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학년 3,4,5월 돌아보기, 5학년 공동체 놀이

작성자
이슬
작성일
2018-06-04 16:18
조회
1648
2학년 3,4,5월 돌아보기

☀ 둥글게 모여 앉아 하루를 열고, 닫다.

남녀가 골고루 섞여 둥글게 앉아서 인사를 나눈다. 책상도 펴기 전에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모습을 보니, 1학년 때 연습이 이제 자리 잡았구나 싶다. 자리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날마다 자리가 바뀌고 먼저 앉는 아이에 따라 원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모두 함께 앉기 위해 원의 모양을 조절할 때 교사가 먼저 일러줄 때도 있고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때도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면 무척 기특하게 느껴진다. 좋은 습관이 만들어졌다.

 

☀ 듣고, 말하는 힘이 길러지다.

말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 듣는 사람의 형편을 살피며 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듣고 말하는 문화를 2학년 때도 같은 흐름으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 날마다 때가 되면 한다.

만나면 마주 보고 인사를 한다.

징이 울리면 수업을 한다.

쉬는 시간에 뛰어 논다.

설거지를 한다. 이를 닦는다.

빗자루질을 하고 걸레질을 한다.

일기장과 알림장을 쓴다.

날마다 때가 되는 하는 일을 반복하며 하루하루 지냈더니 아이들이 어느 새 자라있다. 때가 되면 말하지 않아도 일을 하고 있다. 어떤 날을 야무지게 잘 되었다가 또 어떤 날은 처음 마냥 서툴다. 그런데 처음과 손놀림이 다르다. 태도도 다르다. 뭘 알고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내 일이라 여기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을 이렇게 아이들은 배우고, 서서히 홀로 서게 된다.

☀ 구슬반이라고 짓다.

1학년 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반 이름 없이 지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1년 동안 ‘반 이름 정하기’라는 안건에 대한 의견을 모으려고 노력하였다. 시간이 지나 학년이 바뀌었고 다시 반 이름을 정하기 위한 의논이 시작되었다. 데자뷰 같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험이 반복된다. 허나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는 법. 서로 다른 의견 안에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의사결정 방식은 대체로 세 가지. 만장일치, 다수결의 원칙, 소수결의 원칙을 쓴다. 의사결정 방식을 미리 정해두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구슬반과 꽃잎반으로 팽팽했던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조율하면서 만장일치로 구슬반으로 정했다. 아이들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에 놀라워하며 구슬반 기념일을 만들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만장일치로 결정된 이후로 아이들은 회의에 대한 자신감과 반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다.

☀ 학교살이

학교살이를 하기 위해서는 날짜, 식단, 식재료 분담, 활동거리를 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음식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느라 2주가 흘러갔다. 요리대회를 할지, 먹고 싶은 음식에 따라 모일지, 모둠별로 할지. 방식을 정하느라 식단은 정하지도 못했다. 다수결을 통해 요리대회로 결정되었는데, 요리대회 모둠은 어떻게 정할지가 또 논란이 되었다. 회의속도가 느려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대신 논란의 여지는 없다. 구성원 모두가 동의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러다 학교살이를 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도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하나씩 결정되었다. 계획과 준비가 오래 걸렸는데, 막상 학교살이날이 되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이들도 착착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낸다.

학교살이 흐름

첫째날. 텃밭일→저녁준비 및 식사→일기쓰기→밤탐험 및 공동체놀이→잠

둘째날. 아침독서→아침준비 및 식사→그림책 읽기→글쓰기→물놀이 퀴즈대회→점심식사, 하루닫기



여자방과 남자방으로 나눠서 잠을 잤다. 아이들도 공간이 한결 여유롭다. 몸부림이 심한 아이들도 마음 편히 잘 수 있다. 여자방에서는 수다를 떠느라, 남자방에서는 옛이야기를 듣느라 늦게 잠이 든다. 중간에 울거나 서성이는 아이들 없이 곧잘 잔다.

