의 또렷함이 늘고,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펼치는 힘도 늘었다. 이제는 남자 아이들도 스포츠에 가까운 놀이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승부욕을 불태우는 일에 열심을 내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은 순발력이나 암기놀이, 규칙이 있는 놀이에 재미를 느낀다. 3학년 2학기가 되니 아이들의 뾰족한 말이나 갈등이 생기는 일이 생기곤 한다. 여자 아이들은 관계의 움직임 안에서 달아와 그루터기가 함께 대화모임을 주도하며 건강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왔고, 남자 아이들은 놀이에서 뾰족한 말이나 친구가 불편한 행동은 없었는지 짚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나눌 수 있겠다. 이렇듯 3학년 2학기는 반의 분위기와 문화를 전환하고 환기하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이 때 건강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적극성과 열심, 따뜻함>

일 년을 하늘반 아이들과 지내며 순수함과 따뜻함에 감동할 때가 있다. 이 반 아이들의 힘이라 생각한다. 힘든 일에 적극 마음을 낸다. 평소에는 불평하는 말을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살피고 열심을 내는 모습이 아름답다. 처음 하늘반을 만났을 때는 ‘순수함일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따뜻함’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린다 생각한다. 서로의 불편함을 진심으로 듣고 살필 수 있는 지혜가 있다. 의젓하게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른 사람에게 친절함을 베푼다. 이 아이들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말과글>

권정생 선생님의 장편소설 <랑랑별 때때롱>으로 2학기를 채웠다. 교육계획을 짤 당시에 너무 긴 호흡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다행이 아이들이 글밥이 많은 책인데도 잘 따라왔다. 긴 흐름으로 책을 읽는 재미를 아이들과 풍성히 나눌 수 있었다.

소리 내어 읽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글을 읽을 때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한 두 문장씩 읽어 가는 연습을 했을 때 놓치는 아이 없이 모두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책을 읽고 듣는 힘이 많이 길러졌다.

새달이의 감정을 카드로 짚어보는 활동도 좋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예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능숙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일기나 글을 쓰면 ‘좋았다’, ‘재밌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구체적인 감정이나 느낌을 찾도록 했을 때 나눔이 풍성해짐을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호박죽을 직접 끓여 보기도 했었다. 텃밭살림에서 수확한 호박을 만지고 관찰했다. 때때롱이 호박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상해봤다. 자르고 손질하고 끓여 호박죽을 만들었다. 그 맛이 생각 같지 않았는지 큰 인기는 없었지만 재밌는 글 소재가 되었었다. 직접 만지고 경험하며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큰 배움이 되었을 것이다.

<랑랑별 때때롱>은 아이들과 나누기 좋은 책임이 분명하다. 그루터기는 작년 3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나누면서 뒷부분에 집중했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지나 마주한 세계에서 배움과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에 집중했다. 달아는 랑랑별로 건너가기 전 다른 세계의 접촉과 하고 기대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작년 수업을 돌아보기도 하며 서로에게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두 교사가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수>

학년 여행을 다녀오기 전후로 1학기에 배운 사칙연산을 꾸준하게 복습했다. 10월에는 원을 배웠다. 처음에는 만다라에서 원을 찾아보고, 원이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았다. 만다라에 있는 도형이 ‘원일까? 원이 아닐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의 중심을 이해하기 위해 놀이를 했다. 원의 중심을 정해 움직여 보기도 하고, 3~4명 짝을 지어 발을 모아 원의 중심을 만들었다. 놀이 후에는 털실로 컴퍼스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원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지만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컴퍼스를 사용하며 나만의 만다라를 만들었다.

11월에는 분수를 배우기 전 다시금 올림과 내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을 확실하게 했다. 검은 바둑알을 1로 흰 바둑알을 10으로 약속하고 올림과 내림을 연습했다. 암산이 되는 아이도 손으로 직접 하는 활동에는 실수를 하곤 한다. 조작활동이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바둑알로 곱셈과 나눗셈도 짚었다. ‘○○개를 □묶음으로 만들면?’라는 나눗셈 문제를 주고 곱셈과 나눗셈이 연결되도록 했다. 김장축제 전에는 텃밭의 배추를 세며 곱셈과 나눗셈을 공부했다. 우리 밭 한 두둑의 배추 수를 두둑의 개수를 곱해 총 배추의 수를 구했다. 그 후에는 나눗셈으로 학년, 교사, 우리 반이 나누어 먹으면 몇 개의 배추를 먹게 될지 바둑돌로 구했다.

