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334모둠 여행이야기

작성자
아라솔
작성일
2022-05-31 20:21
조회
488
첫째 날

#해미읍성 #뽐내기연습 #자유시간 #스프링쿨러 #매맞는교사

오랜만에 떠나는 전체여행입니다.

올해 낮은 학년은 유난히 씩씩해 보입니다. 부모님을 떠나 세 밤을 자고 오는 데도 우는 아이 한 명 없습니다. 안전공부 후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고 호기롭게 버스에 올라 서산으로 향합니다. 우리 아이들, 준비물을 잘 챙겼겠지요?

다른 학교 몇 곳에서 근무해봤지만, 우리학교 아이들이 제일 조용한 것 같아요. 에티켓을 잘 지키는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들 정말 멋져요! 예의에도 밝은 우리 아이들은 멀미약 대신 가져온 사탕을 교사에게도 나눠 줍니다. 시무룩한 아이에게 사탕을 하나 건네니 이내 표정이 밝아집니다.



90분 정도를 달려 해미읍성에 도착합니다. 해미읍성에서 도시락을 먹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이들에게 알려줄 것들이 잔뜩 있었지만,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의 말에 도시락을 먼저 먹습니다. 밥을 다 먹은 다음에는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첫째 날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것은 스프링클러입니다. 대형 스프링클러의 물줄기를 피해 다니며 재매있게 놀았습니다. 옷이 다 젖은 아이들은 곤장대에 누워 옷을 말리기도 했습니다. 밥을 먹고 나머지 장소들을 둘러 봅니다. 옥사와 민속가옥에 볼거리와 할거리가 많았습니다. 여름에 나들이 갈 때면 항상 물이 부족합니다. 물이 다 떨어진 아이들은 읍성내 음수대에서 물을 마셨습니다. 염소 냄새가 조금 났지만 다들 꿀맛이라고 합니다. 숙소에서도 물은 없었습니다. 주문한 물 도착까지 30분...



해미읍성에서 약 30분을 달려 용현계곡 숙소에 왔습니다. 방 배정을 마치고, 우선 식재료 정리부터 합니다. 여행수첩을 보며 짝끼리 식재료를 꼼꼼히 점검하고 정리합니다. 거의 완벽하게 준비물을 잘 가져 왔습니다. 딱! 쌀 한주머니가 없었는데, 나중에 학교에서 발견됩니다.

숙소가 두 구역으로 나뉘는 데, 가운데 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습니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낮은 학년도 알기 쉽게 멈추기, 살피기, 건너기의 세 단계로 나누어 잘 기억할 수 있게 합니다.

다른 모둠이 물놀이 할 때 322334모둠은 뽐내기대회 연습 후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쉬는 시간이 조금 밖에 안 남았습니다.  밥을 먹고 씻고 하루닫기를 하니 금새 잘 시간이 되어갑니다.

둘째 날

#서산마애삼존불 #수정봉 #물은왜항상모자를까? #물500ml원샷 #물놀이 #물개어린이

여행 오면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식사당번을 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 산책을 나갑니다. 아이들은 내일도 산책을 나오자고 합니다. 과연 내일도 새벽 산책을 나올 수 있을까요?

오늘아침은 샌드위치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아이들은 한 마디도 없이,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그 와중 접시 위에 덩그러니 놓인 산선생님의 샌드위치는 과연 무사할까요?

아침을 먹고 마애여래삼존상을 보고 가야산 수정봉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돌아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내려오긴 했으나 예상보다 두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5km의 거리를 네 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시원한 얼음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니 참 좋아합니다. 물을 다 마시고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한 병을 가득 채워줬더니. 한 번에 다 마셔버렸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따라 줬습니다. 이번엔 물이 너무 적다며 바닥에 버렸습니다. 호의도 잘못 베풀면 도리어 원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서로 도와가며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목표를 이룬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산에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이제 알아서 포즈를 잡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을 많이 찍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산에 다녀와서 물놀이를 하며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물놀이 후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또 물놀이를 합니다. 물놀이 마감시간이 넘어서도 지칠 줄 모르는 물개어린이도 있었습니다. 낮은 학년 어린이의 입맛에 맞춘 라면이 맛이 없다던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일기를 보니 새로 끓인 라면을 먹고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생각보다 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오늘은 물놀이가 끝난 아이들부터 부지런히 씻게 합니다. 첫째 날 보다 짐을 잘 정돈해서 숙소가 쾌적해졌습니다. 서로 잘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조금씩 자라납니다.