요리대회와 모닝뷔페

각 모둠별로 저녁과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저녁식사는 참치주먹밥, 볶음밥, 라볶이다. 2학년 솜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 높다. 심사위원의 평을 빌리면 참치주먹밥은 가장 고소한 맛이고, 볶음밥은 감칠맛이 있어 자꾸 땡기는 맛, 라볶이는 달걀이 적당히 삶겼고 면발이 살아있다. 교사들이 도저히 하나를 고를 수 없다고 하니 아이들도 맛보고 평가하겠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역시 우리 모둠이 제일 맛있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우리 모둠 말고 다 맛있다고 한다. 남는 음식없이 싹싹 다 긁어먹는다.

아침식사는 호텔 뷔페를 연상시킨다. 계란 후라이와 잼바른 토스트, 참치주먹밥과 과일꼬치. 거기에 클래식 음악까지 트니 뷔페가 따로 없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담아 먹는다. 두 번, 세 번. 저녁과 아침식사를 거하게 한 아이들이 수산나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점심을 조금만 먹었다는 것은 비밀.

밤탐험

밤탐험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활동이다. 칠보산과 자목마을에 사는 귀신을 찾겠다고 호기롭게 나선다. 두 팀으로 나눠 탐험을 나갔는데, 남자아이들만 모여있던 첫 번째 팀은 1단계만에 학교로 돌아가자고 한다. 여자와 남자가 섞여있던 두 번째 팀은 3단계까지 통과하고 자신만만하게 학교로 돌아온다. 깜깜한 숲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밝은 달, 논에서 울고 있는 개구리, 텃밭 염소. 잠을 자고 있는 제비까지. 낮에 익숙하게 보던 것들을 밤에 보니 또 새롭다. 이미 일기를 쓰고 나온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또 일기를 쓰고 싶다고 한다. 학교살이 밤에 느끼고 본 것을 남기고 싶어서. 물론 학교에 가니 새까맣게 잊고 공동체놀이를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온전하게 교사와 지내는 경험.

한 아이가 “빨리 학교살이 하면 좋겠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으니깐”이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너도나도 그렇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 누나가 걱정돼요. 내가 없어서 엄마 잔소리를 혼자 들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물론 부모님들이 들으면 섭섭할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서 반갑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교살이를 한결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친구들과 놀 수 있고, 잠시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학교살이와 여행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는 것 같아 다행이다.

☀ 아이들의 놀이문화

저학년 남자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놀이가 있다. 처음에는 구슬치기로 시작해 돌치기, 철딱지로 변했다. 3개월동안 유행한 놀이다. 아이들의 놀이주기가 빠르다. 재미로 시작했다가 더 좋은 물건을 가진 아이가 나타나면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으나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놀이규칙을 만들면서 놀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놀이를 찾으면서 놀이 주기가 짧아졌다.

공통적으로 관찰된 것은 어떤 놀이가 무르익을수록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과열되지 않도록 아이들과 자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다.

말과글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월요일 3교시, 목요일 1,2교시

<무엇을 했나요>

그림책

- 내가 읽은 그림책 소개하기

- 책 서평쓰기(이 책을 고른 이유, 가장 재밌었던 부분, 누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지)



- 글감 고르기, 제목 짓기

- 봄 시 읽고 짓기

- 오감으로 시 쓰기

낱말

- 칸공책 띄어쓰기

- 초성퀴즈대회

- 낱말빙고

- 초성 낱말 만들기

옛이야기

- 호랑이형님 이야기 듣기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듣고 이야기 바꿔보기, 호랑이와 토끼 놀이

- 칠보산, 여기산 전설(학교밖학교 연계)

- <주먹이> 듣고 이야기 바뀌보기, 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하기

도서관 수업(초록샘 선생님과 함께)

- 책 찾는 방법

- 도서관 꾸미기

- 옛 이야기 듣기

- 헌책을 오려붙여 이야기 만들기

- 내가 만든 이야기 소개하기

아이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수업은 그림책 소개하기다.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과 줄글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말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교사와 친구들이 함께 도와주니 발표하기가 어렵지 않다. 몇 차례 진행하니 아이들도 익숙해진다. 앞에 나서기 힘들어 하던 아이들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목소리가 작은 친구 앞에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대화하듯 질문하니 발표인지 대화인지 구분이 안되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학교 문집을 틈날 때마다 읽어준다.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읽는다. 내 시가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 시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글감을 고르고,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제목을 만들어본다. 오감으로 느껴보고 시를 써본다. 아이들만의 감성이 잘 묻어나오는 글들이 만들어진다. 깊이 관찰하고 자신과 연결해보기도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들과 글쓰기를 좀 더 많이 하지 못한 점이다. 남은 1학기와 2학기에는 시 쓰기를 더 해보면 좋겠다.