수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가는 것과 조작활동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배운 것을 손을 이용해 완성하고 잊을 때쯤 다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속도의 다름은 있어도 확실하게 몸에 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는 기다림과 타이밍 안에서 실력을 쌓는 공부다. 하늘반은 수 실력 편차가 큰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방법과 놀이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년회의>

2학기에는 추첨제로 반장단을 뽑았다. 세 개의 색이 다른 종이에 반장, 부반장, 공책서기를 정한다. 하고 싶은 역할에 맞춰 자기 이름을 쓴다. 전에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나와서 색종이를 뽑아 적힌 사람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약속은 크게 두 가지다. 1. 바로 직전에 했던 역할을 할 수 없다. 2. 남녀를 섞어 반장단을 꾸린다. 의욕이 넘치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많이 적어 내어 긴장감 넘치는 제비뽑기가 됐다. 추첨제의 좋은 점은 지지를 덜 받더라도 운이 따라준다면 반장단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의욕이 넘치고 밑작업을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반장단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이름을 쓴다면 긴장감이 두 배 이상이 된다.

총 네 번(9,10,11,12월)의 추첨을 했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반장단을 두 번 한 아이도 있었고, 뽑히길 원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뽑힌 반장단은 성실하게 일했고, 친구들은 잘 지지해 주었다.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말을 아끼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자기 의견을 말한다. 회의에 참여하는 태도도 좋아졌다.

 

<생활미술>

학기 초에는 여행을 준비하며 마을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마을 이곳저곳 예쁜 집을 찾고, 꽃과 나무도 찾았다.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며 바뀌는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점점 변하고 있는 자목마을에서 평화로운 옛 모습이 아이들 마음속에 잘 남기를 바란다.

1학기에 공부했던 삼원색과 조각보, 학기초에 그렸던 마을 모습을 담아 벽화를 그렸다. 3학년 교실 창문 앞에 있는 벽에는 강과 산에 어울려 사는 모습을 남겼다. 둥지층 신발장 벽에는 조각보와 같이 구역을 정해 색을 입혔다. 생각보다 긴 작업이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 좋다. 사포질로 벽을 다듬고, 흰색을 기본으로 삼원색의 아크릴 물감을 섞으며 색을 만들었다. 1학기에 배운 내용이 벽에 직접 칠해졌다.



 

<외국어>

2학기에는 소문자를 익혔다. 크기가 작아 쓰기 힘들 수도 있는데 잘 따라왔다. 노래를 배우며 동물, 색, 교실 물건 등의 단어를 틈틈이 공부했다. 그림책, 단어 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했다. 사실 우리가 알파벳을 가장 쉽게 만나는 장소는 일상의 물건과 거리이다. 간판에는 수많은 영어가 있다. 상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어들을 가져와 같이 읽어보고 내 주변 물건에서 찾을 수 있는 알파벳을 찾아 읽었다.

영어는 부담감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일상에서 언제든 쉽게 만나고 이미 쓰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크게 영어를 어려워하는 친구는 없다. 즐겁게 배우다 보면 실력이 늘겠다.

 

<옷살림>

1학기에는 손바느질, 2학기에는 대바늘뜨기를 한다. 여러 해 3학년 옷살림 수업을 하며 처음 배울 때 어떤 도구와 재료가 적당할까 고민이 많았다. 우리학교에서는 옷살림 전문인 산 선생님, 손이 서툰 아이들을 두루 살펴 옷살림 수업을 지원해주는 해님선생님과 같이 의논했다. ‘아이들 손에 적당한 크기와 나무 질감이면 좋겠다. 털실도 두껍고 겹이 많지 않아서 짜임이 눈에 보이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모아 고른 대바늘을 학교에서 아이들 수만큼 충분히 사 두고 빌려 쓰기로 했다.