셋째 날

#카드뒤집기 #신발던지기 #손족구 #물놀이 #뽐내기대회 #다잘했다 #부모님편지 #소중한잠옷

아침산책을 가려 했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가 없습니다. 등산과 물놀이로 아이들이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식사당번 어린이만 조용히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러 갑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며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웁니다.

아침은 누룽지입니다. 누룽지와 간단한 반찬을 곁들여 먹습니다. 여행 와서는 뭘 먹어도 다 맛있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 양보다 두 배는 더 먹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마애여래삼존불로 갑니다. 어제는 두 모둠이 더 있었고 공양을 드리는 분도 계서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 백제의 미소를 잘 관찰하라고 일러둡니다. 몸짓과 의복도 함께 유심히 봅니다.  단단한 바위 30cm를 깎아 만든 석공의 노고를 생각하고, 불상이 만들어진 연유도 함께 생각해봅니다. 숙소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가며 마애여래삼존불을 그려봅니다. 예상보다 정성들여 잘 그렸습니다. 여행수첩을 참고해주세요.



오전에는 1모둠과 작은 운동회를 합니다. 머리로 열심히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에게는 역시 마음껏 뛰어놀며 놀며 몸소 익히는 것이 최곱니다. 신발던지기, 카드뒤집기, 손족구를 합니다. 마음을 모아 함께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니 관계가 더 끈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점심은 충무김밥입니다. 김밥을 각자 싸서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뽐내기 대회를 합니다. 아이들의 뽐내기대회는 언제 봐도 놀랍습니다. 모든 모둠이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개인뽐내기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모두 다 잘했습니다.



저녁은 베이컨볶음밥입니다. 여행 식단 중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이제 여행 삼일차라 알아서들 척척 해냅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부모님께 편지를 씁니다. 평소에는 잘 몰랐지만 3일 동안 못 뵈니 부모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렇게 전체여행 삼일 째 밤이 지나갑니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는데, 어디선가 청국장 냄새가 났습니다. 냄새는 점점 가까워졌고, 아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냄새의 정체는 바로 잠옷의 냄새였습니다. 여행에서 입고 싶어서 마르지 않은 잠옷을 챙겨 온 모양입니다. 어제 빨았지만, 오늘도 냄새가 남아있었습니다. 결국 다시 빨고 꼭 짠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서 입었습니다. 아직 덜 마른 잠옷을 입고 행복해하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어내는 아이들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넷째 날

#드디어집에간다 #마애여래삼존불 #시장구경 #인형 #부모님선물

전체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첫째는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는 예의라 가르친 보람이 있습니다.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려는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행기간 동안 잠이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는 것도 예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싹쓸이 비빔밥입니다. 아이들이 다들 잘 먹어서 딱 한 끼 먹을 만큼의 음식이 남았습니다. 알뜰하게 챙겨서 사흘 간 잘 먹었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보다는 점심에 시장에서 사먹을 음식을 더 기다합니다. 집에가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저녁을 기대하는 어린이들도 있겠지요.

아침을 먹고 어제 봤던 마애여래삼존불의 온화한 미소가 한 번 더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애여래삼존불을 보고나서 짐정리를 하고 분실물을 찾습니다. 분실물은 팬티 한 장! 이번 여행은 짝도 잘 살피도 물건도 잘 챙기며 여러모로 아이들이 잘 해준 것 같습니다.



드디어 기대하던 서산동부 시장! 수도권보다 물가가 많이 쌉니다. 배부르게 사먹어도 돈이 남아 부모님 선물 등 기념품도 샀습니다. 한 어린이는 한 손에 슬러시를 들고 엄마와 시장에 가면 이런 음식은 절대 못 사먹는 다고 말하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짜장면이 4천원! 점심밥을 사먹고도 6천원이 남았습니다. 남은 돈으로 슬러시, 호떡, 닭강정을 사먹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아라솔선생님이 허락했다며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인형을 산 아이도 있었습니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 환불을 해야 했습니다. 인형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할머니께서도 손자가 있다고 하시며 흔쾌히 환불을 받아주셨습니다. 모이는 장소 옆에는 조화 꽃집이 있어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샀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오늘은 아이들 덕에 시장이 활기찼다며, 상인 아주머니 분들이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서산동부시장을 마지막으로 2022년 전체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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