말과글에서 중요한 꼭지는 옛이야기다. 옛이야기는 아이들도 익숙하다. 부모님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 듣기도 하고, 책을 반복해서 읽기도 한다. 교사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한다. 아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결말이 아닌 ‘만약 OO했다면? 내가 OO이라면?’이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발표한다. 옛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해봤다. 수줍게 시작하던 아이들이 분위기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몸짓이 커진다.

학교밖학교와 텃밭살림과 연계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각 절기를 알아보고 절기마다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본다. 수원의 전설과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초록샘 선생님 진행으로 도서관 수업을 했다. 도서관에 올라가서 책을 찾는 방법을 알아보고 내 손으로 직접 도서관을 꾸며본다. 옛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헌책을 이용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이어서 발표까지.

아이들이 선정한 책으로 학급문고를 꾸리기도 한다. 내가 고른 책을 누군가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서서히 줄글책으로 넘어가고 있다.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이야기가 짧고 재밌는 줄글책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그림만 보더라도 줄글책을 보는데 두려움이 없다. 특히 청소시간이 끝나면 누가 정하지도 않았는데 인사할 때까지 읽는다. 17명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 이슬 선생님

언제 : 수요일 1,2교시, 목요일 3교시

<무엇을 했나요>
주제 무엇을 했나요?
3 큰 수

세 자리 수

네 자리 수
아파트 동, 호수 말하고, 읽고, 쓰기

그림책 『즐거운 이사놀이』

숫자의 역사

시장놀이
4 도형

점 – 선 – 면

꼭지점, 모서리

삼각형, 사각형

정육면체, 직육면체
선그리기(직선과 곡선)

색종이로 만나는 꼭지점, 모서리, 면

가베로 모양 만들기
5 시간의 단위(시,분,초)

길이의 단위(mm,cm,m)

그 밖에 단위
재어 보기(시간, 길이)

세어 보기(사람 수, 계단 수, 물건 수 등)
* 그밖에

10칸 공책에 수 차례로 쓰기

용어정리 : 가로, 세로, 왼쪽, 오른쪽, 위, 아래, 홀수, 짝수, 점, 선, 면, 삼각형, 사각형, 시간, 시계, 정오, 정각 등
징이 울리면 책상 위에 스케치북, 10칸 수공책, 필기도구를 준비해 놓는다. 수업을 마치면 정리한 뒤 논다. 모든 수업이 마찬가지다. 수업 전에 과목에 알맞은 준비물을 챙겨 놓고, 수업을 마치면 정리하고 노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약속하고 연습한다. 약속된 일에 한해 습관은 전체로 잘 잡혀있는 편이다.

세 자릿수나 네 자릿수를 새롭게 익히는 것보다 일상으로 흔히 쓰이고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나눈다. 전화번호 뒷자리, 자동차 번호판, 10층 이상의 아파트 호수 등 날마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자릿수의 개념과 연결한다. 양에 대한 개념 익히기는 나중으로 미루어도 좋다. 지금은 큰 숫자를 부담 없이 읽고, 말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

직선과 곡선을 그어 보았다. 어떤 선이든 의지대로 그리는 것을 쉽게 보지 않고 훌륭하고 멋진 일로 대한다. 대충, 금방이 아니라 천천히, 느껴가며 활동을 하도록 지도한다. 그러면 모든 결과물에 정성이 담기고 멋진 작품이 된다. 아이들의 마음도 예뻐진다.