지난해 3,4학년과 함께 쓰며 사가사각 나무바늘이 부딪힐 때 마다 나는 소리와 느낌을 아이들도 좋아했다. 아이들과 수업 돌아보기를 하며 그동안 써오던 대바늘보다 쓰임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털실 겹이 많으면 대바늘을 털실 겹 사이에 찔러 넣어 코가 늘어나거나 중간에 털실을 놓치는 실수를 많이 했다. 바늘이 가는 길이 잘 보이는 두껍고 단순한 실을 골랐다. 코튼 면으로 되어 있어 먼지도 없고 아이들이 풀었다 감아도 실이 뭉치거나 헤지는 염려도 적었다. 교사가 먼저 색을 골라서 20코 겉뜨기를 일부 해서 열기 수업에 보여주었다. 색이 밝고 다양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이들과 남문시장에 직접 가서 같이 사면 가장 좋지만 시간이 여의치가 않았다. 각자 좋아하는 색을 고르고 다음 시간에 교사가 털실을 사오기로 했다.

코가 너무 많으면 실수를 했을 때 다시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20코가 아이들과 만들기에 적당했다. 두 차시는 코 만드는 데에 꼬박 썼다. ‘왼쪽 엄지와 검지를 넓게 펴서 거꾸로 된 삼각형을 만들고 대바늘 하나로 엄지는 땅에서 하늘로 검지는 하늘에서 땅으로 그리고 다시 엄지에 실을 대바늘에 걸어주기’ 순서를 입말로 여러번 반복하며 코만들기를 익혔다. 혼자 연습하며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하며 서툰 손을 오가는 아이들 모습이 곱다.

손이 빠른 아이들에게 옷살림 수업이 어려울 일은 없다. 이미 알고 있고 잘 하는 것이어서 신나게 할 수 있다. 이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은 손이 느리거나 처음 배우는 친구들을 기다려 주는 일, 그리고 그 곁에서 짝이 되어 천천히 알려주는 일이다. 내가 이미 알고 있고 잘 한다고 해서 혼자 갈 수가 없다. 혼자 내 속도 대로 마음껏 하고 싶은 마음이 큰 데 옆에 짝을 도와주고 알려주어야 한다. 이 일을 즐겨하는 아이도 있고 불편해 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도 같이 가려고 마음을 낸다. 교사가 아이들 마다 손을 넣을 수가 없어 2학기에도 작은 선생님들이 큰 역할을 해준다.

한 아이가 교사보다 먼저 가방을 완성해 왔다. 지난해처럼 코바늘로 사슬뜨기를 해서 가방줄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3코 겉뜨기로 가방줄까지 완성해 왔다. 자연스럽게 줄이 꼬이면서 모양이 예뻤다. 연결하고 마무리까지 교사보다 더 잘 하는 듯 했다. 든든한 선생님이 생겼다. 아이가 완성한 가방을 교사에게 선물로 주었다. 열심히 메고 다녔더니 가방이 예쁘다고 다른 아이들도 빨리 완성하고 싶다며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뜨개질을 하는 풍경이 자주 보였다.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인 만큼 솜씨가 늘었고 가방을 완성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서로 실 색깔을 바꾸어 줄과 가방 색이 서로 다른 아이들도 있다.

쉬는 시간에 신나게 노느라 수업 시간에만 뜨개질을 하는 아이들은 다음 시간이 되면 겉뜨기 시작이 어디였는지 계속 잊어버린다. 제자리걸음 하듯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친구들 5명을 모아 ‘뜨개파이브’를 결성했다. 우리 반 아이돌 ‘뜨개파이브’에게 날마다 반복이 중요하다며 활동시간을 정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뜨개파이브는 10시 30분이되면 20분간 모여서 춤추듯 뜨개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미 완성한 아이들은 자기 실을 가지고 와서 목도리를 뜨기도 하고 남은 실로 교통카드 지갑을 만들기도 한다. 더러 뜨개파이브에 간섭하기도 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교실 풍경은 언제나 뜨개질로 더 따뜻해진다.

 

<텃밭살림>

2학기에는 김장 배추를 심는다. 벌레를 잡고 물주는 일에 집중했다. 올해는 특히 달팽이와 애벌레가 많다. 작년에는 개미에 고생했는데 올해 1학기에는 진딧물, 2학기에는 달팽이와 애벌레와 사투를 벌인다. 덕분에 텃밭에 함께 사는 토끼와 닭은 아이들이 오고 갈 때마다 포식을 하지 않았을까? 배추 모종은 1,2학년이 심어 주었다. 올해는 텃밭돌보기를 할 때 비료를 조금만 넣고 나중에 웃거름을 주기로 했었다. 3학년이 첫 웃거름을 주고 4학년이 2차 웃거름을 줬다. 콩 같이 생긴 비료를 배추 사방에 구멍을 파고 정성스레 잘 덮어 주었다. 웃거름을 주는 일에 아이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겨울이 오기 전 배추가 얼지 않도록 묶기도 했다. 잘 자란 배추를 다듬어 김장을 담갔다. 텃밭일이 마무리 이제 수업 마무리 시간에 황량한 텃밭에서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으려 한다.