점(꼭지점), 선(모서리), 면을 설명할 때 평면도형과 입체도형 각각의 측면에서 개념을 설명하고 직접 그리거나 만져보도록 한다. 그런 면에서 색종이는 좋은 도구이다. 그려보고, 만져보고, 오리면서 점, 선, 면을 손끝 감각으로 익힌다. 종이로 시작된 이 활동은 아이들을 통해 마구 확장된다. 공책이나 책상 모서리도 만져보고, 사물함의 모서리도 눈으로 보고 교실의 천창 모서리로도 눈이 간다. 용어의 개념이 일상생활의 구체물로 이어지게 된다. 갈무리로 자유롭게 모형을 만들어보았다. 기증 받은 가베교구 덕분에 놀이와 학습의 구분 없이 한동안 아이들이 푹 빠져 작업했다.

시장놀이에 아이들의 기대가 상당했다. 작년 칠보시장 경험이 큰 도움이 된 듯하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계획을 세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간단한 규칙, 수수업과 연결되는 부분을 설명하며 놀이 중에 반드시 해야 할 아이들의 역할을 공유했다. 흥미와 함께 진지하게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시장은 성황리에 마쳤다. 다른 학년에서 관심을 갖고 참여해 규모가 큰 시끌벅적한 장이 되었다. 전체로 재미난 행사가 되었다. 갈무리 또한 수 시간에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판매 총 수익을 가게별로 정산하였고, 개인별로 지출 금액이 얼마인지 모두가 계산해보았다. 계산하는 과정이 어려운 아이는 모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였다. 그리고 다음 시장을 다시 준비하여 한 번의 시장을 더 열었다. 화폐는 50단위와 100단위를 썼고, 합산 결과가 만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두 가지 단위만 쓰니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어려운 경우 별 화폐를 써서 계산을 도왔다.

텃밭살림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 이슬 선생님

언제 : 월요일 1,2교시

<무엇을 했나요>

태양이 지나는 길, 24절기 이름표 만들기, 절기 노래 익히기

봄나물 캐기, 요리하기

마늘밭 울타리 만들기, 마늘 순 기르기

모둠 나누기, 모둠 이름 정하기, 푯말 만들어 꽂기

모둠별 작물 정하고 심기 : 감자, 당근, 시금치, 토마토, 상추

달래와 쪽파 수확하기

용어 정리 : 고랑, 두둑, 이랑, 점 뿌리기, 줄 뿌리기, 평이랑, 웃거름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24절기와 세시풍속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길 바랬다. 날짜나 요일처럼 절기와 풍속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자주 쓰고 읽고 말하였다. 단 하루인 명절과 달리 절기는 15일간 같은 이름을 쓴다는 사실이 생소하였고, 절기가 바뀌는 무렵 거짓말처럼 날씨가 변하자 마술처럼 신기해하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 또한 자연의 신비한 힘에 놀라워했다.

소량의 작물을 제대로, 정성들여 키워 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정했다. 매번 작물을 심을 때면 슬그머니 욕심이 올라온다. 이것저것 다양한 작물을 심어보고 싶은 욕심의 결과로 불어난 일거리와 씨름을 할 때 즈음 뒤늦은 후회를 하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단단히 약속하였다. 모둠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작물 수를 정하고 씨앗이든 모종이든 작물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도록 사전에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씨앗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생각한 것보다도 더 작은 씨앗을 손바닥에 놓고 귀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작은 씨앗 중에 더 귀여운 쪽은 어디일까? 작은 씨앗을 조심스럽게 다루며 밭에 심었다. 어떤 모둠은 줄뿌림으로, 또 어떤 모둠은 점뿌림으로 씨앗을 심었다. 고랑에 대량의 씨앗을 흘린 줄도 모르고 씨앗이 없어졌다며 난리를 피웠던 모둠은 어마 후 싹이 나자 씨앗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고랑에서 상추 싹을 키웠고, 싹 주위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래도 자꾸만 밟히게 되자 나중에는 여유 공간이 있는 두둑으로 옮겼다.

수업시간 외에도 텃밭을 돌보았다. 아침열기, 점심시간, 방과후 등 시간이 나는 대로 형편이 되는 아이들과 텃밭으로 갔다. 이렇게 물꼬를 열어주니 텃밭에 대한 아이들 관심이 커진다. 섬세하게 살피고 필요한 일을 찾아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정말이지 놀랍다. 뽑아 놓은 잡초는 염소의 밥이 된다. 자작나무선생님의 염소가 있어 텃밭을 가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꼭 챙기지 않아도 되는 염소 밥도 꼭 챙겨야 하는 일처럼 부지런히 한다. 어떨 때는 염소 밥이 텃밭 일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3월 한 달은 의논과 생각을 많이 한 달이다. 모둠을 구성한 뒤 의논 거리를 던져주면 아이들이 모여서 의논을 한다. 모둠이름은 무엇을 할지, 무엇을 심을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한 번 정한 역할은 그대로 갈지 아니면 어떤 주기로 바꿀지. 다 정해졌다고 교사를 부르면 교사가 묻는다. 질문의 답을 아이들은 설명하고 교사는 듣는다. 어떻게 의논하였는지, 충분히 의논하였는지, 의논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는지, 모두 동의된 결론인지 등을 아이들과 함께 검토한다. 검토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내면 그 부분을 다시 의논하게 하는데 그때 아이들은 의논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기꺼이 재논의를 한다. 그러다 논의 방향이 산으로 갈 때도 있고 논점이 흘려질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결론에 도달하여 힘들었던 과정을 의미 있게 만든다. 이 과정은 텃밭살림 수업뿐만 아니라 모든 수업에서 의논이 필요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며 매우 중요하다. 곁에서 진행과정을 보고 있으면 교사가 배울 것이 참 많고, 감동적인 순간 또한 많다. 중요한 학교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텃밭에 가기 위해 물통, 호미를 챙겨 학교 우체통 앞에서 짝을 기다리고, 모두 모이면 짝손을 잡고 텃밭으로 이동하여 일을 한다. 일을 마치면 두고 가는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준비물을 점검하고 짝손을 잡고 학교로 와서 정리한 뒤 쉰다. 시작과 맺음의 습관을 잘 잡기 위해 매 시간 노력한다.

생활미술

누가 : 2학년 17명과 초록샘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화요일 2,3교시

<무엇을 했나요>

교실 페인팅

선 만들기-실 (교실과 계곡 거미줄 만들기)

선 만들기-종이 (신문 오려서 교실 공간에 선 만들기)

데칼코마니, 크레파스 긁어내기

할미꽃 그리기

면 만들기-오리기(도형 오려 크레파스로 문지르기)

다양한 초록색 만들기

스승의날 편지쓰기

돌쌓기-돌로 탑 쌓기, 돌로 집 만들기, 돌로 글자 꾸미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 중에 하나다. 미술 수업은 주로 그림 그리는 수업으로 알고 있던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게 미술 수업이에요? 이제 미술 수업은 언제 해요?”라고 질문하는 아이들도 있다. 오리고, 붙이고, 쌓고, 몸으로 신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생활미술 시간이 끝난다.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기법을 배우기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표현을 끌어낸다. 2학년 생활미술 수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배움이 크다. 동료교사의 수업을 보면서 저학년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을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바로 곁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창작하는 즐거움, 몸으로 즐기는 예술, 색의 조합, 자연물, 공간과 조형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이들 몸에 스며든다.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고 수업을 온전하게 즐긴다. 자유놀이 다음으로 재미있는 수업이라 참 기다려진다고 한다.

학교밖학교/생태교실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매주 금요일 오전

<무엇을 했나요>

학교밖학교

- 수원어린이생태미술관

- 칠보산(피바위)

- 화전 만들기(초록샘 선생님과 함께)

- 여기산공원

- 호매실도서관

1,2학년 생태교실

-봄 꽃과 나무 찾기

-미니 체육대회

-칠보산에 자라는 나무들

-등산백일장

수원의 전설과 이야기를 찾아 떠난다. 칠보산 보물, 전설이 얽힌 바위, 용화사에 있는 미륵불 등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눈이 반짝거린다. 칠보산 피바위를 찾아갈 때는 경사가 가파른 길로 올라갔다. 바위가 많고 흙이 미끄러운데다 밧줄까지 타야한다. 아이들은 정말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 마냥 행동한다. 앞의 상황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올라오기 힘든 친구는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좀 더 안전한 길을 찾는다. 올라가면서 바위에 새겨진 한자를 보고 혹시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표시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아이들의 상상력은 더욱 커진다.