식물이나 동물을 잘 돌보고 정성을 들이는 일은 하늘반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학교 아이들의 힘이다.



 

<학교밖학교 / 생태수업>

여행이후 아이들의 체력이 부쩍 늘었다. 강을 주제로 일 년을 꾸렸었는데 좋았다. 그 마무리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여행 후 수원천의 물줄기를 찾아 광교산을 오르고 황구지천의 원류를 찾아 왕송호수에 갔다. 황구지천에서 볼 수 있는 새를 초록샘과 함께 공부했다. 전철을 타고 의왕역에 내려 물줄기를 따라 걸으니 왕송저수지가 나왔다. 가는 길목에서 공부했던 새들이 정말 살고 있었다. 매년 그 자리를 지키며 터를 잡고 사는 새들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비가 오는 날이라 많이 걷지는 못했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집까지 쭉 걸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마무리로 아이들과 다큐를 보았다. E*S에서 나왔던 <한국의 강>이다. 3부작인데 1부에서 한국의 5개의 강을 다룬다.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이다. 한강만 다루려 했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으로 5개의 강 영상을 다 보았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강의 아름다움이 서림을 느낄 수 있었다.



 

<서클모임 / 평화의 징>

학기 초 여자 아이들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서클 모임을 진행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절제된 상태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모임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짚었다. 초대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밀이야기, 서로를 배려하는 말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했다. 안정된 공간과 시간이 확보 되었을 때 자기 속마음을 잘 이야기 해주었다. 불만이나 상처받은 마음을 읽어 주고 서로 노력해야 할 약속을 구체화 했다. 지금은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듣고 약속을 정할 후보를 정리해 주면 아이들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며 정리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서클 모임을 확장해 반 전체와도 나누었었다. 우리 반이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아직 회의와 약속을 정하는 모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진지하게 참여했다.

올해 처음으로 평화의 징을 쳤었다. 서로 나눌 이야기는 놀이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암*교실>이라는 애니메이션 일부를 본 아이가 미션이나 시험을 보아 성공하면 점수를 주는 훈련의 방식으로 바꾼 놀이었다. 총놀이 과정에서 친구가 다친 일이 있었다. 평화의 징을 치고 우리가 지금 무슨 놀이를 하는지, 그리고 우리 학교에 맞는 놀이인지, 서로 배려하며 노는지 등의 놀이 문화를 다루었다. 그 전부터 쓰는 말이나 행동, 놀이에 환기가 필요하다 느껴졌었는데 기회가 닿았다.

3학년부터는 언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어나는 어휘와 표현에 비해 적절한 때와 사용법은 익혀야 한다. 거칠고 뾰족한 말이 나오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적절한 단어였는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 수 있는지 정리를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아이들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관계, 놀이, 문화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러기에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들과 평화의 징을 진행하며 미디어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그 애니메이션은 어른을 위한 만화이다. 학교에서 미디어에 경계를 하는 것은 어린이가 그런 만화를 보았을 때 그 작가가 정말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숨은 뜻을 찾기 어려워.’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3학년 시기 아이들은 세상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을 스펀지처럼 모두 흡수해낸다. 그러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에 신경 쓰고 학교와 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나를 사랑하고’를 지나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별첨: 반모임 때 부모님들과 나누었던 글이다.
3-4학년 시기의 아이들의 만나면서 무엇이 즐거웠을까? 생각해 봤다. 1-2학년 때의 귀여움을 지나 점점 자라기 시작하는 아이는 10대에 접어든다. 매일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 이 아이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모습, 오늘은 의젓하다가도 어제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다시 애기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보며, 한 순간의 설렘과 기대감이 “그래 아직은 10살이지.”를 반복하며 일상을 보낸다. 1-2학년 때는 평화롭게 학교 규칙을 지키며 지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비밀 이야기와 귓속말을 하고, 학교 규칙을 줄줄 외면서도 피해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이런 모습을 관찰하며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 우리학교 중학년 교사로서의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요새 들어 부쩍 겉으로 보이는 관계의 골이 넓어 진 것 같아 고민이 많으셨을 것이다. 교사에게도 그 시기를 잡는 일이 쉽지는 않다. 너무 이르면 고민 없이 교사가 이끄는 방향으로 흐르고, 너무 늦으면 결국 곪기 마련이다. 결국 둘 다 더 큰 간극으로 다음 갈등을 경험한다. 학년이 시작할 무렵부터 관계나 놀이를 관찰해 왔었다. 남자 아이들은 큰 굴곡은 없었지만 여자 아이들은 미묘한 갈등을 겪기도 하며 1학기를 보냈었다. 틈틈이 여자 아이들과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틈을 마련해 두었다. 방학을 하루 앞두고 5명의 어울리는 여자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했다. 2학기 초에는 모임을 위해 때를 기다렸고, 여행을 다녀온 지금, 충분한 동기와 사례들이 갖추어진 상태라 생각한다. 이번 주 화요일부터 5명의 여자 아이들과 서클 형식으로 평화모임을 진행한다. 관계를 맺으며 생겼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서로에게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하려 한다. 동시에 서로가 약속을 지키도록 살피는 문화를 만들려 한다. 후에는 7명의 여자아이 모두, 남자 아이들까지 아우르는 약속을 맺고 서로 살피도록 이끄는 방향을 잡고 있다.