여기산은 수원성곽을 만들 때 바위를 가져다 썼다고 한다. 청동기와 철기시대 집터가 있기도 하다. 입산금지라 들어갈 수는 없지만 둘레를 돌면서 깎여진 바위들을 찾아낸다. 아이들은 성곽을 만들고 남은 돌들 같다고 신기해한다. 구멍 뚫린 바위를 볼 때마다 아이들이 유적을 찾았다고 난리다. 공원에 가서 앉아있으니 백로 서식지가 코앞이다. 한참동안 망원경으로 백로 둥지와 새끼들을 본다. 어떤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오겠다며 다짐한다. 아이가 길을 기억해서 꼭 부모님과 함께 가보면 좋겠다.

초록샘 선생님이 떡 연수를 받고 화전 만들기 수업을 해주셨다. 아이들과 함께 꽃을 따고 익반죽을 해서 화전을 만든다. 꽃이 타지 않고 화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하게 아이들이 화전을 만든다. 매년 만들던 화전을 이제야 제대로 만든 기분이다.

1학년과 함께 한 생태교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대체활동을 했다. 칠보산이라는 큰 보물이 있지만 미세먼지로 온전하게 누릴 수 없어서 참 아쉽다. 봄에 피는 진달래와 산수유 나무를 찾아보고, 개구리알을 관찰한다. 칠보산과 서울대학술림 길을 걸으며 이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를 공부한다. 잎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는 소나무와 리기다 소나무, 잣나무를 구분해보고,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를 비교해본다. 늘 보던 나무들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아니 아이들은 작은 들풀과 꽃에도 관심이 생긴다. “이 풀은 뭐예요? 이 꽃은 뭐예요?” 아이들 질문에 교사도 도감을 찾아보며 함께 공부한다. 아는 만큼 꽃과 나무와 풀이 보인다.

5학년 공동체놀이

누가 : 5학년 13명과 이슬 선생님

언제 : 목요일 4교시

<무엇을 했나요>

몸 깨우기

파쿠르

- 뛰어넘기와 구르기

- 달리기와 올라가기

- 장애물 넘어가기

- 짝손잡고 장애물 넘어가기

아이들이 정하는 놀이(보물을 찾아라)

거미줄 통과하기

아이들이 의젓해진다. 중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오니 말수가 줄어들고 수업에 더 집중한다. 특히 몸과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파쿠르 수업은 더욱 그러했다. 파쿠르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개인 훈련이다. 강당에서 바깥으로 뛰어 오르기도 하고, 다리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물론 수업 내내 난이도 높은 신체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안전약속은 필수였다.

자신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아이들이 가진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떤 아이는 호기롭게 도전하고, 어떤 아이는 될 때까지 시도하고, 또 어떤 아이는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나온다. 회피하고 싶은 아이가 있을 때는 친구들이 응원해주기도 한다.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 도전해 결국에는 모든 아이들이 통과한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던 아이는 자신이 뛰어 내릴 수 있는 곳을 스스로 탐색한다. 올라가기 어려운 아이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본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한 돌아보기에서는 파쿠르가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더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외국에 가면 철근 구조물 몇 개와 폐타이어 등을 가져다놓고 아이들 놀이터를 꾸며 놓기도 한다. 몇 개의 구조물만으로도 아이들은 무궁무진하게 놀이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신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이들이 놀이를 정할 때 갈등으로 정해지지 못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차분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합리적이고 서로를 배려하는 말들이 오간다. 누구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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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8 23:29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의 성장을 오롯이 즐기고 감사하며 지냅니다. 2018년 봄도 참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 2018-06-14 13:54
    아이들의 두 다리로 스스로 서게 해주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