 

3학년 시기를 지나며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이 관계와 놀이의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보통의 경우 남자 아이들은 놀이로서 관계를 맺고, 여자 아이들은 관계가 놀이의 중심이 된다.

 

남자 아이들은 놀이가 맞고 목적이 같다면 언제든 친구가 된다. 우리 반에 한 아이는 “○○아 우리 친구지.”라는 말을 자주한다. 어떤 의미인지 물으니 이 아이에게 ‘친구’라는 존재는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의미했다. 남자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로 어울린다. 학교에서 유행하는 쫄라게임, 팽이, 딱지, 병뚜껑, 야구까지, 자기의 놀이를 공유할 수 있는 대상, 그것이 바로 ‘친구’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은 몇 분 전에 싸웠다가도, 놀이로 섭섭했던 마음이 금세 가라앉는다. 남자 아이들이 놀이에서 사용하는 언어, 말투, 상황극, 인물, 움직임에 그 아이가 원하고 되고 싶은 것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지만, 여자 아이들은 그 관계가 조금 더 미묘하고 구체화된다. 자기의 욕구가 커지면서 어울리고 싶고, 편한 친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놀이를 위해서는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다. 그러다보면 비밀 이야기도 생기고 단짝과의 관계도 두터워진다. 관계를 위한 놀이가 아닌, 관계를 유지하고 단단하게 만드는데 즐거움과 힘을 쏟는다. 이런 과정이 관계에서 자기의 위치, 마음의 어긋남, 사소한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원활한 관계를 위해 자기 생각을 사실처럼 말하기도 하고, 비밀 이야기를 흘리기도 하고, 누군가와 밀착하며, 자기의 위치에서 평화롭게 지낼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갈등을 겪고, 소외되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은 관계를 맺으며 친구들에게 받고 싶고 원하는 모습, 그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친구들 안에서 있고자 하는 위치가 바로 그 아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경험이다. 초등에서의 일은 사실 성인이 되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특히 3-4학년 시기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애를 쓰는 것은 이런 갈등을 겪으며 서로가 노력했던 경험의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아이들은 놀이와 운동을 통해 규칙 안에서 자기를 조절해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 여자 아이들은 관계의 힘든 과정을 지내며 자기의 모습이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다. 겪었던 사건은 잊을 수 있지만, 경험을 통해 얻은 감정과 느낌은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이런 흐름으로 올해 아이들을 만나왔다 생각한다. 남자 아이들은 놀이를 지켜보고, 여자 아이들은 관계를 관찰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아이들이 자라면 더 많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이다. 이 시기가 기억에 희미하게 남더라도 관계를 잘 짚어 넘기고, 서로를 지켜보며 살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면, 평화롭고 지혜롭게 관계를 맺는 아이들로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부모도 함께 힘써야겠다. 집에서 보이는 모습과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을 잘 공유하고, 학교에서도 아이들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음을 믿어주시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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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21:09
    집에서 때때롱과 매매롱 이야기를 하고 뜨개질로 가방을 만들고 영어 낱말을 재잘대는 아이를 보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어요. 한 해동안 따뜻하게 살펴주신 두 분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